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권 제44장 (44/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2권 제44장 전설(傳說)의 오성마검(五星魔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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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 이 섬에 살고 있는 다섯 분을 일컬어 통칭 광천오제라고 해요.

  들어본 적이 있나요, 오라버니?

  ― 광천오제? 육십 년  전 홀연히 은거에 들어갔다는 그 신비기인

  들 말이냐?

  "은거가 아니에요. 그 분들은 육십 년 전 어떤 음모에 의해 이 죽

  령도에 갇히게 된 거예요."

  ― 음모?

  ― 하토궁이라고 아세요?

  ― 하토궁! 신강(新彊)의 마종(魔宗) 하토살군(蝦土殺君) 융사(融

  斯)가 다스린다는 죽음의 마궁(魔宮)말이냐?

  ― 그래요. 바로 그  하토살군에 의해 광천오제 다섯 분은 이곳에

  갇히게 된 거예요.

  ― 하토살군이 어떤 음모를 꾸몄기에.......

  ―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완벽한 음모였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하

  토살군은 이런 말을 다섯 분께 남겼다고 해요.

  ― 어떤?

  ― 죽령도가 해저로 가라앉기 전에는 그 누구도 결코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토궁...... 새북사사천과  함께 새외(塞外)  양대산맥 중의 하나.......'

  황촉불이 어둠을 밝혀놓고 있는  조그만 석실의 탁자 앞에 혁련소

  천은 홀로 앉아 있었다.

  '과거...... 무풍마간  쌍노야의 가정도  하토궁의 음모에 휩싸여

  풍비박산이 났다고 했지.......'

  무풍마간 쌍비람과 하토궁 간의 관계!

  '쌍노야는 단신으로  하토궁에 도전했으나  돌아온 것은 치명적인

  상처뿐...... 그후 그  분은 육십 년 세월을  술과 원한에 파묻혀

  살아갔다.......'

  그랬던가?

  황촉불을 응시하는 혁련소천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

  '하토궁! 언젠가는 나에 의해 무너진다!'

  그의 두 눈이 섬뜩한 한광(寒光)을 뿌려냈다.

  '하토살군 융사...... 너는 나 혁련소천에 의해 가장 비참하고 처

  절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파르르르......

  갑자기 멀쩡하게  타오르던 황촉불이 춤을  추듯 요란하게 흔들렸

  다.

  허나 그것은 극히 짧은 순간이었을 뿐, 혁련소천의 안색과 눈빛이

  평정을 되찾자 이내 황촉불도 고요히 안정되었다.

  혁련소천은 품 속에서 세 장의 양피지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쳐놓았

  다.

  각 양피지에는 그림과 몇  줄의 범문(梵文)이 어지럽게 적혀 있었

  다.

  그는 곧장 첫번째 양피지로 시선을 던졌다.

  양피지엔 한 이국적(異國的)인 용모의 중년인이 하늘을 검으로 찌

  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자세가 매우 기이하고 독특했다.

  얼굴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고, 치켜든 검끝에는 일곱 개의 별(星)

  이 기이한 방향으로 그려져  있었으나 칠 성(七星)의 방위는 아니

  었다.

  그리고 그 중년인의 발밑으로는 서른여섯 개의 별이 유성(流星)처

  럼 흐르고 있었다.

  '.......'

  그림을 바라보는 혁련소천의 안색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화교홍이 나에게 준 이  세 장의 양피지...... 우문창이 지닌 천

  섬검환경의 마지막 장을 찢은 것이라 했다!'

  어인 일인가?

  뜻밖에도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까지 송글송글 맺혀있지 않는가!

  '마하루 찬탈야...... 내가  그 범문을 읽음으로써 우문창은 자신

  이 해득할 수 없는 이  세장의 양피지를 화교홍에게 넘겨 나로 하

  여금 해득케 하려는 것이다!'

  혁련소천은 눈에 잔뜩 힘을 주었다.

  '오성마검(五星魔劍) 제 일식(第一式) 유성백리탄(流星百里彈)!'

  뚝!

  문득 한 방울의 땀이 첫번째 양피지 위에 떨어졌다.

  그 순간,  혁련소천은 떨어져 내린 땀방울  속에서 문득 태양검제

  용천승의 모습을 보았다.

  ― 우허헛...... 소천, 아느냐? 당금천하에서 나 태양검제의 검도

  를 능가할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 똑똑히  봐두어라. 사상보강의  무적검왕(無敵劍王)이 바로 나

  다!

  ― 허나...... 허나 말이다.

  ― 전설로만 전해지는 천축의 검공(劍功) 중에는 오성마검(五星魔

  劍)이라는 괴검법(怪劍法)이 있다.

  ― 오성마검은 천축 불세출의 영웅 오성군자(五星君子) 옥사륵(玉

  斯勒)이 만든 가공무쌍의 검법이다.

  ― 만약 그 검법이  현세에 존재한다면 천하의 모든 검가(劍家)는

  모조리 검을  거두어야 한다. 오성마검은  곧 죽음의 마검법(魔劍

  法)이기 때문이다.

  ― 나 태양검제도 그것과 부딪친다면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땀!

  혁련소천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두 번째 양피지.

  그림의 중년인은 검과 몸이 일체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었다.

  검끝에는 열 개의 별이  그려져 있었고, 하늘에서는 도합 일흔 두

  개의 별이 유성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검극(劍極)은 십 방위(十方位)를  모두 점하고 있어 언제 어디로

  든지 변하가 가능한 것이다!'

  '만약 열 명의 초절정고수가 이 초식에 맞선다면......?'

  와락!

  그는 양피지를 거세게 움켜쥐었다.

  비성도은하(飛星渡銀河).

  세 번째 양피지에서의 중년인은 고봉 위에서 양 손을 괴이하게 들

  고 서 있었다.

  한 손은 하늘을 떠받치는  건결(乾訣)을, 또 한 손은 땅을 짓누르

  는 곤결(坤訣)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그의 머리 위로는 일백팔

  개의 유성이 은하처럼  흐르고 그 속에는 세  자루의 검이 유성과

  함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오성마검 제 삼식(第三式) 성영제종밀(星影帝宗密)!'

  혁련소천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오성군자 옥사륵! 천축무림이  탄생시킨 불세출의 기인임을 인정한다!'

  그의 두 눈에 섬전같은 광채가 피어올랐다.

  '만일 옥사륵이 현세에  존재한다면...... 나는 그를 단우비와 함

  께 생애 최대의 강적으로 손꼽았을 것이다!'

  진심이었다.

  혁련소천은 지금 천 년의 시공(時空)을 격하고 옥사륵이란 인물에

  대해 최대의 존경심을 나타낸 것이었다.

  '오성마검! 그 전체의  오 식(五式) 중 삼  식(三式)이 이곳에 있

  다!'

  그는 눈썹을 크게 꿈틀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검초(劍招)  중 이 삼 식을 파훼할 수 있는

  검초는.......'

  그는 문득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순간 그의 뇌리를  스쳐가는 것은 하나같이 가공무쌍한 광세검

  학(廣世劍學)의 최정수!

  그가 다시 눈을 뜬 것은 그후 일각이 지나서였다.

  '장담할 수 없다. 직접 부딪쳐 보기 전에는.......'

  '허나...... 한 가지만은 장담할 수  있다. 만약 내게 일 년의 시

  간만 주어진다면 능히 이 삼 식을 파훼할 수 있다!'

  오성군자 옥사륵이여......!

  듣는가?

  이 광오한 선언을......

  혁련소천의 얼굴에 햇살같은 미소가 신비하게 번져나갔다.

  '왜냐하면 나는 혁련소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광오한 선언은 혁련소천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천하의 그 누구도 자신보다 강한  것을 용납 못 하는 사람이 바로

  혁련소천이었으니까.......

                                ②

  보름이 지났다.

  그 동안 죽령도에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숨막힐 듯한 정적과 열다섯 번의 낮과 밤이 뒤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너무도 고요한 정적은  곧 밀어닥칠 폭풍의 예고임을 아는

  가.

  혁련소천이 죽령도에 들어온 지  꼭 이십육 일째 되는 바로 그날,

  드디어...... 폭풍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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