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의 배신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어 버렸다. 왕녀 로잘린은 동생을 데리고 반역자의 손아귀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망명길 끝에 만난 건 추위와 절망이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어느 날,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난다.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말해 봐.” 남자는 아래를 내려다보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로잘린은 살기 위해 그에게 매달렸다. “질문을 바꾸지, 내게 무엇을 줄 수 있어?” 남자의 욕망 어린 시선이 로잘린을 핥아 내렸다. 모를 수가 없었다. 그 눈빛이 뜻하는 바를. “…원한다면 무엇이든.” 핏발 선 금안이 다가와 버석하게 마른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삼켜 버렸다. “맛있네.” 남자는 배부른 맹수처럼 웃었다. 포식자의 눈에 띈 건 행운일까, 아니면 또 다른 불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