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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영혼-59화 (5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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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루크에이스 공략

공략대가 있는 캠핑을 하는 곳은 미궁내에 있는 세이프티 존이다. 공략대의 인원이 세이프티 존에 전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세이프티 존 근처에도 캠핑을 한다. 물론 안전을 위해 공략 보조대가 30명씩 돌아가며 야간 경계를 선다.

살해당한 브랙의 친구 머손은 세이프티 존안에 텐트를 치고 머손을 포함한 동료 5명이서 같이 텐트를 사용했다. 세이프티 존안에 있었기에 몬스터일 가능성은 아예 없다.

범인은 같은 모험가로 텐트속에 들어와 조용히 마손의 심장을 날붙이로 가슴을 관통시켰다. 옆에 있던 동료들 2명은 그 인기척을 아예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2명은 새벽에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즉,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리고 경계 근무를 선 2명 중에 브랙이 있었다.

최초 발견자가 브랙과 그 동료 한명이다. 경계근무를 마치고 오는 중에 텐트내에서 심장이 관통된 채 발견되었다.

시체에 사용된 흉기는 보이지 않았으나, 상처를 보자면 검 종류가 틀림없다. 그리고 검은 장검, 단검 등 모험가라면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무기였다.

공략대는 43층에서 멈추게 되었다. 시작 둘째날부터 공략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

다. 그것도 몬스터로 인해서가 아니라 내부 문제로.

319명의 루크에이스 공략대는 문제가 발생한 세이프티 존에 모여 있다. 그냥 일을 넘기기에는 살인사건은 너무 컸다. 천랑이 생각하기엔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공략대 내부에서 불안의 싹이 껍질을 깨고 성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략은 끝이다.

“씨발! 머손이 죽었다고! 개싱! 네놈 짓이지?!!”

브랙이 왜소한 체구에 허리가 살짝 구부렁한 수인족에게 삿대질 하며 말했다. 개싱은 브랙 일행과 사이가 좋지 않은 파티의 인물이었다.

지목 당한 개싱이란 청년은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냐! 내가 안 죽였어!”

“이 자식! 그럼 왜 당황하는 거냐?! 네가 죽였으니 당황하는 거잖아!”

“아, 안 죽였다고! B급인 내 실력으로 A급 모험가를 죽일 수 있을 리 없잖아?!”

모여 있던 모험가들 대부분이 눈살을 찌푸렸다. 동료가 살해당한 브랙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 없이 심증만으로 누군가를 몰아가는 것은 결코 보기에 좋지 않았다. 브랙에게 반감을 품을 모험가가 있을 정도다.

난장판으로 치닫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공략대의 대장인 천랑이 앞으로 나섰다. 양손을 들며 진정하라는 듯이 브랙을 말린다.

“일단 진정해라. 심증만으로 범인을 지목하기엔 사건이 무거워. 자네 또한 진짜 범

인을 잡고 싶지 않았나?”

“…….”

브랙이 씩씩거리면서도 천랑의 말에 따라 억지로 자신은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테드는 그 모습을 보고 짧게 혀를 찼다. 브랙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는 것은 천랑이 강자이기 때문이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비열해지는 전형적인 잡부의 표상이었다.

“우선 차분히 생각해보는 게 좋겠군. 용의자는 여기에 있는 319명이다. 천천히 사건을 알아보며 일단 정리를 하지.”

천랑으로서도 귀찮은 일이다. 솔직히 미궁을 공략하러 와서 지금 이게 무슨 짓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크다. 자칫하면 공략대 자체가 내부 분열로 파훼될 수 있다.

“시체의 상태를 보자면 새벽 3시~6시 사이란 것을 알 수 있네. A등급 레인저의 의견이니 불만은 없겠지. 그리고 3시~6시 사이는 마지막 경계 근무조가 불침번을 서던 시

간이지.”

천랑의 말에 앞으로 나선 것은 지크였다. 그는 공략보조대가 아니다. 경계를 서지 않았다. 단순히 끼어든 것이다.

“설마 시간이 겹친다는 이유로 경계 근무조 중에 범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천랑.”

“토리스 클랜 마스터인가. 걱정 말게. 이건 단순한 확인 작업에 불과해. 범인일 가능성이 있을 뿐이지.”

새벽 경계 근무 조 중에는 브랙과 개싱이 있었다. 서로 경계 서는 자리가 달라서 알아보지 못했다.

경계 근무조에겐 알리바이로서 허술한 부분이 있다. 경계를 선다고 해도 사람이다 보니 철통같이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걔중에는 경계 중에 조는 인물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게 지금 있는 미궁이 43층이기 때문이다. 43층에 나오는 몬스터는 지금 이곳에 있는 공략대에 속한 모험가들의 최소가 B등급이기 때문이다. 43층에 나오는 몬스터 정도는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경계 서는 자리에선 브랙의 텐트가 보이지 않는다. 세이프티 존에는 수십 종류의 텐트가 있다. 그것들이 벽이 되어 세이프티 존 내부에 있는 브랙의 텐트를 가려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경계 서는 모험가들의 능력이면 1분… 최대한 은밀하고 신중하게 움직인다 하더라도 3분이면 브랙의 텐트를 찾아내 침입한 뒤 쓰러뜨리는 것이 가능하다. 경계를 서는 자들이 서로를 감시했을리는 없을 테니 알리바이에는 틈이 있다.

“의심해야 하는 것은 텐트내에 있던 인물들이 아닌가?”

지크의 물음에 대부분의 모험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 동료니까 그런 일 없다고? 웃기는 소리다. 모험가 파티에서 내부 분열은 흔히 일어나고, 심할 경우 칼부림까지 난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거기에 피해자인 마손과 텐트 안에 있던 2명이 공범자라면 알리바이는 없다.

“우리가 왜 몇 년이나 함께 해온 동료인 마손을 죽여야 합니까?!”

“터무니없는 모함입니다!!”

그들이 핏대를 세우며 항의했다. 여기엔 루크에이스의 최정예 모험가들이 모여 있다. 눈 밖에 나면 끝장이다. 라는 생각이 몸을 지배했다. 범인으로 몰리면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곧바로 처형될 것이다.

“진정하게. 자네들이 범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천랑이 차분하게 말하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들은 천랑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같은 텐드 안에 있던 자네들이 보기엔 특이한 점이 어디에도 없었나?”

“그, 그러고 보니 머손이 있던 자리가 브랙의 자리였습니다. 평소 잠버릇이 좋지 않던 녀석이라 가끔씩 자면서 움직였습니다.”

“브랙의 자리였다고?”

천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텐트 내는 점등을 키지 않으면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 텐트의 재질이 미궁의 희미한 빛을 완전히 차단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범인은 머손이 아니라 브랙을 노렸다면? 어두운 내부에 얼굴을 확인하지 못하고 머손을 죽였다면? 그러나 천랑은 고개를 저었다. 그 가능성은 적다. 우선 범인이 텐트 내부의 자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즉, 범인은 텐트 내부의 소행이라는 것이 되어버린다.

“네놈 짓이냐?!”

고함소리에 천랑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브랙이 테드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왜 내 짓인데?”

테드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브랙은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네놈이 날 죽이려다가 실수로 머손을 죽인 거겠지! 거기에 동기도 충분하다! 나와 트러블이 있던 것을 몇몇 모험가는 두 눈으로 확인까지 했다!”

어제의 상황을 알고 있는 일부 모험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지크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당장 전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테드가 피식 웃었다. 같잖은 몰아가기다.

“우선 난 네 텐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거기에 우리 텐트와 너희 텐트는 제법 거

리가 떨어져 있지. 텐트 내부에 있는 네 자리도 알 수 없는데 너와 착각해서 머손이란 녀석을 죽였다고? 억지도 정도가 있지. 조금은 생각을 하고 말하라고. 머저리.”

브랙의 눈꼬리가 승천하듯 사납게 위로 올라간다. 눈동자에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린다.

“착각한 것이 아니라면 내게 복수하기 위해 머손을 죽인 게 아니냐! 그리고 네놈은

마법사다! 블링크 같은 마법을 사용하면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고 텐트로 이동할

수 있겠지!”

마법 중에선 모습을 감추는 마법이 있다. 기척마저 숨기는 고난이도의 마법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 뿐이 아니라 환상마법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사람을 속이는 것쯤은 간단하다.

테드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같이 있는 사이나 뿐이다. 그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공범으로 몰고 갈 것이다.

주위 모험가들의 시선이 테드에게 향했다. 소수의 몇몇은 브랙의 말에 선동되어 범인으로 보는 눈이었다.

“마법을 사용하면 미세한 마력의 진동이 나오지. A등급의 모험가가 무수히 몰려 있는 곳이 여기야. 아무리 잠자고 있다고 해도 마력을 감지할 수 없는 모험가들도 있나?”

테드의 말은 모험가들의 자신감을 건드렸다. 테드의 말을 들은 대부분의 모험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정도다. 자신들이라면 잠자는 와중에도 미세한 마력이라도 감

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마력을 숨겼겠지! 네놈은 뛰어난 마법사잖아?! 그 정돈 쉽게 할 수 있을 거다.”

“어제와는 말이 다른걸 알고 있어? B급에 불과한 내가 A급의 모험가 마법사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거야?”

테드가 입을 히죽이며 말하자 브랙이 말을 삼켰다. 어제 그는 테드가 B급이란 이유로 깔봤다. 목격자도 다수 있다. 지금 와서 말을 번복하면 다른 모험가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어쨌든! 네놈이 범인이다. 네놈이라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암살하는 게 가능해!”

천랑이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다가왔다. 과열된 열기를 식히듯이 테드와 브랙을 한번씩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법을 이용한 암살이라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가능하겠지. 하지만 여기에 마법사는 여려 명 있네. 브랙, 자네의 의견대로면 여기에 있는 마법사 모두가 용의자네.”

“그들에겐 동기, 동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 놈에겐 저에게 뚜렷한 적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기가 충분합니다!”

천랑이 차분히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그녀보다 한 발 앞서 누군가의 말이 들렸다. 여성의 목소리다.

“동기라면 충분해. 여기에 있는 모험가들 중에 너희 파티를 좋아하는 모험가는 거의 없을 걸?”

산발된 갈색 머리카락의 여자였다. 눈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다. 그녀는 건강이 의심될 정도로 피곤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가죽 갑옷이고, 허리 부근에 가죽 띠에 고정되어 있다. 마법사다.

“나도 당신에 대해 좋은 감정은 없어. 오히려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죽은게 당신이 아니라 마손인 게 아쉬워.”

“이 계집이…….”

브랙이 이를 뿌득 갈았다. 미약한 살기가 흘려 나왔다. 지크가 재빨리 브랙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자리에서 살기를 뿜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지크의 말에 브랙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모험가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 중에는 브랙을 제압하기 위해 검의 손잡이에 손을 대고 있는 모험가

도 있었다. 난동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 마리아, 네가 죽였나?”

브랙은 한 차례 마음을 가라앉혔다. 더 이상의 흥분은 좋지 않았다. 자칫하면 모험

가 전원이 적이 될 수도 있다. 상황을 인지했다.

“죽이지 않았어. 내가 왜 더러운 피를 굳이 내손에 묻혀야 하는데?”

마리아라 불린 여인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녀는 A등급의 모험가 마법사다. 실력이라면 충분히 있다. 당연히 블링크 마법도 사용할 수 있다. 테드처럼 남들 모르게 암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아까부터 동기라고 했는데… 동기라면 너에게도 있잖아? 듣자하니 마손과 마

찰이 있었다며?”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3개월도 더 된 일이다. 이미 우리끼리 이야기가 끝났다! 내가 친우이자 소중한 동료인 마손을 죽였을 거라고 생각 하냐?!”

“아니면 말고. 왜 그렇게 소리를 질려. 찔리기라도 하나봐?”

“네 년…!”

천랑이 한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더욱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녀가 도와달라는 듯이 테드를 쳐다봤다. 테드가 그녀의 시선에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상태로는 사건이 해결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공략도 멈출 수 없으니 나중을 기약하고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파멸의 지름길이다. 신뢰가 사

라진 공략대에는 희망이 없다.

테드가 앞으로 나서며 마력을 담아 외쳤다.

“자, 주목.”

그곳에 있던 318명의 시선이 테드에게 꽂힌다. 테드는 담담하게 브랙을 쳐다봤다. 적의가 담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테드로선 도대체 왜 저런 적의를 가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이 먼저 무언가 잘못하기라도 했었나? 생각해보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넌 마법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지?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마법을 이용해 수사도 할 수 있지.”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 제자리에 서있는 것을 확인한다.

“지금부터 내가 마법으로 수색한다. 범인으로 몰리기 싫으면 섣불리 움직이지 마.”

============================ 작품 후기 ============================

잠들다 일어나 다급히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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