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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속 대공을 구출하겠습니다 (117)화 (117/120)

117화

스텔라는 모든 걸 얘기해줬다.

내가 이 세상에 오게 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게임 창으로 알려진 루베르의 삶은 모두 스텔라가 나를 그곳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다.

“대체 뭘 보고 저를 택하신 거예요?”

“루베르에 관한 정보를 읽던 네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니?”

“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익숙한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나는 분명히…….

“루베르를 구하고 이곳을 빠져나가게 해주고 싶다고 했죠.”

“다른 사람들도 몇 번 데려온 적이 있었어. 하지만, 그들은 전부 자신의 삶이 우선이었지. 하지만, 너는 달랐어. 정말로 루베르를 찾기 위해서 움직였으니까.”

스텔라가 슬픈 미소를 지으면서 포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나도 진심으로 너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다 보니 이런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하게 되긴 했지만.”

“그럼 제가 죽지 않았던 이유도 전부 당신이 보호해준 덕분인가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그러기 위해 노력했지. 우선 너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니 이 세상의 사람보다도 제약이 덜했거든.”

크리튼이 자꾸 내 몸에 마력이 실려 있다고 했던 게 그래서였구나.

“고마워, 네 덕분에 루베르가 무사할 수 있었어.”

“뭐, 아니라곤 못 하겠네요.”

진짜 목숨 바쳐서 루베르를 구한 적이 있기도 했으니 특별히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살짝 미소를 짓자 스텔라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널 원래의 세상으로 돌려보내줄게.”

“네?”

이렇게 갑자기? 내가 눈을 크게 뜨고서 묻자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나 어서 집에 보내달라고 했었잖아?”

“그러긴 했는데…….”

그건 루베르에 대한 진심을 알아차리기 전의 일이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고요?”

“이제 루베르를 위협했던 게 모두 사라졌으니 나도 돌아가야겠지.”

원래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그렇게 얘기하는 스텔라의 표정에 작은 슬픔이 맴돌았다. 하지만 그건 얼마 가지 않았다.

“자, 저 길을 따라가면 돼.”

스텔라가 손을 가리킨 곳에는 정말로 길이 나 있었다.

저 길로 간다면 정말 이곳과는 안녕이라는 걸까.

“아스텔라?”

아직 걸어가지 않는 나를 바라보던 스텔라가 내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갸웃대면서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포피와 닮아 있었다.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나는 그걸 간신히 참아내고서 물었다.

“제가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나요?”

“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은 스텔라의 눈동자가 일순간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한번 마음을 정하고 나니 오히려 확신이 들었다. 나는 마음속에 있던 말을 내뱉었다.

“이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루베르와 함께.

“진심이니? 내가 돌아가고 나면 너는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어.”

“네.”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무엇보다 원래 세상에도 미련이 크게 없었으니까.

오히려 이 세상에 루베르를 놔두고 간다면 그것만큼 더 슬픈 일이 있을까.

“이곳에 남고 싶어요.”

다른 문제만 없다면. 한참을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스텔라가 내 손에 포피를 쥐여주었다.

“그 몸의 주인은 이미 목숨을 잃었으니 네가 그 몸에 산다고 한들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정말요?”

“응, 그래서 내가 네 영혼을 그 몸에 넣은 거였거든. 아마도 악몽 속에서 목숨을 잃은 게 아닐까 싶어.”

스텔라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중얼거렸다.

“대공을 진심으로 구하고 싶어 한 사람들은 내 마법에 휩쓸려서 모두 들어왔으니.”

나는 아스텔라의 몸을 찬찬히 살폈다. 그러고 보니 눈을 뜬 곳이 바로 악몽 속이긴 했지.

“내 아이를 구하겠다고 모두에게 몹쓸 짓을 했어.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

스텔라의 두 눈엔 후회가 가득 담겨 있었다.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루를 잘 부탁해.”

한참을 가만히 있던 스텔라의 입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루베르의 걱정이었다.

혼자 남겨두고 가려니 역시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요.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줄 테니까.”

“그리고 나는 너도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라.”

그 말을 끝으로 스텔라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텔라는 사라지고 그곳에 남은 건 나와 포피뿐이었다.

“포피.”

“…….”

평소였다면 신나게 대꾸했을 포피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어쩌면 스텔라의 기운이 모두 사라진 후라 그런지도 몰랐다.

친구를 잃은 것만 같은 상실감이 밀려오던 바로 그때였다.

“포피?”

갑자기 포피의 몸 주변으로 밀려온 빛이 포피를 에워싸더니 포피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빛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사라지고 나는 내려온 포피의 몸을 받아 들었다.

띠링!

내가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선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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