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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영혼-149화 (14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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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마도사의 시작.

테드는 섣불리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메피아와 병사들을 살폈다. 사이나는 그들 모두를 상대하면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우선 병사들의 경우엔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았다.

테드는 그들이 대인전이 아니라 대군전을 위해 만들어진 병사임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동료들의 움직임이 오히려 제약이 되어있다. 더군다나 메피아가 펼치고 있는 마법 때문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들을 잠시 지켜보고 있자, 메피아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테드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가 동생의 죽음에 분노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더없이 차분한 눈으로 테드를 한번 보고서 눈을 뗐다.

테드는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골렘과 호위병들은 전투는 거의 끝나간다. 골렘의 패배로. 다만, 특별히 신경써 만든 골렘, 드래온의 경우엔 아직 쌩쌩했다. 특별히 큰 파손도 없어보였다.

테드는 마법을 사용해 골렘을 엄호하기 시작했다. 호위병들에게 아이스 스피어를 날려주는 것 만으로 충분했다. 드래온은 드러난 약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러 호위병들을 죽였다.

몇 명은 테드에게 달려 들었으나, 올린버크에 비하면 몸놀리도 고만고만했던지라 주먹과 발길질에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 호위가 십 몇 명밖에 남지 않았을 때, 그들은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지원군이 있는 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테드는 굳이 그들을 쫓지 않았다.

드래온은 아공간에 집어넣어 회수하고, 텔레파시 마법을 발동해 사이나에게 말한다.

“목표는 달성했어. 돌아가자.”

막 자신에게 날아오는 바람의 칼날을 피해내며 그대로 메피아에게 접근하려던 사이나가 몸을 멈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사이나는 경계하는 메피아와 병사들에겐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등을 돌려 테드에게 달려갔다.

테드는 남은 골렘 6마리를 조종해 메피아에게 보냈다. 잠시 동안 시간을 벌여 줄 것이다.

“원래는 텔레포트를 사용해 도망치려고 했는데….”

메피아가 나타나며 계획은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척 보기에도 보통이 아닌 마법사, 자신과 똑같은 방식의 마법을 사용하는 그녀가 텔레포트를 추적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테드는 내심 그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을 전개하는 방식이 똑같다는 것은 싫든 좋든 자신의 스승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것은 스승의 또 다른 제자다.

‘스승님은 필요한 것, 마법에 대해서만 말하니까. 또 다른 제자, 사저가 있다는 말은 할 리가 없지.’

스승에게서 마법을 배울 당시의 테드는 지나치게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그의 스승 또한 마찬가지다. 입을 여는 것은 마법에 관한 주제일 때뿐이다. 잡담 따윈 조금도 없었다. 테드는 스승에 대해서 묻지 않았고, 스승은 제자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사이나가 테드의 앞에 도달했다.

“수고했어. 저 여자만 나타나지 않았으면 완벽했을 텐데.”

약간의 푸념을 늘어놓은 뒤,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사이나가 뒤따랐다.

“주인님. 저 여자의 마법은….”

“알고 있어. 그리고 그건 상관없는 일이야.”

사이나는 다시 묻지 않았다. 약간 신경쓰이던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녀에게

있어 테드가 상관없다고 하면 정말 상관없는 일이다.

“테드 크루시안!!”

찢어지는 노성이 울러 퍼졌다.

테드와 사이나는 다리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거대한 마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악귀처럼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메피아가 보였다. 거대한 검은색의 마법진이 하늘에 그려진다.

“……어떻게 알았지?”

테드가 작게 중얼거렸다. 물론 떨어져 있는 메피아에게 그 물음이 통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테드와 사이나는 환상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은 지금도 발동 중

이다. 사이나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마안입니다. 그녀는 마안(魔眼)을 타고났습니다.”

마안. 악마의 눈.

악마인 사이나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자, 마족들 중에선 극소수만이 타고나는 능력이다.

“마안으로 꿰뚫어 본건가…. 그럼 환상 마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겠는걸.”

테드는 곧장 환상 마법을 풀었다. 본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몸주위를 감돌고 있던 마력이 사라지면서 아주 약간의 답답함이 해소되었다.

상황이 달라졌다. 계획을 또 바꿔야 했다.

원래는 올린버크의 죽음을 끝으로 그대로 결계밖으로 도망쳐 텔레포트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지금은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을 죽일 수밖

에 없다.

“우선 저거부터 대비해야겠지.”

밤하늘에 떠있어 구분하기 어려운 검은 마법진을 노려보며 테드가 마법을 준비했다. 저 검은 마법진이 어떤 마법인지 알고 있기에, 최상위 방어 마법인 앱솔루트 배리어를 준비한다.

테드의 눈동자가 붉게 변한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흘러, 하늘에 떠있는 검은 마법진에서 거대한 대검이 나타났다. 폭만 30M에 달하는 검은색의 대검은 테드를 노리고 천천히 떨어졌다.

《다크 임페리얼(The Dark Imperial)》이란 마법이다. 거대한 마검을 소환하는 마법으로, 마검은 지면에 닿는 순간 사방으로 폭발한다. 설령 폭발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폭발과 함께 발생한 연기가 피부에 닿으면 저주에 걸리고 만다.

“《절대 방어(Absolute Barrier)》.”

테드와 사이나의 주위에 하얀색의 반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칠흑의 대검이 앱솔루트 배리어와 부딪히며 폭발했다. 폭발은 테드의 앱솔루트 배리어를 뚫지 못했다. 화려한 겉모습 만큼 커다란 폭발련은 없었다.

그러나 폭발 후에 나타난 검은색 연기가 주변에 퍼졌다. 나무에 검은 연기가 닿자 단숨에 생기를 빨리고 말라비틀어졌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검은색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나무뿐만이 아니라 바닥에 나있는 잡초는 물론이고 피하지 못한 작은 동물이나 곤충까지 말라 비틀어져 가루가 되는 죽음을 맞이했다.

다크 임페리얼의 진짜 공격이었다.

테드는 앱솔루트 배리어 속에서 연기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이 저주의 연기는 1분 정도가 지나면 사라진다. 그때까지 배리어 밖의 상황은 전혀 알 수 없다.

“사이나, 이 연기가 사라지면 곧바로 그 여자를 죽인다.”

“알겠습니다.”

테드가 마력을 일으키고 사이나가 세검을 들어 뛰쳐나갈 준비를 마쳤다.

⁂⁂⁂

메피아는 이곳에 당도하자마자 올린버크의 죽음을 목격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가 죽으면 남은 황족은 자신뿐이기에 자연스레 자신이 황제의 자리를 찾이하게 된다.

이대로 올린버크를 죽인 암살자를 자신이 죽이면 일은 완벽하게 끝난다. 그런데 뛰어난 메피아는 그만 암살자의 정체를 단숨에 파악하고 말았다.

테드 크루시안. 어린 나이에 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천재. 될 수 있으면 자신이 갖고 싶었던 인재였다. 그의 정체도 충분히 놀라운 것이었지만 더 경악하게 만든 것은 그가 호위병들을 처치하며 사용한 마법이다. 마법의 방식이 자신과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이 사용하는 ‘시트리식’은 정식으로 배우지 않는 한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메피아는 우연히 시트리식을 발견해 사용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테드 크루시안, 그는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앱솔루트 배리어를 단시간에 캐스팅하다니…….”

검은 연기 속을 노려보며 그녀는 거리를 벌렸다. 앱솔루트 배리어를 사용한 이상 그들이 멀쩡한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황녀님.”

정예병 통솔자가 불안함을 애써 감추며 메피아를 불렸다. 메피아는 그가 명령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전투를 준비해라. 여기서 황태자 암살자들을 처단한다.”

“……저희가 도움이 되겠습니까?

정예병들은 사이나를 상대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당했다. 죽은 병사는 없지만, 팔이 잘린 치명상을 입은 병사는 있었다.

“걱정마라. 내가 있다. 그들은 황태자의 호위와 모리스 경을 상대했다. 아마도 상당

히 지쳐 있을 것이다. 우리를 상대하지 않고 도망친 것도 그 이유겠지.”

“알겠습니다. 반드시 놈들을 처단하겠습니다!”

다부진의 그의 말을 들으며 메피아는 은밀하게 마법을 준비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검은 연기가 걷혔다. 그 속에는 메피아의 예상대로 아무렇지 않은 테드와 사이나가 있었다. 연기가 사라지고 역할을 다한 배리어까지 사라지자 그들은 동시에 지면을 박찼다.

메피아가 준비해두었던 마법 중 하나를 발동시켰다. 시커먼 저주의 화살이 빠르게 달려오는 은발의 메이드에게 날아갔다. 사이나가 세검을 아래에서 위러 검은 화살을 쳐냈다. 그러나 검은 화살은 튕겨나가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오히려 하얀색 세검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저주가 발동한다. 마나를 소멸시키는 저주가 사이나의 검에 달라붙어 마력을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느릿한 속도지만, 확실하게 검에 있는 사이나의 마력이 사라지고 있었다.

사이나가 검에 마력을 넣자, 본래 하얀 검신은 푸른색과 검은색이 한데 어울러져 있는 기묘한 색이 되어버렸다. 검을 휘두르는 것에 문제는 없었다.

사이나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메피아의 앞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차르륵.

허공에서 검은 쇠사슬이 5개가 나타나 사이나의 몸을 휘감았다. 사이나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다크 체인…?”

“……어떻게 이 마법을 알고 있는 거지?”

메피아가 허공으로 시선을 옮겼다. 블링크를 이용해 허공에 나타난 테드가 그대로 에너지 블레이드를 메피아에게 겨눴다. 허공에 나타난 검은 사슬이 에너지 블레이드와 부딪혔다. 에너지 블레이드가 산산 조각났다. 깜짝 놀란 테드가 블링크를 이용해 물러났다.

테드는 사슬에 속박된 사이나를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자력으로 벗어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검은 사슬에 권능이 통하지 않았다. 완력으로 벗어나려고 해도 사슬이 5개나 되니 그것도 힘들었다.

“테드 크루시안.”

날카로운 목소리에 테드가 메피아를 쳐다봤다.

미간에 잡혀 있는 주름, 끝이 올라가 있는 눈썹. 그녀는 명백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황태자를 암살한 대역죄인인 네놈을 잡아 황제 폐하께 끌고 가겠다.”

“여기서 처단 하는 게 아니라?”

테드가 물었다.

“상식적으로 너희 둘이서 이 일을 행했다곤 믿을 수 없다. 아마 배후가 있겠지. 그리고 이 메이드가 소중하다면 허튼 짓은 하지 않는게 좋을 거다.”

메피아가 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에서 파지직하고 백색의 전류가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녀는 전류를 감은 손으로 사이나를 가리켰다.

은밀하게 마력을 일으키던 테드가 그만두었다.

“주인님. 저는 괜찮습니다. 전류 정도로 저를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당돌한 메이드군. 그러나 이미 늦었다. 네 주인은 전의를 잃었다. 그 만큼 소중하다는 것이겠지.”

테드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의 협박에 마력을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다. 전의를 잃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메피아가 입 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녀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바로 이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어떻게 하고 자시고 간에 그녀를 풀어줘라.”

“……지금 상황은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여기서 허장성세를 부리는 건가? 어느 쪽이든 어리석군.”

메피아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가 속박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이나의 손목을 잡았다. 백색의 전류가 사이나의 몸을 질주했다. 사이나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그러나 작은 신음도 없었다.

“오. 표정하나 바꾸지 않다니. 대단하군.”

사이나의 얼굴을 확인한 뒤, 테드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몸속을 얼어붙게 만드는 붉은색의 눈동자가 그곳에 있었다. 온몸의 털이 삐죽 솟는 오싹함을 느끼며, 메피아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테드가 마력을 일으켰다. 그 강대한 마력에 주변이 떨렸다. 마력은 하늘위로 올라가 은빛의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굳은 표정의 메피아는 테드의 붉은 눈을 보며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늘의 눈, 미래를 보여주는 작은 거울을 통해서 본 미래의 마지막에 나오는 인물의 붉은 눈이 지금의 테드의 눈과 오버랩 되었다. 단순히 눈을 본 것 뿐 인데도 숨이 멎

는 듯한 이 감각까지 똑같았다.

“네놈… 이었나….”

미래의 그는 주권결정전에서 알 수 없는 대마법을 사용한다. 지금의 메피아로선 꿈도 꾸지 못하는 대마법이다. 아니, 어쩌면 고대 마법일지도 모른다.

“……그래. 네놈이었구나!”

붉은 눈이란 붉은 눈은 모조리 조사했다. 그 중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는 드물었고, 몇 십 명까지 좁힐 수 있었다. 다만, 실력은 모두 고만고만했다. 그나마 실력이 뛰어난 자도 미래에 섬 하나를 통째로 불태워버릴 대마법을 사용할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테드라면, 어린 나이에 마도사의 경지에 이룩한 그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너는 반드시 여기서 죽어야 한다!!”

회유는 이미 물건너 간 것을 알기에 메피아는 남은 마력을 전부 전개했다. 그녀의 진

홍색 머리카락이 나부낀다. 하늘에 그려지고 있는 은색의 마법진은 무시하고 테드를 노린다. 그는 실수를 했다. 강력한 마법의 캐스팅은 안전한 상황에서 해야 한다. 그는 지금 분노에 가득차서 가장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려 하고 있었다. 그건 커다란 실수다.

메피아의 앞에 만들어진 검은 화살 5개가 테드에게 날아갔다.

사이나가 은은한 푸른빛을 내는 세검으로 모조리 쳐냈다.

“……!”

메피아가 서둘러 자신의 앞을 살폈다. 5개의 검은 쇠사슬은 바닥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사슬이 부서진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벗어났지?!!”

다크 체인은 닿은 대상의 마나를 봉인하는 효과가 있다. 마법인 블링크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사이나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사이나가 한 것이 아니라 테드가 했다. 바로 스킬을 이용해 사이나를 자신의 앞으로 소환 시킨 것이다. 마나랑은 조금의 관련도 없는 시스템의 힘이다.

“알려줄 의무는 없습니다.”

사이나가 말하며 테드의 앞에서 검을 들어 올렸다. 처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하고 말았지만, 지금은 테드의 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두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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