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결한 영혼-58화 (5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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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루크에이스 공략

“파티의 해산?!”

저녁 부근에 모험가 길드 근처 주점에 모인 레드 헥사그램 파티의 테이블에서 카론이 당혹감을 담아 자리에 일어서 크게 외쳤다. 반면 폭탄선언을 터트린 테드는 담담하게 테이블 위에 있는 소시지를 오물거렸다. 카론의 커다란 목소리에 주점 내의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으나, 이윽고 다시 사라졌다. 술 마시고 소리 지르는 사람은 주점에선 비일비재했다.

파티 해산에 관해서는 며칠 전부터 파티원들에게 말해두었다. 술이 들어간 카론이 뒤숭숭한 마음에 괜히 놀란 척 하는 것이다.

“처음에 말했잖아. 레드 헥사그램은 내겐 수단일 뿐이라고. 난 얻을 것은 얻었어. 너희들에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차분한 테드의 말에 카론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테드의 성격상 말린다고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깔끔하게 보내주는 편이 나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잘 먹고 잘 살아라.”

카론의 악담아닌 악담에 테드가 피식하고 웃었다. 카론 또한 아쉬웠다. 이 정도로 실력 좋은 파티를 만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파티라는 것은 쉽게 모이고 쉽게 해산하는 특징이 있었다. 아쉽다고 해서 해산을 막을 권리는 그에게 없었다.

“그런데 리더. 루크에이스 공략대에 들어간다고 들었다. 어떻게 된 건가?”

잠자코 맥주를 홀짝이던 션이 물었다. 미궁에서 테드가 지나가듯이 말한 기억이 있었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천랑에게 부탁받았어. 보수도 이미 수령했고. 사실 지금 파티를 해산한 이유가 모레 루크에이스 공략대가 있기 때문이야. 나와 사이나가 가게 됐어.”

루크에이스 공략대에 대한 소문은 파티원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최근에 모험가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 주제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루크에이스의 최정예 모험가 120명이 모인 루크에이스 공략대. 모험가로서 동경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션이 물었다. 그는 C등급의 모험가로서 미궁의 어려움을 잘 알았다. 딱 한번이지만, 의뢰 때문에 레드 헥사그램이 고층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고층의 초입에 불과했지만 중층과는 질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션은 자신의 한계를 철저하게 깨달았다. 잊지 못할 날이다.

“91층부터 정보가 전혀 없어. 아무리 뛰어난 모험가가 모여 있다 해도 어려워. 아마도 실패하고 꼴사납게 귀환부로 도망치겠지.”

“그런데도 리더가 받아들인 건가?”

테드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불가능한 일은 하지 않는다. 가끔식 엉뚱한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좋게 풀렸다.

테드는 루크에이스 과실을 보수로 받았다는 이야기를 할까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만 천랑에게서 루크에이스 과실로 보수를 받은 이야기가 알려지면 다른 공략대의 일원들에게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심각할 경우 공략대 자체가 시작도 하지 못하고 해산될 수 있다.

“루크에이스를 떠나기 전에 한건 하고 싶었거든. 공략엔 실패하더라도 좋게 끝나서 A급의 모험가가 될지도 모르고.”

루크에이스 미궁의 최상층을 공략했다는 실적이 쌓인다. 실패 한다고 해도 참여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보다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야? 너희들끼리 파티를 짜려고?”

테드의 물음에 브론이 고개를 저었다.

“나와 카론은 고향으로 돌아간다.”

카론이 이어서 말한다.

“예전부터 이 파티가 해산하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예전부터 이야기 했지. 생각보다 빨랐지만… 돈도 생각이상으로 많이 모았고. 가야겠지.”

카론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고향만 생각하면 조건반사적으로 아련해진다. 고향을 떠나 있는 기간이 너무 길었다.

“난 사촌동생이 있는 디스본으로 갈 생각이다. 거기서 함께 수련한 뒤에 가문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다.”

션의 말에 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션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 기사 수련을 위해 루크에이스를 찾아왔다.

테드의 시선이 테이블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있는 시온에게로 향했다. 시온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눈은 테이블을 향해 있지만 시선은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다. 쉽게 말해 멍하니 있다.

“시온.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 응?”

테드의 부름에 그녀가 깜짝 놀라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래도 테드의 말을 듣긴 들었는지 재빠르게 냉정을 되찾고 질문에 대답한다.

“스승에겐 미안하지만, 본가에 가볼 생각이야. 사실… 스승을 따라가고 싶었는데 본

가에서 연락이 왔어. 날 소환할 정도로 제법 심각한 상황인 모양이야.”

시온은 설명하기 좋아하는 주제에 자신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는다. 하는 행동을 보

면 어딘가의 귀족인 것 같은데 가문에 대해서 꺼려하는 느낌이었다.

테드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걸 굳이 캐물을 생각은 없었

다.

“그럼 전부 루크에이스에서 떠나는 거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시간나면 도와

줄 테니까.”

월드 뱅크나 용병 등을 이용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편지를 보낼 수 있다.

“꼭 자기는 엄청나게 바쁜 것처럼 말하는군.”

션의 말에 테드가 웃었다.

“그야 당연히 엄청나게 바쁘지.”

“리더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자유기사가 될 수 있을 텐데…? 무언가 다른 일이라도 있나.”

“조금 세상 좀 구하려고?”

테드의 대답에 파티원들이 피식 웃었다.

“어디의 악의 축과 싸우러 가나?”

“촉이 좋은데, 션. 악의 축을 완벽하게 부수고 올 테니, 응원해 달라고.”

테드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술잔을 들었다. 물방울이 맺혀 있는 유리컵 속에 있는 황금빛 맥주가 찰랑였다.

네메스 대륙의 대부분의 국가에는 미성년자 금주법이 있다. 17세 미만의 아이에게는 술을 팔수 없고 마시게 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음주 규제법이 없는 나라도 있다. 마족의 왕국 딥크스나 오크 왕국 지쿠라크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중립지대에다가 모험가 길드 소속인 루크에이스는 어떤 국가의 법도 통용되지 않는 곳이다. 당연히 음주 규제도 전혀 없다.

테드가 슬쩍 건배자세를 취하자, 파티원들 모두가 자신의 술잔을 들었다. 6개의 술잔이 테이블 위에서 부딪히며 짠하고 맑은 소리를 낸다.

“우리들의 미래를 위하여!”

그날, 루크에이스의 유명한 파티 중 하나인 레드 헥사그램이 해체되었다.

⁂ ⁂ ⁂

루크에이스의 미궁 앞에는 대규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숫자로만 따지면 4~5천 명 정도 된다. 물론 전부 모험가 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루크에이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그들은 루크에이스 공략대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나온 것이다. 공략대의 길을 막지 않기 위해 주변에서 미궁입구에 있는 그들을 구경하고 있다.

루크에이스 공략대는 총 320명. 120명이 진짜 최정예 모험가들이고, 나머지 200명은 120명을 서포트 하기 위해 고용된 모험가들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84층까지 그들도 함께하며 120명의 최정예들의 편의를 위할 것이다. 최정예 모험가들의 체력을 최대한으로 비축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미궁 입구의 정면에는 완전무장을 한 천랑이 돌아보며 형식적인 연설을 하고 있었다. 테드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자신의 무장 상태를 최종적으로 점검했다.

회색 코트는 이전에 천마와의 전투로 인해 걸레짝으로 변한 걸 사이나의 도움을 얻어 복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한 걸 느낀 테드는 마법진을 코트의 내부에 새기는 것으로 코트를 강화시켰다.

오른손에 낀 검은 장갑을 확인한다. 글로리아는 손볼 것도 없이 멀쩡했다.

아공간에는 만일을 대비해 포션 또한 준비해두었다. 귀환부도 3장이나 준비했다. 하나는 코트 주머니에, 다른 두 개는 비상용으로 아공간에 넣어 두었다.

테드의 옆에 있는 사이나는 언제나처럼 메이드 복 위에 레드 와인 컬러의 트렌치 코트를 걸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코트의 허리춤에 하얀색 검집이 달려 있는 점이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당장 검을 뽑을 수 있게 준비한 것이다.

사이나는 공략 따위엔 관심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녀의 목적은 테드의 보호였다.

“우리는 루크에이스를 완전히 공략할 것입니다!!”

천랑의 기나긴 연설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주민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천랑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갈채를 받고 있다.

그리고 루크에이스 공략이 시작되었다.

테드는 회귀 전에 루크에이스가 공략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딱히 찾아볼 정도로 관심이 없어서 테드만이 공략된 사실을 모르는 것일 가능성도 있었다. 루크에이스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테드가 빠삭하게 루크에이스를 아는 것은, 미궁과 관련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루크에이스는 아주 옛날부터 있었다. 기록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 옛날부터 루크에이스 공략은 90층에서부터 막혀 있다. 90층에 있는 게이트키퍼는 이그나이트다. 다르게 불의 전사라고도 부르는 이놈은 정령처럼 몸이 불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뿐이라면 크게 장애될 것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90층의 필드가 용암지대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그나이트에게 데미지를 입혀도 용암으로 단숨에 회복한다. 90층에 가득 차있는 열기가 모험가의 체력을 빠르게 빼앗고, 조금만 실수해도 용암에 빠져 죽는다는 극도의 긴장감이 준다.

불의 약점인 물을 사용하면 된다고? 모르는 소리다. 어지간한 양의 물이라면 데미지를 입히기도 전에 증발되어 사라질 뿐이다. 그곳을 식히려면 거대한 파도정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천랑이 테드를 고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테드가 마도사급에 이른 마법사라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 채고 부탁한 것이다.

그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마도사급의 대마법은 천재지변 수준의 것이다. 용암지대의 전체는 무리여도 일부분 정도는 완벽하게 식힐 수 있을 것이다.

이 공략대에는 테드 만큼 실력 좋은 마법사는 없다. 상급의 마법사는 몇몇 있어도 마도사급은 없었다. 하기야 마도사급에 이른 마법사가 왜 굳이 위험한 미궁에 가겠는가. 대충 살기 좋은 곳에 자리 잡고 떵떵거리며 살지.

어찌 보면 이 공략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을 맡은 것은 테드다. 그가 없으면 공략이 시작되지 않는다.

공략대의 탑을 오르는 속도는 보통보다 느렸다. 어쩔 수 없는 게 5층마다 있는 게이트 키퍼에 인원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 하기 위해 다음 층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서포트들이 가지고 온 음식으로 마련된 이른 저녁식사를 끝내고 미궁을 걷는 와중에 한 명의 남성이 테드를 향해 걸어왔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과시하는 가죽 갑옷을 입고, 꼬불꼬불한 더러운 금색머리카락의 남자였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얼굴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느끼할 정도였다.

그는 테드의 앞으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은 옆에 있는 사이나에게 향해 있었다. 추잡스런 감정을 담은 눈이 사이나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한 차례 훑어 본다. 사이나가 불쾌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보다 못한 테드가 그의 시선을 가리듯 사이나의 앞으로 움직였다.

“무슨 볼일이라도?”

그제서야 시선을 돌린 남자가 테드를 내려다본다. 최근에 성장기가 찾아왔는지 제법

키카 큰 테드였지만, 남자는 테드보다 머리 두 개 정도 더 컸다.

그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B급이 어쩌다 공략대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기고만장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천랑

은 왜 날 두고 너 같은 B급을 공략대에 넣었는지 모르겠군. 결국 외모만 쓸 만한 골

빈 년인가. 킥킥.”

남자는 뭐가 그리 웃긴지 어깨를 들썩이며 킥킥 거리기 시작했다.

테드의 검은 눈동자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보아하니 공략대에 들어가지도 못한 A등급의 모험가인가 보네. 꼴을 보니 공략 보조대도 연줄을 이용해 들어 갔나봐?”

120명의 공략대는 테드와 사이나를 제외한 118명은 전부 A등급의 모험가다. 그 중에는 루크에이스 출신의 모험가가 아닌 자도 몇 명 있었다. 반면 서포트 역을 맡은 공략 보조대는 A급과 B급이 섞여 있다. 비율로 따지면 A급이 조금 더 많다.

테드의 비아냥에 사내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싹하고 사라진다. 얼굴을 확 구기며 테드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 꼬마가……. 선배로서 좋은 충고하나 해주지. 모험가 생활이 꼬이는 게 싫으면 입은 잘 생각하고 놀리는 게 좋을 거야.”

사내의 오른쪽 입꼬리가 비이상적으로 올라간다. 보기에도 얄미운 노골적인 비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란 듯이 까딱거렸다.

“그리고 듣자하니 넌 천랑의 그거라며? 연줄을 이용해 공략대에 들어온 건 너겠지. 소문이 쫙 나있다고?”

테드가 같잖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발정난 개새끼처럼 와서는. 머릿속에 든 게 그것뿐이냐? 뭐, 이해는 가. 하는 꼴을 보니 제대로 된 여자를 만나본 적도 없겠지.”

테드가 살짝 뒤로 물러서 사이나의 옆으로 다가갔다. 오른팔을 들어 그녀의 목에 감고서 끌어 당겼다. 저항하지 않은 사이나의 얼굴이 그대로 테드의 옆으로 다가온다. 테드가 사이나의 은빛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 괜히 와서 지랄하지 말고.”

“이 새끼가…….”

사내의 안면 근육이 꿈틀거리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더 눈꼴 시린 것은 여자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가만히 있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여자가 빼앗긴 듯한 분노를 느끼며

오른쪽 허리춤에 달린 바스타드 소드의 손잡이를 잡았다.

“잘 생각하는 게 좋아. 그거 뽑으면 넌 진짜 큰일 나는 거야.”

신경을 살살 긁는 도발에 사내가 검을 슬쩍 빼낸 순간이었다. 푸른색 소매에 감싸인 손이 테드와 사내의 중간에 나타나 막아선다.

“거기까지. 브랙, 검을 넣어라. 지금은 공략 중이다.”

검은 머리칼의 인간 남성이었다. 푸른색의 코트 아래로 하얀색의 브레스트 아머가 보인다.

브랙이 고함을 지르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리다가 사내의 입을 보고서 그대로 다물었다. 크게 혀를 차며 몸을 돌려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 테드는 몸을 돌리기 직전에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똑똑히 봤다. 아마도 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저 남자는 브랙이란 모험가다. 실력은 좋지만 성격이 좋지 않지. 될 수 있으면 조

용히 있기를 바랬는데 역시 불가능했군.”

“당신은….”

“지크다. 너와 같은 공략대의 일원이지. 편하게 말해도 상관없다.”

“왜 도와 준거야?”

주위에 모험가는 있었으나 나서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잘됐다는 듯이 흥미로운 눈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첫날부터 분쟁이 일어나는 게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너희들을 보고 메리코가 생각났다.”

“메리코… 메리코의 친구?”

메리코는 작년 4월에 천마의 검에 목이 꿰뚫려 죽었다. 인맥이 넓은 그라면 A등급 모험가와의 친분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아아. 친구다. 레드 헥사그램에 대해선 메리코에게 들었지. 너희들은 듣던 대로 사이가 좋군.”

지크의 말에 테드는 아차 한 얼굴로 서둘러 사이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뺐다.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너무 좋아서 무의식 적으로 사이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에 열중했다.

과연 악마, 마성의 머리카락이다.

“미, 미안. 무심코 열중해버렸어.”

“아뇨, 괜찮습니다.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조금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사이나를 보며 테드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볼에 분홍빛이 감돌았기 때문이다. 얼굴은 무표정인데 뺨이 살짝 붉어져서 인지 머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꼭 부끄러워하는 모습 같았다.

생소한 광경에 테드가 자신의 양 눈을 손바닥으로 비볐다. 그리고 다시 사이나를 봤을 땐, 언제나처럼 깔끔한 모습의 사이나가 있었다.

‘잘못 본건가.’

테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될 수 있으면 공략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싶으니, 분쟁은 자제해줬으면 좋겠군.”

지크는 선두 쪽으로 걸어갔다.

테드가 있는 후위에선 보이지 않는 선두에는 명성 좋은 모험가들이 포진해있다. 브랙의 행동을 보면 아마도 지크는 뛰어난 실력과 명성을 갖췄을 것이다.

사건은 그날 밤에 일어났다.

브랙의 친구가 다음날 새벽에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 작품 후기 ============================

용의자는 319명.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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