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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속 대공을 구출하겠습니다 (116)화 (116/120)

116화

“폐하, 모든 건 황궁 내부인의 소행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연구비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요. 마침 연구비 명목으로 플로라를 사용하고 있던 인물이 있었지요.”

“지금 그대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나.”

황제가 낮게 으르렁거리면서 나를 노려봤다.

“체념할 거면 좀 더 빠르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텐데요.”

“그런 점을 들어 황궁에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건 옳지 않네. 그대들이 말한 건 모두 정황증거에 불과해.”

황제의 눈빛이 일순간 돌변했다. 곧이어 황제의 손짓에 기사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그와 관련된 일은 이 회의가 끝난 후 천천히 진행하도록 하지. 그럼 이만 나가주었으면 좋겠는데.”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카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뒤로 물러나라. 명이다.”

“황태자!”

카룬이 안심하라는 듯이 우리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른 귀족들도 이대로 끝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시곤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꾸했다.

“이대로 본회의가 진행된다면 저희 역시 회의에 참석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폐하.”

“허.”

황제가 헛웃음을 내뱉으면서 몸을 떨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얼굴이 새빨개졌던 황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그대들의 주장대로 내가 이 일에 연루되어 있었다고 치지. 하지만, 그런 증거가 있나? 직접적인 증거를 보이게. 그게 아니라면 이 모든 건 단순한 주장에 불과하니.”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황제의 말은 사실이었다.

우리가 얘기했던 건 모두 황제가 범인이라는 진실에서 뻗어 나온 증거일 뿐이었으니까.

방법은 이제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황제가 직접 죄를 인정하거나, 황제가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들이밀거나.

적어도 확실한 건 지금 황제의 태도를 보면 전자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플로라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안다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지금 그것뿐이었다.

어디지. 대체 어디에 그걸 숨겨뒀을까.

“내가 플로라를 밀수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가져와!”

황제의 거센 목소리에 귀족들이 숨을 죽였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집중해.’

두 사람에게 들은 바로는 그들이 보았던 플로라의 양은 엄청났다고 했다.

그 양을 하루아침에 타국이나 완전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겠지.

무엇보다 황제는 플로라를 옮기는 곳에 직접 찾아가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철두철미한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겼을 리는 만무했다.

‘절대로 밖은 아니야.’

적어도 황제의 눈에 들어오면서 언제든 둘러볼 수 있는 곳.

거기에 황제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라면 이 황궁 안뿐이었다.

‘문제는 이다음이야.’

황궁 내부만 하더라도 조사하는 데 분명 며칠은 걸릴 터였다.

그 시간을 허비했다가 황제에게 또 빠져나갈 구멍을 내줄 수는 없었다.

지금. 플로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다.

‘기억해내.’

요 며칠간 들었던 모든 정보와 가능성. 해답은 모두 그 안에 있을 테니까.

머리를 굴리고 있을 그때, 갑자기 귀에서 익숙한 알림 소리가 들렸다.

띠링!

그건 게임 창이 뜰 때 나는 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안내 창을 바라봤다. 지직거리는 화면에는 그 무엇도 뜨지 않았다.

어쩌면 마력 억제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몰랐다.

‘잠깐만. 플로라도 마찬가지일 거 아냐.’

플로라는 마력을 품은 꽃이었다. 그 꽃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마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어야 했다.

황제가 숲에 플로라를 보관해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지. 그렇다면…….

“플로라가 있는 위치를 알겠어요. 그곳을 조사하면 모두 명백해질 거예요.”

“아스텔라?”

루베르가 몸을 돌려 나를 응시했다.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의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연구소.”

그 말을 들은 황제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확실했다.

“전하, 지금부터 연구소의 조사를 허가해주세요. 그곳에 숨겨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뭐라고요?”

황궁 내에서 마력을 사용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 그러면서 최근에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되어버린 곳.

두 사실이 가리키는 건 바로 연구소였다.

직접 연구소를 조사해본 건 아니지만, 분명 그곳을 조사하면 증거가 나올 터였다.

“연구소에서 나오는 마력이 평소와는 분명 다를 거예요. 그곳을 중심으로 조사하면 반드시 플로라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받아들일 만큼 시간이 남아나는 줄 아나! 그런 의견 따위는 바로…….”

“알겠다.”

카룬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옆에 있는 기사를 향해 손짓했다.

“지금 바로 마력 탐색기의 사용과 더불어 연구소의 조사를 명한다.”

“알, 알겠습니다.”

“황태자!”

카룬의 배신이 이어질 줄은 몰랐는지 황제가 눈에 띄게 분노했다.

“자, 그럼 이제 폐하께서 선택하시죠.”

“…….”

“이곳에 앉아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실 건지, 아니면 죄를 직접 인정하실 건지.”

무엇이 되었든 황제는 이제 끝난 상황이지만.

“감히 누구 앞이라고 지금 협박을 일삼는 건가!”

황제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귀족들은 이미 황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더는 황제가 원하는 대로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

안도의 숨을 내뱉고 있던 그때였다.

“그래, 좋다. 인정하도록 하지. 아마 그곳의 지하에서는 플로라가 발견될 거다.”

파르르 떨던 황제가 뒤로 고개를 젖히면서 대꾸했다.

“하지만, 그건 플로리스의 진통 효과를 조금 더 시험하기 위해서였어. 다른 문제는…….”

“아까보다 더 큰일 날 정도의 발언을 하셨는데요.”

“뭐라고?”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거죠?”

루베르와 카룬조차도 란을 통해 듣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그 이름을.

“확실히 이상하군. 플로리스에 관한 건 공화국 내에서도 극비 정보에 해당하는데 말이야. 황제, 당신이 어떻게 수장인 나를 거치지도 않고 그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

“뭐라고?”

황제의 눈이 거세게 일렁거렸다.

아무래도 황제는 란이 누구인지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황제가 욕을 내뱉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히 나를 두 번씩이나 막아 세워?!”

무너졌다. 황제의 태도만 보더라도 그건 명백했다.

손을 벌벌 떨던 황제가 이윽고 옆에 있던 기사의 칼을 빼 들었다.

‘이런 미친.’

황제는 그대로 루베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챙!

루베르는 대수롭지 않게 칼을 받아내 엄청난 힘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황제가 어찌할 도리도 없이 밀려나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황제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이 다시 칼을 고쳐 잡았다.

“폐하!”

카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인지, 황제는 다시금 빼 든 칼을 붙잡고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황제의 눈이 나와 마주친 건 순식간이었다.

“네년만 아니었다면……!”

“무슨……!”

옆에 있던 루베르가 다시금 칼을 받아내면서 바깥 방향으로 쳐냈다.

“감히 누군 줄 알고 손을 뻗어.”

루베르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진심으로 화가 난 상황이었다.

“진정해, 루베르!”

루베르의 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기사들이 하나둘 칼을 빼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라면 루베르가 황제를 베는 건 시간문제였다.

띠링!

고민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안내 창이 떠오름과 동시에 붉은 글자가 나타났다.

긴급 미션: 폭주한 루베르를 말리고 황제를 체포하세요. 실패 시, 루베르가 체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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