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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영혼-143화 (14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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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마도사의 시작.

테드는 개인적으로 움직여 인공 드래곤 하트에 대해서 알아봤다. 무언가 거창한 방법을 쓴 것 같지만, 실은 마도협회에 찾아가 카운터에 앉아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 협회 여직원에게 인공 드래곤 하트에 대해 물어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 인공 드래곤 하트는 복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인공 드래곤 하트는 우연히 마정석을 연구하다가 발생한 물건으로 마정석보다 용량이 5~6배 정도 많으며 출력 면에서도 마정석보다 뛰어나다. 순간 출력의 경우 일반 드래곤의 심장과 맞먹기에 인공 드래곤 하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 사실을 들은 테드는 순간 고민했으나 결국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인공 드래곤 하트는 복용하는 게 불가능해도 골렘의 핵으로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테드는 마도 협회의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테드가 인간이라 말하자 여직원은 애매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군말 않고 서류 작성을 도와주었다.

마법대회는 총 2일에 걸쳐 진행된다. 첫날에는 예선전이고, 둘째 날이 본선이다. 참가자가 적기 때문에 대회를 오랫동안 끌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은 참가자가 적어 반나절이면 우승자를 가려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높으신 분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2일이라는 기간이 되었다.

테드는 ‘파이로크’도시의 북쪽 끝에 있는 마법 실험장의 입구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곳은 황무지같은 공간으로 마도협회가 가진 마법 실험장 중 하나다. 황무지이기 때문에 여러 마법을 실험할 수 있다. 여기서 마법대회에 예선전이 치러진다.

“1번 참가자, 볼트 싸이즈 님. 앞으로 나와 주세요.”

마도협회 소속의 마법사가 큰소리로 외쳤다. 40명가량 있던 예선 참가자들의 시선이 정면에 있는 그녀에게 꽂혔다. 검은색 로브를 걸치고 후드를 쓰고 있어 그녀의 외모는 보이지 않지만 고운 목소리나 로브 위로 드러나는 몸매 등을 보면 상당한 미인으로 보였다. 후드 밑에 드러난 턱 선도 제법 갸름하다.

그녀는 참가자들을 이곳으로 이끌고 오면서 자신을 래비라고 소개했다. 테드는 그녀

를 몰랐지만, 다른 참가자들은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감탄성을 흘렸다. 그녀는 마도협회 소속의 주로 전투 쪽으로 제법 유명한 여마법사다.

볼트라 불린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입을 꾹 다문 채 성큼성큼 걸었다. 몸이 굳어 있는 것으로 보아 긴장하고 있는 게 훤히 보였다.

래비는 그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며 뒤의 예선 참가자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긴장한 얼굴이었다. 무리도 아니라고 래비는 생각했다.

지금 이곳의 상황은 마법으로 도시 내에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고 있다. 마법 대회는 1,000명의 시민들이 직접 심사하기 때문이다. 1,000명의 시민은 제각각 예선 참가자들에게 최소 1점에서 최고 10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시민들의 합산한 점수를 통해 5명의 본선진출자를 뽑아낸다.

실수를 저질러 마법에 실패하면 비웃음을 사고 성공한다고 해도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곳에 오기 전에 설명을 들으셨겠지만, 다시 한 번 설명해드리죠. 이번 대회에서는 한 종류의 마법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예선에 사용한 마법을 본선에서도 사용해야 하죠.”

래비는 황무지의 바닥에서 올라오는 허수아비를 가리켰다.

“저 허수아비를 상대로 마법을 시전하면 됩니다. 파괴 마법이 아니라, 환상이나 정신계열의 마법의 경우 제게 말씀드리면 허수아비 대신 고블린을 상대로 마법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단, 마법의 경우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마법이어야 하는 조건이 있어요. 쉽게 말해 마도협회에서 따로 팔지 않는 마법이어야 하죠.”

테드는 이 마법대회의 목적을 알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마법사는 새로운 마법이란 것에 환장하게 된다. 미지의 마법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망한 마법사를 찾아낼 수도 있다.

“파이로크 시민들은 화려하고 강력한 마법을 사랑하죠. 예선에서는 마법의 화려함과 강력함을 중점을 두고 있죠. 본선에서는 실제로 마법을 활용하는 방법, 즉 실용성을 판단하게 됩니다. 전투를 통해서 말이죠.”

래비의 후드 아래 드러난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말했다. 제대로 된 전투를 겪어보지 못한 마법사들은 저마다 긴장한 모양이었다.

“말이 길어졌네요. 볼트 싸이즈 님. 마법에 대한 이름과 간단한 설명을 해주신 뒤에 허수아비를 향해 사용하시면 되요.”

테드는 래비를 보며 살짝 혀를 찼다. 볼트 싸이즈는 래비가 설명하는 동안 꿔다놓은

병풍마냥 가만히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감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젊은 나이로 보이는 만큼 시선이 자신에게 주목되는 경험이 없는 게 틀림없다. 팔과 다리가

살짝 떨리고 있는 걸 보면 확실했다.

그런데 저 래비라는 여자는 사악하게도 볼트를 모두의 앞에 내놓고 시간을 끌었다. 불쌍한 볼트는 래비가 설명하는 동안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느껴야했다.

‘딱 봐도 일부러 그런거네. 즐기고 있는 건가. 더러운 성격이야.’

테드가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 볼트가 쭈볏거리며 자신의 이름과 출신지를 밝혔다. 파이로크 도시내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구경하고 있을 시민들에게 보내는 인사였다.

시민들이 지켜보는 만큼 버르장머리 없이 행동하면 시민들에게 몰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 사용할 마법은 포이즌 파이어 볼, 입니다.”

“포이즌 파이어 볼이라… 이름만으로 어떤 마법인지 대충 예상이 가네요. 그럼 시작해주세요.”

래비가 말했다. 볼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법진을 준비했다. 허공에 붉은색의 마법진이 그려진다. 그리고 몇 십초가 지나자 마법이 발동되었다.

녹색의 불덩어리가 허공중에 호선을 그리며 허수아비에 작렬했다. 커다란 소리와 함

께 파이어 볼이 폭발한다. 동시에 허수아비 주위에 녹색의 연기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제법 난이도가 있는 마법이야. 독과 불은 상극이라 쉽지 않은데.’

“자, 여러분 저기를 봐주세요.”

테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래비가 황무지의 한쪽을 가리켰다. 거기엔 칠판같은 검은색의 판이 있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던 판에 하나의 이름과 점수가 크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아래에 조금 작은 글씨로 그의 이름과 점수가 떠올랐다.

1. 볼트 싸이즈. 3540점.

“1,000명의 시민 여러분의 심사 결과가 자동으로 나타나게 되어있어요. 기록은 상위 5명까지 나타나기에 최종적으로 저기에 기록되어 있는 5명이 본선 진출자가 되지요.”

래비의 말에 모두가 감탄하고 있을 때, 테드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하나의 종이를 꺼냈다. 예선 참가자의 확인서다. 거기에 적혀 있는 테드의 참가 번호는 32. 조금 많이 기다려야 했다.

“포이즌 파이어 볼이라… 이름부터 임펙트가 조금 부족한 것 같네요.”

래비가 말하자 볼트는 기죽은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래비는 그에게 관심 없다는 듯 이윽고 2번 참가자의 이름을 불렀다.

그 이후, 예선전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테드는 절반도 되지 않는 볼트의 점수가 중상위권에 속하는 점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예선 참가자들이 선보인 자신만의 마법은 대부분이 조잡했다. 볼트가 선보인 포이즌 파이어 볼처럼 기존의 2개 이상의 마법을 섞어 만든 새로운 마법이 거의 대부분이었으며, 실용성들이 의심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마법도 있었다.

그리고 25명까지 온 지금 1위는 7522점이다. 그는 워터 블레이드라는 마법을 선보여 허수아비를 넘어 황무지에 있는 바위까지 잘라버렸다. 약 10M 정도가 워터 블레이드의 사거리였다.

“와, 대단하네요! 근데 마법사가 검을 휘두르는 건 조금 효율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요.”

래비가 가차없이 말했다. 테드는 그녀가 좋게 말하는 걸 몇 번밖에 본적이 없었다. 이상한 것은 그녀가 되는대로 지껄여도 예선 참가자들은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점이다. 아마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지위가 만만치 않은 것이 아닐까.

“26번 참가자. 주니크 스텀프 님. 앞으로 나와 주세요.”

주니크 스텀프라는 자는 황무지에 아무렇게나 앉아 기다리고 있던 인물이었다. 비척거리며 일어난 그는 보기 흉할 정도로 말라 있었다. 살가죽이 뼈에 붙어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솔직히 지금 당장 쓰러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라 있었다.

주니크는 퀭한 눈으로 래비를 바라봤다.

“네가 재작년 우승자인 래비 모스후냐?”

주니크가 적의를 담아 말했다. 마른 주제에 키가 2M에 달하기 때문에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제 이름을 알고 계시군요. 그런데요?”

래비는 조금의 당황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 위협따윈 같잖다는 듯이 드러난 입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주니크는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퉷하고 침을 내뱉었다.

“건방진 년. 아까부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심판관이면 적어도 얼굴을 보여라.”

테드는 속으로 그에게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그도 래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연히 느껴지는 오만함과 입가에 항상 지어져 있는 웃음을 심기를 건드렸다.

“그렇게 제 얼굴을 보고 싶나요? 어려운 일은 아니니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드려야죠.”

래비는 곧바로 후드를 잡고 뒤로 넘겼다. 밝은 분홍빛의 단발머리가 찰랑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드러난 턱에 걸 맞는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주니크는 래비의 분홍색의 눈동자를 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다시 퉷하고 침을 뱉었다. 래비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네년. 빛의 마법이 전문이라며?”

“예. 예. 그렇긴 한데요. 솔직히 주니크 님과 잡담을 나눠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뒤에 기다리고 계시는 참가자 분들이 있으니 입 다물고 할 일만 후딱 해주시면

안 될까요?”

래비가 머리에 나있는 작은 검은색 돌기 같은 뿔을 툭툭 건들며 말했다.

“네년. 태도를 보니 원한을 많이 샀겠군. 충고하나 해두지. 밤에는 얌전히 집에 박혀 있는게 좋을 거다.”

“마도협회 소속의 1급 마법사인 저를 습격하는 어리석은 자가 있을 리 없잖아요. 겉모습만큼이나 재미 없는 농담을 하시네요.”

조금도지지 않으려하는 래비의 모습에 주니크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데스 인첸트다.”

뜬금없이 그렇게 말하고는 허수아비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진득한 검은색 기운이 그의 손에서 뻗어 나와 허수아비에 부딪혔다. 검은색 기운은 허수아비를 뒤덮어 흡수되듯이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허수아비 찢어지더니 모습이 변했다. 다리가 생겨 두 발로 걷고 뻣뻣하게 고정되어 있던 양팔은 관절이 생긴 것인지 이상하게 뒤틀려 있었다. 또한 아무런 얼굴도 없던 허수아비의 머리에 눈구멍과 입이 생겨났다. 입안은 톱니같은 송곳니들이 가득했다.

허수아비는 미친 듯이 주변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래비의 얼굴의 웃음기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주니크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데스 인첸트는 무생물을 일시적으로 언데드로 만들지. 네년에겐 익숙한 마법으로 보일거야. 안 그래?”

“……제 마법을 베꼈나요?”

래비는 재작년에 ‘키메라 인첸트’라는 마법을 선보였다. 무생물을 일시적으로 마법 생명체로 만드는 마법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무생물로 돌아간다. 래비는 이 마법으로 대회에서 우승했고, 마도협회의 일급 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베끼긴. 조금 참고했을 뿐이다. 너도 보면 알겠지만, 네 마법과는 다른 사령계 마법이다. 생각이 있다면 괜한 트집을 잡진 않겠지.”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럭저럭 쓸만한 마법이군요.”

래비가 얼굴에 다시 미소가 찾아왔다. 주니크는 혀를 차며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8170점을 받으며 1위로 올라갔다.

예선전은 계속되었다. 래비 또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말수는 급격히 줄어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테드의 순서가 다가왔다.

“32번 참가자. 테드 크루시안. 앞으로 나와 주세요.”

테드는 휘적휘적 걸었다. 새로이 나타난 허수아비를 보며 하품을 쩍 내뱉었다. 조금도 긴장하지 않은 소년의 모습에 래비는 조금 당황한 듯 했다.

“허세도 과도하면 보기 좋지 않아요.”

“허세가 아니야. 내가 긴장해야 할 정도의 실력자가 여기에 없어. 당신을 포함해서 말이지.”

“아무리 봐도 허세로밖에 보이지 않는데요.”

“그게 당신의 한계야.”

테드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허공에 7개의 마법진이 그려진다. 마법진의 색깔은 제각각 달랐다.

시민들은 얼마나 어려운 마법이냐가 아니라, 임펙트가 강한 마법 일수록 점수를 준다. 대부분의 마법이 화려할수록 상위의 마법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경우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르기에 화려한 마법일수록 열광한다. 그리고 테드의 마법 중 화려함만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마법이 있었다.

“레이저 퍼레이드(Laser Parade). 여러 개의 마법으로 보이겠지만, 이건 하나의

마법이야.”

테드가 오른손을 아래로 내렸다.

7개의 무지개색의 레이저가 허수아비를 소멸시킨 것도 모자라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었

다.

빛의 마법을 전문으로 사용하는 마법사로서 레이저 마법 자체가 상위의 마법임을 알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고 있는 래비를 무시하고 점수판을 쳐다봤다. 점수판은 갱신되었고 테드는 단숨에 9375점으로 1위에 등극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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