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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재회.
[던전 ‘단테의 지옥’을 클리어 합니다.]
[3시간 후, 던전은 소멸합니다.]
[업적을 달성합니다.]
[칭호 ‘지옥에서 돌아왔다!’를 획득합니다.]
[업적 점수 25,000을 획득합니다.]
《사자의 서
아주 오래되고 신비한 힘을 가진 마도서입니다. 모든 사령술이 개제되어 있으며 사용자가 마법을 몰라도 생명력만 충분하다면 마도서의 힘으로 마법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사자의 서를 두 손으로 꽉 잡고서 페이지를 넘긴다. 휘리릭 넘어가는 종이를 대충 눈으로 훑어본다.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엄청나다.”
모든 사령술이 기재되어 있다. 조금 과장되어 있는 문장이기도 하지만,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언데드를 만드는 마법과 언데드를 다루는 마법까지 있었다. 실전된 사령술이라 불리는 것들도 빠짐없이 있다. 네크로맨서가 보았으면 침을 질질 흘렸을 만한 물건이다.
무엇보다 사자의 서에는 고대의 마법이 있었다.
니플헤임(Niflheim).
일종의 공간 결계인 고대 마법이다. 사자의 서를 중심으로 발현되는 이 마법은 결계내에서 죽은 자들을 강제로 언데드로 만든다. 거기에 죽은 자들의 영혼을 언데드에 속박한다. 니플헤임이 발동되는 한 언데드와 시전자는 불멸이 된다.
이 고대 마법의 무서운 점은 발동조건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자의 서만 있다면 약간의 생명력과 짧은 시간과 함께 곧바로 발동할 수 있다.
그리고 단테가 사용했던 지옥문이라는 고대 마법.
지옥문은 제1의 지옥문부터 시작해 제 10의 지옥문까지 있다. 그 하나, 하나가 상위마법 이상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 지옥문은 10개 모두가 소환되었을 때 진짜 위력을 발휘한다.
까다로운 것은 이 지옥문의 경우 마력으로는 발동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생명력.
단테의 경우 니플헤임을 사용하고 자해를 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명력을 제물로 바쳤다. 일인분의 제물로는 절대로 소환하지 못하는 것들 이지만, 그의 ‘제물의 단검’은 고통 공유 뿐 만이 아니라 제물의 효과를 몇 배로 이끌어내는 효과도 있었다.
“못 쓰겠네.”
테드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사자의 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생명력이 필요하다.
단테처럼 자신의 생명력을 소모해도 되지만, 적을 죽여 제물로 바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쯧.”
혀를 찬다. 고생해서 얻은 던전의 보상이 성에 차지 않았다. 물론 가치로만 따지면 엄청나다. 당장 사자의 서의 존재만 알려져도 마도협회는 발칵 뒤집어질게 분명하고, 네크로맨서는 환호를 내지르며 종잇조각 하나 얻어보겠다고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마법에 무지한 자라도 사자의 서를 쥐는 순간 마도사급이 된다.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언데드가 생성된다. 나중에 올 혼란까지 생각하면 경매장에 팔 수도 없다.
테드는 집어 던지듯 아공간에 넣었다.
“그래도 비장의 수가 되기엔 충분하지.”
위험하다고 마냥 썩혀 둘 생각은 없었다. 사용할 필요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사용할 것이다. 한정적으로 시전자를 불멸자로 만들어 주는 고대마법인 니플헤임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 ⁂ ⁂
테드는 아침 일찍 사도의 신전을 찾았다. 다행히도 사도의 신전은 수도 근처의 산위에 있었다. 힘들고 시간만 먹는 등산은 사절이었이게 마법을 이용해 사도의 신전으로 도착했다.
산위에 지어져 있는 대리석으로 지어진 거대한 신전. 그 모습은 그리스의 신전, 파르테논 신전과 상당히 비슷했다. 그 목적은 신전 보다는 마트에 가깝지만.
이 신전은 ‘사도의 신전’이란 이름 그대로 사도만을 위한 신전이다. 네메스 대륙인들이 출입하는 것은 시스템에 의해 불가능하며, 투석기로 공격한다고 해도 어떠한 피해도 입힐 수 없다.
네메스 대륙에서 단 두 곳 밖에 없는 사도의 신전이지만 사람 한명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업적 점수를 얻기가 더럽게 힘들다는 것이다. 일반 던전을 클리어하게 될 경우 500~3,000점 가량 얻는다. 10,000점이 넘어가는 업적은 일생에 한 번 할까 말까 한다.
또 사도의 신전이 너무 멀어서 찾아오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다르게 사도의 신전의 존재유무를 모르는 자들도 많다.
“한산해서 좋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짙은 안개가 자욱하다. 신전의 외견과 어울려져 참으로 신비롭게 느껴졌다.
안개를 뚫고 신전의 안으로 발을 들이민다.
[테드 크루시안님의 입장을 환영합니다.]
[보유 업적 점수 223,200점 확인 되었습니다.]
힐끗 알림창을 확인하고 신전의 안으로 들어간다. 업적 점수가 제법 많이 쌓여 있었다. 대부분이 바빌로니아 대미궁섬에서 얻은 것이다. 모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이곳은 업적 점수를 쌓기 딱 좋았다. 일반 몬스터는 아니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네임드나 플로어 몬스터를 처치하면 약간의 업적 점수가 주어졌다.
“일단 십 만점은 사용할 곳이 정해져 있고….”
신전의 안에는 총 10개의 문없는 방이 있다. 전부 입장제한이 걸려 있어서 한 명밖에 들어가지 못한다. 뭔가 있어 보이지만 전부 똑같은 방이다.
테드는 가장 가까운 방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밖을 볼 수 있어도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다. 테드가 좁은 직사각형의 방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아 눈앞에 시스템창이 나타났다.
[ 마나회복 포션 - 10점.
체력회복 포션 - 10점.
정력회복 포션 - 30점.
핫세븐 - 15점. ]
포션 종류가 주르륵 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것들이 바로 인기상품이기 때문이다. 포션이 인기 상품이냐고 웃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여기에 있는 포션은 흔히 구할 수 없는 최상급물건이다. 가격으로만 따지면 몇 십 골드는 족히 한다. 다르게 말해 사재기하기 딱 좋은 물건이다.
“일단 정력회복 포션 딱 30개만 사자. 물론 내겐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귀족들이 원하는 물건은 비싸게 팔리니까. 여행비가 떨어졌을 때 팔수 있지!”
900점이 사라지고 테드의 눈앞에 정력회복 포션 30개가 나타났다. 밝은 노랑색의 액체가 든 포션을 아공간에 넣는다. 남은 업적 점수는 222,100점.
이제 본래 목적인 사이나의 선물을 떠올리며 카테고리를 설정한다.
“검이 좋을까? 음… 나찰이 있으니 그닥 좋아할 것 같지는 않네.”
사이나 정도의 실력이 되면 싸구려 검이든 명검이든 별 차이 없어진다. 그녀에겐 명검인 나찰이 있으니 괜히 검을 살 필요는 없다. 검술이나 마법서의 경우도 그녀에겐 쓸모없다. 검술은 이미 직접 창안해내도 이상하지 않은 경지이고 마법의 경우 테드가 옆에 있다.
“액세서리 쪽이 나을려나. 사이나는 치장을 잘 하지 않으니까.”
잘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지 않았다. 뭐, 그녀는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고 화장은 도리어 그녀의 미모를 망칠 정도다.
“팔찌? 반지? 목걸이? …그래. 반지로 가자. 여자가 반지를 아주 좋아한다지.”
카테고리를 설정한다. 수많은 반지가 나타났다. 아무 효과 없이 보석만 박혀있는 반지부터 특별한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반지까지. 특수 효과가 있는 반지의 경우 기본 3,000점이 넘어갔다.
“기왕 주는 반지. 최고로 좋은 걸로 가자.”
시스템에 뜬 목록을 획획 넘기며 반지를 찾는다. 30번 정도 넘겼을까. 테드의 시선을 끄는 반지가 있었다.
표면에 십자가 모양이 음각되어 있는 백금 반지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디자인은 조금 떨어졌지만 효과가 특이했다.
“수호의 반지라….”
1회에 한해 죽음에 이르는 어떤 공격도 막아내며 사용자의 몸 상태를 최상으로 회복한다.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보통의 반지로 돌아간다. 가격은 98,000점.
테드가 주목한 것은 ‘어떤 공격’이라는 단어다. 정말로 어떤 공격이라도 막는 다면? 98,000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업적점수가 아깝지 않다.
“…….”
테드는 무녀가 말해준 미래를 생각했다. 그녀는 사이나가 죽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탓에 자신은 미쳐 날뛴다고. 당연히 미쳐 날뛰겠지. 상상만으로 빡치는데.
바닥에 반짝이는 반지 하나가 나타났다. 테드가 얼른 집어 들어 아공간에 넣었다. 여긴 다 좋은데 바닥에 나타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은 업적 점수가…… 124,100점이라.”
원래는 대충 남은 업적 점수로 자신의 적당한 장비를 살려고 했다. 그러나 반지 하나를 구입하는데 생각보다 좀 많이 지출되었다.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특별한 효과를 가진 장비는 3만 점이 기본적으로 넘어가고, 그 특별한 장비들 대부분이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만 투자하면 자신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무녀가 본 미래를 바꾸고 대비하자면 돈과 시간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테드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아. 도대체 내 행복은 언제 찾아오는 거냐.”
신세한탄을 하며 손가락을 놀려 카테고리를 바꾼다. 카테고리는 여성. 이렇게 된거 사용할 수 있는 24,000점을 사이나의 선물로 모조리 채우기로 했다.
“오옷. 체력 회복 효과가 달린 바니 세트라고? 이런 좋은 게 있을 줄이야!”
바니 세트라고 적혀있지만 딱 봐도 바니걸이다. 토끼 귀에서부터 토끼 꼬리까지 달려 있다. 하이힐은 덤이다. 색의 종류는 백, 흑, 적. 테드가 눈을 빛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사이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은……,
“검정이다! 검정이야!”
특수효과가 달려 있어 6,000점이나 했지만, 구입 버튼을 누르는 것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뭐냐. 이 메이드 복은! 면적이 바니걸 보다 적은 주제에 자기수복 같은 쓰레기 효과를 가지고 있다니!”
4,000점의 파렴치한 메이드 복도 구입했다.
“어? 경관복도 있네. 으음…. 이게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자.”
천 옷인 주제에 판금 갑옷보다 방어력이 높은 경관복은 6,000점이었다.
“매혹의 서큐버스 의상?! 이건 사야지! 음, 한복은 뭔가 애매한데. 어… 개량한복도 있네.”
정신 차리고 보니 24,000원이 사이나의 옷으로 변해 있었다.
테드는 입맛을 다셨다. 점수가 부족해 구입하지 못한 옷들이 보였다. 특히나 고양이 의상을 구입하지 못한 것이 격하게 아쉬웠다.
“다, 다음에 다시 온다! 꼭 온다. 세 번 온다!”
업적 점수를 모아서 다시 올 것을 굳게 다짐하며 하나의 이용권을 찾는다. ‘계약신과의 만남’이라는 이용권이다. 가격은 100,000점. 25분 동안 계약신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다만 계약신을 공격할 수도 없으며, 계약신에게서 공격받을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대화밖에 없다.
[계약신과의 만남 이용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허공에서 황금색 빛무리가 나타났다. 빛무리는 이내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고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빛무리가 사라졌을 때 기억 속에 있는 금발 미남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루시안은 테드와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었다.
“정말 다시 만나게 되었군요. 강성운 씨. …아니, 테드 씨라고 해야 하나요?”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해주는 목소리였다. 테드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냥 테드라고 불러.”
“네. 테드 씨. 생각같아서는 당신과 잡담이라도 나누고 싶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시간이 별로 없군요.”
“나도 그래. 100,000점이나 사용했는데 고작 25분이라니…. 터무니없는 손해야.”
“아뇨. 손해는 아닙니다. 100,000점으로 이곳에 신을 소환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일입니다. 비록 힘은 사용하지 못할 지라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입니다.”
크루시안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테드를 바라봤다. 그는 테드의 행보를 지켜봐왔다. 그에게도 일이 있어 전부를 볼 순 없었지만, 그가 얼마나 대륙을 위해 행동했는지 알고 있었다.
“당신이 궁금해 하시는 것들을 차근차근 말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창조주께서 설정하신 신의 조건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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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