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결한 영혼-89화 (8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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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우크사이어.

코스모스 아카데미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마법도서관이다.

코스모스 마법 도서관이라 불리는 이 도서관은 건물의 크기만 해도 대저택 이상이고 그 내부에 있는 책의 양은 펠리스 왕국 제일이라 한다.

모든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지만, 아카데미 학생이나 펠리스 왕국의 귀족이 아닌 경우 일정한 돈을 아카데미에 지불해야하는 유료 도서관이다.

코스모스 마법 도서관은 책이란 책은 모두 모아놓은 도서관이다. 마법서는 물론이고 기초적인 검술에 관한 책까지 존재한다. 일반적인 책과 희귀한 책을 모여 있고, ‘금서구역’이라는 곳도 있다. 보는것만으로도 위험하거나, 보물 이상의 가치를 지닌 책들을 모아놓은 그곳은 평소에는 봉인되어 있기에 왕의 허락을 받은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마법사치곤 책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테드는 코스모스 마법 도서관의 건물을 보며 감탄성을 뱉었다. 탑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원뿔 모양의 건축물이었다. 크기도 무지막지하다. 테드가 이 건물을 보고 감탄한 것은 도서관 건물 주변에 걸려 있는 마법들 때문이다.

결계마법, 함정마법, 공격마법 등 온갖 마법으로 떡칠되어 있었다. 건물뿐만이 아니라, 건물 주위에 있는 바닥에도 마법이 설치되어 있다. 저 정도의 양이면 마법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만큼 중요하다는 거겠지.”

테드가 붉은 모자를 눌러쓰며 건물의 입구 쪽으로 움직였다. 정면 외에는 출입구는 없고, 입구외의 길을 걸으면 함정 마법이 발동된다고 경고문이 입구에 떡하니 써져 있었다.

유명한 마법 도서관이라 하기에 제법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입학식 첫날이기 때문인지 의외로 사람은 없었다.

마법으로 떡칠되어 있는 커다란 나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분위기의 도서관 내부가 시야속에 들어왔다. 마광등이 있음에도 천장이 높아서 그런지 내부를 전부 밝히지 못했다. 적은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와 고요한 도서관을 밝혔지만, 태양빛에 담긴 활기를 도서관에 부여하지는 못했다.

한쪽 구석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있다. 그 옆에 나란히 놓인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보인다. 교복으로 보아 학생들이다.

“어서 오세요. 확인증을 볼 수 있을까요?”

바로 옆에서 말이 걸려 왔다. 막대한 양의 책장과 도서관의 분위기에 정신이 팔린 테드가 퍼뜩 옆을 쳐다봤다. 거기엔 카운터가 있었고, 앉아 있는 한 명의 남성이 있었다. 나이는 대략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눈 꼬리가 쳐져 있는 금색머리의 청년이었다.

테드는 주머니에서 교사증을 꺼냈다. 아카데미에서 받은 것으로 테드에 대한 간단한 인적 사항이 적혀 있다.

교사증을 받아든 그는 마나를 움직여 테드의 교사증으로 불어 넣었다. 교사증 뒷면에 코스모스 아카데미를 뜻하는 문장이 떠오른다.

확인을 완료한 사서가 테드에게 교사증을 다시 건넸다.

“교사셨군요. 마법서를 비롯한 몇몇 책의 경우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혹시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가요? 도서관의 크기가 방대하다 보니 책을 쉽게 찾을 수 없으니, 원하시는 책을 사서인 우리들에게 말해주시면 됩니다.”

“펠리스 왕국 귀족에 관한 책을 찾고 있는데요.”

테드는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귀족 가문, 우크사이어가 신경 쓰였다. 보통 같았으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이런 귀찮은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사이나의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가 발견하고 보고한 패밀리어 마법진이 그려진 쥐에 대한 것은 쉽게 넘어갈 수 없다.

패밀리어의 목적은 정보 수집. 누군가가 쥐를 통해 우크사이어 저택의 정보를 수집한 것이다.

또 복도에 걸려 있는 우크사이어 가족사진을 직접 본 테드는 파충류같은 눈동자도 신경쓰였다. 고양이의 눈이라 생각했는데, 사진의 배경 장소로 가본 테드는 그 생각을 지웠

다. 3층의 건물이었고, 창문 아래에는 고양이가 있을 만큼 넓지 않았다. 새끼 고양이라

면 모르겠으나, 새끼 고양이가 거기에 있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귀족에 관한 것은 2층의 4구역입니다. 거기에 있는 책들은 귀족과 역사에 관해서 적혀 있고, 모두 대출이 가능한 책들이죠.”

“아, 그리고… 마나에 관한 책도 보고 싶네요. 마력이나 성력, 정령력에 관한 책들이요.”

뒤늦게 문득 ‘영력’에 관해서 떠올렸다. 테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영력은 고대 마법

이 관련되어 있다. 어쩌면 이곳에서 영력에 관한 것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이 분명하건만,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힘이었다. 비록 레플리카라고는 하나, 사탄의 피를 단숨에 정화시킬 정도다. 평범한 힘을 정대로 아니리라.

“그런 책들은 대게 4층에 있지요. 4층의 2구역에 모여 있을 겁니다. 중요한 책들이라 대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제가 직접 책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아, 그럼. 영혼에 관한 책은 없나요?”

테드가 물었다. 영력을 직역하면 영혼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영혼을 연구한 책에 영력에 관한 게 있을지도 모른다.

“……사령 계열 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만.”

사서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테드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사령 계열이 아닌 순수하게 영혼과 관련된 책이요. 충분히 연구 주제는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만, 영혼과 관련된 책은 제가 알기로 사령계열 책들뿐입니다. 모두 금지된 책들이죠.”

금발의 사서는 금지구역을 떠올렸다. 사서장의 말에 의하면 그곳엔 위험한 책들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곳이라면 눈앞의 어린 교사가 찾는 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에 담지 않았다. 그에게 말한다고 해도 금지구역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레칸에 관한 것을 알 수 있을까요?”

“레칸… 이요?”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사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테드가 쓴웃음을 지었다. 레칸에 관해서는 자신도 잘 모른다. 사이나와 시온에게서 흘려듣듯이 들은 게 전부다.

“레안족의 선조라고 하는 종족입니다. 고대 종족이지요.”

“찾으시는 건 고대에 관한 책들이군요. 그건 4층 1구역에 있습니다. 고대 종족에 관한 책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번 제가 찾아볼까요?”

“아뇨, 그렇게 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나머진 제가 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우크사이어와 관련된 책을 그에게 찾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입이 무거운지 알 수 없다. 우크사이어에 관한 것을 조사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기라도 하면 귀찮은 소문이 뒤따를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온 테드는 눈에 가득찬 책장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책장의 앞에 1구역 혹은 2구역 같은 글자가 적혀 있는 팻말이 있었다. 테드는 사서에게 들은 대로 4구역 쪽으로 움직였다.

4구역의 앞에 도착한 테드는 책장을 살피기 시작했다.

‘펠리스 국왕과 12집행관들.’

‘펠리스 왕국의 대역사.’

‘펠리스 왕국의 귀족사.’

테드는 펠리스 왕국의 귀족사라는 책을 한권 집어 들었다.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책의 두께는 10cm가 넘어간다. 무기로 사용해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크기였다. 이것이 10권, 총 100cm다. 기가 질린다.

첫 권의 맨 앞장에 적혀 있는 목차만 해도 3장이 넘어갔다. 펠리스 왕국에 있는 온갖 귀족들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라져서 이름도 생소한 몰락 귀족, 돈으로 작위를 산 상인 귀족, 전쟁에서 공적을 세워 작위를 얻은 귀족, 준남작 등의 오등작에 들어가지 않는 귀족등. 심지어는 귀족이라 부르기엔 뭔가 애매한 기사에 대해서도 적혀 있었다.

목차는 귀족의 가문과 이름이 적혀 있었다. 우크사이어라는 이름은 없었다.

목차에서 우크사이어를 찾은 것은 3권 째였다. 목차의 중간 부분에 우크사이어의 이름을 발견한 것이다. 테드가 재빨리 우크사이어에 대해서 적힌 페이지를 펼쳤다.

페이지의 첫 부분은 우크사이어의 문양인 붉은 매가 그러져 있었다. 이후, 우크사이어의 초대 가주를 시작으로 역대 가주와 그 가족들에 대해서 편찬되어 있었다. 어이가 없게도 직계뿐만이 아니라 사생아까지 적혀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우크사이어가 공식적으로 행한 모든 것들이 여기에 적혀 있다.

그 방대한 양은 욕이 나올 정도였다.

“이 책을 만든 놈은 미친놈인게 틀림없어.”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펠리스 왕궁 역사 기록부다.

책에는 우크사이어의 정적에 관해서도 적혀 있었다.

대충 내용을 훑고 지나가던 테드의 눈이 한 부분에 멈춘다. ‘하이리스’라는 단어가 눈동자에 비친다.

“그 개망나니가 있는 가문인데… 우크사이어와는 원수 관계라….”

회귀 전에 하이리스의 소가주라는 놈이 테드에게 시비를 걸었다. 처음에는 무시했으나, 사사건건 덤벼오는 게 귀찮아져서 전장에서 몰래 죽여 버렸다.

우크사이어와 하이리스에 대한 일화가 책에 적혀 있었다. 하이리스에 시집간 우크사이어

의 여인이 저택에서 자살을 한 것이다. 시체에서 폭행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하이리스는 모르는 일이라며 주장했지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우크사이어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일은 커져서 결투가 되었고, 당시의 소가주가 결투에 임하게 되었다. 하이리스의 소가주가 죽으면서 일은 일단락된다. 그러나 정말로 일단락될 리가 없다. 적혀 있는 내용을 보면 하이리스는 항상 우크사이어와 대립하고 있었다.

테드는 하이리스의 개망나니를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테드와 비슷한 나이 또래이니 지금쯤 가문에서 검술을 배우고 있을 것이다. 부디 이번에는 관련되지 않기를 바라며 책

을 살핀다.

이후 혹시 몰라 다른 책을 살펴보았지만, 우크사이어의 특이한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적은 몇몇 있었으나, 하이리스만큼 깊은 원한 관계인 가문은 없었다.

“패밀리어는 하이리스의 짓인가? 아니, 내가 알기론 하이리스에는 마법사가 없는데.”

중얼거리며 책을 책장에 꽂아 넣는다.

패밀리어의 목적은 탐색 혹은 감시다. 지금 상황에서는 우크사이어의 감시가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사이나의 말에 의하면 쥐에 그려진 패밀리어 마법은 발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즉, 현재의 우크사이어는 감시당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감시할 필요가 없다면… 왜 패밀리어를 회수하지 않은 거지. ……귀찮아서?’

테드는 스스로가 생각하고도 어이없는 이유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패밀리어 마법은 사용자에 따라 갈린다. 현재 테드의 경우엔 몇 십 마리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으며, 마법의 사정거리는 대도시 하나 정도다. 테드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패밀리어를 사용한 마법사는 이 도시에 있었을 것이다. 패밀리어를 회수하지 않은 것을 보아 어쩌면 지금도 이 도시에 있을 지도 모르고.

테드는 자신이 생활하는 저택이 감시받았다는 사실에 찝찝함을 느끼면서 4층으로 향했다.

도서관 4층은 2층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4층은 2층과 달리 사람이 제법 있었다. 4층에는 마법서가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테드는 1구역 쪽으로 움직였다. 고대에 관한 책들은 의외로 많았다. 마법사 혹은 학자들이 고대에 관한 것을 연구 내용 삼아 적은 것들이 여기에 모여 있었다. 책을 살피던 테드가 하나하나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의 책을 찾을 수 있었다.

‘고대의 종족들.’이라는 책이었다. 고대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종족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종족들에 대해서 적어 놓은 책이다.

책을 펼쳐본 테드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운이 좋게도 원하는 책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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