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루베르?”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마차에 몸만 겨우 들여놓은 내 상황에서는 이렇게 당혹스러운 일이 없었다.
“아스텔라.”
루베르의 낮게 깔린 음성이 마차 안에 울려 퍼졌다.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니 가슴이 달음박질하듯 뛰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예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서서 몸을 돌리자 루베르가 그런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라고 한다면 있었지요.”
“네? 설마…….”
황제가 무슨 짓을 꾸미기라도 한다는 걸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어볼까 하던 나는 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이곳은 아직 황궁 주변이었다. 무엇보다 황제가 나를 고깝게 보기 시작한 이상, 감시를 붙이지 않았을 리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 아무렇지 않게 황제에 관한 얘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괜찮은 거예요?”
다시 한 번 루베르를 향해 질문하자 그가 이번에는 나를 품에서 떼어놓았다.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 탓인지 뭔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다시금 질문을 던지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당신을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크지 않겠습니까.”
“네?”
한순간에 훅, 하고 들어온 루베르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스러운 마음뿐이었다.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춤대고 있을 무렵, 루베르가 예쁘게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칼을 정돈해줬다.
“루베르!”
“괜찮아요. 저쪽에 있는 황제의 감시원들이 이곳을 볼 수는 없을 테니까.”
루베르가 행동을 조심한다 싶었는데 역시 그랬구나.
나는 앞으로 더 생각하고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래봐야 내가 보기엔 아무런 이상이 없는 숲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얘기해주지 못한 게 있었다.
“루베르, 새롭게 알게 된 정보가 있어요.”
“그게 뭡니까?”
루베르가 앞에서 앉아 있는 마부의 눈치를 살피며 빠르게 물었다.
시간이 없다는 뜻이 담긴 그의 시선에 나는 바삐 입을 놀렸다.
“아무래도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소리와 진동이 느껴지고, 그곳으로 들어선 사람들이 사라졌대요. 조사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아스텔라. 당신 혼자서 들어가게 둘 순 없어요.”
에이, 나도 내 목숨이 중요한데 설마 혼자 들어가겠어.
나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빠르게 대꾸했다.
“그럴 생각은 없어요. 애초에 이 얘기를 전하면 분명 란도 따라붙을 테니까요.”
“제가 얘기하는 건 그런 게 아닙니다.”
루베르가 내 어깨를 붙잡으면서 시선을 마주했다.
“그곳에 대한 소문은 저도 들었습니다. 우연히 그 근처에 갔던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다거나.”
“알고 있었어요?”
“네, 무엇보다 황제가 숲에서 직접 나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거기에 무언가 있는 건 확실하겠죠.”
그렇다면 더 참을 필요가 있을까.
나는 루베르를 쳐다보면서 내 뜻을 밝혔다.
“이제는 시간이 없어요. 사신들도 황궁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당신은 정말 혼자가 되고 말 거라고요. 그전에 조사를 이어가야 해요.”
“그렇다고 한들 당신을 위험 속에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단 한 번도 내 의견을 반대하지 않았던 루베르이기에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가 더 와닿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띠링!
「탐정 수첩」 기록 완료!: 새로운 증거가 깃든 황궁 뒤편의 숲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