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5권 제97장 (97/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5권 제97장 별(星)이 빛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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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라한 천공(天空) 가득히  수많은 성좌(星座)들이 눈부시게 반

  짝이고 있었다.

  그 어쩔 수 없는  윤회의 수레바퀴에 의해 찾아드는 고적(孤寂)의

  시간.

  혁련소천은 창가의 탁자에 앉아 물끄러미 밤하늘을 응시하고 있었

  다.

  침중히 가라앉은 그의 머리 속은 이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무섭게 움직이고 있다. 중원의  정세...... 아니, 만마전! 그 자

  체의 움직임이......  어떻게 대치해야  하는가......? 제갈천뇌!

  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의 눈(目)  속에 순진무구한 아기의  눈망울같은 별빛이 초롱히

  담겨들었다.

  혁련소천!

  이 약하지도...... 약해질 수도 없는 초인적인 사나이.

  허나 결국은 그도 인간이었다.

  고요한 밤에 문득 찾아든 고독감에 그는 스스로 흠칫 놀랐다.

  '나도...... 고독이란 것을 느낄 줄 알았던가?'

  그의 입가에 쓰디쓴 고소가 짙게 떠올랐다.

  '고독...... 그것은 평생 나와는 관계 없는 줄 알았건만.......'

  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불현듯 과거를 향해 주마등처럼  달려가는 그의 상념 속에 하나둘

  씩 그리운 얼굴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칠노야......  옥산랑...... 종정향......  적용사문 남매......

  장손중박...... 일점홍.......'

  하나씩 나타났다 새로운 영상에 겹치며 사라지는 얼굴...... 얼굴

  들.......

  소리없이 그의 얼굴에 그리움의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순간 문득 그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다시...... 그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 완벽하게......!'

  그러나 그는 곧 무겁게 고개를 내저었다.

  '어려울 것이다. 물론......! 어렵겠지. 허나.......'

  혁련소천의 입술이 그 순간 힘껏 다물어졌다.

  침묵이 흘렀다.

  혁련소천은 마치  어둠 속에서 입정한  고승처럼 아무런 생각조차

  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뇌리에 독심광의의 말이 스치듯 떠올랐다.

  ― 소천, 너의 얼굴은 한 달 후면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다.

  ― 나는 이대로가 더 편하오.

  ― 빌어먹을...... 너는 편할지  몰라도 나는 꿈에 나타날까 두렵다.

  ― 그런 건 상관없소. 나만 편하면 괜찮으니까......!

  ― 대체 왜 그러나? 본래 얼굴을 영원히 찾지 않을 작정인가?

  ― 그 얼굴을 가진 자...... 나 외에 또 한 명이 있소.

  ― 백변귀천 말인가?

  ― .......

  ― 정 그렇다면 좋다. 내 다른 얼굴을 하나 더 주겠다. 이 세상에

  서 가장 멋진 얼굴로 말이다. 어떠냐?

  ― 인간의 껍질이라는 것이 그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오?

  ― 소천! 이 빌어먹을 놈아,  넌 네 생각만 할 셈이냐? 너는 혼자

  몸이 아니란 걸 잊지 마라.

  ― .......

  ― 네 인생이라고 완전히 네  것은 아니야. 아무 소리 말고 내 뜻

  대로 따라주게.

  씁쓰레한 고소가 혁련소천의 입가에 맴돌았다.

  '독심광의...... 그는 광의답지 않아졌어.......'

  '그렇군. 그도 이제 차츰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군.......'

  '원 위치라......! 그렇다면 나의 마지막 위치는 어디인가......?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은......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는 게 아닐

  까?'

  밤은 더욱 깊어만 갔다.

  그리고 혁련소천은 그답지 않게 끊임없는 상념의 실마리를 풀어내

  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홀연히 그의 귀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똑똑......!

  곧이어 가볍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혁련소천의 입에서 무슨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방문이 스르르 열

  렸다.

  "실례...... 하겠어요."

  어딘가 모르게 가늘게 떨리는 고운 옥음(玉音).

  "누구요?"

  그는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 소녀의 음성을 잊었나요?"

  방 안으로 들어선 여인은 서러운 듯 혁련소천을 향해 곧게 섰다.

  '악...... 소...... 채.......'

  혁련소천은 내심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허나 그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악보주의 따님께서 여긴 웬일이시오? 야심한 시각이거늘......."

  악소채는 아무 말없이 혁련소천을 정시했다.

  고결해 보이는 하얀 소복을  입은 악소채, 낮과는 달리 살짝 바른

  분(粉)이 그녀의 냉막미려한 모습을 한층 청결하게 돋보이게끔 만

  들었다.

  허나 이 순간 그녀는 학의 날개같이 우아하게 흘러내린 어깨를 가

  늘게 떨고 있었다.

  "소녀를...... 모르시나요?"

  악소채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다 죽었다는  한 여인의 전설을 담은 두견새

  의 음성이 이토록 구슬플까......?

  악소채를 바라보는 혁련소천의 몸이 미미하게 떨렸다.

  허나 무정한 사나이, 철혈을 지닌 혁련소천의 음성은 여전히 무뚝뚝했다.

  "악소채 소저가 아니시오. 그렇게 알고 있소만......."

  돌연 악소채가 파르르  몸을 떨며 한 발자국을  성큼 떼내어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소천......."

  "......."

  "제발...... 제발 저를 속이지 마세요."

  그것은 오열을 억누르는 듯한 가늘게 흐느끼는 음성이었다.

  "......."

  "담대백부님께 모두 이야기 들었어요."

  "......!"

  "소천! 소천......! 소녀가 이 이름을 얼마나 불렀는지 당신은 아시나요?"

  "으음......!"

  "소천, 제가 이 소복을 누굴 위해 입었는지 아시나요?"

  "......."

  "소천! 제발...... 저를 피하지  마세요. 왜......? 왜 저를 버리려고 하시나요?"

  그녀의 서늘한 검은 호수에  가득 어리는 순백의 이슬방울.... 그

  것은 곧 진주구슬같은 방울로 맺혀  하얀 두 볼 위로 또르르 굴러내렸다.

  혁련소천은 그만 나직이 탄식을 흘러내고야 말았다.

  "소채...... 나는 이미 과거의 내가 아니오."

  "소천......!"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이지......."

  "소천! 왜 그렇게 당신 스스로 자학하시나요?"

  "자학? 나는 자학할 줄 모르는 사람이오. 이것은 단지 소채 당신을 위해서일 뿐이오."

  그의 음성은 기이할 정도로 담담했다.

  약간은 야윈 듯한 얼굴위로 쉴새없이 이슬방울을 흘리며 악소채는

  혁련소천 앞으로 바싹 다가섰다.

  "소천,  진정으로 저를 위해 주는  길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

  건...... 당신이 저를 받아주시는 거예요."

  "......."

  "소채를 봐 주세요! 여기...... 당신 앞에 서 있는 저를요. 이 세

  상에서 당신을 가장 사모하고 존경하는 한 여인이에요."

  "......."

  "그 여인은 당신의 본체를 사랑하고 있어요. 결코 얼굴 따위를 사랑하지는 않는답니다."

  돌연 그녀는 곱게 허리를 접었다.

  어느새 소리없이 그녀의 무릎이 방바닥에 굽혀졌다.

  악소채는 처연히  얼굴을 들어 태양을  향하는 해바라기처럼 그를 올려다 보았다.

  "소채는......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며 사는 여인입니다. 지난 삼

  년을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예요."

  "......."

  "만약 당신이 소채를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그녀의 음성은 조용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소채는...... 한 여인으로서 남아 있기를 더 이상 원치 않아요."

  순간 혁련소천은 한 마디 짧은 음성을 흘렸다.

  "소채."

  허나 악소채는 조용히 머리를 흔들었다.

  "거절의 말씀이라면 소채는...... 듣지 않겠어요."

  그 순간 혁련소천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우악스럽게 잡아 일으켜 세웠다.

  "소채! 그대는 바보요."

  "아아...... 소천!"

  그녀의 눈에서 폭포수같은 눈물이 넘쳐 흘렀다.

  그러나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보고 싶었소, 소채......."

  "저도요. 저도...... 당신을......."

  허나 그녀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혁련소천의 뜨거운  입술이 조용히 그녀의  촉촉한 입술을 덮었기

  때문이다.

  "아......."

  그녀의 가냘픈  교구가 세차게 흔들리더니  곧장 혁련소천의 넓은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교차되는 입술의 그 감미로움이여.......

  입술은 꽃잎과 같이  부드러웠고, 오래 헤어졌던 연인들의 마음을

  아는지 숨가쁘게 서로를 탐했다.

  시원한 꿀물과 같이 목젖을  축이는 타액...... 허나 그것은 타오

  르기 시작한 그 뜨거운 정열을 식히기엔 너무나 부족했다.

  "소채!"

  "소천......!"

  꿈결과 같이 아늑한 그곳에서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환각과 같이

  되뇌었다.

  ― 당신을 얼마나 그렸는지 아시나요?

  당신을 얼마나 찾았는지 아시나요?

  아득한 구만 리 창천을 나는 한 조각 구름에도......

  덧없이 물길을 타고 흘러가는 낙엽 한 잎에도......

  당신은 언제나 그곳에 계셨어요.

  소천......!

  당신이 설혹 저를 잊으신다 해도......

  그 잊혀진 기억 속에서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겠어요.

  부르다가 재가 되어 숨진다 해도......

  그것은 말할 수 없이 작은 행복일 거예요.......

  "아아...... 숨...... 숨이...... 막혀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밀착된  채 뜨겁게 얽히고 설키는 입술과 입

  술.

  그 속......! 아득한 나락의 저끝에서 악소채는 서서히 넋을 잃고

  있었다.

  헌데......?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실내가  아닌 방 밖에 모습조차 괴이한 다

  섯 명의 괴인이 연신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광천오제 바로 그들이였다.

  "크으...... 죽겠군. 소천은 절세미녀를 품에 안고......."

  헌원패는 몸을 비비꼬며 숨넘어가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소절풍마는 짧은 수염을 쓱 쓸며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놈! 그 큰 덩치에 비비꼬기는?"

  "뭐야? 야! 이 놈아, 그래도  내가 너희들 만나기 전 젊었을 때만

  해도......."

  "안다 알어. 부엌칼 하나 갖고 주방을 휩쓸던 시절이 있었겠지."

  "뭐...... 뭣이?"

  "왜? 너의 가공할 그 주방도법을 휘두르고 싶으냐?"

  "주...... 주방도법?"

  헌원패의 구레나룻이 뻣뻣이 일어섰다.

  허나 소절풍마는 키득키득 웃으며 더 바싹 그의 약을 올렸다.

  "흐흐...... 원숭아, 너무  흥분하지 마라. 그래도 네가 주방에서

  무적이라는 것은 나밖에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지 않냐?"

  그때 우문창이 조용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조용히 물러가자. 잘못하면 귀 밝은 소천이 들을지도 모른다."

  독심광의가 두 눈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로 소천의  마음이 바뀌었으면 좋으련만......! 허나, 기

  필코 소천의 얼굴을 고칠 것이다."

  따뜻한 정이 가득한 음성이었다.

  이때 불영치마가 불쑥 한 마디를 던졌다.

  "아미타불...... 담대우리가 알면 기절사팔을 하겠군."

  "하긴...... 악소채에게 소천을 알려준 것은 우리니까......."

  우문창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 순간 오 인의 시선이 의미깊게 교차되었다.

  '잘된 거지?'

  '그럼! 잘 됐고 말고.......'

  '그럼, 우린 이만 사라져 보실까?'

  '에이...... 조금만 더 보고 가자!'

  '뭐야? 에이, 더러운 원숭이 놈!'

  '흐흐흐...... 왜? 너도 생각 있냐?'

  그때 우문창이 맨 먼저 몸을 날렸다.

  "가자."

  스스스스......!

  순간 나머지 사 인 역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 중 헌원패는 아쉬운 듯 혀를 끌끌 찼지만.......

  사각...... 사라락......!

  부드럽게 스치는 비단 옷자락 소리.

  너무도 하얀 여인의 나신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악소채, 그녀가 지금 옷을 벗고 있는 것이다.

  차마 못 보겠다는 듯 가물거리는  등불 아래서 한 겹씩 하얀 소복

  을 벗어내리는 여인.

  소복 그것은 이제 필요없었다.

  악소채의 섬섬옥수는 부끄러움으로 떨리지도 않았다.

  사슴같이 우아한 목이......  날아갈 듯 미려한 둥근어깨가......

  하얗게 숨을 쉬며 살아나기 시작하는 눈꽃과 같은 속살.

  팽팽히 부푼 채  당당하게 위를 향해 치솟은  가슴의 두 봉우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풍만했고, 한줌 가느다란 세류요 밑으로 급격

  히 경사를 이룬 둥근 둔부의 호선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마지막 분홍빛 고의가 떨어져 내리자 거기에는 이제 막 꽃 속에서

  태어난 요정같은 전라의 여인이 오똑하니 서 있었다.

  아아...... 너무도 아름답다.

  천지간의 모든 생명체 중 가장 완벽한 조화미를 갖춘 악소채의 나

  신.

  그것은 난생처음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것이건만 수줍음보다는 기

  쁨과 설레임으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혁련소천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그토록 큰 기쁨인가?

  참으로 오랫만에 여체를 대하는 혁련소천의 시선은 어느새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자신을 위해 소복을 입었던  여인, 자신을 얻지 못하면 기꺼이 웃

  으며 죽겠다고 귀여운 협박을 하던 여인.......

  그는 주어진 여체를 한동안 뜨거운 시선으로 감상했다.

  문득 악소채의 시선이 수줍음을 띤 채 그에게 향해졌다.

  "아이?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요?"

  혁련소천은 빙긋 웃었다.

  "왜...... 부끄럽소......?"

  "아니......."

  악소채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사랑스러운 여인 아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여인을 향해 혁련소

  천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망설임 없이 여체를 품에 안았다.

  "아......!"

  악소채는 뜨거운 탄식을 불어냈다.

  온몸의 구석구석을 조여오는 그 억세고 뜨거운 혁련소천의 숨결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불을...... 불을 꺼요......."

  꿈결처럼 나직하게 그녀는 속삭였다.

  허나 혁련소천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불을 끄고 싶지 않소."

  "......?"

  "그대의 이토록 아름다운 몸이  어둠 속에 묻히는 것을 용서할 수

  는 없소."

  "어머? 안 돼요. 짓궂은......."

  악소채는 그의 어깨에 깊숙이  얼굴을 묻으며 허리를 살짝 비틀었다.

  순간 혁련소천은 번쩍 그녀를 안아 침상으로 갔다.

  "아이...... 참......!"

  악소채는 마지막 발악을 시도했다.

  허나 그 힘은 너무도 약했고...... 그녀를 침상 위에 내려놓은 혁

  련소천은 익숙한 솜씨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탄탄히 드러나는 사나이의 굳강한  육체를 보자 악소채의 입은 멍

  하니 벌어졌다.

  '아아...... 남자...... 의 몸이.......'

  대담하게도 악소채는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혁련소천의 나신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점차 밑으로 향해졌다.

  순간 어느 한 지점에서 그녀는 온몸을 꿰뚫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는 곧 자신의 몸 위로 실려오는 혁련소천을 느꼈다.

  "아아......!"

  숨막히는 비음이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 나왔다.

  혁련소천은 거침없이  빠른 손길로 악소채의  전신 곳곳에 무서운

  불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은 목마른 사슴이  물을 갈구하듯 그녀의 전신을 골고루

  쓰다듬어 갔고, 아래위로 나누어진 두 손은 악기를 연주하듯 그녀

  의 초신(初身)을 기이롭게 연주했다.

  "아...... 아아......."

  악소채는 하얀 뱀처럼 따리를 틀며 더운 입김을 연신 불어냈다.

  '태워요...... 나를...... 태워 주세요.......'

  악소채는 온몸을 활짝 열었다.

  지칠 줄 모르고 그녀의 온몸에 불을 지피던 혁련소천은 어느 한순

  간 악소채를 안고 몸을 빙글 돌렸다.

  악소채는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니었건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원하시나요......?'

  새의 깃털보다 더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이 폭포수같이 밑으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녀는 혁련소천이 베푼 것보다 더 뜨겁고 진한 애무를 시

  작했다.

  혁련소천은 이 사랑스런 여인이 어색해하지 않도록 친절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음......!"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자신의  하체를 스치는 순간 그는 한

  마디 신음과 함께 꿈틀 몸을 퉁겼다.

  ― 넘실거리는 파도, 그것은 은은한 사랑의 교향악이었다.

  그것은 점차 거친 물결로 변하고, 이윽고 무서운 광란의 움직임으

  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아......!"

  악소채는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꿰뚫는 엄청난 고통에 파르르

  몸을 떨었다.

  파괴의 고통......!

  허나 그것은 점차 부드러운  움직임에 의해 조그만 쾌감으로 화하

  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거칠어지는 혁련소천에 의해  그녀는 아득한 암흑의

  나락 속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아...... 아아......."

  격랑에 휩쓸린 조각배처럼.......

  거세게 돌아가는 연자방아처럼.......

  그녀는 사나이의 몸을 으스러져라 부둥켜안은 채 정신없이 황홀함

  에 도취되어 있었다.

  이 밤......!

  유난히도 초롱히 빛나는 별빛이 가득 흐르는 밤.

  여인은 사랑을 얻었고, 남자는 고독을 잊는......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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