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5권 제108장 (108/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5권 제108장 모래탑으로 쌓은 야망(野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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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사해(四海)를 관장하는 천붕군도의 대군황(大群皇)인 사해마종 희

  천세......!

  지금 희천세는 자신의 체구보다 최소한 다섯 배는 더 큰 태사의에

  푹 파묻혀 있었다.

  조그만 눈이 연신 이리저리 굴려지는 것으로 보아 그가 어딘지 초

  조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평생 초조해 본 적이 없는 그가 오늘은 어쩐 일이란 말인가?

  이때였다.

  "대군황께 아룁니다."

  문 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오자 희천세의 얼굴에 반색의 기

  색이 떠올랐다.

  "오! 궁독이냐?"

  "그렇습니다."

  "어서 들어오너라."

  문이 열리고 궁독이 안으로 들어왔다.

  희천세는 대뜸 물었다.

  "어찌 되었느냐?"

  궁독은 송구스러운 듯 약간 고개를 숙였다.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음......."

  희천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묵직하게 중얼거렸다.

  "도대체   구천십지만마전의   놈들이   어디로  잠입했단   말인

  가......."

  그때 궁독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철면삼군자 외에  천붕군도의 제자 수천

  명이 출동했으니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것입니다."

  그는 한 마디 덧붙여 말했다.

  "육지라면 몰라도 해상에서만큼은 아무도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희천세는 여전히 초조한 기색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중얼거리더

  니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헌데 이번에  구천십지만마전에서 파견된  놈들은 누구라고 하더냐?"

  "군마천과 제검천,  그리고 사환천의 세  주인들과 휘하고수 삼천 명이라 합니다."

  "미친 놈!"

  "예?"

  "단우비, 그 빌어먹을 놈 말이다. 감히 나, 희천세를 건드리는 걸

  보니 그 놈도 이젠 죽을 때가 다 된 모양이다."

  희천세는 냉랭한 코방귀를 날리더니 문득 궁독을 응시했다.

  "궁독."

  "말씀하십시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어떤 일이......?"

  희천세는 눈을 야릇하게 빛냈다.

  "너도 알다시피 천붕군도는  해상의 험지라 뱃길을 모르고는 함부

  로 접근해 올 수가 없다."

  "......."

  "헌데 그들이 너무도 쉽게 천붕군도로 잠입했다는 것은 우리들 중

  누군가 첩자가 끼어 있다는 결론이다."

  궁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입니다."

  희천세는 가뜩이나 조그만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음침하게 중얼거렸다.

  "그 첩자...... 그 놈을 먼저 잡아내는 게 급선무이다."

  그때 문득 궁독의 눈가에 엷은 미소가 감돌았다.

  "그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희천세는 흠칫했다.

  "아니라고? 어째서......?"

  "보다 중요한 것은 내일을 기해 천붕군도의 대군황 자리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희천세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

  "대군황의 자리가 바뀌다니...... 궁독!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

  "그 대답은 우리가 해주지!"

  그때 불쑥 한 마디가 실내로 울려 들어왔다.

  꽝―!

  동시에 문이 산산조각 박살나며 세 인영이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군마천주 영호풍― 혁련소천을  중심으로, 제검천주 독고황, 사환

  천주 뇌대군이 바로 그들이었다.

  희천세는 퉁기듯 상체를 일으켰다.

  "너...... 너희들은......?"

  혁련소천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구천십지만마전에서 왔다."

  "너...... 너희들이 어찌......?"

  그때 궁독의 차가운 조소가  희천세의 고막을 송곳처럼 쑤시고 있었다.

  "후후후...... 희천세, 너의  수하들은 모두 제압되었다. 이제 남

  은 것은 너 혼자뿐이다."

  순간 희천세의 눈에서 시퍼런 불길이 쏟아져 나왔다.

  "궁독! 이제 보니 네놈이 바로 첩자였구나!"

  "후후후...... 너무 늦게 알았다."

  희천세는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비열한 놈...... 천붕군도를 만마전에 팔아넘기다니......."

  궁독은 태연하게 조소했다.

  "후후...... 팔아넘긴  것이 아니다. 이제  만마전은 나의 형님이

  장악할 것이고 나는  천붕군도를 장악할 것이다. 후후...... 그렇

  게되면 우리  형제는 육지와  해상의 패권을 모조리  장악하게 되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으헤헤헤헤......."

  돌연 희천세가 두 발을 흔들며  그 특유의 장난기 서린 괴소를 터

  뜨리는 것이 아닌가.

  궁독은 흠칫했다.

  '이 늙은이가......?'

  그때 희천세는 돌연 괴소를 뚝 멎고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궁독...... 노부는 네가 좀  컸는 줄 알았더니 역시 아직도 젖내나는 애송이였구나."

  "음......?"

  오히려 어리둥절해진 쪽은 궁독이었다.

  짝! 짝!

  그때 희천세가 가볍게 두어 번 손뼉을 쳤다.

  스스스......!

  그러나 세 줄기 흑영(黑影)이  흡사 유령처럼 궁독이 앉은 태사의 좌우에 나타났다.

  순간 궁독의 두 눈이 휩떠졌다.

  "철면삼군자!"

  희천세의 비릿한 괴소가 고막에 파고든 것도 바로 그때였다.

  "헤헤헤...... 철면삼군자와 나의  수하들 중 천붕군도를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

  "그리고...... 궁독,  너의 추종세력은 이미  귀신도 모르게 모두 제거되었다."

  궁독은 휘청 한 걸음 물러섰다.

  "그...... 그럴 수가......."

  희천세는 습관처럼 콧구멍을 후벼파며 씨익 웃었다.

  "너는 이 순간을 기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생명까지도......."

  "으......."

  궁독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럼...... 이제까지 당신의 행동은 모두......."

  "연극이었지."

  "그...... 그랬었구나......."

  "네가 그토록 사랑하던 충복  시마(屍魔)도 이미 죽었다. 이제 철

  저히 너 혼자 남은 셈이다."

  순간 궁독의 두 눈에서 소름끼치도록 푸른 빛이 줄기줄기 뻗쳐 나왔다.

  "희천세...... 역시 무서운  늙은이구나. 허나...... 아직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희천세는 손가락을 콧구멍에서 쑥 빼냈다.

  "헤헤헤...... 지금 온 삼천(三天)의 주인을 믿는 것이냐?"

  "그렇......."

  대답이 끝나기 직전, 궁독의  양쪽 팔이 누군가에 의해 꽉 붙잡히

  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의 몸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경직되었다.

  "아니?"

  궁독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두...... 두 분이 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 들어보았나?"

  그 말을 하면서 궁독의 오른팔을 붙잡고 있는 사람은 제검천주 독고황이었다.

  "흐흐흐...... 네 형도 너처럼 당했다. 너의 형제는 더 이상 중원

  에서 그 무엇도 얻을 수 없게 되었다네."

  바람결같은 괴소를 날리며 왼쪽 팔을 잡고 있는 것은 사환천주 뇌대군이었다.

  "그...... 그럼......."

  궁독의 눈빛은 그만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순간 그의 시선이 쫓기듯 혁련소천의 얼굴로 옮겨갔다.

  "너...... 백변귀천은......."

  혁련소천은 나직이 웃었다.

  "너희 형제가 가장 큰 실수를 한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아직까지

  나를 백변귀천이라고 생각하는 그거......."

  "......!"

  "한 가지만 말해주마. 우리 삼천의 주인들이 이곳에 온 것은 희천

  세 대군황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더불어 제거하러 온 것이다."

  "우......."

  궁독은 순간 아득한 나락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끝장이었다.

  이때 피요궁의 살기 짙은 음성이 흘러 나왔다.

  "철면일군자."

  "예."

  "제거하라. 사해(四海)의 법대로......."

  "존명!"

  스윽.......

  대답과 함께 철면일군자는 미끄러지듯 궁독의 면전에 다가섰다.

  "......."

  궁독은 스스로 눈을 감았다.

  일순 철면일군자의 손이 궁독의  얼굴을 가린 면사를 사정없이 낚아챘다.

  순간 비록 핏기 한 점 없이 파리하게 질려 있으나 무척 준수한 중

  년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철면일군자의 품 속에서 꺼내진  것은 보기에도 섬뜩한 묵빛의 철

  수(鐵手)였다.

   ―!

  다음 순간, 철수는 가장  먼저 궁독의 얼굴을 비스듬히 그어 버렸다.

  피가 튀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철면일군자는  철수를 무자비하게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촤촤 !  !  !

  그러자 피와 뜯겨 나간 살점들이 미친 듯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허나 궁독은 마지막  심장이 찢겨 나갈 때까지도  끝내 한 마디의

  신음조차 내뱉지 않았다.

  참혹했지만 그것은 효웅(梟雄)으로서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죽음이었다.

  휙!

  희천세는 태사의를 떠나 혁련소천의 앞에 가볍게 내려섰다.

  돌연 그는 혁련소천의 손을 덥석 감싸쥐었다.

  "영호천주, 천주의 도움에 감사드리오."

  혁련소천은 담담하게 웃어보였다.

  "앙천묵제 희여송 노야와 대군황의 사이가 친형제지간이니 저와도

  무관하다고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순간 희천세는 혁련소천의 손을 미친 듯이 흔들며 예의 장난기 서린 괴소를 터뜨렸다.

  "으헤헤헤...... 좋다......  좋아! 앞으로  만마전과 천붕군도는

  영원한 형제지의를 나누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혁련소천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느릿하게 시선을 허공으로 옮겼다.

  '단우비 전주...... 세 번째의 일도 끝났소!'

  문득 그의 입언저리에 물안개같은 미소 한 줄기가 피어올랐다.

  제갈천뇌...... 그는 지금쯤 제왕성에서 참담한 절망에 휩싸여 도망길을 서두르겠구나.......

  허나 역시 그곳에서도 너는 죽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너는 사냥감처럼 쫓기게 된다.......

  최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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