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4권 제77장 (77/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4권 제77장 오천살관(五天殺關) - 그 음모의 핵은......?

━━━━━━━━━━━━━━━━━━━━━━━━━━━━━━━━━━━

  혁련소천은 운명의 오천살관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천연의 형태인 동굴은 눅눅한  습기와 함께 약간의 음습함마저 지

  니고 있었다.

  천장에는 어둠과 어울린 기형(奇形)의 종유석(鐘乳石)들이 군(群)

  을 이루듯 늘어져 있었다.

  대략 일 다경이 지났을  때, 동굴이 갑자기 넓어지더니 이어 거대

  한 광장의 형태를 이루었다.

  "......!"

  혁련소천은 문득 걸음을 멈춘 채 신비로운 눈길로 주위를 살펴 보

  았다.

  광장은 온통 기암괴석(奇巖怪石)이 난립한 가운데 크고 작은 수백

  개의 유황천(硫黃泉)이  누런 연기를 뿜으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

  다.

  유황천에서 나는 그 냄새는 아주 지독했다.

  혁련소천은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찡긋거렸다.

  '마치 지옥같군!'

  일순 혁련소천의 시야에 누런 이끼가 달라붙은 석비가 들어왔다.

  ― 귀살관(鬼殺關).

  혁련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오천살관의 첫번째로군!'

  혁련소천은 석비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과연...... 이것이 나 혁련소천을 막을 수 있나 두고 보겠다!'

  그는 시선을 돌려 유황천을 바라보았다.

  부글부글......!

  황갈색 수포(水泡)를 형성하며 끓는 유황천은 악마의 뱃속처럼 보

  였다.

  돌연 혁련소천의 눈빛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그렇군...... 이렇게 지독한  악취가 풍기는 것은 만황혈독(萬荒

  血毒)의 일종이지.......'

  유황천! 이것은 바로 독(毒)이란 말이 아닌가!

  혁련소천의 안면에는 문득 엷은 미소가 번져갔다.

  '후후...... 내가 이  정도 독(毒)에 움찔한다면 만독천세 위지노

  야가 저승에서 가슴을 치고 탄식하겠지?'

  만독천세 위지태로!

  바로 혁련소천을 키운 일곱 노야 중에 한 사람이자 독형제신궁(毒

  形帝神宮)의 노태상이란 직위에 있었던 인물이 아닌가.

  ― 동정호가 모두 독수(毒水)로 화한다면 인생의 진미를 깨달았을

  텐데.......

  그는 바로 입버릇처럼 이 말을 뇌까리던 인물이었다.

  만독천세를 얕잡아 보던 혁련소천이 아니던가?

  그러기에 유황천의 독 정도는 혁련소천에겐 그저 아기들의 소꿉놀

  이에 불과한 정도였다.

  '설마......  이  따위  독으로  귀살관이  끝나는  것은  아니겠

  지.......'

  그는 생각을 하면서 광장의 중심부까지 걸어왔다.

  돌연 혁련소천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말이 시체지,  해골이라 표현해야할 만큼 뼈다귀에 살점만

  더덕더덕 붙은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군......."

  혁련소천은 양 미간을 모으며 시체를 만져보았다.

  순간 그의 표정은 점점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신이다."

  혁련소천은 천천히 허리를 일으키며 의문 어린 음성으로 중얼거렸

  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이곳에 먼저 들어왔다는 결론!"

  찰나지간 혁련소천의 두 눈에서 시퍼런 섬광이 뻗쳐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쿠르르르......!

  혁련소천의 귓속으로 무엇인가가 거세게 끓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

  혁련소천은 재빨리 주위를 살펴보았다.

  "헉......!"

  다음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다급한 탄성을 터뜨렸다.

  이 무슨 괴변인가?

  혁련소천의 주위에 있는 수백  개의 유황선 속에서 시뻘건 덩굴들

  이 쑥쑥 뻗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은 실로 공포감을 주는 것이었다.

  "이...... 이게 뭐지......."

  그가 중얼거리는 사이, 어느새 주위는 핏빛 덩굴들에 의해 그물을

  친 듯 뒤덮여 갔다.

  스르르르― 스르르―

  그것들의 움직임은 매우 둔해  보였지만 실상은 엄청나게 빠른 것

  이었다.

  '왠지 기분이 안 좋다!'

  혁련소천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허공으로 피하는 것이......!'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그는 본능적으로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음......!'

  그러나 그는 곧 낭패의 기색을 떠올렸다.

  스르르르― 스르르―!

  천장과 벽면 역시 이미 무수한 구멍을 통해 끔찍한 핏빛 덩굴들이

  뻗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혁련소천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렇다...... 언젠가 천기개천 사사무 노야가 말하기를......!'

  덩굴들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이 혁련소천에게 다가왔다.

  '바로 혈마등(血魔燈)이다!'

  혈마등.

  전설의 홍황시대, 죽음의 오지인 사우정(死雨井)이란 것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 사우정에 가공할 식인식물(食人植物)이 번식하고 있다고 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식물도  동물도 아닌 저주의 마물로서 본능적

  으로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괴이한 것이었다.

  허나 그것은 홍황시대 이후에는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던 것이

  었다.

  혁련소천의 뇌리에는 천기개천의 말이 빠르게 스쳐갔다.

  "흐흐흐...... 소천, 만약  혈마등을 만나면 무조건 도망가라. 혈

  마등과 싸우려는  놈은 천하에서 가장 무식한  놈이다. 왜 인간이

  그 따위 마물과 싸워?"

  비록 농담이 섞인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단단한 경계의 뜻이 품어

  져 있었다.

  혈마등!

  한 마디로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마물이란 뜻이 아닌가!

  허나 어찌하랴? 이미  혁련소천은 혈마등에 완전히 포위당한 꼴이

  었으니.......

  혁련소천은 쓰디쓴 고소를 머금었다.

  '사노야...... 나는 여기서 후퇴할 수가 없구료!'

  이어 그는 양 손을 칼끝처럼 세워 가슴 앞으로 모았다.

  '가장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싸워야 할 수밖에 없구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르륵― 스스―!

  쿠르르르르......!

  이 끔찍한 마물들은 이미 먹이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젠장...... 나백! 당신이 진정 강한 후계자를 원해 이런 것을 설

  치했다면...... 장담하건대  수만 년이 지나도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할 것이오!'

  쐐― 애― 액!

  순간 허공을 찢는 파공성과 함께 혈마등 한 줄기가 혁련소천의 목

  줄기를 노리며 쇄도해 왔다.

  급작스런 움직임이었다.

  "흥......!"

  혁련소천은 가벼운 냉소와 함께 슬쩍 허리를 비틀었다.

  "감히 마물 따위가 내게!"

  파파팟!

  그의 두 손이 번뜩이자 혈마등의 줄기가 맥없이 끊겨 나갔다.

  허나 그것이 신호이기라도 한 듯.......

  쐐액― 쇄쇄쇄―!

  수백수천을 헤아리는 혈마등이  사방에서 혁련소천을 향해 엄습해

  들어왔다.

  핏빛 줄기들은  바닥과 천장 그리고  벽에서까지...... 어디 한곳

  빠져 나갈 틈도 없이 사방을 가득 메운 채 뻗어 나오는 것이 아닌

  가!

  혈마등!

  그것에 감기면 무쇠라도  녹는다는데...... 과연 혁련소천은 어찌

  될 것인가?

  단 하나의 촛불이 위태롭게 빛을 발하고 있는 석실이었다.

  그 불빛 아래 두 인물이 대좌해 있었다.

  일신에 백의와 은의를 걸친  대조적인 모습이었는데 둘 다 복면을

  착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그들을 둘러싼 주위로 짙은 음모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은의복면인이 음침한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대형...... 과연 그가 오천살관을 뚫을까요?"

  의아심이 잔뜩 깃든 음성이었다.

  허나 백의복면인은 확신하듯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분명 뚫는다!"

  은의복면인의 뻥 뚫린 눈구멍에서 불신의 빛이 흘러 나왔다.

  "그렇게 그가 강합니까?"

  백의복면인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다. 나는 솔직히 그를 만마전의 단우비보다 높게 친다."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누구이기에 구천십지만마전의 전주

  단우비보다 강한 인물이란 말인가?

  은의복면인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기색이었다.

  "설마......!"

  백의복면인은 폐부를 그대로 관통할  것 같은 서늘한 눈빛을 발했다.

  "너는...... 그를 모른다."

  "......?"

  "허나 나는 그를 안다. 그는 내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무서운 인물이다."

  백의복면인의 음성에는 이상하게도 감정의 흔들림이 스며 있었다.

  "사실......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은 조금 미묘한 편이지......."

  은의복면인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

  "무슨......?"

  그러자 백의복면인은 착잡한 듯 길게 숨결을 토해내었다.

  "어떻게 보면 그를 아끼는 마음이 있고...... 또한 그를 죽이기도

  싶고...... 말로는 설명하기가 힘들군."

  은의복면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튼...... 그는  분명히 오천살관을  뚫고...... 혈경을 취한

  다."

  은의복면인은 무거운 음성을 내뱉았다.

  "혁련소천......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라니......."

  그렇다면 이들은 바로 혁련소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 말

  인가?"

  백의복면인은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둘 째, 그건 그렇고...... 천붕군도의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천붕군도! 단우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군황 희천세가 있는 곳!

  "흐흐흐......."

  은의복면인은 미묘한 웃음을 흘렸다.

  "염려 마십시오...... 희천세는 조만간 무너질 것이오."

  "분명한가?"

  "천붕군도의 대군황......  바로 사해(四海)의  제왕인 그 자리는

  바로 나 궁독의 손에 들어올 것이오."

  무슨 일인가? 이 인물이 바로 궁독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벽안천매 궁독이 대형이라 호칭하고 있는 이 백의복면인

  은 누구란 말인가?

  문득 백의복면인은 한 공간을 무심히 응시했다.

  "구천십지만마전...... 그 거대한 철옹성!"

  "......."

  "허나 구천 중에  이미 사황천(邪皇天)과 제검천(制劍天)은 내 수

  중에 있다."

  "......!"

  "또한...... 이제 곧 군마천(君魔天)이 내 손에 들어온다. 더욱이

  십지 중에 신마루(神魔樓)와 봉형성지가 내 손에 있거늘......."

  이런 말을 하는 이 대담한 인물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백의복면인! 일순간 그의 모습에서 거대한 욕망이 느껴졌다.

  "천하는 이제...... 나의 것!"

  은의복면인은 숨을 죽인 채 백의복면인을 응시했다.

  "하루 후면 혈경은 내  손에 들어오고...... 혁련소천, 그가 지닌

  모든 것은 나의 것이 된다!"

  새북사사천이나 하토궁보다 더 무서운 적이 혁련소천을 노리고 있

  지 않은가!

  문득 백의복면인의 눈빛이 의미를 알 수 없게 흔들렸다.

  '죽여야 하면서도 죽이고 싶지 않은 이 마음은 무엇인가?'

  갈등을 느끼는가!

  '허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삼랑(三娘)에 의해 혁련소천의 내

  공은 최소한 세 시진 동안은 두 배로 격발된다!'

  삼랑이라니...... 그것은 바로 세 명의 절세미녀를 일컬음이 아닌

  가?

  '세 시진...... 충분히 그는 오천살관을 통과해 혈경을 손에 넣는다.'

  백의복면인의 심증은 은의복면인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바로 그때 나는 혈경을 취하면 된다!'

  실로 치밀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허나 더욱 경악할  것은 이 인물이 혁련소천의  행동을 빤히 보고

  있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혁련소천...... 지난 십여 년 동안 당신은 나 제갈천뇌의 유일한 목표였소!'

  제갈천뇌라니......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

  혁련소천의 등 뒤에서 칼을  품고 있는 인물이 바로 제갈천뇌였단 말인가?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당신이 불러들인 군마천의 고수들은 당신으로 변장한 백변귀천에

  의해 이미 나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소......!'

  이 말들! 진정 사실이란 말인가?

  "으핫핫핫핫......."

  돌연 제갈천뇌는 하늘을 무너뜨릴 듯이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

  벽안천매 궁독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무서운 음모의 회오리가 불고 있다.

  과연 혁련소천은 어찌될 것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