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권 제36장 (36/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2권 제36장 천붕군도(千鵬群島)... 사해(四海)의 제왕(帝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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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길가는 삼척동자를 붙잡아 묻노니.......

  ― 지상최강(地上最强)의 단체가 어디인가?

  바보, 천치가 아닌 다음에야 삼척동자는 서슴없이 구천십지만마전

  을 말한다.

  또 묻노니......

  ― 해상최강(海上最强)의 세력은 어디인가?

  역시 대답하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곳이 있다.

  천붕군도(千鵬群島)!

  동해(東海)에서 바다를 격하고  일천 리(一千里), 그곳에 가면 수

  백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군도(群島)가 나타난다.

  그곳이 바로 천붕군도이다.

  사해마종(四海魔宗) 희천세(希天世)!

  천붕군도의 대군황(大群皇)이며  칠십이도주(七十二島主)와 그 휘

  하 삼만(三萬)의 고수들을 거느린 채 사해(四海)를 주름잡는 바다

  의 제황(帝皇)이 바로 그다.

                                ②

  화려의 극(極)을 보여주고 있는 거대한 정실이었다.

  천장을 떠받친 기둥들은 수정을  통째 깎아세운 듯 으리으리한 광

  채를 번쩍거리고, 사면의 벽은  산호, 진주 등을 비롯해서 바다에

  서만 볼 수 있는 온갖 희귀보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바닥 전체에 깔린 자주빛 자단피는 화려한 멋을 한껏 더해주고 있

  었다.

  실내 중앙에는 높이가 근 이 장에 가까운 엄청난 크기의 태사의가

  우뚝 자리하고 있었는데 어지간한 거인(巨人)도 앉기 어려울 만큼

  실로 엄청난 높이와 크기의 태사의였다.

  헌데, 이 무슨 웃지 못할 광경인가?

  지금 그 태사의에는 오히려  보통사람보다 체구가 왜소한 노인 한

  명이 앉아 양 발을 흔들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조그만 눈에 툭 불거진 광대뼈, 얼굴 전체를 온통 뒤덮은 수염...

  마치 한 마리 원숭이를 그 자리에 올려놓은 것만 같았다.

  태사의 뒤에는 네 명의  중년인이 모두 흑의차림으로 우뚝 시립해

  있었다.

  마치 철물을 부어 만든 듯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들이었다.

  또한 왜소한 노인의 우측에는 눈 아래를 면사로 가린 녹의인(綠衣

  人) 한 명이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서 있었다.

  푸른 빛이 은은히 감도는  가운데 얼음장같이 차갑게 느껴지는 눈

  빛이었다.

  대체 이들이 누구인가?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사해(四海)를 무대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 이들의 명호를 듣

  고 졸도하지 않을 자 아무도 없을 테니까.......

  왜소한 노인이 보잘  것 없이 보이는 노인이  바로 바다의 제황인

  천붕군도의 대군황 사해마종 희천세였다.

  더 이상 누가 그를 우습다고 할 텐가?

  흑의중년인 네명, 그들은  바로 사해마종 희천세를 제외하고 천붕

  군도에서 가장 무서운 고수들이었다.

  철면사군자(鐵面四君子)!

  통칭 그렇게 불리우는  그들은 하나같이 금강불괴지신(金剛不壞之

  身)을 이루었으며 무공의 깊이는 측정조차 불가능했다.

  나이는 모두 구십 세 이상으로 전 생애를 통틀어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무적(無敵)의 초강자(超强者) 들이다.

  이십 년 전, 동해의 제혼도(制魂島)에서 천붕군도에 반기를 든 적

  이 있었다.

  그러자 철면사군자의  넷째 흑마립(黑魔笠)은  단신으로 제혼도로

  뛰어들어 제혼도주의 머리를 육 초만에 두 쪽으로 쪼갰고 전 고수

  들을 일순간에 제압해 버렸다.

  당시 희생자 수는  제혼도 전 고수의 삼할이  넘는 팔백여 명, 단

  한 명이 팔백여 명을 죽이고 제혼도주까지 죽인 것이다.

  제혼도의 생존자 천 오백여 명은 대항할 엄두조차 못내고 배를 타

  고 도주길에 올랐다.

  허나 흑마립은 이들을 끝까지 추격, 끝끝내 몰살시키고 말았다.

  ― 철면사군자와 악연(惡緣)을 맺지 마라. 그곳이 바다라면 네 영

  혼은 이미 내 것이다!

  마지막 한 명을 죽일 때 흑마립이 내뱉은 한 마디였다.

  녹의면사인. 그를 얘기하자면 먼저 이런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

  ―  철면사군자가 죽음의  해신(海神)이라면, 벽안천매(碧眼天魅)

  궁독(弓獨)은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넘기는 귀신이다!

  벽안천매 궁독, 그는 천붕군도 제일의 모사(謀士)이며 천붕군도의

  모든 움직임을 관장하는 실질적인 제 이인자(第二人者)이다.

  허나 면사 속에 가려진  그의 얼굴은 사해마종 희천세를 제외하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평가한다.

  ― 천붕군도가 사해제황으로 군림하게  된 이유의 절반 정도는 궁

  독의 능력 때문으로 봐야 한다!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굉장히 얇고 부드러운 지도(紙刀)이며 극독

  (極毒)이 발라져 있어 한 번  상대의 몸 속에 박히면 죽고 나서도

  뺄 수 없다.

  일단 피에 젖으면  저절로 찢어지기 때문에 상대는  몸 속에 수십

  조각의 지도를 품은 채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헤헤헤헤......."

  마치 철부지  어린아이들이 기분좋을 때  깔깔거리는 듯한 웃음을

  사해마종 희천세는 카랑카랑하게 흘려냈다.

  "생사천(生死天)의 아이들이 내게 무엇을 가져왔다고......?"

  느닷없이 생사천이 웬 말인가!

  녹의면사인 벽안천매 궁독이 공손히 대답했다.

  "대식국(大食國) 특산인 청라금강석(靑羅金剛石) 백 개입니다."

  그 말에 원숭이같은 희천세의 얼굴이 와락 찌푸러졌다.

  "시끄럽다! 나는 그런 것 잘 몰라! 은자로 계산해라."

  "은자로 치면 칠천만 냥 정도입니다."

  "칠천만 냥?"

  희천세의 조그만 눈이 흠칫 커졌다.

  "우헤헤헤...... 좋아 좋아! 그 놈들 인간성이 돼먹었어......."

  ― 도대체 저 원숭이 새끼같은 사람이 무슨 재주로 천붕군도의 대

  군황 자리에 올랐을까?

  희천세를 보노라면 누구나 한 번씩 품어 봄직한 의문이리라.

  허나 천붕군도 대군황이란 보좌가 결코 우연히 아무나 앉을 수 있

  는 자리가 아님을 뉘라서 모르랴!

  "궁독."

  "말씀하십시오."

  희천세는 콧구멍 밖으로 삐져 나온 코털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게

  나 한 마디 내뱉았다.

  "생사천 그 아이들에게 한 가지 도움을 주어라."

  "알겠습니다."

  "허나...... 필요없는 힘은 쓰지  마라. 놈들의 싸움에 공연히 끼

  어들 필요는 없으니까......."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이 아니었다.

  그 말을 하면서 무섭도록  영활하게 번뜩이는 희천세의 눈빛이 그

  걸 증명하고 있었다.

  궁독은 머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알고 있습니다."

  그 순간 코털을 끝내 뽑아버린 희천세는 다시 깔깔거렸다.

  "헤헤헤헤...... 좋아,  궁독 너도  요즘은 꽤 똑똑해지는  것 같

  아......."

  궁독의 눈가에 일순 엷은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러다 문득 그의 눈빛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대군황 어른."

  "뭔가?"

  "만마전에서  참배혈령이 내려왔는데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

  까?"

  "참배혈령?"

  희천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음침하게 변했다.

  "궁독!"

  "하명하십시요."

  "내가 누구냐?"

  "사해를 관장하는 천붕군도의 대군황이십니다."

  희천세는 코끝을 괴이하게 씰룩이며 음침하게 말했다.

  "가서 단우비에게 전해라."

  "......?"

  "당장 내 앞에 와서 먼저 참배하라고."

  "......!"

  "놈이 지상의 황제라면 나 또한 해상의 황제다."

  희천세는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냉소했다.

  "백이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누구 앞에서도 약간이나마 허리를 굽

  힌 적이  한 번도  없는 나  희천세이다. 헌데 단우비  그까짓 놈

  이......."

  "무량수불......."

  바로 그때 한 줄기  도호와 함께 마치 흑천유계(黑天幽界)에서 울

  려 퍼지는 듯한 말할 수 없이 사악한 음성이 실내에 스며 들었다.

  "단우비는 무서운 인물이오, 그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면 언제 그의

  가공할 힘이 이곳 천붕군도로 몰아칠지 모르오."

  말이 끝나면서 실내 한  구석에 시뻘건 홍영(紅影) 하나가 연기처

  럼 나타났다.

  도관(道冠)을 쓰고  도포를 입은 것으로  보아 도인(道人)인 듯했

  다.

  헌데 세상에 이런 도인도 있는가?

  도관과 도포는 물론이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시뻘건 핏빛 아닌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마치 핏구덩이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끔찍한 모습의 도

  인!

  그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숨막힐 듯한  사기(邪氣)는 보기만 해도

  혈맥이 터져 나갈 만큼 가공한 것이었다.

  희천세는 막 나타난 도인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가에 한 조각 조소

  를 떠올렸다.

  "헤헤헤...... 도사 나으리, 나에게 또 충고하는 것이냐?"

  적의도인은 살을 태울 듯한 혈광(血光)을 쏟아내며 으스스한 목소

  리로 말했다.

  "무량수불...... 충고가 아니오.  사실...... 단우비의 진정한 힘

  을 아는 자는 천하에 몇 명 되지 않소이다."

  희천세는 그 말에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우헤헤헤...... 적혈자(赤血子), 마찬가지야.  천하에 나 희천세

  의 진정한 능력을 아는 사람 또한 별로 많지 않으니까......."

  적혈자(赤血子).

  전설의 도문(道門). 전진도가(全眞道家)  삼 인(三人) 중 한 명이

  었던 그.

  ― 단우비와 진정한 마종(魔宗)이 누군지 겨루어 보리라!

  그런 한 마디를 남겨놓고 훌쩍 청심호를 떠나갔던 바로 그 적혈자

  가 놀랍게도 천붕군도에서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 진정한 마종을 가려 내리라!

  잊지 않았는가?

  언젠가 장군부 영호검제의 입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 적이 있음을!

  그렇다면 여기에는 실로 하늘조차 알지 못하는 중대하고도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었다.

  적혈자는 희천세를 똑바로  쳐다보며 혈안(血眼)을 괴이하게 번뜩

  였다.

  "대군황,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려 주겠소."

  "헤헤헤...... 왜 누가 죽기라도 했나?"

  "머지 않아... 새북사사천(塞北四四天)이 중원에 나타날 것이오."

  희천세의 웃던 얼굴이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

  허나 다음 순간 희천세의 두 눈에선 무서운 섬광이 불벼락치듯 쏟

  아져 나왔다.

  "새...... 북...... 사...... 사...... 천!"

  대풍운(大風雲) 무림천하에 엄청난  변수 하나가 던져지는 순간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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