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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영혼-32화 (3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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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레드 헥사그램.

“이런 치욕을……!!”

디노의 얼굴이 분노로 인해 일그러진다. 그러나 엘프이기 때문일까, 그 분노한 얼굴마저도 멋있다며 좋아하는 여성 모험가들이 소리를 꺅꺅 질러댔다.

“흥! 땅의 축복도 받아서 그렇게 잘 구르나 보지?”

“……큿.”

디노는 비통의 찬 음성을 흘렸다. 땅을 구르는 엘프… 생각하기도 싫은 칭호다. 나중에 놀림거리가 될지 모른다.

전통에서 화살을 꺼내 시위에 매단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하급 불의 정령 샐러맨더를 화살에 빙의(Spirit Enchant) 시킨다.

화살의 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자신을 비웃고 있는 드워프를 겨눈다. 화살의 촉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불의 축복을 받았다고 했나? 이걸 맞고도 그 말을 할 수 있는지 보자!”

허공에 주황빛 불의 궤적을 남기며 뻗어간다. 카론은 비웃듯이 방패처럼 할버드를 앞으로 내세웠다. 할버드의 넓적한 도끼부위로 화살을 받아낸다.

불의 화살은 그대로 할버드와 부딪히며 폭발한다. 보통의 정령 빙의는 속성을 부여하는 것이 전부다. 불의 하급 정령으로 폭발하는 성질을 넣은 것은 순전히 디노의 실력이며 재능의 결과다.

“콜록! 콜록!”

연기 속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에 디노는 혀를 차며 전통에서 화살을 꺼내 시위를 당긴다. 드워프의 불에 대한 내성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번 화살엔 정령이 아닌 마나를 싣는다. 화살촉에 마나가 모여들어 푸르스름한 빛을 낸다. 디노는 곧바로 화살을 연기 속을 향해 쏘아냈다. 연기로 인해 명중할 확률은 낮지만 스치기만 해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이다.

디노는 연기 속에서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자 다시 전통에서 화살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온몸을 감싸는 갈색의 갑옷으로 자신의 육체를 보호하고 있는 카론이였다.

유일하게 뚫려 있는 얼굴에는 매서운 연기로 인해 눈물이 맺혀있으며, 입은 사정없이 신선한 공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흙 갑옷?”

디노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보기엔 흙이라기보다는 돌에 가까워 보였다. 문제는 어디서 저것을 꺼냈냐는 것이다. 마도구는 아니다. 마도구를 사용했다면 그대로 모험가 길드 측의 심판이 결투를 정지시켰을 것이다.

카론은 얼빠진 표정을 한 디노를 향해 씩 웃었다.

“이 몸의 피에는 자연의 축복을 받는 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거든!”

“……과연. 땅의 정령을 갑옷에 빙의 시켰나.”

“정답이다!”

카론이 디노를 향해 달려든다. 그에겐 드워프의 섬세한 손재주나 물건 제작에 대한 재능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 대신이라고 할까, 할아버지에게서 물러 받은 정령력이 존재했다.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땅의 하급 정령인 노움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내 부름에 답해다오! 나의 친우, 실피온이여!”

디노가 큰소리로 외치자 거대한 회오리가 그를 중심으로 몰아친다. 카론은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으나, 바람이 너무 강력해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끼아아아아악!!!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연두색의 몸체를 가진 독수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디노의 부름에 답한다.

카론이 경악해 입을 떠억 벌렸다.

“바람의 중급 정령인 실피온이라고?!”

“너의 땅의 갑옷을 인정해 보여주는 것이다. 감사하도록.”

디노의 전통에서 화살들이 그대로 허공으로 솟구친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화살까지 합해서 모두 9개의 화살이 디노의 중심에서 바람의 흐름에 따라 빙긍빙글 돌기 시작한다.

현재 디노의 실력으로는 중급 정령인 실피온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그저 소환해 유지시키는 것이라면 5분은 가능하지만, 실피온의 힘을 사용하면 1분도 유지할 수 없다. 30초가 한계다.

“이 공격을 버티면 네 승리다. 깔끔하게 이번 경기를 포기하지.”

어느새 그 주위에 9개의 화살을 허공에 띄운 실피온이 노려본다. 카론은 침을 꿀꺽 삼켰다. 브론에게 말했다. 이기겠다고. 시작도 하지 않고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카론이 할버드를 양손으로 잡는다.

실피온은 그대로 9개의 화살을 날려 보냈다. 모두 정령의 힘이 담겨있는 화살이다. 아무리 땅의 갑옷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어도 화살에 담긴 힘의 차원이 다르다. 완전히 막아낼 수 없다.

“우와아아아아!!”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카론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할버드를 휘두른다. 뚜둑, 거리며 9개의 화살 중 6개가 부러지지만 나머지 3개는 카론의 몸에 부딪힌다. 각각 왼쪽 어깨와 옆구리, 오른쪽 허벅지다.

화살이 부딪힌 각 부위의 땅의 갑옷이 흙먼지가 되어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다. 땅의 갑옷이 희생되어 화살이 피부 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었지만, 그 충격으로 인한 타박상은 어쩔 수 없다.

실피온이 날갯짓을 시작한다. 강력하게 바람을 일으키듯이 연두색의 날개를 움직인다. 날개에서 발생한 바람의 속에는 실피온의 연두빛 깃털이 들어 있다. 깃털은 바람에 녹아들어 날카로운 날로 변한다.

강력한 바람에 카론이 다급히 할버드를 바닥에 박아 넣었다. 칼바람이 그대로 카론의 몸에 부딪힌다. 그나마 멀쩡하던 땅의 갑옷이 바람의 칼날에 의해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한다.

‘이런 빌어쳐먹을!’

카론이 이를 악물고 할버드 뒤에 몸을 움츠렸다. 칼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실피온의 행동을 막아야 하지만 날아가지 않게 버텨내는 것이 고작이다.

땅의 갑옷이 바스라져 사라진다. 래더 아머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잘려 나가 카론의 속살을 그대로 노출 시킨다. 피부는 노출 되자말자 칼바람의 표적이 되었다.

피부가 베여나가며 붉은색 피가 바람과 함께 날린다. 드워프 특유의 질긴 피부가 아니었다면 이미 결투는 끝났을 것이다.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바람이 멈추었다. 카론의 육체는 피투성이다. 래더 아머는 피를 머금어서 무겁고, 피를 너무 흘러서 그런지 머리가 띵하다. 살짝 비틀거리는 몸을 정신력으로 억지로 되잡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이긴다!!!”

카론이 기합을 내지르며 자신을 향해 뿌리를 내밀며 덤벼드는 실피온을 향해 할버드를 휘둘렀다. 할버드의 도끼날이 그대로 실피온의 연두빛 몸을 베어 가른다.

그리고 바람이 폭발한다.

카론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양손에는 할버드를 꽉 쥐고 있지만 바닥으로 떨어질 기세를 보이지 않고 날아간다.

카론이 정신을 차린 것은 결기장의 밖에 떨어진 뒤였다.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 듯, 바닥에 쓰러진 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무, 무슨.”

멍한 정신을 일깨우는 것은 사회자, 나리 클로운의 생기발랄한 목소리였다.

[ 카론 지리뉴트의 장외패로 두 번째 결투가 끝났습니다! 승리자는 실버 울프 클랜의 디노 디노크입니다! 세 번째 결투 또한 5분의 휴식시간을 갖고 시작하겠습니다! ]

관객석에 울러 퍼지는 함성을 들으며 카론은 팔목으로 눈가를 가렸다.

빌어먹게도 졌다.

상대는 중급정령을 사용하는 강자였다고 스스로 변명거리를 떠올린 자신을 경멸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친우인 브론을, 자신의 수련을 도와준 션을, 파티 리더인 테드를 볼 면목이 없다.

“졌다고 질질 짜는거야?”

얄미울 정도로 어린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아직 변성기조차 오지 않은 목소리에 팔목을 내린 카론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질질 짜긴 누가!!”

“아니면 말지. 소리는 또 왜 질러.”

검지로 귀를 막은 테드가 시끄럽다는 듯 고개를 획획 저었다.

그런 테드의 행동에 발끈한 카론이 입을 크게 벌렸으나, 이윽고 힘없이 입을 다물었다.

“……미안하다.”

“질수도 있지. 그렇게 정색하며 사과할 필요는 없어. 상성도 나빴으니까.”

실력적인 차이도 존재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다음 경기는 내가 나간다.”

0승 2패. 단 한번만 져도 클랜워는 거기서 끝난다. 승리하기 위해선 남은 결투 3번을 전부 이기면 된다.

“아니, 잠깐 내가 나가도록 하지.”

션이 테드의 어깨를 붙잡았다. 간절함마저 담긴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리더의 부담감은 알고 있다. 파티에 들어온 지 고작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신입을 믿어 달라는 것은 억지겠지. 하지만 부탁한다. 나를 믿고 보내다오. 반드시 승리하겠다.”

“…….”

원래 세 번째 결투는 션이 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 연패를 진행하고 있다. 흐름을 끊고 연승의 기회를 가져오는 중요한 결투판이 되었다.

션의 실력은 알고 있다. 카론과 브론이 둘이 함께 덤벼도 이기지 못할 정도의 실력자다. 그러나 실버 울프 클랜에서도 그만한 실력자를 보내지 않는다고 단언 할 수도 없다.

션을 보내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다. 지는 순간 끝나면서, 이기면 고작해야 본전을 찾는 도박.

“목숨을 결고 결투에 임하겠다. 부탁한다. 리더.”

션의 주먹 쥔 손이 가늘게 떨린다.

테드는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박? 아니, 동료를 신뢰하는 것이 도박일 리가 없다. 그는 동료다. 파티 리더로서 그를 믿어야 한다.

“지면 끝이야.”

“알고 있다. 그리고 죽어도지지 않는다.”

션이 안광을 반짝인다. 본적 있는 눈이다. 죽음을 결의한 눈, 전쟁터에서 몇 번이나 보았던 눈이다. 그에게 이겨도 져도 상관없는 것들이 걸린 고작 클랜 워에서 보일 눈빛이 아니었다.

“……좋아. 갔다 와, 션.”

“리더는 다음의 결투를 준비하면 된다. 뭣하면 내가 중복으로 출전해도 상관없다.”

[ 5분이 지났습니다! 세 번째 결투자들은 경기장으로 올라와 주세요! ]

션이 경기장으로 올라간다. 신체를 긴장시키며 올라오는 실버 울프 클랜의 결투 상대를 바라본다.

[ 레드 헥사그램에선 그 유명한 검의 일족! 가르트 가문의 션 가르트가 출전합니다! 불과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신입 모험가라 정보가 없습니다만! 가르트의 성을 쓰는 이상 방심할 수 없죠!! ]

실버 울프 클랜 측에서 나온 인물은 인간이었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금발 머리칼을 쓸어내며 오만한 미소를 짓는다.

[ 실버 울프 측에선 귀족 출신의 모험가, 머드 제툴라가 출전합니다! 섬광과 같은 쾌속의 검술을 사용하는 검사입니다! 그에겐 속검사(速劍士)라는 별명이 있지요! 자아, 오늘은 어느 정도의 쾌검을 보여줄 것인가! ]

“션 가르트. 그 명성은 어렸을 때부터 들었다오.”

션과 대치한 머드가 여유롭게 웃으며 말한다. 션 가르트라는 이름은 귀족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하다. 무려 검의 일족인 가르트 내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가진 인물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문에는 으레 과대포장 되는 법이요.”

“……네 이름은 모르지만 제툴라 가문은 알고 있다. 쾌검으로 유명한 기사 가문이지.”

“내겐 당신과 같은 검의 재능이 없어서 말이오. 모르는 것도 이해하오. 하지만… 재능만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만큼 이 세상은 만만하지 않소.”

“걱정마라. 내겐 재능만 있는게 아니다.”

그가 허리춤에 단 칼을 가리킨다. 칼집의 모양으로 알 수 있다. 검이 아닌 도(刀)다.

“카타나. 라는 칼이요. 나는 재능이 없어서 말이오. 발도술 하나만을 극한까지 수련했소.”

“속검사라고 불리는 모양이던데.”

“이 세계에선 도, 외날검은 희귀하오. 속검사는 내 발도술을 본 모험가들이 멋대로 붙인 칭호에 불과하오.”

션이 허리춤에서 검을 빼내 전투를 준비한다. 무릎을 굽히고 칼집을 잡은 머드의 거리 간격이 보이는 듯하다. 도신의 길이는 대략 90cm 로 약간이지만 휘어져 있다.

“내 발도술을 막아 낸다면 당신의 승리요.”

머드가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그 만큼 그에게 발도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 두 분 모두 준비되었군요! 카운트 다운을 시작합니다! 3, 2, 1, 결투 개시!! ]

누구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머드는 발도술의 자세 그대로 상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꼬, 션은 머드의 빈틈을 찾고 있다. 그리고 아쉽지만 빈틈은 없다. 그렇다고 먼저 다가가기에는 그의 간격이 보인다. 그의 발도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반응 할 수 없는 속도면 그대로 결투는 끝날 것이다.

션은 한껏 숨을 들이마셔 폐에 산소를 보낸다. 몸 내부의 마나를 끌어 올려 머드를 향

해 검극을 겨눈다. 검극, 포인트 부분에 푸른 마나의 빛이 모여든다.

무릎을 굽히고, 검을 내밀며 달려 나갈 준비를 한다.

가르트(Gart) 검식(劍式). 아이언 보어(Iron Boar).

션의 몸이 성난 돼지처럼 튀어나간다. 단숨에 거리를 무시하고 머드의 앞에 당도한다. 머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살짝 칼을 꺼내 발도를 시작한다.

발도를 시작하는 순간, 션은 검을 놓고 뒤로 물러난다. 검은 기세를 잃지 않고 그대로 머드의 복부로 날아간다. 예상 못한 행동에 머드가 이를 악물었다.

션의 백스텝으로 인해 거리가 부족하다. 어차피 복부를 향해 날아오는 검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걸어 나가 공격한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션의 검이 복부에 파고들었다. 머드는 그대로 카타나를 발도한다.

베는 감촉은 있었다. 그러나 날아간 것은 션의 오른 팔목이다. 깔끔하게 날아가 바닥에 떨어진다.

“……설마, 검사가 검을 포기할 줄이야. 예상하지 못했소.”

“아버지는 검사는 때론 검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지. 너의 발도술도 훌륭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더군.”

머드가 토혈하며 웃었다. 승패와 관계없이 가르트 일족에게 인정받았다. 그것이 순수하게 기뻤다.

[ 겨, 결투 끝났습니다! 30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만……. 레드 헥사그램의 승리로 세 번째 결투는 끝났습니다! 너, 너무 빨리 끝났군요. 하지만 휴식 시간은 전과 마찬가지로 5분입니다! 야유하지 마세요! 그게 규칙이니까요! ]

나리의 우려와 달리 관객들은 우례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 또한 경기 내용이 범상치 않은 것을 알고 있다. 또한, 경기 내용 보다 보잘 것 없는 파티가 거대 클랜을 이겼다는 사실에 흥분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성법사에게서 치료 받아 떨어진 팔을 고친 션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팔에 인상을 찌푸렸다. 성법사의 말로는 단면이 깨끗해서 치료는 쉬웠으나 감각이 완벽하게 돌아오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음 경기는 내게 맡겨.”

테드는 장비를 점검하며 말했다. 점검이라 말해봐야 입고 있는 코트와 오른쪽 밖에 없는 마법 장갑 글로리아와 키가 작아 등에 매달아 놓은 롱소드가 전부다.

“……그 장갑은 마법장갑이 아닌가? 마법 도구는 결투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나는 마법사니까. 마법 장갑은 일종의 완드같은 무기로 취급받거든. 그리고 마법 장갑에 있는 마법은 사용하지 못해.”

“꼬마. 이길 수 있겠냐?!”

카론이 다가와 말한다.

“당연히. 질 생각은 없어. 그리고 꼬마라고 부르지 마.”

“흥.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생각해보지.”

남은 경기는 두 번, 그리고 마지막 결투에는 키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사이나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오늘 그녀의 출전은 없을 것이다.

“주인님이라면 문제없이 승리할 것입니다. 주인님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난쟁이 똥자루.”

사이나의 거침없는 독설에 카론의 몸이 흠칫 떨린다. 천방지축의 카론은 사니아와 한 번 다툰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엉망진창으로 깨졌다. 곁에서 보고 있던 브론이 눈이 돌릴 정도로 살벌하게 깨져서 카론은 사이나만 보면 조건반사적으로 긴장해버린다.

“무, 물론 믿고 있지. 꼬마는 우리 파티의 리더니까. 하하하!”

테드는 어색하게 웃는 카론을 무시하고 경기장 쪽으로 향한다. 슬슬 시간이다.

[ 자! 네 번째 결투를 시작합니다! 결투 선수는 올라와 주세요! ]

테드가 기지개를 키며 천천히 올라간다. 약간의 긴장감을 음미한다.

실버 울프 클랜에서 나온 인물은 키노의 옆에 있던 여자였다. 키노와 같은 늑대계 수

인족으로 하늘색의 머리카락이나 하얀색 귀와 꼬리는 키노와 쏙 빼닮았다. 얼굴이나 몸매를 보자면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다.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으며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다. 무투사인지 양손에는 너클을 끼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자라고 봐준다는 설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 작품 후기 ============================

조금 많이 푹 자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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