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십지제일신마 제5권 제100장 음모시대의 막은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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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개천 사사무가 무공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한 번도 무
공을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허나 나는...... 일곱 노야 중 천기개천 사사무의 무공이 강했음
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실상 내 몸 속에 여섯 개의 무기를 박아
넣은 사람이 그였고, 인간 한계에 대한 십관(十關)에 도전을 시킨
것도 바로 그였으니까.
만약, 누군가 그의 능력을 물어 온다면.......
혈왕 나백이나 단우비와 동수의 자리에 올려 놓을 것을 나는 서슴
지 않으리라.......
핏빛의 팔찌(環)를 왼손 팔목에 채우면서 혁련소천은 내심 중얼거렸다.
'혈심환(血心環)... 이것이 천기개천 사사무의 암기였음을... 아
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이것에 어떤 위력이 숨겨져 있는 것을 아는 사람 역시 없
다!'
혁련소천은 천천히 소맷자락으로 혈심환을 덮었다.
이어 그는 옆에 놓인 천마묵장을 집어 무릎 위에 놓았다.
온통 검은빛 비늘로 뒤덮인 묵빛의 괴장, 혁련소천의 손이 그것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부터 자신의 무기를 손질하는 혁련소천의 모습이 그렇게
차분하고 고요해 보일 수가 없었다.
벽옥마간, 그것을 세 번째 손질한 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치켜들
었다.
순간 빠끔히 드러난 그의 두 눈 어둑한 곳으로부터 한 줄기 유현
한 광채가 흘러 나왔다.
'제갈천뇌...... 내 곧 너에게 가리라. 곧.......'
②
불길처럼!
엄청난 소문이 중원 전역에 나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칠십 년 전 비명횡사한 제일신마 단우비의 아들 단표
웅에 관한 소문이었다.
― 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살해]되
었다!
― 당시 그 음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 풍고적이 살아 있다!
― 풍고적은 당시 음모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신비고수들의 호위
아래 만마전을 향하고 있다!
천하는 뒤집혔다.
아예 송두리째 발칵 뒤집혔다.
― 단표웅을 죽인 흉수는 누구인가?
― 제일신마 단우비가 그 진상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 풍고적, 그를 호위하는 신비고수들은 누구인가?
구구한 추측과 억측이 난분하는 가운데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다.
허나 오오, 뉘라서 알겠는가!
소문의 와중 속에서 또 하나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두두두두두두......!
한 필의 마차가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산동성(山東省)을 지나 마차의 방향은 계속 남쪽으로 치닫고 있었
다.
별로 화려해 보이지 않는 초라한 사두마차였으나 달리는 속도만큼
은 실로 엄청났다.
관도를 뽀얗게 뒤덮은 누런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나고 네 개의 쇠
로 만들어진 바퀴는 견디기 어려운 듯 요동을 치며 구르고 있었
다.
마차 위엔 두 명의 인물이 곧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신태가 비범한 홍의청년이었다.
유달리 짙어 보이는 눈썹과 기이한 윤택이 감도는 얼굴, 또한 미
간에 찍혀 있는 은은한 붉은 점은 한껏 신비감을 더해 주고 있었
다.
등 뒤로 하얀 수실을 휘날리는 백검(白劍)조차 신비스러웠다.
또 한 명은 도대체 나이를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짙은 주름
속에 가려진 얼굴을 하고 있는 흑의노인이었다.
하얗게 센 은빛 철사같은 머리를 뒤로 풀어헤치고, 특이하게도 어
깨에 금빛 쇠사슬을 걸친 노인.
허나 독사의 눈보다 더 영활하게 빛나는 흑의노인의 움푹 파인 눈
은......!
이들은 누구인가?
그건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사실이었다.
혁련소천과 군청위! 바로 그들이었으니까.......
혁련소천은 지금 변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빠르게 질주하는 마차 위에서 돌연 군청위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소형제, 구태여 풍고적의 일을 소문낼 필요가 있었나?"
"그것도 하나의 계획이오."
"계획......?"
"만약 단우비가 이 소문을 듣는다면 그는 분명히 이 일의 움직임
을 예의 주시할 것이오."
"흐음......!"
"황보강과 만후천리, 빙허잠은 반드시 풍고적이 만마전에 도착하
는 것을 막으려고 할 것이오."
혁련소천은 예리한 칼로 말을 잘라내듯 확실한 어조로 입을 열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단우비 또한 구천과 십지의 움직임을 세밀히
관찰하게 될 것이오."
군청위는 그의 말뜻을 알겠다는 듯 싸늘한 음소를 흘렸다.
"흐흐흐...... 결국 누가 더 영리하느냐 하는 것이 이번 승부의
관건이 되겠군."
혁련소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싸늘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모험이긴 하지만...... 이번에 나의 계획대로 놈들이 움직여 준
다면 단우비의 심중은 굳어질 것이오."
혁련소천의 굵은 눈썹이 한 차례 꿈틀 치켜졌다.
두두두두두두―!
그 사이에도 마차는 쾌속하게 질주를 계속하고 있었다.
문득 군청위의 입이 열렸다.
"놈들이 언제쯤 올 것 같나?"
말을 하는 그의 두 눈에 짙은 핏빛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순간 혁련소천의 입에서 싸늘한 조소가 흘러 나왔다.
"후후...... 그들은 벌써 도착했소."
동시에 군청위의 눈에 파릇한 이채가 감돌았다.
"흐흐...... 그런 것 같군. 백 장 밖일세."
"그들의 수는 무려 삼십오 명, 모두 초일류급 고수들이오."
"크흐흐...... 겁주지 말게. 다른 놈들한테는 초일류인지 모르지
만 나에겐 피라미일 뿐일세."
그때였다.
군청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단의 인물들이 그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사...... 사...... 사사삭......!
히히히히힝―!
순간 네 필의 말이 앞 발굽을 높이 쳐들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혁련소천은 익숙한 솜씨로 마차를 세웠다.
세움과 동시에 그의 입에서 싸늘한 음성이 담담히 흘러 나왔다.
"누구이기에 우리 앞을 막는 것이냐?"
순간 전신을 붉은 복면으로 가린 청포인들의 맨 앞에 섰던 기골이
장대한 자가 음흉한 광소를 터뜨렸다.
"흐흐흐...... 미안하지만 받아가야 할 물건이 있어서 왔다."
"......?"
"의아해할 것 없다. 그건 바로...... 너희들 두 명의 어깨 위에
있는 물건과 저 마차니까......!"
"어깨 위의 물건이라?"
군청위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와 동시에 가느스름하게 뜬 그의 두 눈에서 가공할 살광이 예리
하게 뿜어져 나왔다.
순간 그는 돌연 우렁찬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핫핫! 벌레같은 놈들, 우리 목이 너희집 앞뜰의 참외인 줄
알았더냐?"
군청위가 마차 위에서 서서히 일어섰다.
순간 청포복면인의 눈에 지극한 놀라움의 광망이 떠올랐다.
'우우...... 가공할 기세다. 빌어먹을 우물쭈물하다가는...... 오
히려 당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내심이 굳혀지는 순간 오른손이 번쩍 쳐들렸다.
"말로 해선 안 되겠다! 쳐랏―!"
창― 챠챠창―!
삼십오 명의 복면괴인들은 일제히 병기를 뽑아 들고 마차를 향해
덮쳐 들었다.
"크흐흐...... 오늘 너희들은 임자를 잘못 만났다."
순간 군청위의 입에서 싸늘한 괴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곧장 그의 오른손이 빙글 커다란 호선을 그렸다.
번― 쩍!
한 줄기 금빛 광채가 천지간을 둘로 갈랐다.
그것은 곧 시작이며 끝이었다.
"크― 아― 아― 악―!"
대기(大氣)조차 전율의 진저리를 금치 못하게 하는 처절한 비명
소리.
후두두둑―!
우박이 떨어지듯 서른다섯 개의 무참히 잘려진 목이 지면에 나뒹
굴었다.
촤― 악!
엄청난 피분수가 허공에 솟구쳐 기이한 공포의 혈화(血化)를 수놓
았다.
쿵...... 쿠...... 쿠쿠쿵......!
그리고 썩은 고목이 무너지듯 그들의 목없는 시신이 모두 땅바닥
에 처박혔다.
"크흐흐...... 별로 신선한 피냄새는 아니군."
군청위는 어느새 마차 위에 앉아서 가소롭다는 듯 냉막한 조소를
흘리고 있었다.
혁련소천은 목전의 상황이 별반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바라보며 담
담히 입을 열었다.
"이 자들은 모두 생사천의 고수들이오."
순간 군청위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크흐흐......! 만후천리의 안색이 똥빛이 되겠군."
"노형님, 이제 갑시다."
"좋지! 허나...... 되도록 많은 노물이 나타났으면 좋겠군."
"......."
"피란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크하하핫......."
군청위의 웃음이 하늘끝까지 퍼져 나갔다.
두두두두두두―!
마차는 다시 남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자욱한 피구름을 동반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