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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제74장 (74/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4권 제74장 혈왕제삼비관(血王第三秘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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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왕제삼비관(血王第三秘關) 운중삼미사무(雲中三美死舞).>

  석문에 새겨진 열두 글자.

  "......?"

  일점홍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천주, 어째서 일  관 후에 이 관이 보이지  않고 곧바로 삼 관이 나오는 것일까요?"

  혁련소천은 미간을 찌푸렸다.

  "너는 가끔 나를 신(神)으로 착각하는 모양이군."

  "착각이라니......!"

  혁련소천은 약간 어처구니가 없는 기색으로 말했다.

  "나라고 모르는 것이 없는 게 아니다."

  일점홍은 가느다란 고소를 머금었다.

  "천주가 모르는 것이 있다니...... 솔직히 믿어지지 않소."

  일점홍이 혁련소천에게 느끼는 믿음은 거의 맹목적인 신앙과도 같았다.

  "후훗......."

  혁련소천은 나직이 실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그는 곧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면서 무겁게 뇌까렸다.

  "운중삼미사무(雲中三美死 )라...... 대체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일점홍은 장난스러운 기색을 지웠다.

  "운중삼미...... 뜻으로 보아 미녀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미녀라......!"

  혁련소천은 코끝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사관(死關)이라도 미녀가 있다면 제법 구미가 당기지."

  "천주......?"

  혁련소천은 어이없어 하는 일점홍에게 일별을 던졌다.

  "후후...... 일점홍, 아무래도 부드럽지 않느냐?"

  일점홍은 눈썹을 찌푸렸다.

  '맙소사...... 그저 여자라면......!'

  그런 그의 모습은 몽몽한 염기가 폭발하는 듯한 것이었다.

  그 순간 혁련소천의  눈 속 깊숙이 한  줄기 기광(奇光)이 번뜩였

  다.

  '운중삼미라면...... 혹시!'

  돌연 그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기억의 깊숙한 곳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렇다! 과거 나백은 세상을 뒤엎을 만한 세 명의 절세미녀(絶世

  美女)를 첩으로 두었고 운중삼미가 바로......!'

  혁련소천의 표정변화를 읽었는지 일점홍이 의아한 듯 물었다.

  "천주,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

  "아무 것도 아니다. 어서 가자.

  혁련소천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앞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죽음(死)의 관문은 길고도 지루했다.

  동굴의 형태는 어느새 호로병 꼭지처럼 좁아지더니 복도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복도형태의 동굴을 걸어가는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말이 없

  었다.

  복도는 바닥이나 벽면 할 것 없이 최고급 천축산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지라 혁련소천은 은근히 감탄하고 말았다.

  '나백...... 무척이나 돈을 들였군......!'

  도대체 이러한 대전이 어찌 존재하리라 믿겠는가?

  온갖 칠채보광이 무지개처럼 서려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눈이 부

  실 지경이었다.

  그 눈부신  것은 바로 곳곳에 산처럼  쌓여 있는 기진이보(奇珍異

  寶)에서 발출되는 것이었다.

  사방 오백 장  정도의 넓이인 이 대전은  황제라도 감히 엄두내지

  못할 화려함과 부(富)가 운집되어 있었다.

  "오......!"

  일점홍은 너무도 뜻밖의 전경에 연신 감탄성을 발했다.

  혁련소천의 놀라움도 적지 않았다.

  '굉장하군...... 전 중원을 통째로 사고도 한참 남을 정도의 보물

  이다.......'

  일점홍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흥분된 어조로 중얼거렸다.

  "대단하군요, 천주!"

  혁련소천은 그저 싱긋이 웃을 뿐이었다.

  "나백은 아마 자신의 전 재산을 이곳에 쌓아둔 모양이다."

  일점홍은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문득 호기심을 느꼈는지 돌연 보

  물더미가 산처럼 쌓인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혁련소천도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일점홍은 장신구 모양인 기이한 형태의 보석을 든 채 중

  얼거렸다.

  "천주...... 이것은 환상의  보석으로 알려진 파라옥으로 만든 목

  걸이가 아니오?"

  혁련소천은 가볍게 표정이 변했다.

  '이 녀석 정말 계집앤가?'

  일점홍은 계속해서 보물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발견한 듯 두 눈에 강렬한 이채를 발했다.

  "천주...... 이건 도(刀)가 아니오?"

  일점홍은 끝이 짐승의 꼬리처럼 말린 기형도(奇形刀) 하나를 끄집

  어냈다.

  써늘한 광망이 뻗치는  한 자 반 정도의  기형도는 일견해도 예사

  도가 아님을 느끼게 했다.

  기형도를 보는 순간 혁련소천은 순간적으로 흠칫하고 말았다.

  "그것은......."

  일점홍은 눈빛을 빛냈다.

  "아는 것이오?"

  혁련소천은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 바로  고금백대기병 중의  하나인 천형괴도(天形怪刀)다."

  천형괴도―!

  일점홍은 잠시 의외란 듯 천형괴도를 응시했다.

  '이것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신력을 발한다는 천형괴도라니......!'

  혁련소천은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나백은 고금백대기병  중에 서른여섯 개를 가지고 사

  라졌다고 전해지는데 사실인 모양이군......."

  일점홍은 천형괴도를 내려놓더니 다시  삐죽 솟아난 한 개의 죽통을 들었다.

  "이건 또 무엇이오?"

  일순 혁련소천은 대경한 기색을 띠었다.

  "함부로 만지지 마라!"

  "......?"

  "그것은 대독사침(大毒死針)이다. 역시 고금백대기병 중의 하나로

  암기 중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다."

  일점홍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죽통이......."

  "그렇다. 수천 개의 사침(死針)이  방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며, 한 개라도 스치면 설혹 대라신선(大羅神仙)이라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음......."

  일점홍은 매력을 느꼈는지 죽통을 한참 보았다.

  그러더니 주저없이 대독사침을 품 속에 갈무리하는 것이었다.

  그의 그런 모습에 혁련소천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쩌려는 것이냐?"

  일점홍은 간장을 녹일 듯한 매혹적인 미소를 입가에 흘렸다.

  "후훗...... 죽음을 품고 다니는 대독사침과 나 일점홍은 일맥상통하는 것 같지 않소?"

  "글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천주...... 왠지  마음에도 들고 꼭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구료."

  일점홍은 이어 다른 보물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성큼 걸음을 떼어 놓았다.

  혁련소천은 그의 모습을 보며 뇌까렸다.

  "고양이 발톱이 호랑이의 발톱으로 변한 셈이군!"

  두 사람은 대전의 깊숙한 곳으로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갔다.

  그들이 가는 동안 보물더미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갈수록 희귀한 것들이라 두 사람은 아예 넋을 잃을 정도였다.

  "......!"

  그 순간 돌연 혁련소천은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주위의 경물들이 흐릿해지면서 물 속에 잠긴 수초(水草)처

  럼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일점홍도 그와 같은 기분을 느꼈는지 다급히 된소리를 발했다.

  "천주, 뭔가 이상하오."

  "그렇다. 조심해라."

  일점홍은 사방을 예리하게 살피면서 중얼거렸다.

  "천주, 진법에 걸린 것이 아니오?"

  혁련소천은 한 마디로 일축했다.

  "바보같은 소리...... 진법이라면 걸어다닐 때부터 통달한 나다!"

  천기개천 사사무의 진전을 능가하는 혁련소천이 아닌가?

  일점홍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런데 왜 이런 변화가......?"

  이때 그들의 주위로 점차  뿌연 안개(霧)가 형성되더니 돌연 주위

  경물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닌가!

  주위의 급격한 변화에 혁련소천은 나직이 침음성을 삼켰다.

  '나백...... 진정 무서운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일점홍을 향해 무겁게 말했다.

  "일점홍, 조심해서 내 뒤를 따라와라."

  "알겠소."

  어느새 일점홍의 음성도 긴장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안개 속을 헤치며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 시

  작했다.

  혈왕제삼비관― 운중삼미사무!

  그 죽음의 관문이 이제 시작되는 것인가?

  과연......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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