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결한 영혼-105화 (105/277)

105====================

14. 네크로시스

테드가 마력을 일으켰다. 마력이 몸의 구석구석으로 움직이며 멍한 정신과 흥분된 심장을 다독인다. 테드는 머리가 차갑게 식는 게 느껴졌다. 좁아졌던 시야가 넓어지고, 감각이 깨어난다.

그러나 사타구니의 그곳만큼은 발기한 그대로 이다.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심상치 않은 마력의 움직임을 눈치챈 사우스가 민첩하게 달리며 테드를 향해 덤벼들었다. 오른손의 단검이 허공을 갈랐다.

“블링크.”

마법의 이름을 작게 읊조린다. 테드의 몸이 사라지며 침대 위에 나타났다. 암살자는 걸음을 멈추었다. 분명히 테드의 위치를 확인했음에도 달려들지 않았다. 탐색이라도 하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테드를 바라봤다. 사우스의 눈동자에 짜증이 서렸다.

“시간을 주마. 바지를 입어라. 도저히 못 봐주겠군.”

침대 한쪽에서 사이나가 메이드 복을 입고서 벽에 달린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확인하고 있었다. 암살자엔 관심도 없어보였다. 아니, 암살자 따윈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거기엔 테드가 질리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사이나는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과 목덜미에 붙은 테드의 정액을 떼어내 손수건에 닦았다.

테드의 시선이 침대의 아래를 향했다. 암살자의 근처에 테드의 바지가 떨어져 있다.

“네 속셈은 간파했다. 내가 바지를 집기 위해 움직인 순간 틈을 노리고 기습할 생각이겠지.”

테드의 붉은 눈동자가 한층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믿을 놈이 따로 있지. 암살자가 바지를 입으라고 순순히 바지를 입어바라. 그 순간 칼날이 날아올 것이 뻔했다.

“……기습하지 않는다. 바지를 입어라. 단지 네놈의 물건 따위가 보기 싫을 뿐이다.”

어이없음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테드는 그의 연기가 제법이라고 생각했다. 하마터면 반사

적으로 바지가 있는 쪽으로 움직일 뻔했다.

“내가 암살자의 말을 믿을 것 같나? 난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멍청한 게 아니라 미친거겠지.”

사우스는 테드의 사타구니를 보며 눈살을 찡그렸다. 보지 않겠다는 듯 애써 시선을 상체로 고정시켰다. 알몸을 보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았다. 그는 그것보다 더한 장면도 수없이 보아왔다. 그러나 암살자를 향해 발기시키는 상대는 없었다. 더욱이 쿠퍼액까지 흘리는 미친놈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만약 노출이 상대의 의도였다면 사우스는 적의 시선을 한정시키는 기발한 방법이었다며 박수를 쳤을 것이다.

“네가 정 그렇게 말한다면 바지를 입어 주지.”

테드는 사우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움직였다. 테드의 다리가 후들거렸고, 얼굴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처음 마력을 일으켰을 때는 몸 상태가 확실하게 나아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가 더 강하게 돌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마력에 영향을 받아 효과가 증가한 것처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마나를 이용해 약의 효과를 상승시킨다는 말을 얼핏 들어본 적 있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군.”

금새 테드의 상태를 눈치챈 사우스가 말했다.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말이었지만, 테드는 그가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테드가 이를 악물었다. 바닥에 떨어진 바지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바지를 입는 대신 암살자에게 집어 던졌다.

암살자의 시선이 가려진다. 동시에 그의 주변에 3개의 검은 마법진이 나타난다. 마법진의 속에서 검은색 사슬이 날아들어 그를 묶으려 했다. 사우스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능숙하게 상체를 숙이며 앞에서 허공에 뜬 바지의 바로 옆에서 날아오는 사슬을 피하고 뒤로 덤블링해 좌우에서 날아오는 사슬까지 피해냈다.

그 인간 같지 않은 몸놀림에 테드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마법으로 육체를 강화시킨다. 몸이 제상태가 아니기 때문인지 마법 캐스팅 속도가 늦었다.

사우스는 거리를 벌리는 테드를 따라가기 보다는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집어 던졌다. 그게 더 빠르기 때문이었다. 단검은 테드의 가슴팍을 노리며 화살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중간에 느닷없이 나타난 하얀색 검신에 부딪혀 튕겨져 나간다.

사우스가 깔끔한 옷차림의 메이드를 노려보았다. 테드와 함께 처리해야 할 인물이었다.

암살자는 기계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보를 중얼거렸다.

“사이나 루키페르. 출신지가 불문명한 메이드. 기록은 루크에이스에서 시작되었고, 실력을 보자면 신의 사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드 크루시안의 메이드를 하는 이유는 불명.”

“제 정보를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겁니까…. 굉장히 불쾌하군요.”

그녀의 불평을 깔끔하게 무시한 사우스가 그녀를 향해 물었다.

“그 정도의 미모면 싫어도 소문이 나지. 그런데 너는 루크에이스 이전의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세상과 차단된 부족 출신이라 하기엔 귀족 같은 기품이 서린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지. 사이나 루키페르. 넌 정체가 뭐지?”

사이나의 붉은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손에 쥔 백색의 검을 되잡는다. 테드는 그녀가 사우스를 향해 덤벼들기 전에 입을 열었다.

“사이나. 너는 밖에 있는 놈들을 처리해라. 이 놈은 내가 처리 하지.”

사이나의 행동이 멈추었다. 그녀는 테드를 돌려 봤다. 테드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진즉에 알아봤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테드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확고한 대답에 사이나가 어쩔 수 없이 검을 내렸다.

“그럼 최대한 빨리 바깥을 정리하겠습니다.”

“천천히 해도 상관없으니 확실하게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사이나가 침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사우스는 급할 것 없다는 듯이 기다려주었다.

“용케도 눈치 챘군. 하지만 그들은 특별히 데려온 20명의 정예 암살자들이다. 그녀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후우. 테드는 열기를 내뿜듯 한 숨을 내쉬었다. 그가 질문을 해주는 순간에도 육체 강화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사이나를 막으려면 적어도 100명의 정예를 데리고 왔어야지.”

“신뢰가 두텁군. 내 눈에는 그렇게까지 강해보이진 않았다만.”

“원래 마법사가 강자를 보는 눈이 없지.”

순간 그곳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러나 아주 잠시 뿐이다. 테드의 거친 숨소리 침실을 채웠다. 몸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지?”

“나도 마법사다. 같은 마법사를 알아보질 못할 리 없지.”

테드는 ‘고결한 눈’을 통해 알아볼 수 있었다. 투시 능력으로 거실과 호텔 밖에 있는 암살자들을 확인했고, 눈앞의 복면을 쓴 암살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테드에게 복면은 그 본래 의미를 발휘하지 못했다.

“거기에 암살자 치곤 말이 너무 길어.”

보통 암살자들은 말이 없다. 정보누출방지에 대해선 거의 세뇌 수준으로 훈련 받기 때문

이다. 그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암살자라면 테드를 향해 덤벼들거나, 첫 번째 습격을 실패한 시점에 물러나야 했다.

암살자가 타겟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모종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말로서 상대방을 혼란케 하거나 정보를 빼내는 등.

“그 와중에 냉정히 관찰했나. 관찰하고 있는 건 내쪽이라 생각했는데… 관찰당하는 쪽이 나였군. 테드 크루시안. 너는 겉모습에 걸맞지 않게 뛰어난 마법사다.”

사우스가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쓰고 있는 복면을 벗어 바닥에 내던졌다. 압축되어 있던 검은 수염이 바닥으로 폭발하듯 나타났다. 수염위에 보이는 얼굴은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꼬불 거리는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노인은 흥미롭다는 눈으로 테드를 보고 있었다.

테드의 눈동자가 한 순간 흔들렸다. 복면 속에 있는 얼굴은 네크로시스의 마스터라고 추정되는 인물, 포굴 미르스였다.

“포굴 미르스… 마스터가 직접 행차하셨나.”

“나에 대해 알고 있군. 정보 길드를 통해선 구할 수 없는 정보인데… 어떻게 알았지?”

흥미가 담겨있던 눈동자에 경계심이 서린다. 테드는 씩 웃었다. 말해줄 이유는 없었다.

“잘됐군. 너를 처리하면 네크로시스는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지.”

속전속결로 처리할 방법을 모색한다. 마력을 이용해 몰래 마법진을 그려보려고 하지만, 금방 마력으로 저지당한다. 그는 적어도 마도사급의 실력자다. 이 정도 거리에서 몰래 마법진을 완성시키는 것을 불가능 했다.

분명히 마법으로 육체를 강화시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리라. 테드는 그가 검은 사슬을 피할때를 떠올렸다. 그 몸놀림은 노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민첩했다.

아마도 그는 자신처럼 접근전이 특기인 전투마법사 이리라.

“……미쳤군. 정말 미쳤군.”

포굴이 뜬금없이 말했다. 테드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미쳤다고 말해도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테드는 그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이 아닌 아래쪽으로 향해 있음을 알았다. 테드가 고개를 살짝 아래로 내렸다.

물밖에 내놓은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는 성기가 보였다. 성기의 끝, 갈라진 곳에서 하얀 액체를 간헐적으로 내뿜고 있었다.

그 바닥에 정액이 후두둑 떨어졌다.

테드의 얼굴이 인형처럼 굳어졌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사정하는 것을 조금도 몰랐다. 바라보고 있는 지금도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 현실성이 없었다.

테드는 자신이 꿈속에 있는지 의심했다. 거세게 뛰는 맥박이 현실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 같은 늙은이를 보고 사정할 줄이야…. 정말 미친놈이군.”

포굴의 말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럴 정신이 없었다. 지금 테드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뭔가 잘못 됐다.’

그것도 엄청나게.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마력을 사용한 점?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한 것? 정력제를 한 번에 과다 복용한 것?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고자가 되면 어떡하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러다 퍼뜩 현재 상황을 깨닫는다. 지금은 전투 중이다. 자신의 몸에 대한 생각은 빠르게 전투를 끝낸 뒤에 해야 한다.

상대의 실력을 가늠하고 현재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한다. 이대로 싸운다면 이길 가능성은 적다. 상대의 정보가 너무 적었다.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히 나왔다. 압도적인 힘으로 전투를 끝낸다.

‘암브로시아.’

고대 마법이 발동되었고, 테드의 입에서 붉은색 액체 한 줄기가 주르륵 턱으로 미끄러졌다.

테드의 몸이 비틀거렸다. 꼿꼿이 솟은 성기의 핏줄이 벌레처럼 꿈틀 거렸으며, 바닥에 떨어지는 정액이 많아졌다. 입에선 피가 계속적으로 흘러 나왔다.

신체는 조금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렇다고 감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른손을 흔들자 확실하게 공기의 감촉이 느껴졌다.

테드는 뒤늦게 자신의 몸 상태를 유추할 수 있었다.

지금 이것은 그거다.

그릇이 너무 작아 물이 넘쳐흐르는 상태.

아마도 신체 강화 마법에 의해 약효가 증폭 된 것이리라.

암브로시아는 모든 능력치를 한계까지 끌어 올리는 고대 마법이다. 마력은 물론이고 정신력까지 상승케 하는 것이 이 고대 마법이었다.

‘간단히 결론만 말하자면… 힘이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지.’

테드가 퉷 하고 입에 고인 피를 침실 바닥에 뱉었다. 육체가 힘에 의해 파괴되기 전에 힘을 발산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딱 좋은 게 있다.

“흥미롭군. 환자 같은 상태와 달리 그 몸에서 강대한 힘이 느껴진다. 원래는 적당히 가지고 놀고 죽일 생각이었다만… 잡아서 실험체로 사용해주마.”

“그 말 만큼이나 네가 강했으면 하는군.”

테드가 말하며 오른발을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포굴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테드의 성기는 사정을 계속하며 바닥을 정액으로 적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굴은 자신의 몸에 타인의 정액이 묻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