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3권 제62장 (62/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3권 제62장 대폭풍(大暴風) - 대막의 혼(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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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새북사사천을 아는가?

                            * * * * *

  태초(太初)부터 모든 것을 버림받은 땅(地)이 있었다.

  대막(大幕)!

  열사(烈士)의 땅.

  쉬― 이이― 잉―!

  대막의 바람(風)은 뜨겁고 황량한 사풍(邪風)이다.

  이 지상에서 가장 뜨거운 태양(太陽)이 작열하고, 천 년의 갈증을

  느껴야만 하는 천형(天形)의 오지(奧地).......

  오늘도 여지없이 사막은 불타고 있었다.

  사호(社號).

  일만 리 광할한  사막의 중심부를 대막인(大漠人)들은 언제부터인

  가 그렇게 불렀다.

  그곳은 죽음의  늪이라는 유사(流砂)가 흐르는  곳으로 결코 호수

  (湖水)가 아니었다.

  이 유사를 허리띠처럼 두른 죽음(死)의 오지 속에 태양을 향해 우

  뚝 솟은 저것은 무엇인가?

  사궁(砂宮).

  괴이한 일이었다.

  어찌 손아귀에 쥐어도 흘러내릴 듯한 모래 위에 성(城)을 쌓을 수

  있단 말인가?

  불가사의하게도 그것은 현실이었다.

  사궁은 흡사 거대한 마존상(魔尊像)을 연상시키며 모래 위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정실 안엔 무겁게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거대한 원탁(圓卓)을 중심으로  사십사 개(四十四個)의 의자가 놓

  여 있었고, 그 중 꼭 한 자리만이 비워진 채 사십삼 인(四十三人)

  이 무겁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제일 윗자리에는 백의를 입은 중년인이 깊숙이 몸을 묻고 있었다.

  그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인물을 본적이 있는가?

  바로 이 사람이 그 표본이다.

  구릿빛 피부에  횃불처럼 이글거리는 한 쌍의  호목, 그리고 우측

  뺨에 그어진 한 가닥  검흔(劍痕)에서 인상적으로 강함을 느낄 수

  있는 사내!

  벽력일섬단혼도(霹靂一閃斷魂刀)!

  그 가공할 도법(刀法)으로 죽음의 바람, 사막의 용권풍(龍卷風)을

  양단하고 뜨겁게 울부짖었던 바로 그 사내!

  ― 대막의 영광이여...... 다시 한 번!

  이 인물이야말로 새외최강세력인 새북사사천의 대장문인 도사천존

  철극륭(刀邪天尊 鐵克隆)이었으니......!

  철극륭은 불타는 시선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의 동공에 빨려들 듯이 새북사사천의 사십이 인이 들어왔다.

  그러나 순간 비어 있는 한  자리에 이르자 그의 시선이 번쩍 빛을

  내었다.

  그 빈 자리는 바로 오  년 전 혁련소천에게 죽음을 당한 설전귀도

  연파의 자리였던 것이다.

  "대막은 너무 좁다!"

  침묵을 깨뜨리고 흘러 나온  철극륭의 음성은 오만함이 서린 강자

  의 음성이었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사십이 인의 눈길이 철극륭에게로 쏠렸다.

  "과거......  천수백 년  동안  우리의  선조(先祖)들은 저  드넓

  은...... 중원대륙(中原大陸)을 동경해 왔다."

  사십이 인은  묵직한 표정들로 철극륭의  음성에 귀기울이고 있었

  다.

  "허나...... 그 뜻을 이룬 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

  "......!"

  아무도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일순, 철극륭의 두 눈에서 뜨거운 불꽃이 타올랐다.

  "나는...... 이룬다!"

  철극륭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대막의 혼......  대막의 혼이 나의 심장을  뜨겁게 불꽃을 일게

  한다!"

  "오오...... 대장문이시여!"

  사십이 인들은 영혼으로 부르짖었다.

  "단우비! 나, 철극륭 최고의 호적수...... 놈과 싸우리라! 새북사

  사천의 힘으로 구천십지만마전을 붕괴시키고...... 나는 단우비의

  목을 베리라!"

  철극륭은 주먹을 굳게 말아 쥐었다.

  그러자 대막의 뜨거운 피가 불끈 끓어올랐다.

  돌연 철극륭은 냉오한 일성을 터뜨렸다.

  "소사!"

  그러자 주저없이 한 인물이 일어나더니 철극륭에게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등에 금빛 장창이 열십자로 꽂혀 있었는데, 장창 위에 펄

  럭이는 핏빛 깃발이 선명한 인상을 풍겨냈다.

  철극륭은 소사에서 물었다.

  "내가 누구냐?"

  소사의 안면에는 주체할 수 없는 격동이 일어났다.

  "대막의 영원한 신(神)......  철극륭...... 철대장문인...... 무

  림 사상 가장 위대한 도(刀)의 제왕이십니다."

  "나를...... 믿느냐?"

  "대장문인께선...... 제 마음의 지주...... 바로 저의 하늘(天)이

  십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으핫핫핫......!"

  철극륭은 하늘조차 날려 버릴 듯한 광량한 대소를 터뜨렸다.

  "소사!"

  "하명을 내리소서."

  "내일 아침 새북사사천의  형제 삼 인(三人)과 함께...... 파랍산

  (巴拉山)으로 떠나라!"

  "파랍산......?"

  소사의 표정에 한 가닥 의혹이 떠올랐다.

  "번쾌(幡快)! 용해후! 천자흠! 너희 셋도 소사와 함께 간다!"

  소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장문...... 무슨 일이기에......?"

  철극륭은 불벼락같은 안광을 쏟아내며 힘있게 말했다.

  "혈왕문...... 그것이 열린다!"

  "예?"

  소사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

  떠졌다.

  "혈왕 나백의 유물...... 혈경을 내게 가져오도록 하라!"

  "혈...... 경!"

  소사의 몸이 순간 세찬 진동을 일으켰다.

  허나 그는 이내 허리를 깊숙이 꺾으며 외쳤다.

  "존명!"

  다시 철극륭은 우측의 한 인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사위릉!"

  부름을 받은 자, 호목천군 사위릉은 벌떡 일어나 철극륭에게 최고

  의 경의를 표했다.

  "하명하소서!"

  뒤이어 터지는 한 소리 외침.

  "오오...... 대장문이시여...... 드디어......!"

  철극륭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기는 한 달  후, 중원에 대막의 혼(魂)이  살아 있음을 알려준

  다!"

  "존명"

  "대막의 혼에 불을 당기도록  하라! 잃어버린 대막의 영광을 되찾

  도록 하라!"

  "존명!"

  어쩔 수 없이 되새겨지는 그 말.

  ― 대막의 영광이여! 다시 한 번.......

  비로소...... 일은 시작되었다.

  대폭풍(大暴風)!

  대막에서 불기 시작한 이 폭풍은 그간 성숙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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