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고작 그거였어? -(2)>
***
온종일 밖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
겨우 잠을 청한 것은 새벽 3시.
서진은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두고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새벽 6시에 눈을 뜨고 비척비척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를 하자 정신이 조금은 말짱해진다.
‘좋아.’
서진은 거울을 보며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살자고 다짐했다.
다시 얻은 삶,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단 1분도 낭비할 수 없다.
그리고 몸을 트는데.
“사무실에서 잤어? 퇴근 못 한 거야?”
같은 부서의 검사가 목에 수건을 걸고 들어오고 있었다.
이름은 박봉주, 서준경이었을 때는 후배였지만 지금은 까마득한 선배다.
“아, 네.”
고개를 꾸벅 숙이는데 박봉주 검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진의 위아래를 살폈다.
그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왜... 그렇게 보세요?”
“괜찮아? 맞았다며? 얼굴은 멀쩡하네?”
“네?”
조우재 부장검사의 입으로 시작된 일이다.
서진이 최희준 검사한테 얻어맞았다는 소문이 지검을 장악했다.
거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조우재 부장검사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서진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떠벌렸다.
그래서.
-김윤환한테도 맞았다는데?
-김윤환과 최희준? 둘 다 운동한번 안 해본 애들이잖아?
-야, 앞으로 김서진은 혼자 다니지 못하게 해. 어디 가서 맞고 오겠다.
다행히 선배 검사를 집어삼켰다는 소식은 조용히 묻혔지만 서진의 이미지는 동네북이 되었다.
“아뇨. 맞지는 않았고요.”
서진은 최선을 다해 해명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서진을 안쓰럽게 봤다.
“그래... 알았어. 그렇다고 하자.”
나이 먹고 누구와 싸워 이겼다는 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희준, 김윤환에게 얻어맞았다는 소문은 참 씁쓸했다.
정말 오랜만에 담배가 피우고 싶을 정도로...
‘젠장.’
하지만 잠시였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며 서진이 최희준 검사에게 맞았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로 빅뉴스가 지검을 흔들었다.
-소식 들었어? 김서진이 어젯밤에 경찰서장 잡아 왔대.
-아, 아침에 그 이야기 듣고 물 먹다가 사례 걸렸어.
-진짜? 서장을 잡아 왔다고? 와씨, 패기 봐라.
검사들이 모이면 모두 서진의 이야기, ‘며칠 전 출근한 검사가 경찰서장 잡아 온 썰’로 가득했다.
-강력반 형사 잡아 올 때만 해도 ‘뭐 하는 새끼지?’ 했는데... 그냥 미친 새끼였네. 존나 부럽게 미친 새끼.
-이건 검사장 조카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조카가 아니라 아들이어도 못 해. 김윤환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던 거 기억하지? 이건 그냥 깡이 좋은 거야.
-인정. 전투력 만렙. 스타 검사니 뭐니 떠들어도 진짜 인정.
검사들만 웅성대는 게 아니었다.
수사관들도 서진에 대한 이야기로 사랑방을 이뤘다.
-해머 들고 문 부수는 검사 본 적 있는 사람?
-응? 검사가 해머를 들어?
-그래, 망설이지 않고 부숴버리더라.
-대박.
-우리는 완전 쫄았지. 이 지랄 하다가 민원 들어오면 다 우리 탓으로 넘길 수도 있잖아. 그런데, 김서진 검사가 해머 던지면서 뭐라고 한 줄 알아?
-뭐라고 했어? 빨리 말해.
-손을 툭툭 털면서 ‘물어주면 되죠.’
-어? 물어줘?
-돈 많잖아.
-캬! 듣기만 해도 통쾌하네.
평소에는 절차대로 움직였다.
그 바람에 증거를 놓치고 언론을 통해 부실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서진은 거침없이 행동했다.
수사관들은 어제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전하며 기분 좋게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
“이 새끼야! 우리 뭉실이 어떻게 했어!”
그 시각, 서진은 마담을 취조하기 위해 막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악만 남은 목소리가 서진을 반겼다.
“...뭉실이?”
마담이 키우는 개의 이름이다.
집안 꼴에 비해 관리가 잘 되어 있던 놈.
마담이 입술을 씹으며 입을 열었다.
“유기견 센터 같은 데 보내기만 해봐! 다 죽여 버릴 거야!”
서진이 최희준 검사와 옥신각신할 때도 냉정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의 표정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눈을 번뜩이며 서진을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본다.
서진이 마주 앉자 더 사나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대답해! 하라고! 뭉실이 어떻게 했냐고!”
“밥이랑 물주고 왔는데? 목욕시키고 빗질까지 해줘야 했나? 그게 아니면 건강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서진의 건조한 목소리에 마담의 눈빛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동시에 서진은 테이블 위로 장부를 툭 던졌다.
“사실 맞지? 아니라고 부정하지 마.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거니까.”
마담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을 틀어 다른 곳을 본다.
끝까지 입을 다물면 경찰서장이 도와줄 거라 믿어서다.
아무리 검찰이지만 경찰 조직의 힘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다른 곳도 아닌 종로 경찰서 서장이다.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모를까 봐 이야기하는데, 서장도 어제 잡혀 왔어.”
“네?”
마담의 눈이 부릅떠졌다.
절망적인 이야기에 눈동자가 초조하게 흔들린다.
“...잡혀왔다고요?”
서진은 마담의 동요를 놓치지 않았다.
마담의 앞으로 담배와 라이터를 던지며 말을 이었다.
“이런 말 하면 미안하지만 집행유예 같은 것은 기대하지 마.”
경찰서장에 검사까지 얽힌 일이다.
언론에 알려지는 순간 국민은 분노할 거다.
“적어도 4년은 받겠지.”
그런데 그 4년도 뇌물죄만 기소했을 경우다.
“압수수색한 것 보니까 마약에 대한 이야기도 있던데...”
마담이 눈을 콱 감았다.
암흑 같은 미래를 예상하는 거다.
젊은 시절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이제 인생은 끝났다.
순간 서진이 마담의 입에 담배를 물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뭉실이? 그 강아지 어떻게 할 거야?”
마담이 감았던 눈을 떴다.
“네?”
서진이 마담이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줄 곳 있으면 말해. 내가 옮겨줄게.”
“...없어요.”
마담의 눈에서 눈물을 투두둑 쏟아졌다.
강아지는 험한 삶을 살던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지난번 키우던 강아지는 납골당에 안치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 강아지는 9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가족이 없는 그녀에게 강아지는 가족이었다.
“제가 없으면 유기견 센터로 가겠죠?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할 가능성이 크다.
마담의 목소리에 설움이 가득했다.
급기야 엉엉 운다.
그때 서진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꽂혔다.
“그럼, 키워줄게.”
마담이 시선을 들어 서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잘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다급히 되물었다.
“키워준다고요?”
“반성 많이 하고 나와. 그럼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가, 감사합니...”
“협조할 거지?”
“네?”
서진은 자백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강아지를 담보로.
분명 착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서진의 눈빛은 악마였다.
그리고 서진이 마담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엄영진 형사 죽인 것 누구야?”
“...죽인 사람이요? 그건 정말 몰라요.”
마담의 눈빛은 진실이다.
“그럼, 경찰서장하고 같이 찍은 사진 같은 거 있어?”
“네?”
마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진이 원하는 게 그녀의 생각과 달라서다.
잠시 생각에 빠졌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요.”
“좋아, 다음. 마약 공급책이 누구지?”
마담이 입을 꾹 다물었다.
할 수 있는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마약 조직을 건드렸다가 어떤 험한 꼴을 보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서진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마약 초범의 경우 죄를 인정하고 협조하면 형량을 낮춰줄 수도 있어. 다행히 너는 전과가 없지. 그리고 네가 협조하면... 뇌물부터 마약까지 그 모든 게 깡패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인정해줄게.”
“......”
“그럼, 길어야 3년. 실력 있는 변호사를 구한다면 집행유예도 노려볼 수 있겠네. 물론 네가 협조한다는 가정이야. 난 너 같은 팔다리는 필요 없어. 머리가 필요하지.”
“......”
“마지막으로 네가 불었다는 이야기는 아무도 모를 거야. 그것도 약속하지. 그러니까 안심하고 말해. 누구야?”
마담의 자백은 빨랐다.
“우리 가게 사장이에요. 바지사장 말고요. 허홍일.”
입은 한 번 터지는 게 어렵다.
그다음은 순식간이다.
마담은 장부의 모든 것을 인정했고 서장과 장길주 형사, 그리고 몇몇 경찰이 얼마나 더럽게 놀았는지 술술 말했다.
그렇게 마담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서진이 슬쩍 웃었다.
“땡큐.”
이제 마담과 할 이야기는 끝났다.
서진이 테이블에 손을 짚고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뭉실이, 걱정하지 마. 네가 자백하지 않았어도 내가 데리고 있었을 거야. 관리 잘했더라. 성격도 좋고.”
“...감사합니다.”
마담은 진심으로 서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
“뇌물 먹은 것은 나왔고. 블랙박스에 자백한 목소리도 담겼고.”
서진은 곧장 서장을 불러내 마주 앉았다.
서진이 뇌물 장부 사본을 테이블에 던졌지만 서장의 표정은 여전히 뻔뻔하다.
오히려 되묻고 있다.
“그래서요?”
“이제 엄영진 형사를 누가 죽였는지 이야기하면 되겠네요.”
서장이 끌끌끌 웃었다.
“자살한 놈이면 스스로 제 목숨 죽인 것인데, 그걸 왜 나한테 묻습니까?”
“......”
“그리고 블랙박스? 그건 증거로 못 쓸 겁니다.”
녹음된 음성에 송원태 의원의 이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증거로 쓰이면 송원태 의원님도 위태해져요. 그런데, 그걸 쓸 수 있겠습니까?”
서장은 당당했다.
테이블에 놓인 장부 사본을 손으로 쿡쿡 짚으며 말을 이었다.
“이 자리까지 올라오니까 내 이름이 여기저기 돌아다녀요. 예를 들어 이런 장부 같은 거죠. 검사님, 난 이런 술집에 간 적이 없어요.”
“......”
“그런데, 이 양아치들은 내 이름을 멋대로 적고 장부까지 만들었네요. 이유는 뻔하죠. 나와 알고 지낸다는 소문이 나면 활동하기 편하니까요.”
“......”
“아시겠습니까? 나는 죄가 없습니다.”
서장도 필사적이다.
이번 싸움에 밀리면 끝장.
1억 원 이상의 뇌물을 받으면 특정범죄가중법에 의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서장의 말이 이어질수록 서진은 짜증 난다는 듯 머리를 뜯었다.
그 모습에 서장이 빙긋이 웃었다.
‘너도 방법이 없지?’
뇌물은 현금으로 받았다.
아무리 통장을 뒤져봐도 나올 먼지가 없을 거다.
‘블박 영상은 당연히 못 쓸 테고.’
남은 것은 장부인데 그것도 서장이 박박 우기면 방법이 없다.
‘어제는 내가 당황해서 헛소리를 좀 내뱉었지만... 이제 됐어.’
서장의 눈빛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 사건이 끝나면 모든 것에 책임지고 옷은 벗어야 한다.
강력반 형사가 잡혔고 자신의 이름도 오르내렸으니 그게 당연한 수순이다.
‘이제 호의호식의 생활은 끝났어.’
서장은 그게 아쉬웠다.
적당한 곳으로 귀촌해서 농사나 짓고 살 생각이다.
그런데 순간 서진의 표정이 돌변했다.
“미치겠네.”
웃기까지 하고 있다.
서장의 얼굴이 불안에 떨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검사의 웃음은 무서운 법이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알아 왔는데, 진짜 예상대로 움직이네.”
“네? 예상?”
“이건 뭐지?”
서진이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마담의 비공개 SNS.
그녀가 상체를 훤히 드러낸 채 서장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서장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 이게...”
“모르는 사이라며? 모르는 사이가 웃통 까고 어깨동무하나?”
서장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눈동자는 사진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합, 합성이에요. 맞아 합성이야! 조사해 봐! 합성이니까! 이거 나 아니야! 합성 아니면 다른 사람이지! 그래, 나랑 닮은 사람이에요. 나 아닙니다!”
서장의 말이 횡설수설 이어졌다.
“또... 또 장길주! 이 옆에 장길주 있네. 이 새끼한테 가서 물어봐요. 맞나 아니나!”
장길주 형사는 서장의 옆에서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고 있었다.
“이 새끼한테 물어보라고!”
“추하다. 그만해라.”
급기야 당황한 서장이 테이블을 꽝! 치며 일어서더니 서진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아니야! 나 아니야!”
그런데, 서진의 세상이 흑백으로 물들었다.
*
구치소의 변호사 접견실이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 서장과 장길주 형사가 있었다.
장길주 형사가 식겁한 눈동자로 서장을 바라본다.
그러자 서장의 입에서 무서운 목소리가 흘렀다.
“나 믿어. 그럼, 애들 잘 키워줄게.”
“서, 서장님...”
장길주 형사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서장의 목소리는 잔혹하게 이어졌다.
“영진이 생각해 봐. 애들 엄마가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아파트 안 팔고 있잖아? 왜 그럴 것 같아? 대출금 내가 지원해 주고 있거든. 다른 것을 몰라도 내가 약속은 잘 지키는 편이야. 그리고 너나 영진이도 다 내 새끼야. 내가 내 새끼들한테 하는 약속을 안 지킬 것 같아?”
장길주 형사의 눈동자는 영혼이 빠져 있다.
그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서장님. 영진이요. 깡패 시킨 게 아니라 서장님이 직접...”
“아니, 스스로 뛰어내린 거야.”
“서장님!”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영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가 아니야. 네가 결정할 일이 중요한 거야. 여고생이랑 잔 거 세상이 알게 해줄까?”
장길주 형사의 얼굴이 쩍 갈라졌다.
동시에 서장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후비고 들어왔다.
“네 딸이 알면 어떻게 될까? 어?”
서장이 번들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길주야.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끝내자. 그리고 믿어. 나 약속 지키는 사람이야. 편히... 죽어라. 그럼, 넌 좋은 아빠로 남을 거야.”
*
사이코 메트리가 끝났다.
눈앞에 역겨운 얼굴의 서장이 보였다.
“이런 미친 새끼가!”
“...뭐요?”
서진이 아랫입술을 씹었다.
지금 당장 서장을 박살 내고 싶지만 우선해야 할 게 있다.
“너... 조금 이따가 보자. 울게 해줄게.”
서진의 섬뜩한 눈빛에 서장이 마른침을 꼴딱 삼켰다.
*
서진의 차량이 구치소를 향해 달렸다.
모든 신호를 위반하며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그리고 구치소에 연락했다.
“중앙지검 김서진 검사입니다. 장길주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제가 갈 때까지 붙잡고 있으세요. 그 사람 자살할 수도 있어요!”
***
장길주 형사는 구치소의 독방에 있었다.
러닝셔츠를 창틀에 묶은 후 손을 바르르 떨고 있다.
오늘 아침 서장이 검찰에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귓가에 서장의 목소리가 스쳤다.
-편히... 죽어라. 그럼, 넌 좋은 아빠로 남을 거야.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신이 죽으면 검찰은 강압 수사의 책임을 질 거다.
그래야 서장이 검찰에서 빠져 나올 수 있고 가족이 편안한 미래를 살 수 있다.
“아...”
장길주 형사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여보 미안... 영진아 미안...”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입에서 흘렀다.
“혜진아...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딸의 이름이 내뱉어졌다.
장길주 형사는 발발 떨며 창틀을 향해 걸어갔다.
창틀에 묶인 러닝셔츠를 끈으로 삼아 죽으려는 거다.
“다 미안...”
그때였다.
콰아아앙!
문이 거칠게 열리며 직원들이 거칠게 들어왔다.
“잡아!”
“뭐 하는 짓이야!”
직원들이 장길주 형사를 붙잡았다.
“놔!”
장길주 형사가 몸부림쳤다.
딸의 귀에 아빠가 원조교제를 했다는 사실이 들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 방법은 하나다.
죽어야 한다.
“내가 죽겠다는데 상관 말고 꺼져!”
장길주 형사는 다리를 바동거리며 발악했다.
그때, 서진이 들어왔다.
발버둥 치는 장길주 형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고 손을 뻗어 휘둘렀다.
쩌억!
장길주 형사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뺨에는 서진의 손 자국이 벌겋게 드러났다.
“아...”
장길주 형사가 신음을 내뱉으며 천천히 시선을 틀었다.
그 앞에 서진이 무서운 눈으로 장길주 형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누가 마음대로 죽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