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지직...... 심지가 타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실내가 조금씩 어두 워지기 시작했다. 자미노승은 문득 두 눈에서 하얀 광채를 뿜어내며 엄 숙하게 말했다. "네가 갈 곳은 구천십지만마전! 너는 소림을 나가는 그 순간부터 천하의 대마황(大魔皇)으로 변신해야 한 다......!" "......!" "잔인 무도한...... 그리하여 구천십지제일신마조차도 치 를 떨 만큼 흉악한 대마황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 "...... 그렇게 함으로써 너는...... 구천십지만마전에 들 수 있고...... 그 목적의 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 "지난 삼십 년간...... 너를 위해 소림제자 일 백인(一百 人)은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혜인의 손을 움켜 쥔 자미노승의 두 손이 부르르 경련했다. 혜인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정시했다. 자미노승은 다시 두 눈을 스르르 감았다. 이어 그는 말할 수 없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혜인...... 너는...... 누구냐......?" 실내가 어두워졌다. 춤추던 유등의 불꽃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먹물처럼 번져 오는 어둠 속에서 혜인의 두 뺨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사백조님...... 소실봉을 벗어나는 그 순간부터...... 소림제자 혜인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입 니다......!" 자미노승은 웃었다. "헛허...... 나 자미성불(紫眉聖佛)...... 이백 년 이상을 살았으나...... 오늘...... 가장 보람되도다......." 혜인은 자미성불의 손에 힘이 풀려 나가는 것을 느끼 자 가슴이 철렁했다. "사백조님......!" "석존(釋尊)께서 말씀하셨느니...... 내가 지옥에...... 들어가지...... 않으면...... 누가...... 들어가리......." 갑자기 노승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혜인은 가슴이 철렁했다. "사백조님!" "......." 아무 대답이 없다. "사백조님―!" 침묵은 죽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므로. 순간 한 소리 격렬한 울부짖음이 혜인의 입술을 꿰뚫 고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