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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제111장 (111/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5권 제111장 쾌검(快劍) - 절대쌍식(絶對雙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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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련소천은 불타는 사사천궁 안을 휩쓸 듯 움직여가고 있었다.

  "아흑―!"

  "크― 아― 악!"

  혁련소천의 손이 번뜩일 때마다 죽음(死)이 줄을 이었다.

  그의 손에 천마묵장이 죽음의 빛을 뿌리며 들려 있었다.

  그 앞에 적수란 감히 있을 수 없었다.

  "......!"

  헌데 문득 혁련소천의 시선이 한곳에 이르러 빛을 뿌렸다.

  사사천궁 내의 한  곳, 한 인물이 다섯  인물에 포위된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바로 하토살군 융사와 광천오제였다.

  지금 막 일전을  겨루고 난 광천오제 중 한  명이 입을 열고 있었다.

  "흐흐흐...... 융사!  칠십 년 전의  한(恨)을 오늘로 마무리짓게 되었구나."

  그러자 이미 피투성이가 된 융사가 이를 뿌드득 갈았다.

  "광천오제! 네놈들이...... 감히...... 나를 어찌하려고......?"

  그와 동시에 그는 발악하듯 전력을 다해 쌍장을 휘둘렀다.

  윙― 위이이잉―!

  융사의 공세는 가히 위력적이었다.

  허나 그가 어찌 광천오제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 광경을 목격한 혁련소천은 내심 고개를 젓고 있었다.

  '으음...... 한 명이라면  몰라도...... 어찌 광천오제의 합공(合

  攻)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으로 융사의 최후는 결정된 셈이군!'

  그는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

  일순 혁련소천의 시선이 다시 우뚝 멈추었다.

  그의 시선이 못박힌  곳엔 한 명의 소녀가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지 않은가?

  '미...... 사.......'

  아아...... 그러했다.

  그 시신은 바로 미사, 그녀였다.

  혁련소천은 이내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휙―!

  이어 그는 다시 신형을 날려 사사천궁 안을 누비기 시작했다.

  철극륭은 미친 듯이 도(刀)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와 싸우고 있는 고수는 두 명이었다.

  천금병마 담대우리와 천룡제신마 악군초, 구천십지 중 두 곳의 주

  인인 그들의 무공은 실로 대단했다.

  새북사사천의 대장문인 철극륭과의 결투는 용호상박! 그들은 서로

  막상막하의 형세를 이루고 있었다.

  "후후......! 철극륭, 오늘이 네놈의 최후가 될 것이다."

  담대우리의 쌍장이 쏟아지는 우박처럼 허공에 번뜩였다.

  "닥쳐라! 새북사사천이 그렇게 쉽게 허물어질 것 같으냐?"

  허나 철극륭은 대성노갈을 터뜨리며 도를 수평으로 휩쓸었다.

  "후후! 어림없다. 이것도 받아랏!"

  악군초의 수도가 태산을 베어낼 듯 철극륭을 쳐나갔다.

  후...... 우...... 웅!

  파라라라랏―!

  진저리치는 대기와 고막이 터질 듯 휘말리는 진동음 소리!

  오오! 일대장관을 방불케 하는 그들 세 사람의 대결투...... 그것

  은 용이  구름을 부르며 창공을 비산하고,  범(虎)이 바람을 타고

  산야를 질주하듯 엄청난 위세로 주위  백 장 안을 무형의 살기 속

  에 휘몰아넣었다.

  헌데 어느 한순간, 뒤엉켜 싸우던 그들 삼 인이 마치 칼로 내려치

  듯 싹 물러섰다.

  "철극륭! 피하지 마라!"

  악군초의 벼락같은 호통이었다.

  순간 철극륭의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

  동시에 그의 도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꼿꼿이 세워졌다.

  "담대우리! 악군초! 자만하지 마라. 크핫핫......! 단 일 초에 네

  놈들을 죽여주리라."

  엄청난 앙천광소와 함께 그의  곧추세워진 도에서 번쩍 빛이 터져

  나왔다.

  "벽력일섬단혼도―!"

  천지를 진동시키는 엄청난 폭갈성과 함께,

  콰르르르릉―! 콰콰콰―!

  번쩍―! 버― 번― 쩍!

  아아......!  돌연히  푸른  하늘을  꿰뚫며  터져  나오는  벽력

  성...... 그 속에서 번쩍이는 한 줄기 푸르른 섬광(閃光)!

  그것이 정확히 악군초와 담대우리의 정수리를 쪼개 내려왔다.

  그때였다.

  "두 분, 위험하오―!"

  파― 앗!

  돌연 혁련소천의 신형이 한 줄기 빛으로 화했다.

  무쌍마영!

  지상에서 가장 빠른 경공의 극치를 보여주며 혁련소천은 내리꽂히

  는 푸른 섬광 속으로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검극성호―!"

  동시에 하늘끝까지 울려 퍼지는  장소성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것은 바로 오성마검 최후의  제 오식, 천하의 그 어떤 것이라도

  죽음을 약속할 수밖에 없는 절대쌍식 중의 제일식!

  과연 쾌(快)의 최극치였다.

  철극륭은 이 순간 천지간이 완전히 암흑으로 화하는 것을 느꼈다.

  '크으? 이...... 이럴 수가!'

  그는 내심 경악의 신음을 터뜨렸다.

  허나 그것은 그가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고, 피해야 한다

  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그의 입에서는 이미 폐부를 쥐어짜는 답답

  한 신음이 거칠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으윽......!"

  빛(光)과 어둠이 사라진 새로운 공간......!

  철극륭은 스르르 무너지는 자신의  몸을 도로 짚으며 버티고 서려

  했다.

  뚝......!

  허나 그의 도는 중간부분에서  그대로 부러져 나갔고 철극륭은 돌

  바닥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너...... 너는......."

  철극륭은 호안(虎眼)을 부릅뜨며 희미해지는 시선을 들어 눈 앞의

  인물을 바라보았다.

  혁련소천은 천마묵장을 든 채 철극륭의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일대를 풍미한 대효웅  철극륭, 혁련소천은 자신의 손으로 창출한

  그의 죽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영호풍......."

  순간 철극륭의 허리가 꼿꼿하게 세워졌다.

  "네...... 네가 군마천주......?"

  "그렇소."

  "으음......! 과...... 과연...... 무서운...... 검법...... 천하

  최강의...... 벽력일섬단혼도를 능가...... 하다니......."

  "그것은 오성마검 일초검식 검극성호이오."

  "오성...... 마...... 검......."

  철극륭은 허허롭게 그 한 마디를 되뇌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강인한  그의 얼굴에 탄복의 미소가 너무도 짙게 떠올랐다.

  "영호......  풍...... 후후후......  너는  위대...... 한...... 승...... 자...... 다......."

  끝으로 이어지는 그의 말은 거의 알아듣기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철극륭의 몸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탄복의 미소를  적에게 보이며 죽어가는  대효웅의 마지막 모습에

  혁련소천은 잠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철극륭의 죽음은 기이하게도 그의 가슴을 저미게 했던 것이다.

  엎어진 철극륭의 가슴에서 천천히  붉은 피가 돌바닥을 적시며 흘러 나왔다.

  그때였다.

  "대장문―!"

  비통에 젖은 대성과 함께 쓰러진 철극륭을 향해 달려온 한 인물이 있었다.

  금마혈번 소사였다.

  "대장문!"

  소사는 피끓는 절규를 터뜨리며  철극륭의 시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허나 그는 철극륭이 이미 죽었음을 확인한순간 벌떡 일어섰다.

  소사의 이글거리는 원한의 눈길이 그대로 혁련소천에게 쏘아져 왔다.

  "네...... 네놈이 감히 대장문을......."

  소사의 오른손이 번쩍인 순간, 어느새 금마혈번이 부르르 떨며 혁련소천을 향했다.

  "으― 윽!"

  허나 금마혈번이 그의 비명과 함께 땅에 떨어져 버렸다.

  소사의 심장을 꿰뚫는 하나의  검, 그 검의 손잡이 끝에는 귀검사

  랑이 조용히 서 있었다.

  죽음의 잿빛이 감도는 소사의  동공이 천천히 철극륭의 시신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직한 탄식이 흘러 나와  허공에 흩어져 갔다.

  "아아...... 애초부...... 터...... 무리...... 였...... 다......!"

  귀검사랑이 검을 빼어 듬과 동시에 그의 시신이 철극륭 옆에 나란

  히 쓰러졌다.

  귀검사랑은 씨익 웃으며 혁련소천을 바라보았다.

  "영호천주, 참견했다고 욕하지는 마시오."

  혁련소천 역시 귀검사랑을 향해 빙긋이 웃어보였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어찌 욕할 수 있겠소?"

  두 사람이 시선이 무언중에 교차되었고, 이어 그들의 고개는 가볍

  게 끄덕여졌다.

  그때 담대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화제로 이끌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적혈자와 추풍소요자, 그리고 사도염뿐이네."

  순간 귀검사랑이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사도염은 이미 이곳에 없소이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담대우리가 의혹성을 흘렸다.

  "사실은...... 노마 선배께서  사도염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소.

  허나 사도염이 돌연 무릎을  꿇고 구배(九拜)의 예를 올리더니 아

  무 말 없이 이곳을 떠났소이다."

  그 말을 들으며 혁련소천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하기야 군노형님은 사도염의 사조뻘 되시니......!'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남은 사람은......."

  "그렇소. 적혈자와 추풍소요자뿐이오."

  악군초의 힘찬 음성이었다.

  "그들의 위치는 본인이 알고 있소이다."

  그때 귀검사랑의 나직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그렇다면...... 갑시다!"

  혁련소천의 결정이 떨어졌다.

  휙! 휙! 휙......!

  순간 그들의 신형이 어지럽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콰앙―!

  거대한 석문(石門)이 통째로 가루가 되어 날아 버렸다.

  스스스슥―!

  동시에 혁련소천을 비롯한 일행의 모습이 석문 속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석실(石室) 안을 본  순간 귀검사랑의 눈살이 잔뜩 찌푸러

  졌다.

  "으음......?"

  석실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귀검사랑은 급히 혁련소천을 돌아보았다.

  "분명히 이곳에 있었는데...... 아마도 그들이 도주한 것 같소!"

  허나 그때 문득 혁련소천의 눈에 번갯불같은 기광이 일었다.

  그의 시선이 꽂힌 듯 향해 있는 곳.

  "......?"

  의아해하던 귀검사랑 등이 일제히 한 곳을 응시했다.

  시선의 끝에는 하나의 물체가  있었는데 그것은 실로 거대한 청동

  향로였다.

  기이한 문양으로 이루어진 오  장도 넘을 듯한 청동향로, 헌데 청

  동향로의 중간 부분을 보라.

  그곳엔 팔목만 남은 하나의 손이 깊숙이 박혀 있지 않은가?

  순간 귀검사랑의 입에서 신음성과 같은 탄성이 흘러 나왔다.

  "으음! 무서운 내공이다.  저 향로의 재질(材質)은 천하에서 가장

  견고한 만년천황금(萬年天黃金)으로 만들어진 것이건만......."

  그의 탄성과 동시에, 담대우리와 악군초 역시 경악하고 말았다.

  허나 혁련소천은 굳은 표정으로 향로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망설임없이 청동향로에 박힌 팔을 쑥 뽑아냈다.

  "......?"

  순간 혁련소천을 위시한 일행의  눈에 일제히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청동향로에서 뽑혀져 나와 혁련소천의 손에 들려진 건 바로 한 통의 서찰이 아닌가?

  혁련소천은 잠시 서찰을 바라보더니  이어 천천히 펼쳐 읽기 시작했다.

  서찰을 남긴 것은 다름 아닌 천학풍이었다.

  <영호천주, 보시오.

  빈도는 천학풍이외다.

  우선...... 적혈자와  추풍소요자, 두  사제를 데려감을 용서하시오.

  전진(全眞), 그 유구한 맥을  잇기 위한 빈도의 심정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소이다.

  영호천주, 정말 면목이 없소이다.

  허나...... 그들은 우리  전진의 마지막 맥(脈)이었기에...... 천

  주께 죄를 짓는 것은 어쩔 수 없었소이다.

  이제...... 두 번 다시 전진은 강호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외다.

  청심호의 물이 마른다 해도 말이오.

  영호천주, 죄 많은 빈도가  또 하나의 부탁을 드림을 꾸짖지는 말아 주시오.

  흑아와 백아, 두 제자를 천주께 부탁드리오.

  장차...... 천주의 양 팔이 될 수 있으리라 믿소.

  그리고 빈도의 죄를 속하기 위해 노부의 한 팔을 남기오.

         천학풍 서(書).>

  "......."

  천학풍의 서찰을 다 읽은  혁련소천은 말없이 귀검사랑 등에게 서찰을 넘겨 주었다.

  그리고...... 문득 그의 눈 앞에 천학풍의 모습이 떠올랐다.

  구천십지만마전에 있을 때, 야심한 밤 시각을 무릅쓰고 찾아와 자

  신의 사제들에게 인정을 베풀어 달라며 부탁하던 노도인의 모습.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던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혁련소천은 쓸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천학풍, 그대는 기어코...... 뜻을 이루었소. 허나, 그대의 약속

  대로 전진은 다시 강호에  나오지 말아야 하오. 이것이 그대의 팔

  에 대한 나의 보상이오.......'

  "추격해야 하지 않겠소?"

  그때 귀검사랑이 문득 그의 상념을 깨뜨렸다.

  "그래야 마땅하네......."

  담대우리의 음성도 동시에 흘러 나왔다.

  허나 혁련소천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없소."

  "......?"

  "천학노도가 약속한 이상, 그들은  결코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오."

  헌데 바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아직도 혁련소천의 손에 들려  있던 천학풍의 손, 그것이 돌연 변

  화를 일으킨 것이다.

  푸...... 스...... 슥!

  푸른 연기와 함께 재를 남기며 순식간에 타버리는 손목.

  "......!"

  순간 그들의 눈이 일제히 부릅떠졌다.

  아아... 손목이 타버린 연기가 뭉쳐 이루어지는 글씨.

  <혈랑성의 기세가  완전히 누그러졌으니......  강호는 곧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오.

  영호천주, 그대에게 노부를 뒤쫓지 않은 보답으로 한 가지 사실을 알려 드리고자 하오.

  제갈천뇌!

  그는 동쪽으로 갔소이다.

  아마도...... 태산 방향인 듯하외다.>

  혁련소천은 짧게 외치듯 부르짖었다.

  "태산이라면......!"

  그의 눈에서 섬광과 같은 눈빛이 번쩍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그는 단언하듯 잇몸으로 한 마디를 터뜨렸다.

  "그곳은 바로...... 천문(天門)이다!"

  피의 대폭풍, 그것은 이제 서서히 좁혀지고 있었다.

  새북사사천의 멸망!

  그것은 수많은 죽음과 피만을 남긴 채 끝났다.

  허나, 혁련소천!

  그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제갈천뇌!

  그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그의 숙명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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