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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네크로시스
“이 정도 규모의 언데드는 평생 만들었다 치면 모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본드래곤만큼은 예외지. 드래곤의 시체는 어디서 얻은 거지?”
수천마리의 언데드는 제각각 어슬렁거리고 있다. 땅을 발로 차거나 팔로 허공을 젓는다. 그러나 머리 만큼은 테드 쪽을 향해 있다. 신호가 떨어지면 당장 달려들 것이다.
“저 귀염둥이 셋은 받은 거다! 이 보관소와 함께!”
포굴이 보란 듯이 양팔을 벌렸다. 가볍게 팔을 흔드는 모습이 박살난 어깨는 마법으로 치료한 모양이다.
“죽지 않는 저들의 모습이 전율스럽지 않나!”
“전혀.”
테드가 간단하게 말했다. 암브로시아가 지속될 시간을 대충이나마 계산한다. 격하게 움직이지도 않았고, 마법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일단 마력은 충분하고 암브로시아도 앞으로 10분 이상은 지속될 것이다. 변수라고 한다면 몸의 상태다. 아까보단 나아졌지만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은 그대로였다.
“이해를 못하는 군! 마법사라면 알 텐데?! 언데드의 아름다움을!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법칙을 벗어나려는 네크로맨서의 의지를! 이 언데드의 주인인 나의 위대함을!”
포굴이 힘을 주며 웅변하듯 말했다. 그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가장 보람을 느끼고 환희를 느끼는 순간이 바로 자신의 언데드 군대를 선보였을 때다.
포굴은 자신의 군대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 어지간한 도시는 자신의 군대에 버티지도 못하고 함락할 것이다.
국가는 아니더라도 도시 몇 개와 맞먹는 언데드 군대. 이 사랑스러운 병사들을 보고 어찌 흥분하지 않고 배길까.
“지랄.”
테드가 낮게, 그러나 확실한 부정의 감정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으나 포굴의 고막에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포굴의 얼굴이 청천벽력의 소리를 들은 듯 급격히 굳어졌다. 그리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를 보듯이 테드를 노려봤다.
“죽음을 벗어나긴 개뿔. 결국은 그냥 걸어 다니는 시체일 뿐이지.”
포굴이 이를 뿌득 갈았다. 그의 기억 속에 네크로맨서를 무시하는 인간들이 떠올렸다. 누군가는 경멸했고, 누군가는 혐오했다. 사령술을 이해해주는 자들은 적었다. 펠리스에서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딥크스에서도 핍박은 없었지만, 사령술을 환영하지는 않았다.
“이…… 우매한 놈!”
포굴이 해골 지팡이를 탁 내려찍으며 일갈을 내질렀다. 언데드가 그 분노에 반응하듯 전투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다.
“마법사 주제에 위대한 마법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확실히 수천마리의 언데드를 다루는 것은 대단해. 그러나 저것들 모두가 네 힘으로 만
든 것이 아닐 텐데. 남의 것을 받은 주제에 뭐가 그리 잘난 거지?”
“다름 아닌 나이기 때문에 크루틱은 날 선택한 것이다!”
“……크루틱. 흑룡인가.”
네므스 대륙에 단 3마리만이 남은 에이션트 드래곤 중 하나. 시스템에 의해 드라칸의 왕국인 드래프리온에서 벗어날 수 없다. 드래피리온의 수호룡 중 하나다. 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대륙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 크루틱! 그 위대한 드래곤이 날 선택한 것이다!”
에이션트 드래곤이라면 이 결계에 대해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에이션트 드래곤은 마법의 주종이라 불리는 고대 종족이면서 대마도사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테드는 불현 듯 우크사이어 저택에 있는 사진을 떠올렸다. 사진 속의 그림자에 있는 고양이와 닮아 있는 파충류의 눈동자. 드래곤은 도마뱀, 파충류였다. 그렇다고 흑룡 크루틱이 우크사이어 일가를 몰래 보았다곤 상상할 수 없다. 한 국가의 수호룡이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가.
“흑룡은 재앙은 뜻한다지.”
“……네놈. 뭘 말하고 싶은거냐.”
포굴이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테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와서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서론이 길어지는 것 같은데. 안 덤비나?”
“네놈은! 이 군세를 보고서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래봤자 시체의 군세일 뿐이지. 진짜 위대한 마법이 뭔지 보여주지.”
테드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포굴의 얼굴에 혈관이 불끈 솟아 올렸다. 그는 테드가 자신만만한 태도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세 일뿐이라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거슬렸다.
포굴이 힘을 닿아 해골 지팡이를 바닥에 찍었다. 쿵! 하는 소리가 울러 퍼진다.
“죽여라!!”
언데드 군세에 명령이 떨어졌다.
하나의 먹이를 두고 싸우는 하이에나 떼처럼 죽은 시체들이 테드를 향해 달렸다. 유령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날았다.
가장 빠르게 테드를 향해 날아온 밴시가 테드의 앞에서 비명을 내지르기 직전, 테드의 몸이 사라졌다. 어리둥절한 밴시가 주변을 배회했다.
포굴이 고개를 올렸다. 상공 100M의 위, 본드래곤이 날아다니는 그곳에 테드가 나타났다. 본드래곤 한 마리의 등에 올라탄 테드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블링크… 아니, 텔레포트 인가…!”
포굴이 혀를 차며 말했다. 캐스팅 속도가 엄청났다. 그렇다해도 그뿐이다. 수천이 넘는 언데드 군단앞에서 테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본 드래곤의 등에 올라탔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한 본드래곤의 위에 올라선 테드는 머리로 이어지는 척추뼈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쾅! 하는 소리가 울리며 뼈에 금이 갔다. 그곳으로부터 새하얀 마법진이 나타난다.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포굴의 지배력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본드래곤가 가지고 있는 마법저항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마법을 성공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본드래곤의 등에 있는 테드를 발견한 나머지 2마리의 본드래곤이 입을 쩌억 벌리고 물을 뜯을 기세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크기가 커서 테드가 타고 있는 본드래곤 까지 턱으로 부
숴버릴 것이다.
촤르륵. 사슬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검은 사슬이 나타나 2마리의 본드래곤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나무 굵기 만한 크기의 큰 검은 사슬은 사방에서 나타나 2마리의 본드래곤을 휘감더니 옴짝달싹 못하게 속박하는 것에 성공했다.
철컹철컹. 속박된 2마리의 본드래곤이 거세게 반항했다. 그 타고난 완력에 검은 사슬이 부러질 듯 팽창한다. 오래는 버티지 못하리라.
테드가 타고 있는 본드래곤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등에 붙은 테드를 떨어뜨리려고 애썼다. 테드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뼈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주먹을 떼지 않았다.
끼아아아악! 지상에서 올라온 밴시와 스펙터가 금속을 긁는 듯한 높은 비명을 질렀다. 하얀 불꽃같은 스펙터가 테드의 몸을 빼앗기 위해 돌진했다. 그러나 스펙터는 테드의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스킬, ‘마성(魔性)’에 의해 튕겨나간 것이다. 그러나 스펙터는 한 번의 실패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테드는 정신공격을 하는 스펙터와 밴시를 무시하며 마법을 완성시켰다. 그것을 축하하듯 2마리의 본드래곤이 검은 사슬을 끊어냈다.
“위로 올라가.”
테드가 명령했고, 본드래곤은 테드를 태우고 위로 날기 시작했다. 그 뒤를 2마리의 본드래곤이 쫓았다.
테드가 쫓아오는 본드래곤 2마리를 향해 화염구를 던졌다. 5개가 넘는 화염구가 본드래곤에게 적중했지만 끄덕도 하지 않았다. 잠시 주춤하는 게 전부였다.
“빌어먹을. 꼴에 드래곤이라 이건가.”
드래곤 특유의 높은 마법저항력이었다. 혀를 찬 테드는 귀찮게 하는 유령계 몬스터를 정리하기로 했다. 밴시와 스펙터가 얼어 테드의 손짓에 따라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유령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지상에서 날아온 마법공격에 테드가 타고 있는 본드래곤이 충격으로 몸을 비틀거렸다. 포굴과 치들이 테드를 향해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데스나이트 못지않은 고급의 언데드인 리치는 약 50마리 정도였다. 물론 대부분의 마법은 적중되지 못하고 비껴나갔다.
“끝이 없군. 두 마리의 본드래곤은 네가 처리해라. 오버드라이브(Overdrive).”
본드래곤에게 강화 마법을 걸어준 테드가 곧바로 등에서 뛰었다. 허공에 떨어지는 테드를 2마리의 본드래곤이 먹이를 발견한 금붕어처럼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으나, 테드가 지배한 본드래곤이 꼬리를 휘둘러 저지한다.
테드를 노린 화살과 마법이 날아왔다. 그것들이 몸에 꽂히기 전 마법을 발동한다.
블링크를 사용해 포굴의 바로 앞에 나타난 테드가 오른발을 돌려 찼다. 마력 감지를 통해 테드가 나타날 장소를 빠르게 감지한 포굴은 간단히 오른쪽으로 움직여 피해냈다.
테드는 포굴을 향해 다음 공격을 퍼부을 수 없었다. 주위에 있던 스켈레톤과 구울들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스켈레톤의 갈비뼈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스켈레톤의 몸체가 박살나며 바닥으로 비산했다.
부패한 몸을 한 구울이 입을 쩍 벌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선보였다. 테드가 보답으로 돌려차기를 꽂아주었다. 구울의 머리가 허공에 굴렀다.
쉴틈 없이 언데드가 몰려들었다.
에너지 블레이드를 사용해 좀비와 구울을 베어낸다. 폭발마법으로 스켈레톤을 박살내며, 얼음마법으로 밴시와 스펙터를 얼린다. 불꽃으로 태우고, 번개로 지지고, 바위로 박살내며, 중력으로 짖누른다. 온갖 마법으로 언데드를 처리해도 언데드는 계속해서 덤벼들었다.
“위대한 마법을 보여준다고 하지 않았나?”
블링크를 이용해 테드에게서 떨어진 포굴이 낄낄 웃었다.
해골마를 탄 죽음의 기사가 칠흑같은 어둠을 담은 검을 들고 돌진했다. 주변에 널린 스켈레톤과 좀비를 잡초처럼 짓밟으며 테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에너지 블레이드가 데스나이틔 검과 부딪혔다. 그리고 두부마냥 손쉽게 데스나이트의 검이 잘려나갔다. 그뿐만이 아니라 칠흑의 갑주가 에너지 블레이드에 닿는 순간 종이조가리라도 된 듯 찢어졌다.
“……더럽게 많군. 진짜.”
듀라한을 반토막내며 테드가 말했다. 입에서 단내가 났다. 불평하는 중에도 테드는 언데드를 죽이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방에 언데드가 있다 보니 리치가 마법 폭격을 멈춘 것이다. 리치는 테드가 아닌 상공에 있는 본드래곤을 공격하고 있었다.
테드가 힐끗 하늘을 바라봤다. 2마리의 본드래곤을 상대하고 있는 한 마리의 본드래곤이 지상에서 날아온 거대한 불덩어리를 맞고 바닥에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면이 흔들렸고,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사방에 언데드가 깔려 있기 때문에 못해도 수백은 재기 불능이 되었을 것이다.
테드는 에너지 블레이드를 회전하듯 베어냈다. 주변의 언데드가 바닥에 쓰러지고 일순간 공간이 만들어졌다.
“절대 방어(Absolute Barrier).”
전투 와중에 준비한 마법을 발동한다. 하얀색의 둥근 막이 테드를 중심으로 처졌다. 데스나이트가 검을 휘둘렀지만 배리어를 뚫진 못했다.
“절대 방어(Absolute Barrier).”
테드는 그 상태에서 다시 마법을 발동했다. 하얀 막안에 또 다른 막이 생겨났다.
“앱솔루트 배리어인가. 이제 와서 뭐 하러 그걸 사용한 거지? 중첩해봤자 3분이면 사라지는 마법이다. 마력이 딸리기라도 하나?”
포굴이 블링크를 사용해 테드의 앞에 나타나 비아냥거렸다. 에너지 블레이드를 뻗어도 닿지 않는 고묘한 사정거리였다.
테드는 그에 말에 대답해주는 대신 앱솔루트 배리어를 다시 중첩시킨다. 총 5번의 방어 마법. 포굴이 인상을 썼다. 뭣 때문에 저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앱솔루트 배리어는 최상위의 방어 마법이다. 여기에 있는 언데드 중에서 본드래곤을 제외하면 앱솔루트 배리어에 흠집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3분이 지나면 배리어는 사라진다. 중첩했다고 해도 3분이 지나면 중첩한 것까지 사라진다.
테드는 총 5겹의 하얀 막 속에서 미소 지었다.
“말했지. 위대한 마법을 보여주겠다고.”
원래는 이 시점에서 마나포션을 들이켜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마력이 많았다. 아마도 과다복용한 정력제가 낭심이 아닌 마력으로 간 것 같았다.
테드가 오른손으로 검은 하늘을 가리켰다. 포굴의 시선이 자연스레 검은 하늘로 움직였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 뭘 하자는…….”
말을 잇던 포굴이 한순간 말을 잃었다. 구름하나 없는 검은 하늘에 붉은색 전류가 나타났다. 아주 약하고 작은 전기라서 포굴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었다. 그러나 붉은색 전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 하늘에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하늘이 검기 때문에 더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붉은색 전류는 이윽고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원… 이라고?”
전류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이었다. 포굴은 머리를 굴렀다. 이 현상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테드가 저지른 짓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성질을 부리듯 테드를 노려봤다.
“설명해라! 무슨 짓을 한 거냐?!!”
테드가 여유롭게 하늘을 바라봤다. 붉은 전류로 이루어진 원 고리. 그 안에 별이 반짝이는 검은 하늘이 보였다. 아니, 하늘이 아니라 그것은 우주였다. 하늘 보다 더 위에 있는 그곳.
“본드래곤을 타고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 마법진을 하나 준비했지. 언데드를 제어해야 하는 너는 눈치 채지 못했겠지.”
“…….”
포굴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반박할 수 없었다. 포굴은 언데드를 제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언데드는 기본적으로 본능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돌발 행동을 하는 언데드를 막기 위해서다. 본드래곤 한 마리를 테드에게 빼앗긴 것도 그 탓이었다.
“그래서!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마법을 사용한 거지?!”
“위대한 마법을 보여준다고 하지 않았나. 난 말을 잘 지키는 편이지.”
붉은 전류의 안에서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거대한 운석이었다. 전류의 고리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류의 고리를 지나치는 순간 검은 운석은 불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고리를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듯이 느릿하게 운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화염계 마법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마법.”
테드가 즐겁다는 듯 말했다. 포굴이 숨을 삼켰다. 두 눈은 테드가 아닌 하늘에 고정되어 있었다. 운석은 어느새 그 거대한 몸을 반 이상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불에 타버리면서 점점 작아지고 있다.
“메테오 스트라이크(Meteor Strike).”
설마하는 포굴을 향해 확인사살을 하듯 말했다.
포굴이 경악에찬 얼굴로 서둘러 마력을 일으킨다. 그리고 테드처럼 앱솔루트 배리어를 준비한다. 그러나 캐스팅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네크로맨서인 그는 테드처럼 빠르게 할 수 없었다.
“여기에 날 데려와선 안 됐다.”
필사적으로 마법을 캐스팅하는 포굴을 향해 테드가 이기죽거렸다.
“네 이노오오옴!!”
포굴이 해골 지팡이를 들고 테드를 향해 휘둘렀다. 강대한 힘이 실린 지팡이가 하얀 막을 때렸다. 부서진 것은 막이 아니라 지팡이 쪽이었다. 부러진 지팡이엔 시선도 주지 않고 바닥에 버린 포굴이 씩씩 거렸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테드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과 앱솔루트 배리어를 캐스팅하는 것뿐이었다.
“이제 끝내자.”
조금 피로한 기색으로 테드가 선언했고 그렇게 되었다.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유성이 전류의 원에서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다. 그리고 맹렬한 속도로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저것이 떨어지면 이 일대는 거대한 힘에 의해 완전히 소멸할 것이다.
“애, 앱솔루트……!!”
포굴이 포기하지 않고 마법의 이름을 외친다. 그러나 마법은 완성되지 않았다.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메테오가 떨어졌다.
포굴은 거대한 충격파에 사라지기 직전 테드를 노려보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테드가 본 것은 메테오의 충격파에 사라지는 포굴의 모습이었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
거대한 몸체의 본 드래곤이 바스라지고, 수 천 마리의 언데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먼지로 돌아간다. 일반적인 물리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악령계 몬스터가 압도적인 파괴력 앞에서 소멸했다.
테드는 앱솔루트 배리어 속에서 불타는 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메테오가 떨어졌을 때, 앱솔루트 배리어 중 3개가 깨어져 박살났다.
이후 테드가 소환에 의해 결계의 안에 나타난 사이나는 하반신을 노출 시킨 상태로 불타오르는 대지를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는 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