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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영혼-107화 (10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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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네크로시스

듀라한의 갑옷을 종이마냥 잘라버린 미풍이 다시 테드의 몸으로 돌아왔다. 테드의 검은 머리카락이 미풍에 의해 살랑거렸다.

“바람계열의 마법이군. 내가 모르는 마법이야. 비전인가?”

“…….”

포굴이 물었다. 테드는 대답하는 대신 포굴이 서있는 침대를 향해 뛰었다.

포굴의 짐작대로 테드의 몸을 감싸고 있는 마법은 비전마법 중 하나다. ‘바람의 가호’라는 이름의 마법으로 자동으로 적의 공격을 막고, 적에게 움직여 베어버리는 마법이다.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최대한 접근해야 한다.

테드가 포굴을 향해 미약한 바람이 머물고 있는 오른손을 내뻗었다. 이 미약한 바람이 조금이라도 몸에 닿는 순간 칼날바람으로 변해 포굴의 몸을 토막낼 것이다.

포굴이 테드를 피해 침대의 옆으로 피했다. 침대의 매트가 푹신 가라앉았다가 다시 올라왔다.

“……아까도 그렇고. 반응속도가 보통이 아니군.”

평범한 마법사였다면 반응하는 것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포굴은 마법으로 강화된 테드의 움직임에 전부 반응하고 있다. 제대로 포착하고 몸을 놀려 피한다.

“전투 마법사가 다 그렇지 않나. 네가 마법을 신체를 강화시킨 것처럼 나 또한 암살을 실행하기 전에 강화 시켜 두었지.”

“……눈치 채지 못했는데.”

“마법이 아니라 주술이다. 육체 강화계는 주술 쪽이 약간 효율이 높지. 거기에 너처럼 무식하게 강화시키지 않았다.”

포굴이 킬킬 웃었다. 전투의 긴장감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테드는 그의 절대적인 자신감의 이유가 알 수 없었다.

허공에 검은 마법진이 그려지며 마법진의 중심으로부터 검은 쇠사슬이 나타난다. 3개의 쇠사슬은 포굴을 노리고 쇄도하지만, 허공에 나타난 뼈다귀가 쇠사슬과 부딪혀 막아낸다.

테드는 심상치 않은 마력을 느끼고 침대에서 물러났다.

비릿한 피냄새가 났다. 냄새의 근원지는 침대였다. 붉은색의 피가 침대의 매트와 이불을 적시고 있었다. 피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침대를 적신 것으로 모자라 바닥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침대아래에 피웅덩이를 만들어 낸다.

테드는 황급히 배리어 마법을 펼쳤다. 피웅덩이로부터 검붉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일종

의 독이다. 생물의 기관지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기도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호흡을 방해한다. 그대로 질식시키는 것이다.

검은 안개는 테드의 배리어를 뚫지 못했다. 테드가 침대… 정확하게는 그 아래에 있는 피웅덩이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붉은 마법진이 나타났고 불의 창을 소환시킨다. 불의 창은 침대에 떨어졌고 침대가 불타기 시작했다. 검붉은 안개가 열기에 의해 사라진다.

포굴은 침대가 불꽃에 의해 타오름에도 내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하다는 듯이 양팔을 벌리고 있다. 불꽃은 그의 몸은 물론이고 그 위에 있는 검은색 옷도 태우지 못했다. 포굴은 웃고 있었다.

포굴을 힐끗 바라본 테드가 혀를 찼다.

“변태같은 늙은이.”

“네놈이 할 말인가. 우선 사정부터 멈추지?”

테드의 성기는 울컥울컥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테드는 한번 보고서 내버려 두었다. 바

지를 입어도 사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바지속이 정액으로 가득차서 기분 나쁘겠지. 차라리 없는 셈치고 무시하는 것이 나았다.

테드가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테드를 보호하던 미풍이 테드의 손가락 끝으로 모여든다. 바람이 손가락 끝을 간질였다.

테드가 침대를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바람이 칼날이 되어 침대를 향해 날아갔다. 공기의 칼날은 화염을 날려버리며 포굴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포굴을 지나치지 못하고 바로 앞에서 보이지 않는 방어막에 막혀 사라졌다.

테드가 멈추지 않고 오른손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 행동에 손끝에서 머물던 바람은 보이지 않는 칼날이 되었다.

3번째의 칼날을 막아선 포굴의 배리어에 유리가 갈라지듯 금이 가기 시작했다. 테드는 손을 멈추지 않았고, 이윽고 5번째 칼날과 함께 배리어가 박살난다. 그때는 침대를 불태우던 화염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포굴은 시커멓게 탄 침대의 위에서 다음 공격을 기다렸다.

6번째 7번째 칼날이 포굴의 몸을 덮쳤다.

“시원한 바람이군.”

칼날은 검은색 옷을 찢어냈다. 그러나 그 아래에 있는 피부에는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칼날은 작은 바위 정도는 가볍게 절단 낼 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몸이 돌보다 단단한 그 모습에 어이를 상실한 테드가 손을 내렸다.

“뭐냐, 그건. 어떤 마법을 쓴 거지?”

“마법뿐만이 아니라 주술을 함께 사용해 육체를 강화시켰다. 지금 내 신체는 강철보다 단단하다.”

“마법사… 그것도 네크로맨서 주제에 주술을 너무 사용하는군.”

“네크로맨서와 주술은 의외로 잘 맞지.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고. 가령 이렇게….”

테드의 정면 바닥에 어둠이 모였다. 그림자보다 진한 그것 속에서 하얀 두개골이 나타났다. 푸르스름한 안광을 빛낸 그것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앙상한 갈비뼈와 날카로운 손톱,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가는 다리뼈. 스켈레톤이다.

평범한 스켈레톤은 아니었다. 뼈하나 하나에 처음보는 그림 혹은 문자들이 빼곡하게 음각

되어 있었다. 테드는 마법이 아닌 주술과 관련되어 있는 표식임을 한 눈에 알아봤다.

“마법문신과 비슷한 이치다. 다만 생물이 아니어도 효과가 발동하는 게 다르지.”

테드가 주먹을 쥐었다.

“안 물었다.”

스켈레톤을 향해 달려 든다. 뼈에 마법을 새기든, 주술을 새기든 어차피 스켈레톤이었다. 듀라한 보다 약한, 언데드의 가장 기초 적인 몬스터다.

주먹은 정확히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타격했다. 해골이 삐거덕 거렸다.

테드가 뒤로 물러났다. 스켈레톤의 손톱이 허공을 갈랐다.

“뼛조각 하나까지 그냥 넘어가지 않고 주술을 새겨두었지. 손톱 아래는 물론이고 두개골의 안까지. 강도로만 따지면 듀라한 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하지!”

포굴이 낄낄 거리며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자신이 만든 언데드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는 네크로맨서들의 습성이었다. 물론 테드를 비롯한 정상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스켈레톤이 손톱을 좌우로 휘둘렀다. 듀라한 보다 민첩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테드는 큰

위험을 느끼지 못했다.

짜증난다는 듯이 스켈레톤을 바라보던 테드는 한 가지 기억이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런 스켈레톤을 한 번 본적 있었다. 뼈 전체에 주술을 새긴 것이 인상적이라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리고 어떻게 없앴는지도.

테드의 오른쪽에 마법진을 통해 검은색 쇠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드는 쇠사슬을 집어 당겼다. 2M 정도의 검은 쇠사슬이 나타났다. 테드는 쇠사슬을 잡고 오른손에 칭칭 감아서 쥐었다. 그리고 위협적으로 쇠사슬을 바닥에 휘둘렀다. 충격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이 검은 쇠사슬은 마나를 봉인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몸에 닿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사용자인 테드에겐 적용되지 않는 효과다.

테드가 위협적으로 체인을 돌렸다. 붕붕거리는 소리가 포굴의 귓가를 건들였다.

“그딴 사슬로 뭘 할 수 있지?”

“그딴 사슬이라니… 이래보여도 네놈을 죽인 사슬인데.”

테드가 냉소하며 말했다. 포굴이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테드가 스켈레톤을 향해 쇠사슬을 휘둘렀다. 쇠사슬은 너무나 간단히 스켈레톤의 갈비뼈를 박살냈다. 테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뭐냐 그 사슬은?! 어떻게 내 스켈레톤을 간단히 부술 수 있지?!”

포굴이 절규하듯 물었지만 테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적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줄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테드가 부서져 바닥에 쓰러진 스켈레톤을 향해 휘둘렀다. 장남감을 손에든 어린아이처럼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뼈가 박살날때마다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해골의 머리가 사슬을 맞고 박살난다.

“원래는 이렇게 사용하지 않는데.”

스켈레톤 하나를 작살낸 테드가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다크 체인’은 마나를 봉인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게 살아있든 죽어 있든 상관하지 않는다. 마법 아티펙트라도 다크 체인에 닿는다면 사용할 수 없다.

뼈에 새겨진 주술의 경우 발동하기 위해선 마나가 필요하다. 마법 문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에너지인 마력이 필요하다. 언데드인 스켈레톤은 자체적으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력, 즉 마나를 이용해 뼈에 음각되어 있는 주술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다크체인에 닿는 순간 마력이 봉인되며 주술은 발동하지 않았다. 타격당하는 순간만큼은 평범한 스켈레톤이 되는 것이다.

테드가 포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크 체인을 휘두른다. 포굴의 앞에 뼈의 방패가 나타난다. 이전의 테드의 주먹을 막은 방패였지만 사슬에 닿는 순간 간단히 박살났다.

검은 사슬이 포굴의 어깨를 강타했다.

“크아악!!”

포굴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주술이 사라지며 어깨의 뼈가 부서졌다. 주술뿐만이 아니라 마법으로도 육체를 강화시켜 두었기에 어깨하나로 끝난 것이다. 주술만으로 육체를 강화시켜 놓았다면, 사슬이 닿는 순간 일반인의 몸이 되어 그대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테드가 사슬을 뒤로 당겼다. 다시 내려치려는 순간 포굴이 필사적으로 옆으로 굴렀다. 검게 타버린 침대를 사슬이 강타한다. 침대가 박살났다.

침대 옆으로 도망간 포굴은 고통에 인상을 일그러 뜨리고 있었다. 입은 침을 삼키지 못하고 밖으로 내뱉고 있다. 포굴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죽여! 죽여라!!”

악을 쓰듯 명령을 내지른다. 기다렸다는 듯이 테드의 주위에 언데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타난 것은 상체였으나, 테드는 곧바로 정체를 눈치 챘다. 목 없는 전사, 듀라한이 3마리였다.

테드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쇠사슬을 놓았다. 사슬의 강도만으로 듀라한의 갑옷을 뚫지 못한다. 효율이 좋지 않았다. 검은 사슬이 사라졌다.

그리고 침실의 바닥에 거대한 푸른색 마법진이 그려졌다.

포굴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고통에 의해 반응하는 것이 늦었다. 푸른 마법진을 지우려는 듯 검은 어둠이 그림자처럼 밑바닥으로 퍼져나갔다.

“썬더 익스플로전(Thunder Explosion).”

테드와 포굴의 바닥에 검은색 어둠이 뒤덮었고 푸른색의 마법진이 발동했다. 거대한 번기가 마법진으로부터 거대한 천둥소리와 함께 폭발하듯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침실의 물건은 물론이고 벽과 천장까지 소멸시킨다.

이후 난장판이 된 호텔방의 현관문이 열렸다.

⁂ ⁂ ⁂

테드는 검은 대지위에 있었다. 마법을 발동하기 바로 직전, 바닥에 그려진 그림자에 삼켜지듯 떨어졌다. 테드는 마법을 사용한다고 진즉에 눈치 채지 못했다. 마법을 사용한 직후에 이상을 눈치 챘고, 그때는 너무 늦어 버렸다. 그림자 속으로 떨어졌는데 검은 대지위에 나타났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검은 하늘이 보였다. 달이나 별은 없었다. 당연히 빛도 없어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주변은 환하게 보였다.

테드가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발기가 풀린 성기가 축 늘어져 있었다. 끝부분에 묻어 있

는 하얀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더 이상 사정하지 않았다.

테드는 자신의 몸상태를 생각하는 것보다 현재 상황을 먼저 파악하기로 했다. 고개를 올려 주위를 둘러본다. 끝없이 펼쳐진 검은 땅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무나 바위는 발견할 수도 없다. 하늘에 별과 달이 없는 것으로 보아 네메스 대륙이 아님을 깨달았다.

“……결계인가. 아니, 이 정도면 거의 대마도사 이상의 수준인데.”

포굴은 대마도사의 실력이 아니었다. 마법뿐만이 아니라 주술까지 사용했지만 그 뿐이었다. 주술로 언데드를 강화시키는 정도라면 특별한 것도 없었다.

테드의 붉은 눈동자가 상하좌우를 둘러본다. 특별한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테드는 이 결계가 어떤 종류인지 확인할 필요를 느꼈다. 환상계열의 결계 아니면 시공계열의 결계일 수도 있었다. 환상 쪽이면 숨겨져 있는 출구를 찾으면 된다. 시공계열이면 이 내부를 완전히 파괴시켜야 한다. 어딘가에 있는 핵을 파괴해 결계로서 작동할 수 없을 정도로.

“시공계열인가.”

환상계열이면 ‘고결한 눈’이 결계를 단숨에 꿰뚫어 볼 것이다. 테드가 꿰뚫어 보지 못했다는 것은 시공계열일 가능성이 높았다.

테드는 암브로시아의 유효시간이 끝나기 전에 이 결계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나의 보관소(Mortuary)에 온 것을 환영하지. 그만 산채로 포획해버리고 말았군.”

테드가 웃음기가 서린 포굴의 목소리가 들리는 뒤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방금전 까지 자신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포굴은 20M 정도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마력의 흔들림 없이 나타났다는 것은 완전히 숨어 있었다는 것인데 포굴의 위치를 ‘고결한 눈’도 파악하지 못했다. 아마도 이 결계내의 효과이니라.

“보관소……?”

테드가 의문을 느낄 때 포굴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언제꺼내 들었는지 모를 해골이 장식된 지팡이를 오른손에 쥐고 있었다. 참을 수 없다는 듯 지팡이의 끝으로 땅을 찍어대며 입을 열어 누런 이를 드러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흉한 목젖까지 내보이며 눈 꼬리를 휘었다.

“크하하하하하하!”

테드는 그가 자신을 비웃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압도적인 힘을 믿어 의심치 않는 웃음이었다.

테드는 아공간을 열었다. 휑한 하체를 가려줄 바지를 꺼내는 대신 한 쪽밖에 없는 검은색 장갑을 꺼낸다. 글로리아를 오른손에 끼고서 포굴을 여기서 끝장낼 준비를 한다. 머리가 약간 띵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넓은 공간이라 마음껏 싸울 수 있었다. 호텔에 있는 혹시 모를 사람이 말려들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것도 모처럼이니… 좋다! 나의 콜렉션을 보여주마! 좋은 걸 가르쳐주지. 이곳에 온 것은 나를 제외하곤 네가 처음이다.”

“……네가 만든 결계냐?”

“이건 계약의 보상이다! 뛰어난 마도사인 나만이 얻을 수 있는 마법이지!”

포굴은 사형수에게 최후의 만찬을 선사하듯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테드가 이 결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테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물으려는 순간이었다.

검은 땅이 들썩였다.

여기저기서 손들이 나타났다. 하얀색의 뼈로 이루어진 앙상한 손, 살점이 다 떨어져 형체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썩어빠진 손, 인간의 것이 아닌 원숭이나 호랑이 같은 동물의 손이 검은 대지를 뚫고 나타났다.

스켈레톤, 좀비, 구울, 키메라 등의 언데드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검은 연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형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갑옷을 입고 대검을 들고 있는 목없는 전사의 형태, 말을 타고 있는 늠름한 기사의 형태, 지팡이를 들고 로브를 쓴 마법사의 형태.

듀라한, 데스나이트, 리치는 절도 있는 자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허공에서 비명이 울렸다.

반투명한 몸을 가진 유령들이 미친개마냥 허공을 부유하면서 나타난다. 정신에 타격을 주는 기괴한 비명을 내지른다.

고스트. 밴시. 스펙터는 언데드 사이를 빠르게 지나치며 저주를 흩뿌리고 있었다.

수 천 에 달하는 언데드가 테드를 중심으로 늘어서 있었다.

“…….”

주먹을 꽉 쥔 테드는 거대한 포효소리에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드래곤 3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녹색의 안광을 뽐내면서 입에서 검은 숨결을 토해낸다.

피막이 없는, 나뭇가지 같은 앙상한 날개를 연신 저으면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테드의 붉은 눈동자와 드래곤의 녹색 안광이 부딪혔다.

테드가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수 천 마리의 언데드에 둘러싸인 테드가 의기양양하다 못해 미친 듯이 웃고 있는 포굴을 바라봤다. 포굴은 마약보다 더 한 것에 취해 있었다.

눈동자를 굴러 절망적인 상황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테드의 왼쪽 입 꼬리가 아주 살짝 위로 올라갔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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