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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궁 도시 루크에이스.
즈캉, 검은 쇠사슬을 박살 낸 노블 라이칸 슬로프는 단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테드를 향해 양손의 손톱을 휘둘렀다.
그러나 손톱은 피와 살로 된 육체가 아닌 공기를 가를 뿐이었다. 사라진 테드를 찾기 위해 코를 킁킁이며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뒤쪽에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암브로시아(ambrosia)』”
고대 마법 암브로시아. 자신의 모든 능력치를 한계까지 끌어 올려주는 대신 1주일간 마력에 제한을 받아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며, 극심한 근육통을 겪게 해주는 마법이다. 요컨대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이니 뒷일은 잠시 미뤄둔다.
노블 라이칸 슬로프는 미친 듯이 달린다. 다리에 잔상이 보일 정도의 빠르기지만 랭크가 상승한 테드의 ‘고결한 눈’에는 훤히 보였다.
“얼음 감옥(Frozen Prison).”
노블 라이칸 슬로프의 몸이 달려오는 모습 그대로 얼어붙는다. 아니, 공간 자체가 순식간에 결빙된 것이다. 노블 라이칸 슬로프는 얼음 속에 갇혀있지만 마나가 봉인 당한 상태에서 다크 체인을 완력만으로 박살내는 녀석이다. 오랫동안 붙잡아 둘 순 없을 것이다.
“시간 가속(Time Acceleration).”
사용자의 사고 속도를 최대까지 올려주는, 일종의 버프 마법을 시전 한다. 이것으로 테드는 평소의 몇 배나 달하는 마법 캐스팅 속도를 얻었다.
쩌적, 라이칸 슬로프를 붙잡고 있는 얼음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3초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해방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힘 강화(Strength), 민첩 강화(Quick), 내구 강화(Iron Skin), 지능 강화(Intelligence), 정신 강화(Over Mind), 신체 강화(Bless), 한계 돌파(over Limit), 버프 강화(Buff Strengthen), 마법 강화(Magic Booster). 마법 숙련(Magic Mastery), 여명(Dawn). 마법 강화(Ultimate Magic). 마나 증폭(Mana Blast). 마법 방어(Magic Shell), 마법 지배(Magic Ascendant), 분할 사고(Multi Commander), 능력 강화(Destruction), 능력 강화(Overdrive), 능력 강화(Astral Power), 황혼(Twilight), 과부하(Overload), 마법 지배(Magic Domination), 등가교환(Equivalence Exchange), 회복의 기운(Recovery Aura), 마력 회복의 기운(Mana Recovery Aura), 고통 마비(Pain Paralyze), 글로리아(Gloria),”
라이칸 슬로프를 가두고 있던 얼음의 감옥이 그대로 박살나며, 분노한 늑대가 포효하며 테드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테드에겐 느려 보이는 동작이었다. 테드는 현재 마법으로 신체능력, 마법능력, 정신능력 등 모든 것들이 강화되어 있다. 그러나 본래 실력이 아닌, 고대 마법 암브로시아의 효과를 받아 강화시킨 능력이기에 기껏해야 3분이 한계다.
‘3분이면 충분한 시간이지.’
지면을 박차고 쇄도해오는 라이칸 슬로프를 향해 도약한다. 라이칸 슬로프 이상의 속도로 움직여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오른 주먹을 내지른다. 늑대의 안면에 정확히 명중시키며 그 날카롭고 뾰족한 이빨 몇 개가 부러져 허공을 비산하는 모습이 테드의 눈동자에 담긴다.
콰앙!
라이칸 슬로프는 총알만큼 빠르게 뒤로 날아가 바닥에 부딪힌다. 바닥의 일부가 부러졌는지 흙먼지가 날렸다.
“익스플로전(Explosion).”
쾅! 쾅! 라이칸 슬로프가 있는 곳이 폭발한다.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난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허공에 16개의 마법진이 나타나며 불, 바람, 물, 땅의 속성을 띄는, 각각 4개의 창들이 곧장 라이칸 슬로프를 향해 쇄도한다.
크아아아아아앙!!
창들이 몸을 꿰뚫으려는 찰나, 라이칸 슬로프가 하울링을 내지르며 창들을 상쇄시킨다. 허공에서 원소의 창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하울링으로 검은 연기마저 날려버린 라이칸 슬로프는 으르릉거리며 테드를 노려봤다.
라이칸 슬로프의 몸엔 눈에 띄는 상처가 없다. 폭발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겉보기엔 털이 조금 그슬린 정도가 전부다.
라이칸 슬로프는 멀어진 거리에서 그대로 손톱을 휘두른다. 길쭉한 손톱에서 발생한 바람은 날카로운 검기가 되어 테드를 향해 날아간다.
“가까이 오지 않는 거냐?”
여유롭게 몸을 움직여 날아온 검기를 완전히 피해낸 테드가 조롱하듯 말했다.
“꼬리라도 말지 그래?
크르릉.
라이칸 슬로프가 분노에 찬 위협의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한다. 빠르게 두 발을 놀려 거리를 좁히고서 탐색을 하듯, 테드의 빈틈을 찾듯 주위를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라이칸 슬로프의 몸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테드의 뒤쪽,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사각에서 사라졌다.
고개를 두리번거려 놈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테드의 눈은 아주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다. 위에서 내려오는 놈을 보고서, 황급히 옆으로 이동한다.
팡! 골반 근처에 달린 꼬리로 허공을 쳐 순식간에 방향을 바꾼다. 테드의 몸에 라이칸 슬로프의 날카로운 손톱이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테드의 몸이 순식간에 그곳에서 사라진다.
“옆이다. 개새끼.”
라이칸 슬로프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에 블링크를 이용해 순간 이동한 테드가 오른 다리를 자신의 머리까지 올려놓고 있었다. 그대로 올린 다리를 라이칸 슬로프의 등을 향해 내려찍는다.
라이칸 슬로프의 몸이 지면에 처박히고 개가 짖는 신음을 흘린다. 충격이 큰 듯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끝내자.”
뒤로 물러나며 라이칸 슬로프가 쓰러진 지면에 붉은색 마법진이 빛이 난다. 라이칸 슬로프의 몸보다 큰 마법진이 발동하려는 찰나, 테드의 몸이 비틀거렸다. 마법진은 그대로 일그러지며 사라진다.
“……어?”
눈에 보이는 풍경이 일그러지고 엄청난 어지러움과 두통이 순식간에 덮쳐 왔다. 고통 마비(Pain Paralyze) 마법에 의해 웬만한 고통은 느껴지지 않지만 상정이상의 고통은 느껴진다. 만약, 고통 마비에 의해 상쇄된 고통이 이 정도라고 한다면 본래의 고통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문득, 기억 속에서 수인족 무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허락되지 않은 존재가 미래를 보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미래를 본 대가인가.”
테드가 입술을 깨물었다. 3초 정도 지속되던 두통과 어지러움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시야도 원래대로 돌아 왔다. 그러나 미래를 보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지금과 같은 전투상황에서 미래를 보고 두통과 어지러움이 찾아온다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정신을 다잡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바로 옆에서 날아온 거대한 라이칸 슬로프의 손이 테드의 목을 노리고 쇄도한다. 다급히 왼쪽 어깨를 올려 목을 보호했지만, 대신 어깨가 박살났다.
회색의 코트가 찢어지고, 핏방울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다. 뼈는 박살났고, 왼쪽 팔은 더 이상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마법으로 회복하려 해도, 승기를 잡은 라이칸 슬로프가 미친개처럼 덤벼든다.
“발정난 개처럼 덤비긴…….”
날카로운 손톱을 자랑하듯 앞으로 내보이며 안면을 향해 공격해 들어온다. 블링크를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은 마력효율이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순식간에 캐스팅할 수 있는 것은 블링크나 실드 정도인데 실드는 라이칸 슬로프의 공격력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라이칸 슬로프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테드는 곧장 회복 마법을 사용해 박살난 어깨를 치료한다. 초록색 마법진이 테드의 어깨 근처에 나타나 연두 빛의 연기를 흘리고 있다. 연두 빛에 닿은 어깨는 서서히 회복되어 간다.
초급 회복 마법인 힐(Heal)이 아닌 고위 회복마법을 통해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지만, 회복마법은 공격마법보다 마력이 많이 소모된다.
라이칸 슬로프가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테드를 찾더니, 이윽고 발견하고 섬뜩하게 입을 벌린다. 찢어진 입 꼬리가 더욱더 올라가며, 클클 거리며 웃는다.
테드의 표정이 음식물 쓰레기라도 먹은 듯이 찌푸려진다. 저 기괴한 비웃음이 기분 좋을 리가 없다.
“다크 체인(Dark Chain)”
허공에 수십 개의 검은색 마법진이 그려지며 검은색 쇠사슬이 라이칸 슬로프를 향해 날아간다. 그러나 검은 쇠사슬이 몸에 닿기 전, 라이칸 슬로프의 황금색 눈동자가 붉
게 변한다.
“……버서커를 사용했나.”
지성에 제한을 받는 대신 강력한 힘을 주는 스킬이다. 스킬이 끝난 뒤에도 후유증이 있어 자주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다. 그걸 지금 사용했다는 것은 완전하게 끝을 보겠다는 뜻이다.
노블 라이칸 슬로프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은 쇠사슬을 특유의 높은 민첩성을 살려 모조리 피해내며 테드에게 다가간다.
아까의 다크 체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도를 지닌 다크 체인이다. 걸리는 순간 끝이라는 것을 아는 것인지 라이칸 슬로프는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피해내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망설임 없이 마나를 담은 손톱을 휘둘러 검풍을 일으켜 사슬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버서커를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성이 대부분 남아 있잖아. 상당히 높은 랭크인
가 보군.”
다크 체인은 라이칸 슬로프를 묶기 위해 달려들지만, 곡예와 같은 움직임으로 모조리 피해낸다. 서커스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마법사에게 시간을 너무 많이 줬어.”
거의 반 정도 왔을 무렵, 테드가 작게 중얼거렸다.
동공 안에 노블 라이칸 슬로프를 중심으로 한 수십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나타난다. 허공에서, 땅에서, 천장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빨강, 노랑, 초록, 파랑, 검정, 하양 등 제각각의 색깔을 가진 마법진들이 빛을 내며 발동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마력을 쏟아 부은, 마지막 마법이다.”
마법진의 중심에서 빛이 나타난다. 마법진의 색깔에 나타난 빛은 눈이 멀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이윽고 모든 마법진에서 일제히 빛줄기가 발사된다.
“레이저 퍼레이드(Laser Parade).”
화려하기 그지없는 마법이다. 레이저 광선에 닿는 것을 녹여 없애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압도적인 스피드를 가지고 있어 피하기도 어렵다. 아무리 노블 라이칸 슬로프라 해도 사방에서 쏟아지는 레이저 광선을 피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그리고 피하지 못하는 결과, 온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한동안 여기 있어야겠는데.”
테드가 승자의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개발한 환상적인 비전 마법을 감상했다. 극심한 마력소모지만 그 만큼의 위력과 화려함을 가지고 있다.
이윽고 레이저의 광연이 끝났을 때, 노블 라이칸 슬로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레이저로 인해 시체 조각하나 남기지 못하고 증발한 것이다.
[ 스킬,《마법의 대가 (The Grand Archmage)》의 랭크가 1단계 상승합니다. ]
“이겼…….”
기분 좋은 시스템 메시지를 대충 훑어보며 자신만만하게 중얼거리던 테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두 눈을 찢어질 듯이 뜨고서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본다.
그 시선의 끝에, 흔적도 없이 소멸해야 할 노블 라이칸 슬로프가 재생되어 있었다. 아직 정신이 없는 듯 덤벼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고, 이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대로 된 상황파악이 안된 상황에서 테드는 아공간을 열어 엘릭서를 마시려고 했다.
“…젠장. 마력이 없어!!”
아공간을 열 아주 미세한 마력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력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입술을 깨문다. 무수히 많은 버프는 아직 남아 있다. 힘들겠지만 마법이 아닌 근접 격투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시간은 대충 1분도 남지 않았다.
움찔하고 라이칸 슬로프의 몸이 움직인다. 테드는 그 행동에 더욱더 초조해진다.
“아니, 사이나를 부를까…….”
《악마계약(The Saina Lucifer)》스킬은 마력소모 없이 사이나를 소환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무기도 없는 그녀가 노블 라이칸 슬로프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황금빛으로 빛나는 장미의 꽃잎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아찔해질 정도로 농도 깊은 장미향이 콧속으로 스며들어온다.
황금빛 장미 꽃잎은 라이칸 슬로프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황금색 선이 그어진다. 처음은 양 무릎을 가로지르는 황금색의 선은 이윽고 빠른 속도로 늘어나 라이칸 슬로프의 몸을 덧칠하듯이 증식한다.
황금색 선의 정체, 검의 잔상을 깨달은 것은 노블 라이칸 슬로프의 몸이 잘게 썰려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난 뒤였다.
스르릉. 찰칵.
납검하는 소리와 함께 공간을 가득 채운 황금 장미의 꽃잎과 장미향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테드는 꿈이라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테드 공에겐 목숨의 은혜까지 갚아야 하게 생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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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