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결한 영혼-10화 (10/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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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언 우드.

네메스 대륙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령술사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엘프를 비롯한 천족의 경우는 혐오하고 경멸할 정도다.

테드는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령술은 마법의 종류일 뿐이다. 죽은 자를 이용하는 것이 모욕이며 능욕이라고? 그럼 살아 있는 자를 모욕하며 능욕하고 이용하는 것은 괜찮고?

꺄아아아아아악.

악령이 비명을 지른다. 그에 테드는 혀를 찼다.

30년이란 시간은 악령의 힘을 상승시켰다. 본래라면 정령의 힘만 약간 빌린다면 처리할 수 있는 저급한 악령이었을 것이다.

“아이언 우드가 비명을…?!!”

옆에서 경악하는 루키나를 향해 테드가 말했다.

“달라붙은 악령… 그러니까 밴시가 비명을 지르는 거에요. 계속 들으면 정신이 피폐해지죠.”

테드는 《평화의 가호》가 있기 때문에 밴시의 비명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제외한 인물들은 아니다. 지금 당장은 상관없지만 오래 들으면 정신이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

“일단은 여기서 물러나고 성직자를 부르는 게 좋겠네요.”

몸을 돌리려는 테드의 양어깨를 루키나가 부여잡았다.

“그대는 밴시가 보이나요?”

“…예. 뭐, 보여요.”

아주 잘 보인다. 지금도 절규 어린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려 하고 있다.

“그대의 힘이라면 밴시를 퇴치할 수 있지 않나요?”

“……저는 마법사입니다. 저보다 성직자를 부르는 게 확실해요.”

악령 퇴치는 전문이 아니다. 사령술은 알고 있지만 엘프의 공주 앞에서 사령술을 사용할 만큼 멍청하지 않다. 악령을 확실하게 처리하려면 성직자의 엑소시즘이 더 안전하고 확실하다.

“루키나 공주님,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호위대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주위에 마나가 일어난다.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 모으는 것이다.

정령의 힘이라면 충분히 밴시를 퇴치할 수 있다.

“여러분들은!”

루키나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처음 듣는 그녀의 고함에 주위에 냉수라도 뿌린 듯 급작스레 조용해졌다.

“아이언 우드에 아무런 피해 없이 밴시를 처리할 수 있나요?! 하이랜더인 여러분들이 밴시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알아요! 그렇지만 아이언 우드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밴시만을 퇴치할 수 있나요?!!”

“…….”

불가능하다. 눈에 보이지 않은 적을, 감만을 믿고 공격한다는 것은 하이랜더라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그대는 가능하지요?”

“…….”

테드는 그녀가 붙잡고 있는 어깨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가녀린 몸과 어울리지 않는 악력이다.

루키나는 테드의 눈동자를 마주치며 대답을 재촉하고 있다. 동시에 손에 들어가는 힘이 강해진다. 테드는 양어깨에서 느껴지는 아픔을 참으며 대답한다.

“가능성은… 적어요.”

악령계 몬스터는 처리하기 까다롭다. 일반적인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고, 성력과 관련된 능력이나 특별한 능력이 없으면 보는 것조차 할 수 없다. 더불어 아이언 우드에 상처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면, 방법은 더욱 좁혀진다. 성력을 이용한 성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저에겐 아이언 우드가 괴로워하는 게 느껴져요! 부디 그대가 아이언 우드를 구해주세요!”

“…실패할 가능성이 커요.”

“설령 실패한다 해도 그대를 탓하진 않아요.”

테드는 루키나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자신을 믿어 주는 것인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한번 해보죠.”

어깨를 잡은 손이 떨어졌다. 시원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어깨가 무거워진 기분이다.

“왜 그렇게 저를 믿을 수 있나요? 저와 공주님은 오늘 처음 본 사이일 뿐인데.”

아이언 우드를 향해 몸을 돌리며 테드가 물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감이 좋았어요. 사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가 제 감의 영향이 컸어요. 어쩌면 제 감은 그대를 만나기 위해 저를 이곳으로 보낸 걸지도 모르겠군요.”

“…….”

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없는 대답이었지만 테드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이 세계는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다. 가끔 날카로운 예감이나 직감이 시스템의 개입에 있다는 것을 안다. 루키나가 느끼는 ‘감’이란 것은 천부적으로 높은 행운 능력치 때문에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감’과 관련된 스킬이 있을 수도 있다.

이 세계의 ‘감’은 높은 신뢰성이 있다.

‘나를 만나기 위해 왔을지도 모른다고?’

그 말은 추측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감은 그저 아이언 엘프 마을 제누를 가리켰고, 마을엔 우연히 자신이 있었다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시간 회귀 전 아이언 엘프는 어떻게 되었지? 엘프 사냥꾼에게 학살당했나? 아이언 우드에 붙은 악령이 폭주했나? 그녀, 루키나는 아이언 우드 마을에 왔었나? 원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이었지?

나비의 날개 짓이 폭풍이 되어 미래가 바뀐 것처럼, 이 마을에 와서 미래가 바뀐 것일까?

두 번째, 세 번째 시간 회귀 때에는 미래에 신경 쓸 여유도 이유도 없었기에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였다. 그리고 크게 미래가 변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알고 있는 미래가 바뀐다면 전쟁을 막을 수 없다.

‘아니, 불안할 필요는 없어.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면 돼.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 아이언 엘프는 관계없어.’

불안감이 사라진다. 흔들리던 동공이 다시 자리를 잡는다.

‘문제는 없어.’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밴시가 비명을 지른다. 한층 더 시끄러워진 비명이었다. 로크와 촌장이 두통을 느꼈는지 머리를 붙잡았다.

검은색 기운이 아이언 우드 옆에 모여들었다.

“불길한… 기운이군요.”

루키나가 더러운 오물을 보는 듯이 중얼거렸다. 검은색 기운은 이윽고 뭉치기 시작하며 하나의 형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검은색 딱딱한 갑주를 입은 기사다. 검은색 브로드 소드를 양손에 쥐고 있다. 그런데 머리 부분, 투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듀라한이네.”

테드가 작게 중얼거렸다. 밴시의 권능으로 소환된 언데드 일 것이다. 그러나 불완전하다. 머리를 들고 있어야 하는데 눈앞의 듀라한에겐 머리가 없다.

듀라한은 중상급의 언데드로서 약간이지만 이성을 가지고 있는 언데드다. 그러나 머리 부분이 없는 듀라한은 이성 자체가 없다. 사고가 불가능하다.

루키나의 4명의 호위 중 한명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소리 없이 듀라한의 앞으로 다가가 그대로 허리춤의 레이피어를 섬광처럼 뽑아냄과 동시에 베어낸다.

1격, 3격, 8격, 21격.

듀라한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고결한 눈』 덕분에 보이긴 했지만, 저 검을 피하는 건 무리야.’

육체가 눈을 따라가지 못한다. 적어도 지금으로선 하이랜더와의 전투는 꿈도 꾸지 못한다.

테드는 레이피어를 갈무리하는 엘프에게서 시선을 떼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가까이 가야 한다.

테드는 아이언 우드의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다.

등 뒤로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이언 우드에 붙어 있던 밴시가 테드의 앞으로 다가온다. 질척한 검은 액체로 만든 듯한 외형이었다. 귀가 뾰족하지 않았다면 엘프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밴시의 얼굴이 그대로 테드의 얼굴 바로 앞에 들어선다. 관찰하듯이 테드를 바라본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밴시가 절규를 내지른다. 슬픔, 절망, 좌절 등의 모든 부정한 것들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한 표정으로 이 공간을 비명으로 가득 채운다.

저주에 가까운 정신계 공격이지만, 정신계 공격에 면역을 가지는 스킬 《평화의 가호 (The Blessing of peace)》가 있는 테드에게는 조금도 통하지 않는다.

밴시는 그 자체만의 힘으로 대상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다. 비명을 질러 정신 공격을 하거나 듀라한같은 언데드를 소환하는 정도가 전부다. 물리 공격을 받지 않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물리 공격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속성 변환(Attribute Conversion)』”

마력을 사용해 마력의 성질을 변환시키는 마법을 사용한다.

테드의 몸 안의 마력은 성력(聖力)으로 변환한다.

속성 변환은 마법과 성법(聖法)을 동시에 사용하고 싶었던 한 인간 마도사가 만들어낸 마법이다.

발동 전에는 마법이었으나, 발동 후에는 성법이 되는 특이한 마법.

“오래 유지할 수는 없겠어.”

안 그래도 마력이 적은 테드에게 속성 변환 마법은 효율이 좋지 않았다.

테드는 자신의 오른손바닥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는 오른손바닥이지만 서서히 황금색 빛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순수한 빛(Pure Light)』.”

빛은 빠르게 모여들어 하나의 광구를 형성한다. 테드는 망설임 없이 밴시를 향해 광구를 내질렀다. 광구가 터지며 황금색 빛이 공간을 집어삼킨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테드는 더 이상 밴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놔. 영약이라도 구해서 먹어야 하나. 마력이 너무 딸려.’

테드는 어지러운 감각을 참으며 아이언 우드의 몸체를 잡아 몸의 균형을 잡았다.

그때 툭, 하고 테드의 머리를 치고 무언가 떨어졌다. 테드가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언 우드의 나뭇가지가 떨어져 있었다.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여 나뭇가지를 줍는 테드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아니, 아니, 퓨어 라이트는 언데드계 몬스터에게만 효과가 있는데?!’

아이언 우드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마법이 아닌 성법을 사용했다. 아이언 우드의 나뭇가지가 부러질 이유는 없다.

“그건… 아이언 우드의 답례로군요.”

루키나의 말에 흠칫 놀라며 나뭇가지를 쥔 채로 허리를 폈다. 그녀는 어느새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언 우드를 매만지고 있었다.

“아이언 우드는 밴시에게서 구해준 그대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그 나뭇가지는 아이언 우드의 답례에요. 부디 받아주세요.”

“그렇다면야 뭐….”

어물쩍 대답하며 테드는 나뭇가지를 살폈다. 굵기는 어린아이 엄지손가락 정도고 길이는 테드의 한쪽 팔 정도다.

≪아이언 우드의 나뭇가지.

아이언 우드의 나뭇가지다. 우수한 마법 재료이며 강철처럼 단단하다. 알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다.≫

“그대는 혹시 마력과 성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나요?”

루키나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다. 마력과 성력은 공존할 수 없다. 당연히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테드의 지식에도 마력과 성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은 없다.

“아뇨. 저는 마법으로 마력을 일시적으로 성력으로 바꿔 사용하는 것뿐이에요.”

“그 마법은 그대의 비전 마법인가요?”

“네. 비전 마법이죠.”

귀찮은 설명을 피할 때는 비전 마법이라 말하는 게 편하다. 이 세계에선 마법사에게 비전 마법에 대해 자세히 묻는 것은 굉장한 무례로 알려져 있다. 당장에 결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무례다.

‘세계수의 자식이라 했던가?’

아이언 우드의 몸체를 만진다. 평범한 나무의 딱딱하고 거친 감촉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의지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말로 나무에 의지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세계수의 자식이기에 의지를 갖추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기왕 받은 거니까, 잘 쓸게.’

마법 재료로써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간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수의 자식인 아이언 우드의 나뭇가지인 만큼 최상급의 물품인 것은 확실하다.

이후, 4공주 루키나 알 아우티리아는 밀명으로 온 만큼 곧바로 왕국으로 귀환해야 했기에 곧바로 호위대와 함께 떠났다.

테드의 경우 일주일 후 간단한 송별회를 치르고 아이언 엘프 마을 제누를 떠나게 된다.

반년의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정이라도 붙은 것인지 아이언 엘프들은 테드의 앞날에 행운을 빌어주었다.

“너는 특이한 녀석이다.”

마을 회관에서 벌어진 송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로크가 테드에게 말했다. 로크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조금 놀랐다.

“내가 특이하다니, …뭐가?”

“전부다. 너의 당돌한 행동과 태도, 생각하는 방식. 전부가 특이하다.”

“그 정도라면 다른 이름 없는 신의 사도들도 마찬가지야. 애초에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으니 가치관이 다른 게 당연하지.”

환생자들, 사도의 가치관은 세계에 따라 제각각이다. 이해받는 자들이 있는 반면 이해받지 못하는 자들도 있다.

“처음 너를 봤을 땐 당돌하다고 생각했었다. 처음 이 세계에 왔을 터인데도 당당하게 행동하는 게 한 번 죽어 환생해서 그런지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

테드는 처음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었다. 경험이 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한 적 없다. 익숙하게 받아들이며 마음 가는대로 움직였다.

“엘프 사냥꾼의 습격 때는 너의 힘과 비정함에 공포를 느꼈다.”

그날 이후 테드를 감시하는 인물이 생겨났다. 약 1달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엘프가 생긴 것이다. 은밀하게 움직인 엘프였기에 테드도 2주가 흐른 뒤에서야 감시역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지금의 경우엔 평범하지. 동네 꼬마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무엇이 네 진짜 모습인지 지금도 난 확신할 수 없다.”

로크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테드는 그를 보며 잠시 망설였다.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로크라면 믿을 수 있다.

“나는 로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살았어.”

시간으로 치자면 70년… 아니, 강성운의 삶까지 합하자면 90년이다. 하나의 인생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테드는 단언할 수 있다. 그건 인생이 아니었다.

“하루에 한 끼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고, 빼앗기지 않았으면 다행이었지. 그렇게 하

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았는데 어느새 전쟁터에 있더라고.”

시간 회귀를 하기 전, 첫 번째 삶에 대한 이야기다. 용병에게 붙잡혀 전쟁터에 끌러가 온갖 잡일을 맡았다. 그리고 육체가 성장하자 창 한 자루를 받아 전쟁터에서 전투를 해야 했다.

“삶의 의미도, 목적도 없는 주제에 적을 죽여 삶을 연명했지.”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감정을 버리고, 벌레처럼 본능으로 삶을 연명했다. 전쟁터에 나가면 아군의 뒤에서 창을 내질렀고, 전쟁터에 나가지 않는 날에는 훈련을 받았다.

전쟁터에서 주운 마법서로 마법을 독학하고, 기사의 움직임을 훔쳐보며 따라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왜 내가 전쟁터에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 눈앞에 보이는 시체가 거슬리고, 몸에 배인 피냄새가 역겨워서 전쟁터를 떠났어.”

자신을 끌어들인 용병을 죽이고, 전쟁터에서 벗어났다. 아무런 목적 없이 되는 대로 걸어가며 방황했다. 그 과정에서 작은 기연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전쟁터를 찾아 헤매고 있었어.”

전쟁터가 자신이 있을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 대전쟁이 일어났다. 천족과 마족으로부터 시작되어 네메스 전체를 휩쓴 대전쟁이.

테드는 인간국에 소속되어 전쟁터를 배회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적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지위가 상승하였지만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다.

그 시절, 그의 정의(定義)는 전쟁광(戰爭狂)이었다.

“적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다 보니 어느샌가 전쟁이 끝나 있더라고.”

테드가 우승자가 된 것은 전쟁 공적치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라고 창조주가 말했다. 중요한 장군이나 병사를 가장 많이 죽여 공적치를 쌓아 전쟁 종결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창조주는 보상으로 소원을 들어 준다고 했고, 테드는 강성운의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인과율에서 강성운이라는 존재가 사라졌기에 돌아갈 수는 없다고 했

다. 대신 창조주는 시간 회귀의 권능을 주었다. 총 3번의 시간 회귀. 왜 3번인지는 물어보지 않아 알 수 없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뒤늦게 깨달았지.”

너무 늦었다. 2번의 회귀 끝에서야 겨우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달았다. 목표를 얻었다. 어쩌면 창조주는 이걸 알고서 3번의 기회를 준 것이 아닐까.

“나는 사람다운 인생을 살고 싶어.”

“……그거 아나? 쿠르 영감님은 몇 달 전부터 네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다.”

휴식을 취하는 중 어쩌다 마주친 쿠르 영감님은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테드의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부분이 반복되는 이야기라 성가실 정도다.

“어쩌다 마을의 주민과 마주치면 너에 대해 묻곤 하지.”

마을 주민들도 엘프 사냥꾼에게 안전하게 마을을 지켜준 테드에게 감사하고 있다. 가끔 음식같은 걸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주민이 있어 곤란할 지경이다.

“누운과 경비대원은 너와 함께하는 사냥을 기대하며 비번을 기다리지.”

비번 다음날 식당에선 어떤 마법으로 어떤 놈을 사냥했다는 소리가 아주 시끄러워 죽을 지경으로 들려온다.

“……그런 일도 있었어?”

테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마을 주민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생각도하지 않아 전혀 몰랐었다.

“네가 우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한다.”

악수를 하자는 듯 로크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기 위해 오른손을 내미는 와중 테드의 몸이 멈칫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오른손에 박혔다.

이내, 테드는 피식 웃으며 로크의 손을 마주 잡았다. 아무렴 어떤가.

“나도 너희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어.”

띠링하고 분위기를 깨는 소리와 함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테드는 자신의 눈앞에 뜬 반투명한 시스템 창을 무시했다.

[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칭호, ‘아이언 엘프의 친구’를 획득합니다. ]

[ 업적 점수 250을 획득합니다. ]

“정 갈 곳이 없다면 돌아와라. 의식주 정도는 해결해주지.”

“마법사 부려 먹을 생각이 뻔히 보이는데?”

============================ 작품 후기 ============================

아이언 엘프편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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