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권 제12장 (12/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1권 제12장 찾아온 군마천주(君魔天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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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이 내리 퍼붓는 성하(盛夏), 혁련소천이 장군부에 든 지도 어

  언 한 달이 지났다.

  정실(靜室).

  아담하고 고아한 풍치가 서린 방 안이었다.

  방의 한쪽에 언제부터인지 두 명의 노소(老少)가 마주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소년은 바로 혁련소천이었다.

  지금 그의 맞은편엔 극히 청순하고 흰 백발이 몹시 인자스럽게 보

  이는 칠순 가량의 노인이 대좌해 있었다.

  그리고 바둑판 옆에는 한  명의 소녀(少女)가 귀엽게 쪼그리고 앉

  아 바둑판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략 십사오 세나 되었을까?

  실로 눈이 번쩍 떠질 만큼 현란한 절색(絶色)이었다.

  만지면 분가루라도 묻어 날 듯  희고 고운 피부에 보석을 받아 놓

  은 듯한 두 눈, 화편(花片)을 문 듯한 입술은 나이답지 않게 요염

  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옥같은  뺨에 쏙 들어간  볼우물은 특이하면서도 야릇한

  매력을 풍겨 내고 있었다.

  허나 머리에 나비 모양의 장식을 달고 있는 전체적인 인상은 여전

  히 치기를 벗어나지 못한 소녀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귀여운 소녀가 바로 영호대인의 금지옥엽인 영호수아였다.

  그리고 혁련소천과 마주앉아 바둑을  두고 있는 노인은 바로 영호

  수아의 글선생을 맡고 있는 석대선생(石大先生)이었다.

  흘러가는 시간을 무시한 채 두 노소는 일언반구도 없이 바둑에 열

  중하고 있었다.

  바둑판은 이미 흑백의 돌로 가득 메워져 있어 대국은 바야흐로 막

  판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석대선생은 바둑판을 들여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백돌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보아 묘수(妙

  手)를 생각하는 것이 역력했다.

  반면 혁련소천은 자못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이윽고 석대선생은 신중하게 백돌을 바둑판에 놓았다.

  신중을 말해 주듯 돌이 떨어지는 소리가 묵직했다.

  순간 혁력소천은 기다렸다는  듯 지체없이 좌상변(左上邊)에 흑돌

  을 떨구었다.

  석대선생의 안색이 더욱 침중해졌다.

  그는 수염 끝을 비비꼬며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묘수로다......! 이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역습이야......!"

  그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이놈을  막자니 대마가  위험하고......  포기하자니  너무 빠르

  고...... 허허! 완전히 진퇴유곡이로구나......!"

  누가 봐도 패색(敗色)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석대선생은 감탄 어린 눈빛으로 혁련소천의 얼굴을 응시했다.

  "정말 삼공자의 기예(技藝)는 대단하오!"

  혁련소천은 빙그레 미소했다.

  "양보해 주시는 덕분이지요."

  석대선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오. 삼공자는 내 평생 처음 보는 차원 높은 예기(藝技)를 구

  사하고 있소."

  "......."

  "게다가 칼날같은 예리함과  끈질긴 근성까지 있으니 노부는 도무

  지 당해낼 재간이 없소이다."

  이때 옆에서 잠자코 있던  영호수아가 옥같은 치아를 드러내며 생

  긋 웃었다.

  "그럼 사부님이 오빠에게 지신 건가요?"

  석대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확실히 삼공자의 기예는 노부보다 한 수 위다."

  이어 그는 혁련소천을 향해 묵직한 경탄성을 발했다.

  "누구에게 배웠는지는  모르겠으나 삼공자의  기예는 정말 대단하

  오. 이 정도라면  왕년에 국수(國手)로 불렸던 천기개천 사사무에

  도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오."

  혁련소천은 담담히 웃어 보일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석대선생. 그는 열번 죽었다 깨어나도 상상조차 할 수 없으리라!

  지금 눈 앞의  소년이 바로 그 천기개천  사사무를 다섯째 수하로

  거느리고자 했던 인물임을!

  문득 석대선생이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삼공자, 시간 있다면 한 판만 더 두지......."

  "이미 끝난 바둑이오!"

  순간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말이 석대선생의 말을 중단시켰다.

  동시에 바둑판을 가득 메웠던 바둑알들이 어지럽게 사방으로 흩어

  졌다.

  찰나 석대선생의 눈에 야릇한 빛이 번쩍 스쳐갔다.

  허나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혁련소천과 영호수아가 이미 석대선생의 뒤에 불쑥 나타난 인물에

  게 시선을 옮겼기 때문이었다.

  석대선생은 천천히 시선을 뒤로 향했다.

  그의 등 뒤엔 예의 낡고 허름한 마의차림의 영호검제가 특유의 짓

  궂은 웃음을 흘리며 우뚝 서 있었다.

  석대선생은 조용히 입을 떼었다.

  "이공자께서 오신 것을 몰랐구려."

  영호검제는 석대선생의 말에 들은  척도 안하고 돌연 엉뚱한 말을

  지껄였다.

  "대체로 늙은 사람들은 그저 그냥 지기는 싫어서 징그럽게 승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 그래도  안 되면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엉

  뚱한 변명만 늘어놓고......."

  석대선생을 빗대 놓고 하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랴?

  허나 석대선생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빙그레 웃음을 떠올렸다.

  "하지만 늙은이들은 만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는 신중함도 있

  다오."

  순간 영호검제의 입가가 묘하게 씰룩거렸다.

  "이상해, 인간들은......  가끔 되지도 않을  일에 무서운 집착을

  보인단 말이야.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건 까맣게 모르

  면서......."

  이어 그는 영호수아를 향해 히죽 웃어 보였다.

  "안 그러느냐? 우리 귀여운 꼬마 아가씨야."

  영호수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피이! 둘째 오빠는 언제나 궤변만 늘어놓는군요."

  "궤변?"

  영호검제는 되묻더니 돌연 호탕한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너는 모르는구나. 세사(世事)의 절반은 궤변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이어 그는 영호수아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순간 영호수아는 코를 감싸쥐며 영호검제를 흘겨보았다.

  "아휴! 냄새...... 도대체 오빠는 목욕을 하시는 거예요, 안 하시

  는 거예요?"

  영호검제는 능글맞게 히죽 웃었다.

  "흐흣...... 네가 닦아준다면 하지."

  "어머머! 별꼴이야. 아휴...... 기가 막혀......!"

  영호수아는 목덜미까지 새빨개지며  영호검제에게서 고개를 홱 돌

  렸다.

  영호검제는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툭치며 미소를 발했다.

  "흐흐흣...... 역시 수아는 순진하단 말이야."

  "어머낫!"

  영호수아는 질겁을 하며 재빨리 옆으로 비켜 앉았다.

  "으핫핫핫...... 좋아, 좋아! 너 수아는 늙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순진해야 한다."

  영호검제는 또다시 입이 찢어져라 광소를 터뜨렸다.

  영호수아는 너무 기가 막혀 말문이 꽉 막혔다.

  '도대체 둘째 오빠라는 사람은.......'

  그녀는 아예 질렸다는 표정으로 설레설레 고개를 내둘렀다.

  이윽고 영호검제는 웃음을 그치며 혁련소천에게 시선을 던졌다.

  "셋째, 요즘 옥소저와의 일은 잘 되가나?"

  혁련소천은 싱긋 웃었다.

  "가끔 만나고 있습니다."

  "흐흐...... 옥산랑은 천하제일 미인이기는 하지만 성격이 변화막

  측하고 종잡을 수 없어 사귀기가 무척 힘들 것이다. 허나......."

  영호검제는 문득 야릇한 안광을 쏟아 내며 말을 이었다.

  "그런 여인도 쉽게 수중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영호수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어떤 방법인데요?"

  영호검제는 그녀를 쳐다보며 음충맞게 키득거렸다.

  "ㅋㅋ...... 별 거 아니다. 그런 여자는 그저...... 위에서 한 번

  꾹 눌러 주면 된다.  ㅋㅋ...... 그렇게 되면 어떤 여자라도 순한

  양이 되어 매달리기 마련이지."

  영호수아의 눈에 의혹이 솟았다.

  "위에서 한 번 꾹 눌러주다니요? 그게 무슨 뜻이죠?"

  "ㅋㅋ...... 이 멍청아...... 그것은 바로......."

  "험......! 이공자, 말이 너무 과한 듯 하오."

  석대선생이 헛기침을 터뜨리며 영호검제의 말을 가로막았다.

  영호검제는 그에게 힐끗 시선을 던졌다.

  "석대선생, 너무 점잖은 체  할 필요는 없지 않겠소? 보아하니 석

  대선생도 젊었을 때는 그 짓을 꽤...... ㅋㅋㅋ......."

  도무지 거리낌이 없는 말이고 행동이었다.

  석대선생은 담담히 말했다.

  "이공자, 매사는 순행(順行)이 가장 좋은 법이라오."

  그 말에 영호검제는 피식 조소했다.

  "순행? ㅋㅋ...... 웃기는 말이오. 순행을 하자면 만 가지 일을

  하는 데 만 년(萬年)이 걸리오. 허나 역행은 만 가지 일을 단 하

  루에 해치울 수도 있소."

  석대선생의 안색이 처음으로 경미한 변화를 일으켰다.

  "이공자, 그 말...... 누구에게서 들었소?"

  영호검제의 눈빛이 일순 깊숙이 가라앉았다.

  입꼬리에 순간적으로 스쳐 간  음침한 미소를 본 것은 석대선생만

  이 일으킨 착각이었을까?

  영호검제는 석대선생을 똑바로 응시하며 조용히 말했다.

  "검유문의 늙은 영감이 오 년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친 말이오."

  석대선생은 어느새  원래의 담담한 안색을  회복하고 차분히 말했다.

  "노부가 아는 검유자(劍儒子)는 절대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오."

  "그래서......?"

  "아무튼...... 이공자는  매사에 좀 더  신중해져야 하오. 아니면

  언젠가는 크게 후회할 날이 닥칠 것이오."

  표정과 음성은 부드러웠다.

  허나 석대선생의 짧은 말  속에는 날카로운 비수의 예리함이 번득

  이고 있었다.

  영호검제는 툴툴 웃었다.

  "ㅋㅋ...... 정녕 몰랐구려. 석대선생이 관상까지 보는 사람일 줄은."

  이어 영호검제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입맛을  쩝쩝 다시더니 졸린  눈으로 혁련소천을 바라보았다.

  "셋째, 아까 한 말...... 기억해라. 여차하면 그냥 꾹 눌러 주면 끝나는 것이다."

  "후후...... 단단히 기억하겠습니다, 형님!"

  "ㅋㅋ...... 좋아, 좋아! 넌 역시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영호검제는 두어 차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열린 창 밖으로 훌

  쩍 몸을 날려 사라졌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영호수아는 쪼르르  기어 나와 혁련소천의

  코 밑에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셋째오빠, 꾹 눌러 주는 게 뭐예요?"

  혁련소천은 석대선생을 힐끗 쳐다본  뒤 쓰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글쎄......? 솔직히 나도 그 뜻은 잘 모르고 있단다."

  영호수아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 피! 알고 있으면서 안 가르쳐 주는 거지?―

  영호수아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무릎을 탁 치며 크게 소리쳤다.

  "그렇구나! 나중에 옥언니가 오면 물어 봐야지!"

  혁련소천은 그 말에 아연 멍청해지고 말았다.

  '맙소사!'

  금릉성(金陵城).

  자금성을 끼고 있는 황도(黃道)인  만큼 그 성벽의 높이만도 여느 성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두 명의 호성무사(護城武士)가 나른한  모습으로 성벽 위에 서 있

  었다.

  살을 태울 듯이 쏟아져  내리는 폭양(暴陽) 때문인지 까맣게 그을

  린 그들의 얼굴에는 연신 비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문득 한 무사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이 땡볕에서 이게  무슨 고생이냐? 몇 시진만 더

  있으면 고스란히 통구이로 변해 버리겠다!"

  옆의 무사가 힐끗 그를 쳐다보았다.

  "흐흐...... 옹가야. 조금만 참아라. 저녁 때가 되면 신나게 마작

  이나 한판 돌리자."

  "흥! 나는 마작이고 개나발이고  다 필요 없으니 왕(王)가 네놈이

  나 실컷 해라! 나는 술이나 실컷 퍼마시고 희랑 그 계집년이나 열

  심히......."

  말을 하다 말고 그의 눈이 아연 휘둥그레졌다.

  금릉성으로 이어진 관도의 저편, 싯누런 황진이 마치 구름처럼 피

  어오르고 있지 않는가?

  두두두두둑...... 두두두......

  뿐이랴?

  수백 기의 기마대가 지축을 뒤흔들며 질풍처럼 달려오지 않는가?

  옹씨 성의 무사는 눈을 찢어지게 부릅뜨며 넋나간 듯 중얼거렸다.

  "와...... 왕가야! 저...... 저게 뭐지?"

  "술이겠지."

  왕가는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화소 계집년이나 끌어안고......."

  "이...... 임마......! 그...... 그런 게 아니다!"

  옹가는 몸까지 부들부들 떨며 왕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아야! 이 빌어먹을 놈이 왜 남의......."

  왕가는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홱  돌리다 말고 눈이 귀뿌리까지 쭉

  찢어졌다.

  두두두두...... 두두두......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는가?

  금의인들을 태운 수백의  기마대! 그것들은 만산오악(萬山五嶽)을

  그대로 허물어뜨릴 듯한 무서운 기세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

  "저, 저게 어디 군사냐?"

  "모...... 모르겠다!"

  두 무사가 말을  주고받는 사이 뿌연 먼지  속에서 하나의 깃발이

  시원스레 펄럭이는 것이 보였다.

  <구천십지(九天十地) 군마천(君魔天).>

  "구...... 군마천......!"

  "구천십지만마전이다!"

  이 더운 여름날,  왕가와 옹가 그 두  사람은 졸지에 학질 환자가

  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 이미 수백 기의 기마대는 그대로 성문을 통과해 가

  고 있었다.

  그들이 입성하자마자 성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두두두...... 두두두둑......

  "뭐, 뭐냐?"

  "피...... 피해라!"

  수백 기의  기마대는 성내의 들어서고서도  거침없이 중앙 대로를

  질주해 갔다. 참으로  하늘이라도 뒤엎을 듯한 호호탕탕한 기세가

  아닐 수 없었다.

  성내의 백성들은 정란이라도 닥친 듯 대경실색을 금치 못했다.

  그 뿐인가? 관부(官府)의 관병들도 아예 관아까지 닫아 걸고 있었으니......

  구천십지(九天十地)!

  그 넉자의 위력은 그 토록 가공한 것이었다.

  옹가와 왕가,  그들이 정신을 차린 것은  기마대가 금릉성을 통과

  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저들이...... 가는 곳은......?"

  "장군부가 있는 곳이다!"

  "헌데...... 얼핏 보니까 그들의  중앙에는 마차도 한 대 있는 것 같았는데......?"

  "마차에도 깃발이 하나 꽂혀 있었어......!"

  전체가 흑단목으로 된 화려한 마차...... 거기에는 확실히 거대한

  깃발 하나가 걸려 있었다.

  <군마천위(君魔天威) 만웅앙복(萬雄仰伏).>

  ― 군마천의 위세에는 마웅이 부복한다!

  지금 그 깃발이  걸린 마차는 장군부의 육중한  대문 앞에 정지해

  있었다.

  마차의 좌우에는 수백 기의 기마대가 질서 있게 늘어서 있었다.

  어느 한순간 둔중한 음향이 울리며 장군부의 대문이 활짝 열렸다.

  이어 위풍당당하기 이를데 없는  한 중년인이 대문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대문  앞에 당당히 버티고 서더니 좌우를 쓸어

  보며 웅혼한 음성으로 외쳤다.

  "본인은 장군부의 총관 사도진악이라 하오. 영호대인의 영을 받아

  귀하들의 방문 의사를 접수코자 하오."

  순간 한 금의인이  그의 앞에 떨어져 내리더니  길게 장읍을 취했다.

  "구천십지만마전 군마천의 천주이신 철장마제 감천곡 어른께서 장

  군부의 영호대인을 접견코자 오셨소."

  그는 한 통의 첩지를 사도진악에게 정중히 건넸다.

  사도진악은 첩지를 받으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달해 드리겠소."

  그 말과 함께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순간 사도진악의 두  눈에 한 줄기 야릇한  광채가 섬광처럼 스쳐

  갔다.

  '이번에도...... 대종사의 예견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 날은 천장마제 감천곡이 혁련소천과 헤어진 지 꼭 석 달이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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