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4권 제73장 (73/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4권 제73장 극사(極邪)의 마애혈불(魔涯血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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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洞窟).

  어둡고 음습하면서도 칙칙한  기운이 벌레처럼 스물거리는 동굴은

  오십여 장을 이리저리 굽어 돌고서야 겨우 끝이 났다.

  어느새 무쇠처럼  견고해 보이는 석문(石門)이  앞을 막아선 것이다.

  <혈왕제일비관(血王第一秘關) 마애혈불사관(魔涯血佛死關).>

  석문 중앙에는 붉은 글씨로  그렇게 쓰여 있었고, 그 약간 밑에는

  여러 줄의 글귀가 깨알처럼 작게 새겨져 있었다.

  <본좌는 혈왕(血王) 나백이다.

  후인(後人)이여......

  그대가 어떤 경로로 이곳에 들어왔는지는 묻지 않겠다.

  허나 본좌의 무공은 곧 하늘의 무공!

  결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그대가 혈왕소와 인연을 맺고 이곳에 왔다 해도 본좌의 마음

  에 차지 않는 한 결코 혈왕의 후예가 될 수 없다.

  잡인(雜人)에게 물려주느니 차라리  영원한 전설로 파묻히기를 바

  라는 것이 본좌의 마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대는 이곳에서 돌아 나갈 수도 없다.

  이곳은 사관(死關), 무회사관(無回死關)인 까닭이다.

  영혼을 남겨야 하느니라.>

  "후후후...... 아주 마음에 드는 글귀군."

  "허나 너무 오만한 듯하오."

  혁련소천은 기이한 미소를 지으며 일점홍을 쳐다보았다.

  "스스로 무적이라  여긴다면...... 자신을  과신해도 무방한 것이다."

  일점홍은 고소를 머금었다.

  "만약 혈왕 나백이 현세인물이라면 천주와 무척 친한 사이가 될 수 있었을 것이오."

  "천만에."

  "......?"

  "그가 만약 나와  동시대의 인물이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그

  를 죽였을 것이다."

  뜻밖의 말에 일점홍은 의외롭다는 표정이었다.

  "어째서?"

  혁련소천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현세에 나보다 강한  자는 그 누구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일점홍은 왠지 섬뜩해짐을 느꼈다.

  '도대체 이 사람은.......'

  그는 내심 까닭 모를 한숨을 내쉬며 석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어 일점홍은 석문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 석문을 어떻게 연다?"

  그 말에 혁련소천의 담담한 어조가 말을 이었다.

  "만약 나백이 나같은 경우에 처했다면 유치하게 석문을 살피며 열

  궁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그는 분명히 이렇게 할 것이다."

  다음 순간, 혁련소천은 석문을 향해 사정없이 일 권을 내갈겼다.

  콰콰쾅!

  벼락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석문은 송두리째 박살나 안으로 날려

  갔다.

  '모험이다!'

  일점홍은 아연 긴장했다.

  혁련소천의 행위가 너무도 돌발적이고 무모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허나, 자욱이 피어올랐던  돌가루가 완전히 가라앉아도 상황은 아

  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때 혁련소천이 일점홍의 어깨를 툭 쳤다.

  "후후......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두고 어서 따라오너라."

  "......!"

  일점홍은 의아한 시선을 그에게 힐끗 던졌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석문 안으로 혁련소천의 모습이 빨려들 듯 사

  라진 후였다.

  '도대체 저 사람은.......'

  도대체 저 사람은......

  그것은 일점홍이 혁련소천과  같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루에

  도 몇 번씩 뇌까리는 말이었다.

  석실의 맞은편 벽이 도굴당한  무덤처럼 휑하니 뚫려 안으로 이어

  져 있었고, 그 벽 앞에는 거대한 석관(石棺) 하나가 우뚝 서 통로

  를 봉쇄하고 있었다.

  그리고 석관의 겉에는  한 줄기의 글씨가 그들을  향해 웃고 있었다.

  <멋진 놈이군.

  본좌의 말을 무시하고 문을 부수다니.......

  허나, 네놈은 그 대가로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후후후...... 과연 나백이다.  만약...... 석문에 암기나 조잡스

  런 기관장치 따위를 설치했다면, 나는 나백의 무공은 인정할지 몰

  라도 그 그릇됨에는 크게 실망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혁련소천의 말에 일점홍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다.

  쩌쩌...... 쩍쩍......!

  돌연 석관에 금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음?"

  그 순간 혁련소천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일점홍은 관으로부터 피를 말릴 듯한 살기가 풍겨 나오는 것을 느

  꼈다.

  "위험하오, 천주!"

  그는 선뜻 혁련소천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그 순간 혁련소천의  손이 그를 옆으로 우악스럽게 밀쳐냈다.

  "비켜라!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다!"

  "......!"

  일점홍은 혁련소천의 완강한 힘에 밀려 옆으로 주르륵 밀려났다.

  꽝!

  그 순간 석관의 문이 산산조각으로 폭발함과 동시에.

  쿠쿠쿠쿠......!

  엄청난 핏빛 회오리가 관 속으로부터 불벼락처럼 쏟아져 나왔다.

  '웃......!'

  혁련소천은 미처 놀랄 겨를도  없이 앞을 향해 본능적으로 일장을

  내갈겼다.

  쿠쾅!

  곧이어 석실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우욱!"

  묵직한 신음과 함께 혁련소천이 뒤로 세 걸음이나 크게 물러섰다.

  '이럴 수가!'

  아무리 경황중이었다고는 하나 혁련소천의 일 장이면 웬만한 동산

  하나쯤은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 수 있는 힘이다.

  헌데 그러한 혁련소천이 밀려나다니.......

  휘르르르르......!

  그때 괴이한 음향이 일며 돌연 핏빛 회오리가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신에 핏빛 승포를  걸치고, 같은 색의 선장을 움켜쥔 노

  승 하나가 회오리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사람이지 송장도 이런 송장이 또 어디 있으랴!

  완연히 해골 형상의 얼굴에 끝없이  뻥 뚫린 두 눈, 그 두 눈에서

  지옥겁화인 양 시뻘겋게 뿜어 나오는 혈광(血光)!

  가히 보기만 해도 간담이  떨어져 나갈 만큼 극사(極邪)한 모습의

  괴승(怪僧)이 아닌가!

  뿐이랴?

  전신에서 뿜어내는 숨막힐 듯한  사기는 가히 살인적인 것에 가까

  울 정도였으니.......

  혁련소천의 안색이 굳어진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신은......?"

  그러자 괴승의 어둑한 두 눈이 주위를 쭉 훑더니 혁련소천의 얼굴에 딱 멎었다.

  "나는...... 한혈(寒血)...... 마애혈불(魔涯血佛)...... 너를...... 죽음으로...... 인도한다......."

  이게 도대체 어디서 흘러 나오는 음성인가?

  그 괴승의 입은 꽉 닫혀 있었다.

  그럼에도 분명히 음성은 흘러 나오고 있지 않는가!

  뿐인가? 그 음성이란 것도 도대체 인간의 육성(肉聲)이 아니었다.

  마치 무저(無底)의 아수라유계(阿修羅幽界)에서 울부짖는 악령(惡

  靈)의 호곡인 양, 그  음성은 지독히 황량하고 음사(陰邪)한 것이

  었다.

  '한혈...... 마애혈불! 천이백 년 전 혈왕 나백에게는 한 명의 승

  려 친구가 있었다. 그렇다면?'

  혁련소천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돌연 안색이 급변했다.

  "한혈......! 그대가 바로 천이백 년 전 한혈선사란 말인가?"

  엄청난 질문이 아닌가!

  허나 괴승의 대답은 더욱 엄청난 것이었다.

  "나는...... 한혈...... 마애혈불...... 나백의 친구......."

  "......!"

  "나...... 마애혈불...... 나백의 은혜를 입었다...... 그 보답으

  로...... 죽음 직전...... 내 육신에...... 사겁(邪劫)의 불법(佛

  法)을 걸어...... 영원한 잠을...... 재웠다......."

  "......!"

  "인간의  호흡은...... 나를  깨우고......  나는  그 인간을  죽

  여...... 또 다른 인간이...... 올 때를 기다린다......."

  혁련소천의 안색이 짧은 순간 이렇듯 많은 변화를 일으킨 적은 생

  애를 통틀어 처음이었다.

  '이 자는 음성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죽은 시체...... 오

  우! 무서운 일이다!  신은 죽었으되 극사대법(極邪大法)을 이용해

  악마의 영(靈)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 어찌 가능한 일인가?

  불가사의! 이 말은 이런  경우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 분명하리라!

  허나 혁련소천은 더 이상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괴승 마애혈불이 유령처럼  흐느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

  다.

  "나......  마애혈불......  너를  죽인다......  호흡하는  인간을......."

  다가오는 그의 신법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랐고, 수중의 선장은

  이미 해일같은 경력을 일으키며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콰우우우우......!

  "건방지다! 어디를 감히!"

  그때 냉갈과 더불어 일점홍의 신형이 번쩍 허공을 갈랐다.

  순간 혁련소천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일점홍! 그 자는......."

  외침이 끝나기도 전, 혈검무흔!

  일점홍을 천재살수로  있게 한 쾌의  일초검식은 이미 마애혈불의

  목덜미를 쑤시고 있었다.

  카캉!

  쇳소리! 비수가 마애혈불의 목덜미를 찔렀을 때 분명히 그런 소리

  가 일었다.

  "욱!"

  동시에 일점홍은  쏘아가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되퉁겨 날아갔

  다.

  퉁겨져 날아가던 그는 황급히 허공에서 몇 차례 신형을 뒤집고 이

  어 힘겹게 바닥에 내려섰다.

  그러나 내려선 일점홍의 손에서는 진홍빛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수는 반으로  뚝 부러져 있었고, 비수를  잡았던 그의 손아귀는

  길게 찢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일점홍은 피에 젖은 손을 내려다보며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허나 그 순간, 마애혈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거듭 혁련소천

  을 덮쳐가고 있었다.

  "크크크...... 사겁마불령(邪劫魔佛靈)의 힘으로...... 너를 죽인다......."

  혁련소천의 두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천하의 그 누가 감히 나 혁련소천을 이긴다고 장담하는가?"

  동시에 그의 양 손이 환상처럼 빠르게 번뜩였다.

  짜르르르릉!

  천둥같은 쇳소리와 파도처럼 쏟아져 나가는 강기( 氣)!

  구철마수의 제 일초 천륜풍이 전개된 것이다.

  까깡!

  철편같은 강기가  마애혈불의 가슴을 후려치자  고막이 터질 듯한

  금속성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혁련소천은 손목이  끊어지는 듯한 심한 고통을 느끼

  며 뒤로 급격히 퉁겨 나갔다.

  '이...... 이럴 수가?'

  그러나 놀란 것은 극히 짧은 순간이었다.

  파아앗!

  어느새 혁련소천은 날벼락처럼 신형을  날리며 양 손을 힘차게 내

  두르고 있었다.

  "철환섬!"

  그것은 구철마수의 제 이초!

  "크크크......."

  때를 같이하여 마애혈불은 비릿한 음소를 날리며 선장으로 신들린

  듯 춤을 추었다.

  콰우우우우......!

  그것은 당연코 인간의 것이라 여길 수 없는 악마의 힘이었으며 일

  찍이 혁련소천조차도 상대해 본 적이 없는 최극강의 것이었다.

  쿠콰콰콰쾅!

  한순간 천지를 허물어뜨릴 듯한 굉음이 터졌고, 석실이 무너질 듯

  진동하며 사방에서 돌가루가 미친 듯이 피어올랐다.

  쿠구구구구......!

  "크......."

  마애혈불은 괴성을 토하며 한 차례 크게 비틀거렸다.

  허나 다음 순간,  마애혈불은 더욱 무시무시한 기세로 혁련소천을

  향해 덮쳐갔다.

  동시에 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힘이 돌풍처

  럼 휘몰아쳤다.

  '음...... 모르긴  해도 단우비인들 이보다 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혁련소천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안 되겠다! 무모하게 정면충돌로써 진력을 소모하느니.......'

  번쩍!

  순간 자욱한 돌가루를 휘몰며  혁련소천의 신형이 번쩍 솟구쳐 올

  랐다.

  뜻밖에도 그의 신형은 솟구쳐  오르기 무섭게 돌연 연기처럼 꺼져

  버리는 게 아닌가.

  대신 한 줄기 흐릿한  그림자가 착각인 듯싶게 마애혈불의 주위를

  빠르게 맴돌기 시작했다.

  ― 허허허...... 이 놈아,  노부를 주정꾼이라고 얕보지 마라. 내

  무쌍마영(無雙魔影)의 경공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단우비에게 두어

  수 접어두고도 이길 수 있고.......

  무쌍마영!

  무풍마간 쌍비람의 자존심이자, 최고의 절학(絶學)이 유감없이 전

  개된 것이었다.

  마애혈불은 혁련소천의 종적조차 파악할  수 없게 되자 적이 당황

  하는 눈치였다.

  그때였다.

  "철혼성(鐵魂星)!"

  한 소리 대갈이 터지면서 혁련소천의 두 손이 불쑥 허공에 나타나

  더니 마애혈불의 정수리와 가슴을 정통으로 맹타했다.

  콰쾅!

  "크윽!"

  마애혈불은 안면을  흉측하게 일그러뜨리며 크게  세 걸음 물러났

  다.

  허나, 그것뿐이었다.

  마애혈불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끄덕없이 몸을 우뚝 세우

  는 것이었다.

  '구철마수에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끄덕조차 하지 않다니.......'

  혁련소천은 대경하며 석실 한쪽에 뚝 떨어져 내렸다.

  "크크...... 나...... 마애혈불을 건드리다니......."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마애혈불은 혁련소천을 향해 미끄러지

  듯 신형을 쏘아가며 선장을 괴이무비하게 휘둘러댔다.

  '혈풍오뢰마장(血風奧雷魔杖)! 그 옛날 한혈이 사용했다는 전설적

  인 장법(杖法)이다!'

  상대를 파악하고 머뭇거릴 시간은 전혀 없었다.

  '그래...... 천겁현오밀경이다!'

  생각은 극히  찰나지간에 끝을 맺었고, 곧이어  그의 양 손에서는

  거대한 경력( 力)이 회오리치듯 쏟아져 나왔다.

  콰르르르릉!

  콰콰쾅!

  그야말로 엄청난 격돌이었다.

  우르르릉......!

  바닥이 소리내어  흔들리고 석실 전체가  지진의 형상처럼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무서운 고수임을 자부해 온 일점홍은 마애혈불에게 자신의

  최대 절학이 먹혀 들어가지 않자 적이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마애혈불을 상대로 저렇듯 맹위를 펼치는 혁련소천을

  보자 감탄과 동시에 부러움을 느꼈다.

  '천주......  예상보다 강한  고수일 것이라고는  생각했었다. 허

  나...... 저 정도면 내 예상을 최소한 열 배는 상위하는 것이다!'

  일점홍은 절로 고개를 내저었다.

  '천주...... 당신이라는 사람은 진정.......'

  문득 고개를 내젓던 그의 시선이 어느 한 부분에서 딱 멎었다.

  '응?'

  그의 시선이 멎은 곳은  부숴진 관쪽이었는데 거기에는 조그만 옥

  불(玉佛)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옥불 옆에는 세 치 가량의 짧은 비수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저것은......?'

  일점홍의 눈빛이 문득 이채를 뿌렸다.

  '그...... 그렇다! 단옥혈마비(丹玉血魔匕)!'

  그 비수는 오뢰마장과 함께  마애혈불의 이대신물 중 하나였던 것이다.

  스스스......!

  예리하게 눈을 빛내던 일점홍의 신형은 벽에 달라붙다시피한채 미

  끄러지듯 관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콰쾅!

  싸움은 이제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사겁(邪劫)의 불공(佛功) 대 천축 최강의 밀공(密功)!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초식  하나하나는 능히 산을 허물고 대해

  (大海)를 뒤엎을 만한 위력적인 것이었다.

  "크으으...... 중생이여...... 네 무공이...... 나 마애혈불을 놀라게 한다. 허나...... 오......  뢰마장

의 최후장법은...... 너를...... 죽음으로...... 인도...... 하리라......."

  "크...... 아...... 아......!"

  파― 아― 앗!

  마애혈불이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려 허연 기체를 뿜어내는가 했

  더니, 어느새 그의 몸과  선장이 하나가 되어 엄청난 빠르기로 혁

  련소천을 향해 폭사되었다.

  수식(數式)도 변식(變式)도 없는  오뢰마장 최후의 장공살초(杖功

  殺招)가 전개된 것이다.

  "가랏!"

  경악할 틈도 없이 혁련소천은 한 소리 대갈을 터뜨리며 쌍장을 힘차게 내뻗었다.

  꽈꽝!

  노도처럼 쏟아져 나간 경력은 마애혈불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러나 마애혈불의 덮쳐드는  기세는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못했고

  오히려 곱절의 위력으로 되퉁겨 밀려오는 반탄력에 혁련소천만 가

  슴이 쪼개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우욱......!'

  그는 크게 한 걸음 폭퇴했다.

  '이렇게 되면 방법은 오직.......'

  그때 일점홍의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천주!  이것을 받으시오!  단옥혈마비! 능히  그  중놈의 머리통을......."

  허나 그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마애혈불의 선장이 이미 혁련소천의 가슴에 격중되고 있었던 것이다.

  "천주!"

  바로 그 순간, 한  소리 용음같은 대갈이 혁련소천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살(殺)― 인(人)― 마(魔)― 벽(壁)―!"

  화르르르릉―!

  동시에 수천, 수만의  자색 불꽃이 혁련소천의 전신에서 불벼락처

  럼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천하제일강(天下第一 )!

  신(神)의  영역까지  넘보는   인간  최대의  위대한  무공이었으니.......

  콰콰콰쾅!

  "크― 아― 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폭음이 마애혈불의 전신에서 터졌고, 동시

  에 자욱한 피보라를 내뿜으며  그의 몸이 낙엽처럼 허공으로 떠올

  랐다.

  그때였다.

  "악승(惡僧)! 영원히 잠들어라!"

  번― 쩍!

  소매춤에서 뻗쳐나간 시뻘건 빛줄기― 천은사가 허공에 떠오른 마

  애혈불의 몸을 칭칭 휘어 감았다.

  거의 같은  순간, 이미 일점홍은 허공으로  신형을 번쩍 솟구치고 있었다.

  아니, 솟구쳤다 싶은 순간 그는 어느새 수중의 단옥혈마비로 마애

  혈불의 정수리 깊은곳을 쑤셔박고 있었다.

  곧이어 처참한 소리와 함께 피(血)가 분수처럼 솟구쳐 나왔다.

  "크― 아― 악!"

  허공에서 터진 비명은 급격히 바닥으로 이어졌다.

  꽈당!

  마애혈불의 몸이 처참하게 곤두박질 친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마애혈불의 전신을 휘어 감은 천은사는 살 속으로 스며들 듯 파고

  들어가  있었고, 정수리에는  단옥혈마비가  깊숙이  박혀 있었으

  니.......

  "아...... 미...... 타...... 불......."

  불현듯 한 소리 불호가  헐떡거리는 숨소리에 실려 마애혈불의 입

  밖으로 흘러 나왔다.

  "그대...... 위대한...... 승자다......  혈왕...... 나백이 기다리던......."

  "......!"

  "이제...... 노납의...... 마지막  악령이...... 숨을...... 거둔

  다......  노납......  기쁜   마음으로......  재가......  되련다......."

  문득 마애혈불의 껍질뿐인 입언저리가 희미하게 씰룩거렸다.

  "임무를...... 완수하고...... 은혜를...... 갚았으니...... 마음

  이...... 수수롭도다...... 아미...... 타...... 불......."

  꺼질 듯 미약한 음성이 끝나는 순간.

  푸스스스......!

  마애혈불의 육신은 순식간에 시꺼먼 재로 변해 버렸다.

  잠시 석실 안엔 무거운 침묵이 감돌 뿐이었다.

  "무서운 고수였다......."

  밀려드는 정적을  헤치며 혁련소천이 탄식  어린 음성을 흘러내었다.

  "어쩌면...... 구천과 십지의  주인이라도 그의 적수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일점홍은 그에게 힐끗 시선을 던졌다.

  "허나 천주는 그를 꺾지 않았소?"

  혁련소천은 쓴웃음 한 줄기를 피어올렸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천천히 통로 쪽으로 걸음을 떼놓았다.

  일점홍은 그의 뒷모습을 망연히 응시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감동이

  전신에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저토록 의연한 사나이가 이 세상에 어찌 둘 있으랴.......

  나, 일점홍...... 맹세하리라!

  저 사나이를 위해서라면 골백 번의 죽음도 사양치 않으리라.......

  일점홍이 혁련소천의 뒤를 따라가기 전 단옥혈마비를 집어든 것은

  무심결의 행동이었다.

  자신의 비수가 반 동강으로 변했기에 그것을 대신하리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어찌 알았겠는가!

  누구도 알지 못할뿐더러,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비밀이 바

  로 그 단옥혈마비에 숨겨져 있음을.......

  그래서 인간사의  운명을 돌고 도는  수레바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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