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4권 제76장 (76/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4권 제76장 죽음의 혈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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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신비하게도 우윳빛 액체가 가득 고여 있는 옥유천(玉乳泉)이었다.

  천연의 욕탕이라고 할까?

  수증기가 안개처럼 감돌고, 천상의 향기와도 같은 기이한 향이 은

  은히 감도는 곳이었다.

  옥유천 주위는 수증기로 인해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스...... 르...... 르......!

  그때 수증기를 헤치면서 네 명의 인물이 옥유천 앞으로 나타났다.

  바로 혁련소천과 운중삼미였다.

  "흐...... 대단한 곳이로군."

  혁련소천은 옥유천을 바라보면서 감탄성을 터뜨렸다.

  그때 백의미녀가 살포시 앞으로 나오면서 맑은 옥음을 터뜨렸다.

  "공자님, 저희 운중삼미가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인사......?"

  혁련소천이 무어라도  말할 사이도 없이  백의미녀가 우선 날아갈

  듯이 큰 절을 올렸다.

  "비녀, 백화소랑(白花素娘)이옵니다."

  "......?"

  혁련소천은 뜻밖의 하례에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금의단삼 여인도 예를 올렸다.

  "비녀, 금혼희사(金魂希思)이옵니다."

  "비녀, 천염무하(天艶無霞)이옵니다."

  혁련소천은 아주 짧은 순간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끄덕

  였다.

  순간 백화소랑은 옥유천을 가리키며 입술을 움직였다.

  "혈왕제오비 오천살관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뚫기가 어렵습니다."

  혁련소천은 흠칫 의혹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백화소랑은 살짝 수줍음을 띠었다.

  "그렇기에 나백 어른께서는  그 관문을 만들어 놓으셨어도 진정한

  후계자가 올 때를 대비해 저희들로 하여금 오천살관을 뚫을 수 있

  는 방법을 만들어 놓으셨어요."

  "후훗...... 매우 흥미롭구료."

  혁련소천의 말을 금혼희사가 받았다.

  "호호호...... 이 만년옥지천(萬年玉芝泉)은 천고의 영지(靈池)로

  서 단 한 시진만 몸을 담그고 있으면 전신이 도검수화불침(刀劍水

  火不侵)의 신체가  되고 만독불해(萬毒不解)의  영능까지 지닐 수

  있지요."

  금혼희사의 한 소리 웃음은  수천 개의 폭죽이 터지듯이 황홀감의

  극치를 이루었다.

  혁련소천은 담담히 대답했다.

  "대단하구료."

  그때 천염무하가 권태로운 기색으로 나섰다.

  "저희 운중삼미는 한 시진  이내에 나으리의 몸을 신의 육체로 탈

  바꿈시켜 드릴 것입니다."

  천염무하는 끈끈한 미소를 지었다.

  혁련소천은 여전히 담담했다.

  "호...... 그건 평소부터 내가 제일 원하는 바인데......."

  이어 그는 운중삼미를 둘러보며 기복이 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허나...... 한 시진 이내에 신의 육체가 된다는 것은 믿을 수 없

  는 일이지."

  백화소랑이 미묘한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믿으셔야 합니다."

  이어 그녀가 어깨를 자연스럽고도 가볍게 흔들자 백의나삼이 주르

  르 몸을 타고 발 밑으로 흘러내려 가는 것이었다.

  후― 욱!

  순간 진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자극적인 옥향이 혁련소천의 후각

  을 자극해 왔다.

  "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침음성을 삼켰다.

  여인의 나신을 본 것이 어디 한두 번이랴만은 어찌 백화소랑의 나

  신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양 볼은  수줍음 때문에 발그레한데다가  학처럼 아스라한 목선을

  타고 가슴에서 동그라니 솟아오른 두 개의 가슴은 알맞게 살이 오

  른 채 균제의 미를  다하여 크지도 작지도 않고, 무엇보다 조금도

  처지지 않는 상큼한 도화과 같지 않은가?

  뿐인가?

  움푹하니 귀엽게 파인 배꼽에서는  사향과도 같은 향기가 물씬 피

  어날 것  같았고, 날렵하게 휘어진 허리는  누구라도 가슴 떨리는

  전율을 맛볼 것이다.

  그리고 구슬처럼 둥그런 둔부와  은어처럼 미끈한 다리 사이에 안

  개가 서린 듯이  몽몽한 여인의 춘궁(春宮)이란......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드리라.

  그러나 혁련소천은 충동을 느끼되  그것을 내색하지 않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백화소랑을 넌지시 응시하며 말했다.

  "아름답소. 헌데 옷을 벗는 것도 대법의 일종이오?"

  백화소랑은 얼굴을 능금처럼  상기시키며 살그머니 고개를 떨구었

  다.

  조금은 수줍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여인의 속성인가?

  순간 금혼희사가 한 발 옥보를 내밀면서 가슴을 질끈 동여맨 천을

  과감하게 풀었다.

  그 순간 그녀의 가슴이 충동적인 흔들림을 보였다.

  연분홍 유실이 파르르  떨리는...... 가슴만으로는 아무래도 백화

  소랑보다 나은 것 같았다.

  그녀는 대담하게 짧은 바지까지 벗으면서 말했다.

  "만년옥지천은 극양의 기운을 지니고 있어요. 반드시 극음과 혼합

  해야 그 기운을 흡수할 수 있지요."

  "음......."

  금혼희사의 대담성은 추해보이기  보단 오히려 강렬한 자극제처럼

  요염했다.

  손끝에서 그리고 발끝까지.......

  이번엔 천염무하가 권태로운 동작으로 모피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방법은 공자님께서 우리 운중삼미와 만년옥지천에서 음양조화

  를 이루어야 한다는 거예요."

  진작에 예측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말을 듣고 보니 혁련소천의

  마음은 미묘해졌다.

  '음향조화라.......'

  허나 미묘한 마음을 추스리기에는 눈 앞의 세 나체가 너무도 현란

  하였다.

  "으음......."

  혁련소천은 약간 어색한 표정이 되었다.

  이때 제일 화려하고 대담한  금혼희사가 그에게 바짝 다가오며 나

  긋한 음성으로 말했다.

  "공자님 옷은 제가 벗겨 드리겠어요."

  순간 혁련소천은 그녀에게 약간  특이하면서 찌를 듯한 향기를 맡

  았다.

  '좋은  냄새......  여인들의  쓰는  향의  일종으로  자하향같은

  데.......'

  그러다 돌연 혁련소천의 뇌리를 번개처럼 강타하는 것이 있었다.

  '자하향!'

  그의 눈빛이 한 차례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나타날 때보다 더욱  빠르게 사라졌기에 그녀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설마......!'

  무엇을 생각했기 때문인가?

  그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새 금혼희사는 혁련소천의 모습

  을 나신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태산이라도 떠받칠 듯이 우람한 어깨, 산맥을 연상시키는 것 같은

  근육질로 뭉쳐진  남성의 신비는 오히려  여성의 나신을 능가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저 널찍한 가슴에 안기기를 원하지 않는 여인이 있을까?

  "오오......!"

  "아...... 정말 멋진 육체로군요."

  운중삼미는 꿈꾸는 듯한 몽롱한 시선으로 혁련소천의 멋진 모습에

  잠시 혼백을 잃었다.

  "정말...... 대단해요."

  금혼희사는 황홀한 표정으로  혁련소천의 육체를 소중하게 쓰다듬

  었다.

  "그대의 모습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답군."

  "아이......."

  금혼희사는 교태를 지으며 품에 안겨왔다.

  '후훗...... 재밌군!'

  혁련소천은 부드럽게 그녀의 나신을 안았다.

  "공자님...... 어서 안으로......."

  금혼희사는 달짝지근한 숨결을 토해냈다.

  "나를 위한 것인데...... 들어가야지."

  혁련소천은 금혼희사를 번쩍  안아 들고 지체없이 만년옥지천으로

  들어갔다.

  끈적한 옥유가 몸에 닿자마자 금방 확 하고 뜨거운 느낌이 몰려들

  었다.

  백화소랑과 천염무하 역시 두 사람을 따라 옥유 속에 몸을 담그었

  다.

  "호호호......."

  금혼희사는 수천 송이의 꽃이  만개하는 듯한 혼소를 터뜨리며 살

  짝 몸을 뒤틀어 혁련소천의 가슴에서 빠져 나왔다.

  "잠시만 참으세요."

  이어 운중삼미는 옥수(玉手)를  수초처럼 놀리며 만천옥지를 혁련

  소천의 전신에 골고루 발라주었다.

  절세의 미녀들이 둘러싼 채  향유로 살결을 닦아주는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괜찮군.......'

  말과는 달리 어찌 괜찮은 정도뿐이랴.......

  혁련소천은 가만히 그녀들에게 몸을 맡겨 두고 있었다.

  스르르...... 스르르......!

  여섯 개의 옥수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일순 혁련소천의 몸이 가볍게 흠칫하더니 안면 가득 어처구니없는

  기색이 떠올랐다.

  '금혼희사...... 정말 대단하네?'

  금혼희사는 유연한 손놀림으로  혁련소천의 남성에 옥유를 바르고

  있었다.

  '으...... 음......!'

  혁련소천은 점차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이미 색도에 달통한 그였지만  지금은 이상할 정도로 강한 충동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운중삼미의 행동은 점점 더 대담하게 혁련소천의 전신 구석구석을

  탐닉해 들어갔다.

  출렁이는 가슴이 눈  앞에서 어른거리고, 부드러운 살결은 끈끈한

  옥유와 함께 야릇한 마찰을 일으키니.......

  '으으...... 음......!'

  혁련소천은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욕정을 느꼈다.

  차르르르...... 르르르......!

  옥유는 계속해서 그의 육신에 부어졌다.

  '으음......!'

  혁련소천은 덥썩 백화소랑을 품에 안았다.

  그녀는 허리가  꺾어질 듯 휘청하더니  곧장 혁련소천의 가슴으로

  빨려 들어왔다.

  "아아...... 아직은...... 안 돼요."

  그러나 이미 혁련소천의 두 눈은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뜨겁게 타

  오르고 있었다.

  "참기가...... 어렵다."

  혁련소천은 한 손으로 백화소랑의 둔부를 받쳤다.

  그리고 남은 한 손으로는 터질 듯한 가슴을 움켜쥐는 것이었다.

  "아아......."

  그러자 백화소랑의 육신에 격렬한 진동이 일어났다.

  그녀의 몸부림은 그 어떤 유혹보다 폭발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백화소랑의 옥수가 본능처럼 혁련소천의 가장 은밀한 부분

  을 향해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후후......."

  때를 같이하여 금혼희사는 혁련소천의  등 뒤에 자신의 가슴을 밀

  착시키고 비벼대기 시작했고, 천염무하는 열심히 옥유로 혁련소천

  의 전신을 쓰다듬었다.

  혁련소천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마치 진한 갈증을 해소하려는  듯이 그는 백화소랑의 가슴에 깊숙

  이 얼굴을 파묻었다.

  "아아......."

  일순 백화소랑은 화살맞은 짐승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혁련소천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금 그를 지배하는 것은 오로지 무서운 욕념뿐이었다.

  "으...... 으......."

  그는 짐승처럼 신음을 흘리며  백화소랑을 번쩍 안아 무릎에 올려

  놓았다.

  그녀의 나신 위로 옥유가 아름답게 흘러내렸다.

  혁련소천은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점령했다.

  동시에 그는 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그녀와 음양조화를 이루기 시

  작했다.

  "아음......."

  "으으......."

  혁련소천의 움직임은 강하고 격렬했다.

  그럴수록 백화소랑은 폭풍에 휩쓸린 난파선처럼 크게 휘청거렸다.

  "아...... 아...... 아......."

  그녀는 가파른 턱을  치켜든 채 양 팔로  혁련소천의 목을 휘감고

  옥신을 마구 꿈틀거렸다.

  그러자 금혼희사와  천염무하는 제풀에 격정을  느끼며 마구 몸을

  비틀어댔다.

  지금 옥유천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강렬한 불길이 일고 있

  었다.

  그것은 영혼마저도 하얗게 재로  남겨 버릴 듯한 뜨거운 불길이었

  다.

  백화소랑은 온유하면서도 순종적으로 혁련소천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갑자기  뜨거워지지 않는 은근한  숯불과도 같은 여인이었다.

  금혼희사는 한 마디로 활화산이었다.

  적극적이고...... 격정에 겨운 신음성을 터뜨리며 전율하는......

  한순간에 모든 열정을 태워  흔적도 없이 사라질 듯이 혁련소천에

  게 매달렸다.

  그녀는 짧은 순간 가장  강렬하게 타올랐다간 스러져 가는 유성과

  도 같은 여인이었다.

  천염무하, 이 여인은 아교처럼 끈끈하다.

  강렬한 흡반처럼 찰싹 달라붙어 오래도록 격정의 희열을 만끽하려

  는 듯이 화려한 기교를 부렸다.

  떨어질 듯하면 다시 타오르는...... 그녀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절

  대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불꽃같은 여인이었다.

  열풍(熱風)!

  혈왕동부를 재로 화할것 같은  그 뜨거운 열풍은 오래도록 끊이지

  않았다.

  과연...... 열풍의 종착점은 무엇일까?

  혁련소천은 단아하게 좌정을  취하고 운공조식에 몰두한 모습이었다.

  그의 팔만사천 모공에서는 언제부터 수증기와 같은 기운이 숨가쁘

  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휘리리리― 리리리―!

  그 기운들은 혁련소천의 전신을 소용돌이치면서 거대한 환을 이루

  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전설로만 전해지는 조화지경!

  즉, 불가사의하게 음양이기가 합해져 조화를 이룬 신의 경지가 아닌가?

  진정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혁련소천의 전신에 형성된 구름띠같은 환은 무형의 기운으로 이미

  그의 내공이 주체할 수 없는 지경임을 알리는 것이었다.

  휘리리리리―!

  무형의 힘이 유형으로 나타난  환은 눈부신 서기를 발출하기 시작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혁련소천은 연화대에 앉은 아미타여래와 같은 모습으로 천천히 감

  았던 눈을 떴다.

  "......."

  섬유하다.

  대해라 한들 저 눈빛처럼 잔잔하며 깊이를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때였다.

  가볍게 옷자락이 끌리는 음향과 함께 운중삼미가 나타났다.

  백화소랑은 기쁜 웃음을 지었다.

  "아...... 공자님,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순간 혁련소천의 눈 깊숙이 빠른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이내 담담한 신색으로  바뀌면서 그는 조용히 말을 흘러냈

  다.

  "모두 세 분의 덕이오."

  백화소랑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에요. 대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자님의 천품 탓이

  에요."

  천염무하가 말했다.

  "저희들을 따라오세요. 이제 오천살관으로 드셔야지요."

  "음......."

  오천살관의 입구에  있어야 할 일점홍이  보이지 않자 혁련소천은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일점홍은 어디 있소?"

  그러자 금혼희사가 화려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 분은 저희들이 다른 곳에 모셔 두었습니다."

  혁련소천의 표정이 가볍게 변했다.

  '모셔 놓았다고......?'

  백화소랑이 동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천살관을 돌파하면 바로 그곳에 혈경이 있습니다. 공자님의 일

  이 완수되기를 학수고대 하겠습니다."

  이어 운중삼미는 일제히 혁련소천에게 대례를 올렸다.

  "그럼......."

  그리고는 미끄러지듯 멀어져 가는 것이었다.

  잠시 사라져 가는 그들을  응시하던 혁련소천은 이윽고 무게 있는

  표정으로 석문을 바라보았다.

  "이제 시작인가?"

  그의 눈빛이 야릇하게 변해졌다.

  시작!

  분명히 시작임에는 틀림없었지만.......

  허나, 그것이 문제였다.

  "으― 아― 악!"

  "크― 악!"

  심장을 쥐어짜고 창자를 찢는 듯한 비명성이 울리며 네 인물이 바

  닥을 나뒹굴었다.

  푸시시식― 푸시식―!

  그러더니 돌연 달군  쇠를 물에 담그는 듯한  음향과 함께 그들의

  하반신이 핏물로 녹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실로 끔찍한 모습이었다.

  "으으으...... 대...... 대독사침을...... 네가......."

  그 전면의 어둠 속에는 지금 파리하게 빛나는 창백한 안색의 일점

  홍이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전신은 핏물로 흥건했고 눈빛은 소름끼치도록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인간의  감정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은 그저

  한갖 잔소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극도의 무심!

  그것이 바로  인간의 오욕칠정을 망각한  살수 일점홍의 모습이었

  다.

  "나를 건드린 대가다!"

  일점홍의 음성은 억양이 없어 더할 수 없이 냉혹함을 풍겼다.

  푸식― 푸시시식―!

  하반신이 완전히 녹아 상반신마저 핏물로 화하면서 그래도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인물이 음성을 짓씹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활시위는  당겨진 것...... 결코

  벗어나지 못한...... 다!"

  일점홍은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이 그대로 일장을 내갈겼다.

  빠박!

  말을 한 인물의 머리가 순식간에 박살나는 소리였다.

  어느덧 일점홍의 두 눈에는 처절한 빛이 떠올랐다.

  "천주...... 제발!"

  스― 스슷!

  그리고 그는 한 가닥 연기가 되어 사라져 갔다.

  무엇인가...... 일은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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