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결한 영혼-112화 (11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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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코스모스 아카데미의 축제.

서재의 안으로 들어선 테드는 우선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책장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책장과 바닥에 자체적인 마법이 걸려 있어 자동적으로 책을 최상의 상태로 보관해주고 있었기에 책의 상태는 최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책장으로 손을 뻗어 대충 아무거나 한 권 뽑아낸다.

스윽, 아무런 막힘없이 한 권의 책이 뽑혀져 나왔다. 테드는 책의 표지를 읽었다.

“……귀족 야사?”

저자를 보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귀족에 관한 야사가 왜 금서구역에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테드의 의문에 대답해주기라도 하듯 라이거가 입을 열었다. 그는 코스모스 아카데미에 오기 직전 마법 도서관의 금서 구역에 관한 정보를 접했기에 어느 정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정사에 적지 못한 내용들이 적혀 있다.”

라이거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금서로 지정 될 정도이면 평범한 내용이 적힌 것은 아니다. 알려지면 곤란한 내용, 에를 들면 대귀족의 치부같은 것들이 적혀 있을 것이다.

“그대가 귀족에 관한 역사를 알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 과인은 마법서를 찾을 줄 알

았는데.”

“아, 아뇨. 그냥 어쩌다 뽑아든 것 뿐이에요.”

테드가 재빨리 책장으로 다시 꽂아 넣었다. 그는 귀족에 대한 역사에 관심 없었다. 치부나 비리에도 물론 이다.

“그런가. 과인과는 목적이 다르군.”

라이거는 오른손에든 책을 흔들며 말했다. 테드가 뽑아든 책처럼 귀족에 관한 것이 적혀 있는 책이다. 대충 훑어본 결과 금서로 지정될 만큼 악취나는 비리들이 적혀 있었다. 이것만으로 현재 귀족들을 처벌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라이거는 이 책을 증거삼아 귀족들을 처벌 할 생각은 없었다.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은 적게는 몇 십 년부터 많게는 몇 백 년 전의 것이기 때문이다.

“무공서나 마법서의 경우 안쪽에 있다.”

라이거가 참고하라는 듯이 말했다. 테드는 별달리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금서로 지정될 만큼 재밌는 소설 같은 건 없나….”

“소설인가. 몇 개 있지만 재밌지는 않지. 유해물질로 판단되어 이곳에 보관되어 있

을 뿐이다. 독자에게 반역을 꾀하게 만든다든가, 어처구니없는 내용이라든가. 대표적으로 인비저블 드래곤 등이 있지.”

“소설은 포기하도록 하죠.”

테드가 깔끔하게 선언했다. 생각해보면 기왕 금서 구역까지 들어 왔는데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뭐했다. 십중팔구 다시 들어오지 못할 공간이다. 귀찮더라도 마법서를 훑어보는 쪽이 좋았다.

테드는 안쪽의 책장으로 움직였다. 손만 가져다 대어도 바스라질 것 같은 낡은 책들이 대량 보관되어 있었다. 테드는 조심스럽게 책 한권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낡은 책을 펼친다.

상급의 마법이 적혀 있는 마법서였다. 테드는 알고 있는 마법이었기에 다시 책장으로 집어넣었다. 테드 정도 되면 쉽게 알 수 없는 상급 마법 정도는 전부 꿰차고 있었기에 마법서를 꺼냈다가 도로 넣는 행동에 반복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하나의 책에 멈춘다.

그것은 검은색의 책이었다. 표지에는 글로 된 제목은 딱히 없고, 딸랑 하나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은 황금색으로 새 같은 모양이었다. 안타깝게도 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어떤 새인지 알 수 없었다. 테드의 눈에 비친 황금색 그림은 독수리 같기도 했고, 매 같기도 했다.

조금 특이한 책일 뿐인데 뭐라 할 수 없는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다. 기분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책의 표지를 넘겼다.

테드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설마 고대 마법이 적힌 책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

경악어린 말이 입을 통해 흘러 나왔다.

책에는 테드가 모르는 고대 마법이 적혀 있었다. 이 책만 보고서 고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지만, 어느 정도 연구 한다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테드는 슬쩍 라이거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처럼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는지 하나의 책에 집중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그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마법을 발동한다. 테드의 오른 집게  손가락 끝에 하얀색의 마법진이 하나 나타났다. 테드는 손가락을 이용해 책의 내용을 훑었다.

특별히 위험한 마법은 아니었다. 단지 책의 내용을 마법으로 기록하는 것뿐이다. 필사에 가까운 행위이기에 라이거가 알면 말릴 것이 분명했다. 테드는 책을 읽는 척하며 책을 한 장 한 장 마법으로 기록해 나갔다.

책에 기록된 고대 마법은 몇 개 없었기에 책은 그리 두껍지 않았다. 십 몇 분이 흐른 뒤, 마법으로 기록을 끝낸 테드가 마음 편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놀란다. 이 책은 고대 마법의 입문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고대 마법에 대해 설명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테드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도 처음 드는 지식이 책에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 책에는 ‘영력(靈力)’이라는 것이 언급되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내용이 이곳에 적혀 있었다.

[ 영력이란, 이름 그대로 영혼의 힘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영혼이 영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생물은 영혼을 인식할 수 없으며, 영혼을 자신의 뜻대로 다룰 수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법을 창시한 종족인 레칸은 육체가 없는 정신체였기에 영혼에 관해서 가장 잘 알았으며, 영혼의 힘을 사용할 줄도 알았다. ]

정신체였다는 말에 테드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한 마디로 레칸이라는 종족은 정령과 비슷했다는 말이다. 어쩌면 정령의 아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대부분의 고대 마법은 영력이 아니면 제대로 발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력은 레칸이 아니더라도 가질 수 있으며, 단련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신통한 힘을 발휘하는 무녀다. 그녀들은 미래를 예지하거나, 영혼을 보는 등의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그 힘은 마나와 전혀 관계없는 힘으로 영력이란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녀들이 온전하게 영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들 보다 타고난 영력이 제멋대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조금의 통제도 못하기에 고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고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영력을 완전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지. 힘을 통제하는 방법!”

테드가 중얼거렸다. 말에는 기쁨이란 감정이 서려 있었다. 테드가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뒤에 나온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영력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우선 육체를 벗어나 영혼 상태가 되어 영력을 제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즉, 정신체가 되어야 한다. ]

테드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육체를 가진 생물이 정신체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마법도 없었다. 육체가 있기에 비로소 생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혼 상태가 되어라. 간단히 말해서 죽으라는 뜻이다.

어처구니없는 내용에 당장 책을 덮어버릴 뻔했지만, 뒤에 확실한 해결방안이 있었다.

[ 아우티리아 왕가에는 일시적으로 생물을 정령으로 만들어 주는 보물이 있다. 그것을 사용하면 정신체가 되어 영력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

영력에 대한 언급은 이것으로 끝났다.

그 보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었다. 문제는 그 보물을 구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왕가에 숨어 들어가서 훔쳐야하나?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포기하고 말지.

테드는 책장을 획획 넘겼다. 이윽고 마지막 장에 다다랐다. 테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으로 기록할 때는 보지 못했던 하나의 문장이 나타나 있었다. 빼먹은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그것도 글자가 아닌 마법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기억하지 못 할리는 없다.

어쩌면 책에 어떠한 장치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내용이 나타나도록 말이다.

마법어의 해석은 쉬웠다. 테드가 해석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건 텔레포트 마법에 사용되는 좌표다. 네메스 대륙의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딥크스…… 경계의 땅.”

테드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거기에는 대마수가 지키고 있는 난공불락의 고대 유적이 있는 곳이다. 대마수는 구역에 침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딥크스도 건들지 않는 곳이다. 대마수는 딥크스 조차 쉽게 건들지 못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이다.

“……내가 갈일은 없겠지.”

테드가 어색하게 웃으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 책장에 집어넣었다.

고개를 돌려 라이거를 확인한다. 라이거는 책에 푹 빠져 있었다. 건들기도 뭐했기에 테드는 달리 서재의 내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책을 살폈다. 그리고 하나의 책을 발견 했다.

“네메스 대륙의 영약들.”

이라는 제목이었다. 딱 봐도 영약에 관한 것이 적혀 있을 것이다. 아마도 희귀한 책으로서 금서 구역에 배치된 것이리라.

테드는 루크에이스 과실을 떠올리며 책을 펼쳤다.

거기에 답이 있었다.

루크에이스 과실의 효과와 부작용에 관한 것도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섭취하는 것으로 양기를 극대화시켜주고 소량의 마나를 늘려준다. 그러나 다른 양기가 강한 약초나 영약들과 함께 먹으면 곱절로 효과가 강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심할 경우 죽음까지 잃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제길…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봤더라면… 아니, 내가 섣불리 복용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빈약한 인내심을 한탄했다. 그의 두 눈은 책의 내용에 딱 달라 붙어 있었다. 마나를 늘려주는 영약, 병을 낫게 해주는 영약, 양기… 즉, 정력을 높이게 해주는 영약들에 대한 것이 가득 있었다.

“크흐흐흐…….”

저도 모르게 음산한 웃음이 흘러 나왔다. 너무 기쁜 감정에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테드는 최대한 컨트롤 해서 목소리를 죽여 웃었다.

드래곤 하트. 용의 심장이라 불리는 그것이 기록 되어 있었다. 일반 지능이 없는 드래곤의 경우에도 양기를 품고 있어 남자가 섭취하면 굉장히 좋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에이션트 드래곤의 심장에 대한 전설이 적혀 있었다. 내시, 그것도 나이가 80이 넘어가는 노인이 에이션트 드래곤의 심장을 복용하고서 성기가 부활한 것 뿐만이 아니라 20대로 회춘했다는 전설. 그 끝에는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이 덧붙여져 있었으나 현재 테드는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에이션트 드래곤…… 분명 흑룡 놈이 네크로시스에 연관 되어 있었지.”

테드의 눈이 위험하게 반짝였다. 입가는 경련하듯 웃고 있었다.

테드는 머릿속으로 에이션트 드래곤을 죽일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에이션트 드래곤의 거주지야 유명하니 문제 없이 찾아갈 수 있다.

고대 마법, 궁그닐을 최대로 전개한다면 아무리 에이션트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어떻

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에 테드에겐 다크 체인이 있었다. 다크 체인으로 묶이면 에이션트 드래곤은 그저 커다란 도마뱀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완성되어가는 와중에 라이거가 테드를 향해 다가왔다.

“슬슬 돌아가지. 저녁이 되면 신하들이 과인을 찾아 이리저리 날뛸 것이다.”

“이야~.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라이거는 테드의 손에 들린 책을 읽고 고개를 저었다. 기껏 금서 구역에 와서 읽는 책이 저것이라니. 라이거는 테드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테드와 라이거는 아카데미 입구에서 이별했다.

축제 3일 째, 라이거가 정식으로 방문했다. 국왕을 보기 위한 시민들이 아카데미 주위를 빼곡히 채웠으며,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길을 통제했다. 그날 밤, 라이거의 짧은 연설로 축제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시간은 유수같이 흘렀다.

해가 바뀌고 테드가 13살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테드에게 좋은 소식이라면 발기 유지 시간이 아주 약간 늘어났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마릭이 레미에게 프로포즈 했고, 레미는 그걸 받아 들였다는 점이다. 내년에 결혼을 한다는 모양이다. 커플 지옥이다.

2월이 되어서 아카데미의 졸업식을 끝으로 테드는 더 이상 교사의 일을 관두게 되었다. 작년 말에 라이거의 숙청이란 이름의 왕국 청소가 끝남과 동시에 기존의 교사들이 돌아온 것이다. 애초부터 계약 내용도 1년간 도와주는 거였고.

붉은 모자의 교사는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같은 전투 마법 교사인 베진이 테드의 의지를 이어받고 붉은 모자를 쓴 것이다. 그는 테드를 통해 학생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을 곁에서 확인한 교사였다. 그는 기꺼이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악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테드는 아이리스를 통해 자유 기사의 신분을 얻었다.

============================ 작품 후기 ============================

흑룡 크루틱 : ……(오싹).

설날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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