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4권 제70장 (70/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4권 제70장 혈해무정구도수(血海無情九刀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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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해무정구도수(血海無情九刀手)!

  일명, 유부(幽府)에서  온 악마의  구도귀(九刀鬼)로 불리는 인물

  들.

  그들은 무정(無情), 잔인(殘忍), 흉폭(凶暴)의 대명사였다.

  사혼 낙궁의 뒤에 목상처럼  일렬로 늘어선 구도수는 모두 백발이

  성성한 가운데 짙은 흑의를 걸치고 있었다.

  그들의 안면에 그어진 한결같은 무수한 흉터는 차라리 끔찍스러웠다.

  낙궁은 음침한 눈길로 일점홍을 쓸어보았다.

  "흐흐...... 오랜만이구나, 일점홍!"

  순간 일점홍의 어깨가 미미한 떨림을 보였다.

  낙궁을 응시하는 일점홍의 서늘한  눈(目) 속에는 지금 무서운 한

  (恨)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일점홍은 감정을 감춘 채 입술을 지그시 말아 올리면서 냉정하게 대답했다.

  "칠 년 만이오...... 사형!"

  일점홍과 낙궁은 사형제지간이란 말인가?

  혁련소천은 언뜻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낙궁의 가늘게 찢어진 눈에서 야릇한 빛이 발했다.

  "그렇군...... 헌데 네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구나."

  "음......!"

  일점홍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면서 치욕스러운 빛을 띠었다.

  이어, 그는 손아귀에서 섬뜩한 예광을 발하는 비수를 힘주어 잡으면서 싸늘하게 외쳤다.

  "당신...... 그 잘난 목구멍에 검을 박겠다고 한 말...... 기억하고 있소?"

  낙궁은 그 말에 안면을 실룩거렸다.

  "흐흐...... 너는  언제나 나에게  겁을 먹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군."

  "지금은 가능하오."

  일점홍의 음성은 너무도 차분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억제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일순 씰룩거리던 낙궁의 안면이 흉하게 비틀렸다.

  "컸군...... 선사는 확실히  실수를 하셨어...... 너를 키우는 것이 아닌데......."

  일점홍은 차갑게 웃었다.

  조소같기도 하고 경멸같기도 한 묘한 웃음을.......

  낙궁은 일순간 피가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었다.

  '기분 나쁜 웃음이다!'

  일점홍은 비릿한 음성을 흘렸다.

  "빙허잠이...... 우리를 죽이라고 했소?"

  "혈해가 움직이는 것은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이때 혁련소천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낙궁...... 빙허잠의 조건이 무엇이기에 몸소 나타난 것인가?"

  낙궁은 혁련소천을 향해 손가락 세 개를 활짝 펼쳤다.

  "빙허잠이...... 만마전주가 되었을 때,  중원 십삼 개 성 중에서 세 개!"

  혁련소천은 놀랍다는 기색이었다.

  "호...... 대단히 엄청난 조건이군!"

  낙궁은 어깨를 으쓱이며 득의지색을 떠올렸다.

  "흐흐흐...... 그 정도는 되어야 혈해는 움직인다."

  혁련소천이 씨익 웃었다.

  "나를 죽일 수 있겠는가?"

  그 순간 낙궁은  얼굴 가득히 번져가던 득의지색을  싹 지워 버렸다.

  '더 기분 나쁜 웃음이다!'

  낙궁은 가늘게 눈을 치켜뜨면서 말했다.

  "너는 죽는다. 빙허잠은 이미 나에게 너의 모든 약점을 알려 주었다."

  혁련소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게 약점이 있었던가?"

  여유만만한 가운데 뭔가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낙궁은 씹어 뱉는 듯이 외쳤다.

  "믿지 못하는군!"

  "믿을 것이 있어야지."

  혁련소천의 태도는 너무도 유들유들했다.

  "그렇다면 믿게 해주지. 흐흐흐......."

  낙궁은 음침한 괴소를 터뜨리며 힐끗 뒤를 바라보았다.

  "구도수!"

  혈해무정구도수는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하명(下命)하십시오."

  "죽여라!"

  너무도 간단하게 혁련소천의 죽음이 선고되었다.

  휘― 익―!

  혈해무정구도수는 신속하게 혁련소천의 주위를 빙 둘러 쌌다.

  낙궁은 악귀처럼 중얼거렸다.

  "흐흐흐......  이들의 구도참마혈진(九刀斬魔血陣)은  죽음의 절

  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혁련소천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나직한 조소를 터뜨렸다.

  "후후...... 인간이란 존재는  가끔 자신을 가장 강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더 많지."

  낙궁의 두 눈에서 새파란 섬광이 일었다.

  "구도수, 구도참마혈진의 맛을 보여주어라!"

  혈해무정구도수는 일제히 도(刀)를 뽑았다.

  이어 구도수 중 우측의 한 인물이 도신이 넓고 얄팍한 면도(面刀)

  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흐흐...... 피가 그리워지는군...... 이 도는 육박혈도...... 영

  호풍! 네 왼쪽 옆구리 살을 세 근 정도만 베어주마!"

  그 옆의 인물이 도를 번쩍 올렸다.

  그것은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기형도(奇形刀)였다.

  "삼첨양인도라 한다...... 네 복부에 세 개의 피구멍을 만들어 주마!"

  "삭골마도...... 너의 갈비뼈는 모조리 두 동강이 날 것이다."

  "최심마도다...... 심장만을 전문적으로 쑤신다."

  .......

  마지막으로 한 인물이  핏빛 팔찌가 끼워진 양  팔을 불쑥 앞으로

  내밀었다.

  "이 도는 혈륜낭심도!"

  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팔찌 끝에서 예리한 톱날이 솟았다.

  "혈륜낭심도는 인간의 두개골만을  노린다...... 영호풍! 너의 두

  개골은 곧 이것에 의해 예쁘게 부서질 것이다."

  구도수의 위협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혁련소천은 어이가 없다는

  듯 히죽 웃었다.

  "나는 꼼짝없이 아홉 번 죽어야겠군!"

  "물론!"

  혁련소천은 기가 차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미친 놈들...... 뭐 내 손은 밥이나 먹으라고 달린 줄 아느냐!"

  낙궁은 그런 혁련소천을 비웃었다.

  "영호풍! 그 손이 얼마나 쓸모없는 손인지는 네가 곧 절실히 깨달을 것이다."

  문득 혁련소천은 낙궁의 말 속에 뼈가 있음을 느꼈다.

  "구도참마혈진은 바로 구천(九天)과  십지(十地)의 주인을 목표로

  이십 년의 고련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순간 혁련소천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구천과 십지의 주인을 목표로.......'

  혁련소천의 표정을 보면서 낙궁은 자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너는 절대로 피할 수 없다!"

  확신인가?

  혁련소천은 나직이 숨결을 가누었다.

  '빙허잠...... 실로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를 했군.......'

  그 순간 혁련소천의 눈에 번쩍 이채가 스쳐갔다.

  '그렇군...... 이제야  모든 것을 알았다.  빙허잠이 융사와 손을

  잡았지만...... 융사가 나에게 초청장을 보낸 것은 나를 고립시킨

  후...... 혈해를 이용해 나를 제거.......'

  일순간 혁련소천은 주먹을 꽉 쥐면서 무서운 광채를 발했다.

  '빙허잠...... 모든 것이 네 뜻대로 되는지 보겠다!'

  그때였다.

  일점홍이 한 걸음 나서면서 낙궁을 향해 싸늘하게 외쳤다.

  "당신의 의도는 모두 빗나갈 것이오!"

  낙궁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음흉한 음성으로 말했다.

  "일점홍...... 너는 내가 상대하겠다. 사부가 너에게 얼마나 많은

  무공을 전수했는지는 모르나 십 초를 견딜 수 있다면 살려주지."

  완전한 무시였다.

  그리고 낙궁은 좌측으로 삼 보를 옮겨갔다.

  정확하게 혁련소천과 일점홍의 중간 지점이 되는 곳이었다.

  일점홍은 암울한 시선으로 혁련소천을 응시했다.

  "천주......."

  그러나 혁련소천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공으로 이길 자신이 있나?"

  얼른 확신을 하지 못하겠는지 일점홍은 확답을 하지 못했다.

  "천주......."

  혁련소천은 일점홍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길 수 없다면...... 단 일각만 버티어라!"

  이 말은 바로 일각  이내 구도수를 제거하고 낙궁을 처치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혁련소천의 말을  듣는 순간 일점홍은  왠지 자신감이 솟아오름을 느꼈다.

  "좋소, 천주!"

  혁력소천의 존재가 그의 마음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기에 말 한

  마디에 이토록 자신감을 느끼는 것일까?

  일점홍은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으로 낙궁을 향해 외쳤다.

  "낙궁...... 그대를 죽여 살수의 황제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소!"

  낙궁은 싸늘한 조소를 입가에 떠올랐다.

  "훌륭한 각오다만...... 이루어질 수가 없으니 안타깝구나."

  이어 낙궁은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오시(午時)가 가까워지는군...... 영호풍과  네가 숨을 쉴 수 있

  는 시간은 오시까지다."

  이 순간 혁련소천은 남몰래 미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오시라...... 지금쯤 그들은 신강으로 접어들고 있겠군!'

  그들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그때 낙궁의 손이 허공으로 번쩍 치켜 올라갔다.

  "쳐라!"

  신강으로 접어드는 경계지역.

  끝없이 펼쳐진 광야  위로 한 대의 마차가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광야를 질주해 가는 그 마차의 크기는 눈으로 보기 전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선두에는 장장 삼십 필의 흑추마가 달리고 있었고, 그것들에 끌려

  가는 마차는 온통 검은 빛  일색으로 사방 그 어디에서도 창문 하

  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차의 주위로는 줄잡아 일백여 기(騎)의 기마대가 호위하

  며 달려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마상의 인물들이 한결같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는 것이 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

  마차와 기마대는 싯누런 먼지 구름을 피어올리며 질풍처럼 달려가

  고 있었다.

  이때 문득 맨 앞을  달려가던 복면인의 어깨너머로 카랑카랑한 음

  성이 흘러 나왔다.

  "늦어도...... 사흘 안에 파랍산에 도착해야 한다."

  이어 그는 자신의 왼쪽에 바짝 붙어 달려가고 있는 복면인에게 말

  을 건넸다.

  "적용가주, 모든 계획은 섰는가?"

  그의 말에 왼쪽 복면인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천주께서 하토궁으로  떠나신 것은 목숨을  건 도박이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분의 뜻을 이뤄 드려야 한다."

  "만약...... 하토궁이 천주의  뜻을 거스른다면...... 장손가주의

  저 자모연환구중포가 먼저 용납치 않을 것입니다."

  순간 처음 입을 열었던  복면인의 눈에서 비수같은 광망이 쏟아져

  나왔다.

  "흐흐흐...... 나 백신제종 사도광이 단언컨대...... 장차 만마전

  의 주인은 틀림없이 군마천이 될 것이다."

  "물론입니다."

  대화는 그것으로 끊어졌고 그들은  더욱 더 무서운 속도로 광야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아아...... 뉘라서 알 수 있으랴?

  이들 일백 인이야말로 군마천의 노른자위라 할 수 있는 최정예 고

  수들이며, 검은 마차 속에는 죽음의 병기. 자모연환구중포가 실려

  있음을......!

  우두두두......!

  두두두둑......!

  드넓은 광야 위로 핏빛을  닮은 석양이 장막처럼 드리워지고 있었다.

  '대단하구나! 이 정도면 낙궁이 장담할 만도 하다!'

  혁련소천은 쉴새없이 신형을 움직이며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구도참마혈진, 그것은 바늘끝만한 허점도 찾아낼 수 없는 실로 완

  벽하고도 가공무쌍한 도진(刀陣)이었다.

  옆구리를 파고드는 육박혈도!

  복부만 쑤시려는 삼첨양인도!

  종횡으로 미친 듯 난무하는 삭골마도!

  두개골을 수직으로 쪼개오는 혈륜상심도!

  그 중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자칫 한눈 팔았다간 어느 것에 의해 생명줄이 끊어질지 모를 판국

  이었다.

  만약 혁련소천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골백 번은 죽고도

  남았으리라.

  허나 상대는 혁련소천이었다.

  '안 되겠다! 우선 놈들의 도법을 실에서 허로 유도하고 내가 주도

  권을 잡아야겠다!'

  생각과 동시에 그는 우수를  번쩍 치켜들며 우렁찬 일갈을 터뜨렸다.

  "내관! 외관!  함곡! 소부!  철(鐵)의 기운을  오지(五指)로 모은다!"

  찌르르르릉!

  순간 마치 철판이 쪼개지는  듯한 광오한 쇳소리가 천둥처럼 터져

  나왔다.

  바로 철장살음(鐵掌殺音)이 아니고 무엇이랴!

  "조심해라! 구철마수다!"

  "놈의 손에 무기를 부딪히지 마라!"

  "구철마수는 내공 소모가 극심할 것이다. 시간을 끌어라!"

  여기저기서 분연히 외침이  터짐과 동시에 구도참마혈진의 무섭던

  공세가 순식간에 겉돌기 시작했다.

  '됐다!'

  주위의 압력이 한결 느슨해진 것을 느낀 혁련소천은 돌연.

  "철륜풍―!"

  신형을 풍자처럼  회전하며 구철마수를 향해  미친 듯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슈슈슈슈슝―!

  철편같은 강기( 氣)가 사방으로 폭발하듯 쏟아져 나갔다.

  허나 구도수는 마치 환영처럼  신형을 움직여 귀신같이 공세를 피해냈다.

  '지독히 연구한 모양이구나!'

  혁련소천은 내심 적이  놀라며 구철마수의 이 초와  삼 초를 연속

  전개했다.

  "철환성(鐵環星)! 철혼비(鐵魂飛)!"

  찌르르― 르― 릉!

  쉬와아― 아― 앙―!

  능히 하늘이라도 허물어뜨릴  듯한 공세가 폭풍처럼 휘몰아치건만

  구도수는 한결같이 여유있게 피해내고 있었다.

  '놈들......! 구철마수의 약점을 철저히 파악했구나!'

  혁련소천은 어금니를 깨물며  구철마수의 전 구식(全九式)을 거듭

  두 번이나 펼쳐냈다.

  허나 초식이 거듭될수록 그 위력은 현저히 감소되어 갔고, 혁련소

  천의 몸놀림 또한 눈에 띄게 둔화되어 있었다.

  그때다.

  "됐다! 놈이 지쳤다!"

  "구도참마혈진의 최정수 천라혈망을 전개하라!"

  득의충만한 외침이 날벼락처럼 터지는가 했더니.

  번― 쩍!

  피츠츠츠츳!

  구도수의 공격이 돌연 허에서  실로 급변하며 혁련소천의 몸을 찢

  어발길 듯 휘몰아쳤다.

  바로 그 짧은 시간이었다.

  "후후...... 너희들은  잘못 알았다. 빙허잠은  내 진정한 능력의

  십분지 일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비릿한 냉소가 혁련소천의  입언저리에 먹물처럼 번져오르더니 곧

  장 그의 왼손이 부챗살처럼 활짝 펼쳐졌다.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으로 내  몸 속에 박아 놓은 여섯 종의 무

  기 중 그 세 번째!"

  어느덧 그의 장심에는 아수라의  얼굴이 그려진 둥근 거울 하나가

  들려져 있지 않은가!

  아니 그것은 들려 있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과 평면으로 붙어 있다

  는 표현이 더욱 적당하리라.

  "으하하하...... 천하의 그  어떤 쇠붙이도 빨아당기는 저주의 마

  물 수라마면인혼경(修羅魔面引魂鏡)이다!"

  우렁찬 광소가 혁련소천의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그 순간 구도수의 아홉 자루 도(刀)가 일제히 혁련소천의 몸을 찔

  렀고, 동시에 수라마면인혼경에서는  눈이 멀어 버릴 듯한 휘황한

  백광(白光)이 폭사되었다.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크카카캉!

  고막을 찢을 듯한 파공성과 함께 아홉 자루의 도가 모조리 구두수

  의 손을 벗어나 허공으로 퉁겨 오른 것이었다.

  슉!

  찰나, 혁련소천의 오른손이 불가사의한 속도로 번뜩이는가 싶더니

  허공에 퉁겨 오른 아홉 자루  중 여덟 개의 도가 구도수 중 한 명

  의 몸으로 빛살같이 퉁겨져 날아갔다.

  "헉!"

  눈이 불거지며  불쑥 튀어 나온 외마디  경악성, 그것은 순식간에

  비명으로 바뀌었다.

  "크아아악!"

  쏘아들던 여덟 자루의 도가 그의 몸을 벌집처럼 쑤시고 들어온 것

  이었다.

  바로 그 순간 혁련소천은 나머지  한 개의 도를 낚아채며 번쩍 허

  공으로 솟구쳤다.

  "헉......."

  "저, 저 놈이......!"

  구도수 중 여덟 명의 시선이 일제히 허공 중의 혁련소천에게 옮겨

  졌을 때는 이미 미증유(未曾有)의 검법 제 일초(第一招)가 혁련소

  천의 손에서 파도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유성백리탄―!"

  기억하는가?

  오성군자 옥사륵에 의해 창안된  전설의 오성마검 제 일식의 위력

  을.......

  "으악!"

  "크― 악!"

  구도수 중 두 명의 목이  허공에 날아오른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번― 쩍!

  다시 혁련소천이 쥐고 있던  도가 상상불허의 속도로 그의 수중에

  서 쏘아져 나가는가 싶더니 동시에  구도수 중 한 명이 비명을 내

  질렀다.

  "으아악!"

  순식간에 삭골마도를 구사하던 자의 심장이 꿰뚫리며 자욱한 피보

  라가 뿜어져 나왔다.

  혁련소천의 움직임은 계속해서 환상처럼 빠르게 이어졌다.

  슈슈슉!

  천은사가 소매춤에서 폭사되었다고 느꼈을 뿐이건만 어느새 세 명

  의 허리를 휘감아 버린 것이었다.

  "으악!"

  "크아― 악―!"

  천은사는 세 개의 허리를 동강내고 순식간에 혁련소천의 소매춤으

  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이제 구도수 중 남은 자는  단 둘, 반쯤 혼이 달아나 있는 그들의

  귀에 가공할 벽력음 일성이 들려온 것은 천은사가 미처 자취를 감

  추기도 전이었다.

  콰르르르릉!

  공포의 신권(神拳).

  사자철권이 전개되면서 발생되는  소리에 언뜻 정신이 되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그들의 머리통은 피떡처럼 으깨지고 있었다.

  빠박!

  "크아―!"

  "우...... 악!"

  이것으로 구도수는 실로 순식간에 몰살되어 버린 것이다.

  혁련소천이 아니고서야 뉘라서 연출해낼 수 있는 장면이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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