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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우크사이어.
“자네는 1학년 D반의 담임이네.”
디커드가 본론을 꺼냈다. 입학식 때 학생들에게 교사들을 소개하며 말해주는 내용이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지시사항 등을 교사에게 전했다. 설마하니 입학실에 불참하는 교사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예? 담임이라뇨? 그런 것도 있습니까?”
“이 코스모스 아카데미는 학교라는 것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네. 환생자인 자네는 알거라고 생각하네만… 모르나?”
“아뇨, 학교는 잘 알고 있는데… 전 신입인데다가 전투 마법 교사로 알고 있었는데요?”
“교사가 부족해서 말이네. 교사진은 각자 자신이 담당하는 반이 있네. 그중에는 2반을 동시에 담당하는 교사도 있지. 뭣하면 자네도 2반을 동시에 담당하고 싶나?”
“열심히 할게요.”
테드가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코스모스 아카데미에 인력난이 심하다고 듣긴 했는데… 설마 이 정도 일 줄이야. 예상외의 사태였다.
“담임이라고 해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게 아니네. 학생들에게 정보 전달이나, 출석 관리 등이 하는 것에 전부네. 큰 문제는 없을 걸세.”
디커드는 조금 많이 걱정이 되었지만 그를 믿기로 했다. 레이나 델톤, 디커드와 같은 12집행관인 그녀에게 테드에 대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테드를 뛰어난 마법사라고 소개했다.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인품역시 실력만큼이나 나무랄 데가 없다고 한다.
“1학년 D반은 동관 2층에 있네. 학생들이 가다리고 있을 테니 그만 가보게.”
“학생들의 전투 마법은 걱정하지 마세요.”
대답해준 테드는 아공간을 열어 하나의 물건을 꺼낸다. 디커드가 눈을 빛냈다. 아공간을 여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확실히 실력하나는 뛰어난 모양이다.
빨간색의 챙이 달려 있는 모자다. 테드는 모자를 푹 눌러쓴다.
디커드는 불길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기사 수련소의 교관들이 빨간 모자를 쓴다고 들었다.
“굴리면 어떻게든 될 테니까요.”
“…….”
하얀 이를 빛내며 당당하게 말한다. 순간 할 말을 잃은 디커드는 그를 말리지 못했다.
이후, 코스모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빨간 모자만 봐도 치를 떨게 된다.
⁂ ⁂ ⁂
테드는 사전에 코스모스 아카데미에 온 적이 있다. 일주일 전쯤, 교사로서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아카데미에 들어온 것이다. 그때 대충이나마 둘러보고 건물의 지리를 익혀두었다. 교무실이나, 양호실, 전투 마법 준비실, 연구실, 식당 등등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그렇다 해도 모르는 것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공용 연구실이나, 마법 재료 실험실 등은 몇 개나 있기 때문이다.
코스모스 아카데미에 대해서는 아이리스에게 대충이나마 들었다.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마법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25세 이하의 나이로 마법 재능을 검증 받으면 무료로 아카데미를 다닐 수 있다. 졸업한다고 해도 대부분이 초급 마법사 수준이지만, 마법사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초급 마법사라도 마법사는 희귀한 직업이었다. 먹고 사는데 충분하다.
마법재능과 25세 이하라는 조건이기 때문에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다양한 연령층을 형성하고 있다. 가장 어린 학생의 경우 10살 내외라는 말을 들었다.
코스모스 아카데미는 무료로 전액 지원하는 시험과 퇴학, 상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시험은 한 학기에 한번씩, 방학 하기 전에 치르는 학기말 시험을 말하고, 퇴학은 아카데미의 교칙을 어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최대의 처벌이다. 사유만 충분하다면 꼭 학원장이 아니어도 교사의 재량으로 퇴학시킬 수 있다.
상점은 모범이 되는 학생에게 교사가 주어줄 수 있는 일종의 상이다. 이 상이 많으면 여러 가지 특혜를 받을 수 있다. 아카데미에서 많은 상점을 보유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의 보상이 주어진다. 듣기로는 상점 1위에게는 2달에 한번 씩 고성능의 마도구를 지급한다고 한다.
테드는 교실 문에 적혀 있는 1학년 D반이란 글자를 보며 작게 감탄 성을 내뱉었다. 테드가 문의 앞에 서자마자 자동으로 스윽 문이 열린 것이다. 과연 마법 아카데미라고 해야 할까. 교실의 문마저 마법으로 되어 있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교실이었다. 테드는 단숨에 상황을 이해했다.
원래 입학식 후에 모인 교실은 이런 법이다. 슬그머니 주변을 살핀다. 맨 앞에 교탁이 있고 바로 뒤쪽에 커다란 검은색의 마법칠판이 있다. 마법칠판의 앞에는 학생들이 앉아 있는 책상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가지런히 정렬해 있다.
교실에 있는 인물들은 약 20명 정도인데 제각각 성별과 연령이 달랐다. 그나마 입고 코스모스 아카데미 지정 교복만이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원래는 30명 정원인데 현재 왕국의 정세가 시끄럽다 보니 입학생도 줄어들었다. 띄엄띄엄 앉아 있는 그들을 보며 교탁의 앞에 움직인다.
“……설마 당신이 담임 교사인겁니까?”
가장 맨 앞줄에 앉아 있는 청년이 입을 열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긴장한 듯 몸을 굳히고 있었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었다. 연령에 상관없이 이 교실내에 있는 20명의 학생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테드는 지구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이해했다.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감과 낯선 생활에 대한 걱정, 낯선 인물에 대한 불안감 등. 처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입학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었다.
테드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며 모두가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키우고 말한다. 교실안이 워낙 조용해서 큰 소리를 낼 필요는 없었다.
“예. 저는 1학년 D반의 담임을 맡게 된 테드 크루시안이라 합니다. 참고로 전투 마법 전공이고 A등급 모험가입니다.”
붉은 모자의 챙을 매만지며 말했다.
“…A등급 모험가….”
“저렇게 어려 보이는데…?”
“저 이름 어디서 들은 적 있는 것 같기도.”
소곤소곤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행동을 보자니 테드가 없는 동안 어느 정도 인사를 나눈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말 하나에도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출석부 같은 거 못 받았는데. ……뭐, 맞겠지.’
어쩌면 코스모스 아카데미에 출석부 같은 건 없는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반을 못찾는 멍청한 학생은 없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혹시 해서 묻는데, 출석번호 같은거 받았습니까?”
맨 앞에 앉아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청년에게 물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 말에 갈색머리의 청년은 놀란 듯 하더니 이윽고 차분하게 대답한다.
“아, 예. 입학식 때 받았습니다.”
테드는 그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우선은 자신의 어린 겉모습을 보고서도 예의를 갖추고 말한 점과, 지금처럼 막힘없이 대답하는 태도가 좋았다.
“그럼 출석번호 순서대로 앉으시죠. 맨 앞줄의 오른쪽이 1번입니다.”
눈치를 살피던 학생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1번은 갈색머리 청년이었다. 테드는 빈틈없이 꽉 찬 앞줄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석번호 시작!”
“…….”
학생들의 어리둥절한 눈빛을 보며 자신의 설명이 부족했단 것을 깨닫는다.
“출석번호 시작! 이라고 하면 1번이 번호를 외치면서 자신의 이름을 말합니다. 그리고 2번이 번호와 이름을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마지막 번호까지 갑니다. 마지막 번호는 이름 뒤에 번호 끝! 이라고 외치면 됩니다. 알겠습니까?”
“……네.”
“목소리가 작습니다.”
테드가 분위기를 잡기 위해 슬쩍 살기를 내뿜었다. 은은한 살기를 접한 학생들은 으슬으슬 해지는 분위기를 느껴야 했다.
“본 교사는 여러분의 행동에 따라 천사가 될 수 있고, 악마가 될 수 있습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학생들이 긴장한 몸으로 보고 있는 게 보였다. 역시 군대나 학교나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그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말을 잇는다.
“앞으로 본교사가 물으면 큰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알겠습니까?”
“예!!”
“출석 번호 시작!”
맨 앞에 앉은 눈치 빠른 갈색머리 청년이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1번! 브라고 베라고니!”
“2, 2번! 티피스 티파나!”
…….
“20번! 엘리제 제크테리안!”
붉은 머리를 한곳으로 묶어 뒤로 넘긴 여학생이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제크테리안이란 귀족의 성을 들어본 적 있는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테드가 그녀를 지긋이 쳐다봤다. 엘리제는 당당하게 테드의 눈빛에 맞섰다. 귀족이기 때문일까. 물러설 기세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전원 일어서!”
스산한 목소리가 테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흠칫 놀란 학생일동이 저도 모르게 자리에 일어났다. 물론 엘리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에 본 교사가 뭐라고 했습니까. 마지막 번호는 끝에 번호끝을 외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외치지 않았습니까.”
“…….”
학생들은 억울한 눈빛을 표했다. 번호끝을 붙이지 않은 것은 순전히 마지막 순서인 엘리제의 탓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혼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엘리제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는 얼굴을 와락 찡그리며 앞으로 나선다.
“당신이 교사란 건 알겠어. 그런데 지금 하는 행동은 내가 들은 코스모스 아카데미의 명성높은 교사의 행동이 아니야! 군대의 교관이랑 뭐가 달라?!”
테드가 뒷짐을 쥐고 엘리제를 향해 걸었다. 앞에선 그는 여자치고 제법 키가 큰 그녀를 올려다봤다.
“교사는 개인마다 교육방식이 저마다 다릅니다. 제 교육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짐싸서 집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그것도 싫다면… 네가 교사하던가.”
마지막 말에 살기를 담아 말하자 엘리제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숨을 삼켰다.
알 수 없는 공포가 발바닥에서부터 잠식해나간다. 그녀가 다시 숨을 내쉬게 된 것은 테드의 눈이 그녀의 눈에서 떨어졌을 때였다.
“알아들었으면 들어갑니다.”
엘리제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여러분은 1학년 D반이라는 소속입니다. 즉, 한명의 실수는 여러분 모두의 실수입니다.”
더러운 연대책임을 꺼내들었다.
“앞으로 나와서 일렬횡대로 섭니다!”
완전히 기세를 제압당한 학생들은 민첩하게 앞으로 나왔다.
“엎드려!”
입학식 첫날은 단체기합이었다. 그날, 엘리제는 D반 학생들에게서 원망어린 눈초리를 받았다.
⁂ ⁂ ⁂
“테드 크루시안 씨죠?”
전투 마법 준비실에 들어온 테드를 향해 한 명의 중년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테드가 그를 쳐다봤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는 짧은 스포츠 머리의 중년남성이었다. 왜소한 체격의 그는 웃으며 손을 건네고 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A등급의 모험가, 천재 마법사 테드 크루시안 씨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렇게 금칠할 필요는 없는데…… 누구신지?”
빨간 모자를 벗은 뒤, 그의 손을 잡아 악수를 한 테드가 물었다. 상대는 자신의 정보는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정작 자신은 그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테드 씨와 같은 전투 마법 교사인 베진 크론입니다. 저로 모험가 출신이죠. 이론 쪽을 맡아왔죠. 테드 씨는 실습을 맡으시면 됩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이론 쪽은 자신이 없거든요.”
“겸손도 심하시군요! 루크에이스의 천재 마법사가 설마 이론을 못할까요!”
“……그렇게 띄워주셔도 곤란할 뿐이에요.”
베진은 전투 마법 교육에 대해서 설명했다.
우선 전투 마법 교사는 테드와 베진 2명뿐이었다. 베진은 이론을 전문적으로 맡아왔고, 테드는 모험가의 경험을 살려 실습을 맡는다고 했다.
“2명이면 적은 게 아닌가요?”
“전교생 중에서 전투 마법사를 진향하는 학생은 의외로 별로 없거든요. 대부분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를 원하죠. 우리 2명이서도 충분합니다.”
전투 마법 준비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러 책상이 붙어 있는게 회사의 사무실을 떠올리게 했었다. 그는 테드의 자리를 안내시켜주며, 준비실 한쪽에 있는 문을 가리켰다.
“안에는 수업에서 사용하는 마도구 등이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꺼내서 사용하셔도 상관없는데, 사용하고 난 뒤에는 보고서를 작성해주세요.”
저 안에 있는 물건은 사용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진은 전투 마법의 실습은 전투 마법장에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내 공간으로 뛰어난 마법결계가 펼쳐져 있어 어지간한 공격 마법은 전부 막아준다.
입학식 첫날, 테드가 한 것은 베진의 간단한 소개와 안내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입학식에 참여하지 않아 받지 못한 1학년 D반의 출석부는 베진이 가지고 있었다.
코스모스 아카데미는 첫날부터 수업이 시작되지만, 전투 마법같은 전문 과목은 학생들이 선택해야하기 때문에 첫날에는 수업이 없고, 다음날부터 있었다.
참고로 1학년 D반에서 전투 마법을 희망하는 학생은 2명이 전부였다.
“다른 반은 5~6명 정도가 전투 마법을 신청했는데… 테드 씨의 반은 상당히 수가 적군요.”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그 이유를 짐작하면서 베진의 말에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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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