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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속 대공을 구출하겠습니다 (120)화 (120/120)

120화

“일은 잘 해결했습니까?”

“루베르!”

나는 루베르의 품으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루베르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런 나를 꼭 끌어안았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춥지 않았어요?”

“오늘 수도로 돌아오는 날이라기에 마중을 나와봤습니다.”

하여간 센스는.

나는 루베르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먼지 냄새가 우리를 덮쳤다.

“하하, 미안해요. 오늘 돌아온 거라서.”

나는 어색하게 미소로 얼버무리면서 창문을 열었다. 선득한 기운이 창을 타고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파르르 몸을 떨자, 루베르가 뒤에 와서 자신의 망토를 덮어주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내 뺨에 제 뺨을 붙인 루베르의 따스한 온기에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나 평화로운 시간이 흘렀을까.

“아스텔라, 잠시 이쪽으로 와줄 수 있겠습니까?”

“네?”

루베르가 나를 천천히 책상 쪽으로 이끌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나는 루베르의 손에 이끌려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이윽고 루베르가 내 앞에 섰다.

“루베르,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지금부터 있을 예정이라서요.”

루베르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붙잡았다.

“아스텔라, 처음엔 당신을 믿는 게 정말 맞는지를 한참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저를 위해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어주었죠.”

루베르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이윽고 그의 입꼬리가 매끄러운 호선을 그렸다.

“제 삶을 구해준 당신과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이고 싶어요.”

잠시 후, 루베르가 자신의 품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예쁜 반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저와 함께해주지 않겠습니까?”

“좋아요.”

내가 생긋 웃으면서 대답하기가 무섭게 루베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깃들었다.

루베르는 그대로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고마워요, 아스텔라.”

“제가 더 고마워요.”

루베르는 모르고 있었다. 나를 구해준 게 자신이라는 사실을.

* * *

“이렇게 갑자기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카룬이었다.

재판을 진행하고 처음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더욱 반가웠다.

“이렇게 직접 찾아와줘서 영광입니다, 폐하.”

“당연히 찾아와야죠.”

카룬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꾸했다. 황제가 되고 나서 더 능글맞아진 것 같단 말이지.

“일은 잘되어가고 있으세요?”

“뭐,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무척 바쁩니다. 특히 그쪽 남편의 독촉 때문에 죽을 맛이지요.”

루베르가 그렇게 카룬을 갈궜단 말이야?

괜히 그 장면이 떠오르는 것 같아 미소를 짓고 있던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란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식이 시작한다고 해서 들러봤습니다.”

“란,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요.”

공화국으로 돌아간 란은 폐쇄적인 정책을 바꿔서 제국과 교역을 더욱 활발히 진행했다.

더욱이 플로리스의 부작용을 해결할 방법이 나오고부터는 더욱.

‘다행이지, 뭐.’

무엇보다 루베르와 카룬이 열심히 일한 덕이겠지만.

“아, 잘 왔다. 카룬! 포피를 데리고 가!”

내 옆 의자에 앉아 있던 포피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황제에게 명을 내리는 건 네가 유일할 거야.”

카룬은 기분 나쁜 티도 내지 않고 포피를 들어 올렸다.

안정적으로 포피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모습에 괜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상당히 익숙하시네요?”

“탐정이 성을 나가고 나니 포피가 이제는 연구소에 자리를 잡았지 뭡니까.”

그 탓에 이렇게 되어버렸지요. 카룬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대꾸했다.

포피는 새로운 부하로 제국의 황제를 얻은 셈이었다.

‘대단한 강아지라니까.’

나는 밖으로 나가는 포피와 카룬, 란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죠, 아가씨!”

루시의 말을 들은 내가 드레스의 끝자락을 말아 쥐던 바로 그때였다.

“아스텔라.”

익숙한 목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어느새 내 앞에 서 있는 루베르의 손을 붙잡았다.

“여기 오면 안 된다니까요.”

“그래도 직접 데리러 오고 싶었습니다.”

결혼식이지 않습니까.

작게 투덜거린 루베르가 이윽고 나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팔에 감았다.

“그럼 갈까요?”

“그래요.”

나는 루베르의 팔에 체중을 싣고서 걸음을 뗐다. 식은 이제 시작이었다.

* * *

성대하게 치러진 결혼식이 끝나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쭉 풀렸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루베르가 자상하게 귀 뒤로 머리칼을 넘겨주면서 내 옆에 앉았다.

“루베르도요.”

나는 침대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이제 간신히 둘이 됐는데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진 않았다.

“내일은 뭘 하고 싶습니까?”

루베르가 손을 뻗어 나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나는 루베르의 어깨에 기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루베르와 함께 있고 싶은데요.”

“그거 좋군요.”

루베르가 살짝 미소를 짓더니 이윽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

쪽.

조용한 침실에 입술이 맞닿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괜히 어색한 마음에 침대보만 매만지고 있던 그때, 루베르가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다.

“당신이 나가고 나서 성이 무척 조용해졌는데, 이제부터는 다시 이곳이 시끌벅적해지겠군요.”

“에이, 포피가 있는데 그런 말 들으면 섭섭해하겠어요.”

내 말에 루베르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윽고 내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었다.

“제가 얘기한 건 포피가 아닙니다.”

“네?”

순식간에 다가온 루베르가 나를 안아 든 그대로 침대에 눕혔다.

갑자기 떠오른 몸에 당황해서 루베르의 목을 끌어안자, 루베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루베르?”

“이때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를 겁니다.”

허리에 감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바짝 붙은 몸에 열기가 올랐다.

내 위에 올라탄 루베르가 그대로 몸을 내려 내 뺨에 입을 맞추었다.

이윽고 고개를 돌린 루베르가 천천히 내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아스텔라.”

맞닿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가 야릇했다.

루베르의 입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이윽고 목덜미에 와 닿았다.

“아.”

촉촉한 입술의 감촉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루베르…….”

이윽고 루베르의 손이 내 허리에 있던 리본을 풀었다.

사락.

옷이 아래로 떨어지는 감각이 선연했다. 나는 루베르의 목에 팔을 두른 채 다시금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촉, 촉.

입술이 맞닿는 소리가 침실 가득히 울려 퍼졌다.

곧이어 루베르의 입술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더니 어느 한 곳에 다다랐다.

“아.”

짜릿한 전기가 오갈 정도로 자극적인 감각에 몸이 움찔거렸다.

루베르는 뜨거운 호흡을 내뱉으면서 다시금 올라와 입을 맞추었다.

“아스텔라.”

귓가에 읊조리듯 내뱉은 루베르의 목소리는 조금 갈라져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깊이 갈구하는 사람처럼.

이윽고 루베르가 내 귓불을 잘근 깨물었다.

“사랑합니다.”

나도 모르게 루베르의 머리를 끌어안으면서 작게 신음했다. 루베르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더욱 아래로 손을 가져다 댔다.

“사랑해요, 루베르.”

밤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 *

“으으…….”

다음 날 새벽, 일어나자마자 나를 휘감은 건 허리의 통증이었다.

허리를 붙잡으면서 몸을 일으킨 나는 비어 있는 옆자리를 바라보다가 욕실 쪽을 향해 외쳤다.

“루베르?”

“일어났습니까?”

상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루베르가 욕실에서 나오더니 침대맡에 걸터앉았다.

아무리 어제 그런 일을 했다지만, 아직 루베르의 맨몸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나는 괜히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 올리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루베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괜찮아요, 아스텔라?”

“네, 괜찮아요.”

곧이어 이불 안으로 들어온 손 하나가 내 허리를 살짝 만졌다.

“앗.”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요.”

루베르가 슬그머니 침대 안으로 들어와 내 허리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나는 천천히 허리를 안마해주는 루베르의 손을 붙잡아 당겼다.

“아스텔라?”

루베르가 당황한 눈빛을 한 채 쭉 끌려왔다.

나는 그런 루베르의 팔을 베고서 루베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렇게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어린 루베르와 악몽 속을 헤치고 다니던 게 바로 어제 일만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찡해져서 루베르의 품으로 파고든 그때였다.

“사실 저는 지금도 꿈속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루베르가 나의 어깨를 감싸더니 잘게 입을 맞추었다.

“이렇게 당신이 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슨 그런 말을 해요.”

나는 루베르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더욱 가깝게 다가갔다.

“루베르, 당신에게 하지 않은 얘기가 있어요.”

“네?”

루베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실 그날 도움을 받은 건 당신만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루베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되물었다. 나는 루베르의 뺨을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

“저도 당신에게 구원받았는걸요.”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으니까.

“아스텔라.”

내 말을 들은 루베르의 얼굴에 기쁨이 맴돌더니 그가 쪽, 쪽 계속해서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요, 루베르. 나와 함께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저도 사랑합니다.”

루베르가 따스한 온기로 나를 감싸 안았다.

한때는 그저 게임 속의 인물에 불과했던 인물들이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게 와닿았다.

‘따뜻하다.’

나는 그 온기를 느끼면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나 원하던 게임 속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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