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십지제일신마 제5권 제101장 대영웅(大英雄)과 대야망(大野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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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마령(萬魔令)으로 명하노니......
구천마제와 십지마황은 즉시 존궁(尊宮)에 집결토록 하라.
― 구천십지 제일신마 단우비.>
만마령!
그것이 구천(九天)과 십지(十地)에 또다시 하달되었다.
소림사의 멸망 이후...... 꼭 칠 년 만의 일이었다.
거대한 지하석부(地下石府).
중원천지의 지형이 그대로 축소되어 새겨져 있고 천하 대소문파의
관한 기록이 일목요연하게 벽면을 채우고 있는 이곳......!
여기는 존궁(尊宮)의 가장 깊숙한 위치인 사망전(邪亡殿)이었다.
태사의에 깊숙이 상체를 파묻고 있는 제일신마 단우비의 모습은
칠 년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니, 딱 하나 달라진 게 있긴 있었다.
칠 년 전엔 그토록 담담하던 눈빛이었거늘...... 이 순간 서리같
은 눈썹 밑의 그의 두 눈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
"......."
구천마제와 십지마황이 모두 모여 있는 지금, 좌중에는 질식할 듯
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오랜 후에 바윗덩어리처럼 굳게 닫혀 있던 단우비의 입술이 서서
히 떼어졌다.
"본좌가 무엇 때문에 만마령으로 그대들을 모았는지 아는가?"
"......?"
"......!"
시선만 일제히 단우비에게 옮겨졌을 뿐 대답은 누구에게도 없었다.
단우비는 억양 없는 음성으로 조용히 말을 이었다.
"얼마 전...... 황궁에서 사자(使者)를 보내왔다. 내용인즉......
구천과 십지의 혈겁을 멈춰 달라는 것이었다."
문득 단우비의 입언저리에 보일 듯 말 듯한 냉소가 스쳐갔다.
"이는 매우 건방진 소리다. 허나...... 황제의 입장에서 보면 타
당한 일이기도 하다."
그는 천천히 태사의에서 상체를 떼었다.
"헌데...... 보다 중요한 것은 황제가 어째서 그런 명을 내렸냐 하는 것이다."
그는 깊숙한 시선으로 중인들을 쓸어보더니 이어 더 한층 가라앉
은 음성으로 말했다.
"누군가...... 수작을 부렸다. 나, 단우비를 겨냥하고 황궁을 움직인 것이다."
"......!"
"......!"
구천마제와 십지마황의 표정이 일제히 가볍게 변화했다.
"그 인물은...... 바로 그대들 십구 인(十九人) 중에 속해 있다."
"오......!"
"음......."
짤막한 신음성이 몇 사람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이때 좌중의 한 명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생사천주 만후천리, 존귀하신 만마전 제일신마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단우비의 시선이 그쪽으로 옮겨갔다.
"말하라."
만후천리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침중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조금전에 하신 말씀...... 가히 타당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만마전에 귀속된 저희들이 어찌 감히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그것뿐인가?"
"그렇습니다."
순간 단우비의 눈빛이 기이하게 변했다.
"만후천리."
"말씀하십시오."
"그대는 알 것이다. 지난 팔백 년 동안 제일신마의 보좌가 단씨
일맥으로 이어지는 것에 불만을 품었던 자들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
만후천리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했다.
단우비는 그런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음모를 진행해 왔다."
"......!"
"칠십 년 전의 나의 아들 단표웅이 죽은 사건도 바로 그런 음모의
일각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
만후천리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하며 동시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요가 일어났다.
이때 자소천주 빙허잠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제일신마께 빙허잠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말하라, 빙허잠!"
빙허잠은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들으셨지만...... 요즘 강호에 나돌고 있는 풍고적의 소문은 분
명히 누군가가 만마전의 균열을 꾀하기 위해 퍼뜨린 헛소문입니다."
단우비는 가볍게 미소했다.
"그럴 수도 있지. 허나 풍고적이 살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빙허잠의 눈에 의혹이 솟았다.
"어떤 연유로 그런 말씀을......?"
"풍고적...... 그는 군마천의 장손세가에서 화약을 제조하기 이전
부터 만마전에 화약을 공급해 왔던 사람...... 내 한 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빙허잠의 눈빛이 짧은 순간 미묘한 떨림을 일으켰다.
"알아보셨다 하시면......?"
단우비는 희미하게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어젯밤...... 풍고적은 이미 만마전에 도착했다."
"......!"
빙허잠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경악이 솟구쳤다.
때를 같이 해서 좌중의 인물들도 제각기 한 마디씩 중얼거리며 웅성거렸다.
빙허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
"하오면 제일신마께서 이미 그를 만나 보셨단 말씀입니까?"
단우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났다. 그리고...... 그대도 지금 만나 보게 될 것이다."
이어 그는 오른손을 가볍게 치켜들었다.
그것이 신호인 듯 스르릉 서쪽 벽면이 갈라지며 십여 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뿔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기형도(奇形刀)를 하나씩 차고 있는
그들은 다름 아닌 존궁의 수호세력 중 하나인 흑룡각간 소속의 고
수들이었다.
흑룡각간의 수령인 흑룡혈각 모백관은 한 노인을 부축한 채 귀기
스러운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노인은 다름 아닌 풍고적이었다.
"......!"
"......!"
풍고적이 나타나자 구천마제와 십지마황의 안색이 일제히 굳어졌다.
특히 신마루주 황보강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했다.
그때 단우비의 조용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말하라, 풍고적......."
풍고적은 흰눈을 한 차례 뒤룩거리더니 돌연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제일신마께 아룁니다."
"음."
풍고적은 잠시 망설이더니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과거...... 소전주님 단표웅을 죽인 사람은...... 신마루주와 생
사천주...... 그리고 자소천주입니다."
순간 빙허잠의 우레같은 외침이 터졌다.
"모략이다! 풍고적! 감히 누구를 모략하는 것이냐?"
풍고적은 순간 담담한 미소를 피어올렸다.
"빙허잠...... 더 이상 숨기려 하지 마시오. 그리고...... 나는
이미 죽음을 도외시한 지 오래외다."
순간 만후천리가 퉁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놈...... 누구의 사주를 받고 함부로 혓바닥을 놀리는 것이냐?"
풍고적은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사주했던 사람은...... 칠십 년 전의 당신들 세 명뿐이었소."
"이 놈이 그래도......."
번― 쩍!
만후천리의 신형이 풍고적을 향해 빛살같이 폭사되었다.
그때 흑룡혈각 모백관이 풍고적의 앞을 번뜩 막아섰다.
"아니되오, 만후천주."
만후천리는 우뚝 신형을 멈추더니 버럭 노갈을 터뜨렸다.
"비켜라! 모백관!"
"안되오."
"너......."
그때 단우비의 조용한 음성이 만후천리의 귓속에 불쑥 파고들었다.
"왜 흥분하는가? 평소의 그대다운 모습이 아니다, 만후천리......."
"......!"
만후천리는 그 순간 전신의 피가 싸늘히 식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더니 이어 단우비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제일신마시여...... 이 일은......."
"아무 말도 하지 마라."
"......!"
"모든 일은 나 단우비가 해결할 것이다."
말과 더불어 단우비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스스스......!
순간 사방 벽에서 수많은 은빛 그림자가 일렁이는가 했더니 그들
은 순식간에 사망전의 벽, 바닥, 천장 속 등으로 스며들 듯 사라
져 갔다.
천은마성(天隱魔星)!
일백팔 명으로 구성된 존궁 수호세력 중 하나이며, 일체 신비에
싸여 있는 그림자 없는 은자(隱者)들이었다.
"......!"
만후천리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천은마성의 움직임!
그것은 곧 단우비가 보여주는 무형의 협박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단우비의 음성이 거듭 울려 퍼졌다.
"만마전의 혈법(血法)으로 명하노니...... 이 순간 이후 그 누구
도 움직이지 않도록 하라."
"......!"
"......!"
연신 웅성거리던 좌중이 순간 찬물을 덮어쓴 듯 조용해졌다.
단우비는 느릿하게 빙허잠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대의 말을 듣겠다, 빙허잠......."
"......!"
빙허잠의 얼굴 근육이 짧게 잔경련을 일으켰다.
잠시 후 그는 허공으로 눈길을 던지며 독백하듯 말했다.
"노부는...... 아무 할 말이 없소, 제일신마."
그것은...... 자신의 죄과에 대한 인정이었다.
순간 만후천리와 황보강의 안색이 동시에 급변했다.
"빙허잠!"
빙허잠은 씁쓸한 고소를 지었다.
"이미 제일신마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소. 여기서 더 변명해봐야
우리만 초라해질 뿐이오."
"허나......."
"후후...... 단씨가문의 운이 우리의 운을 앞서는 모양이오."
독백하듯 뇌까리는 빙허잠의 얼굴에는 짙은 허탈감이 깔려 있었다.
"......!"
"......!"
만후천리와 황보강은 흠칫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두 사람의 얼굴에도 체념의 고소가 번져
나왔다.
스슷!
다음 순간 그들은 미끄러지듯 신형을 움직여 빙허잠의 좌우에 내려섰다.
단우비는 빙허잠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조용히 물었다.
"내 아들 단표웅...... 그대가 죽였겠지?"
빙허잠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나의 손자도?"
"그렇소."
"목적이 있었을 텐데......?"
"바로 당신이 앉아 있는 그 자리였소."
그때 혈궁천주 귀검사랑의 냉소가 터졌다.
"미친 놈이군!"
빙허잠은 그에게 힐끗 시선을 던졌다.
그는 야릇한 눈빛으로 귀검사랑을 응시하더니 돌연 앙천광소를 터
뜨렸다.
"으하하하...... 인간의 마음이란 똑같은 것이니까...... 으하하하......."
광소(狂笑)! 어찌 듣자니 울음보다 서글픈 광소였다.
문득 빙허잠은 광소를 멎고 만후천리와 황보강의 어깨를 감싸쥐었다.
"너무 실망하지 마시오. 어짜피 모반이란 실패하면 역적이고, 성
공하면 충신이 되게 마련이니까...... 후후후......."
만후천리와 황보강은 쓰게 웃어 보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빙허잠을 향하는 단우비의 음성이 예의 조용하게 흘러 나왔다.
"이제 내가 그대들을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가?"
빙허잠은 희미하게 웃었다.
"당신은 결코 우리를 죽이지 못하오."
"어째서?"
"단우비 전주, 내가 아는 당신은 무척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오."
"그러니까......?"
"아마...... 당신은 우리를 일단 여기서 풀어준 다음...... 천천
히...... 아주 천천히 우리의 숨통을 조이려 할 것이오."
단우비의 입가에 문득 괴이한 웃음이 떠올랐다.
"스스로의 생각을 확신하는가?"
빙허잠은 싱긋 미소했다.
"물론이오."
순간 만후천리와 황보강을 비롯해서 주위 모든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차하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판국에 더구나 제일신마 단우비의
앞에서 저토록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흉내낼 수 있는 것
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우비는 빙허잠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말했다.
"빙허잠, 그대의 생각이 조금만 일찍 바뀌었다면 능히 구천의 일
인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후후후...... 허나 영원히 당신을 넘지는 못했을 것이오."
단우비는 빙그레 웃었다.
"보내 주마, 가거라."
"고맙소."
그때 봉황곡주 백전충이 버럭 외쳤다.
"제일신마이시여! 어찌 배신자들을......."
"가만 있어라, 백전충."
"......!"
단우비는 태사의에 등을 기대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가장 오래된 벗이고...... 가장 신뢰했던 너...... 되도록 멀리 떠나도록 하라."
"......!"
"허나...... 명심해라. 사흘 후부터 추적이 시작된다는 것
을...... 일단 잡히면 가장 잔인한 죽음이 내려질 것이다."
"......."
묵묵히 듣고 있던 빙허잠의 얼굴에 문득 고소가 배어 나왔다.
"나는...... 스스로를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 믿어 왔소. 설마하니
칠십 년 전에 있었던 단 한 번의 실수로 이렇게 무너질 줄은 꿈에도 몰랐소."
이어 그는 정색하고 말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소."
"말해라."
"당신과 무공을 비교해 보고 싶소."
단우비의 눈에 언뜻 이채가 어렸다.
"이유는?"
"당신은 영원한 나의 숙적이오. 지난 백여 년간...... 노부는 당
신을 겨누어 하루도 빠짐없이 노력했소. 그 결실을 맺어보고 싶은 것이오."
"흠......."
단우비는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다섯 개의 계단을 밟아 천천히 아래로 내려섰다.
그리고 한 마디.
"덤벼 보아라! 빙허잠."
"......!"
빙허잠의 눈빛이 순간 요란하게 흔들렸다.
단우비는 그저 조용히 서 있을 뿐이건만 빙허잠의 눈 속에 들어오
는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산(山)이었다.
억겁을 풍우와 싸워 이겨온 자연 그대로의 산!
'아아.......'
빙허잠은 일시 숨이 꽉 막히는 듯한 위압감을 느꼈다.
공력을 채 끌어올리기도 전이었으나 이쯤되면 끌어올리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후후후...... 흐하하하하......."
돌연 빙허잠은 어깨를 들썩이며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절망!
패배의 인정!
"욱......."
한순간 빙허잠은 허리를 꺾으며 선혈 한 모금을 울컥 토해냈다.
"빙허잠!"
만후천리와 황보강은 대경하며 급히 그를 부축했다.
빙허잠은 손등으로 입가를 쓱 문지르더니 나지막한 괴소를 발했다.
"흐흐흐...... 당신...... 역시 넘볼 수 없는 위대한 제일신마요."
단우비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잘가라, 빙허잠."
빙허잠은 만후천리 등과 더불어 힘없이 돌아섰다.
그때 봉황곡주 백전충의 조소가 빙허잠의 어깨 너머로 들려왔다.
"비열한 놈......."
"......!"
빙허잠은 멈칫하더니 느릿하게 백전충을 돌아보았다.
순간 소름끼치도록 새파란 섬광이 빙허잠의 눈 깊숙한 곳에서 번뜩였다.
"흐흐흐...... 백전충, 너는 스스로의 그릇을 빨리 파악해라. 그것이 네 살길이야......."
"......!"
백전충은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빙허잠...... 이렇게 무서운 놈이었던가?'
빙허잠은 단우비의 얼굴로 재차 시선을 옮겼다.
"제일신마, 나는 절대 당신의 손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소."
"......."
"허나...... 만약 윤회라는 것이 있어 내가 다시 태어난다
면...... 나는 기필코 당신을 이길 것이오."
단우비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다.
빙허잠 등 삼 인은 서서히 사망전 밖으로 사라져 갔다.
좌중에 있는 십육 인의 귓속에 단우비의 조용한 한 마디가 흘러
들어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사흘 후...... 구천과 십지의 전 세력을 동원...... 저들 삼 인을 죽인다."
"......!"
"......!"
십육 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흘째 되는 날...... 저들 삼 인의 수급을 내 앞에 바치도록 하라."
십육 인은 일제히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그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오로지 단 한 마디뿐이었다.
"존명!"
"물러가도록 하라."
말이 떨어지자마자 십육 인은 서둘러 사망전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군마천주."
"......?"
군마천주 영호풍,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호풍의 모습으로 위장
한 백변귀천의 고개가 힐끗 돌아갔다.
단우비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가볍게 손끝을 까닥였다.
"할 이야기가 있으니 이리로 오너라."
"......!"
백변귀천은 의혹 어린 표정으로 태사의 앞에 다가갔다.
단우비는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렸다.
"듣자하니...... 요즘 군마천 고수들의 상당수가 실종되었다고 하던데......?"
"무슨......?"
"후후...... 아니다. 잘못 들었을지도 모르지......."
단우비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불쑥 엉뚱한 말을 꺼냈다.
"어떤가? 요즘은 하늘을 좀 느꼈는가?"
'이게 무슨 뜻이냐?'
백변귀천의 가슴이 철렁했다.
"무...... 무슨 말씀을......?"
자신도 모르게 불쑥 뱉아 버린 그의 한 마디에 단우비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후후후...... 빙허잠에 비하면 쥐새끼같은 놈이요, 영호풍에 비
하면 지렁이에 불과한 놈이로다."
"......!"
순식간에 백변귀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