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십지제일신마 제4권 제81장 침사(沈砂)여! 침사(沈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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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있었다.
사황(邪皇) 금풍성(琴風星).
구백 년 전, 이 이름이 전 중원인들에게 의미하는 것은 곧 죽음이었다.
이십 세 나이로 천축 소뢰음사의 대법왕(大法王)이 되었던 그는,
그 후 중원으로 나와 천 년 배교(背敎)의 밀문종지를 이어받은 만
능(萬能)의 존재가 되었다.
그가 바로 사황 금풍성이었다.
인간들은 불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도, 대지(大地)를 뒤덮어 오는
어둠의 장막을 보면서도 금풍성을 생각한다.
저 대지를 뒤덮어 오는 암흑의 신(神)처럼 머지않아 금풍성이 중
원대륙을 삼킬 것이라 믿는 것이다.
수천 년 중원의 그늘 속에 가려진 채 독버섯처럼 자라오던 마교.
그 마교의 소종사(小宗師)를 금풍성이 죽임으로써 마침내 우려했
던 저주의 혈겁은 시작되었다.
마교의 구구천마존(九九天魔尊)―!
이 공포스런 구십구 인(九十九人)의 마존들의 마교대종사(魔敎大
宗師)의 밀명을 받고 흑야에 금풍성을 공격했다.
음산(陰山)의 망혼평(亡魂坪).
귀신도 꺼린다는 그 까마득한 죽음의 천단혈애, 그곳에서 구십구
마존 중 구십 명이 죽음을 당했다.
하늘도 두려워한다는 그들이 천단혈애에서 까마귀 밥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금풍성 역시 목이 날아가고 허리가 동강나는 불운을 당해
야만 했다.
아아...... 마침내 사황 금풍성이 창조한 공포의 역사는 막을 내
린 것이다.
처참히 오체분시(五體分屍)된 그의 시체는 황량한 천단혈애의 골
짜기에 파묻혔다.
금풍성! 그는 분명히 죽었다.
모두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굳게 믿었다.
헌데, 헌데...... 그로부터 한 달 후.
기세등등하던 마교가 감쪽같이 지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으
니......!
누가, 그 누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세인들은 은근한 공포에 진저리치며 자신들도 모르게 이렇게 부르
짖고 있었다.
― 금풍성! 이것은 금풍성의 짓이다!
오오...... 금풍성!
도대체 이 사실을 어떻게 믿어야 한단 말인가?
어쨌든 이 기막힌 불운을 겪은 마교는 잠마혈문의 일맥으로 다시
중원에 등장하기까지 수백 년간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금풍성의 일은 수천 년 무림사에 가장 신비롭고 영원히 풀
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심장의 박동이 멈췄다.
백우전의 끝이...... 심장을 관통했다.
천뇌...... 너는 나를 죽였다.
허나...... 나...... 나는 다시 살아난다.
확률은 생각하기조차 서글픈 천만분지 일...... 허나...... 나는
다시 살아난다.
사황 금풍성으로부터 전해진 일백팔기비공록 중 최고의 대
법...... 이기이체현현도...... 그의 자손인 금자생 노야로 인해
마지막으로 나에게 전수되었다.
내 육신(肉身)은...... 죽는다.
허나 하늘이 도와...... 침사 속에 먼저 가라앉은 또 하나의 내
분신이 망가지지만 않았다면...... 나는 다시 살아나는 거
다.......
시공(時空)을 넘어...... 인간의 한계를 넘어...... 나의 영(靈)
은 거추장스러운 이 육신을 떠나...... 다른 육신으로 넘어간다.
인간들이여.......
무(武)의 한계를 함부로 속단짓지 마라!
이 세상...... 이 삼라만상이 포용하고 있는 이치 중...... 가장
고귀한 역천(逆天)의 뜻을 그대들이 어찌 알겠는가?
사술(邪術)이 아니다.
영(靈)의 극(極)을 달리는 가장 위대한 술법...... 이기이체현현도!
금풍성 비조의 육신이 조각났어도 다시 재생한 것처럼...... 나의
몸도 다시 살아난다.
졸...... 립다.
죽는가...... 보다.
허나...... 나는 천만분지 일의 확률을 기대하며...... 잠시 잠이
드는 것뿐.......
천뇌...... 내가 재생하는 날...... 너는...... 너는...... 끝없
는 고통을 맛보아야 한다.
아...... 침사여......!
대체...... 어디까지...... 나의 지친 몸을 끌어당기는 것인가......?
침사......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