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뭐라고요?”
손님방으로 들어온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엄청난 소식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도둑고양이가 안에 들어 있던 소지품을 그대로 물고 도망쳐버렸어요.”
포피가 사라졌다는 얘기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바깥 공기를 쐬면 좀 나아지려나 싶어 지퍼를 조금 열어두고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무엇보다 포피가 이곳에 있어서 아팠던 이유는 마력 억제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포피가 고양이에게 물려서 황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면…….
‘포피의 상태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단 말이잖아.’
어떻게든 포피를 찾아야 했다. 물론 찾지 않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나는 어쩔 줄을 모르는 시녀 두 명을 향해 물었다.
“고양이는 어디로 갔어요?”
“저기 보이는 창밖을 통해 나무를 타고 올라갔어요. 아마 황궁 근처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니까 고양이가 자주 출몰하는 장소에 가면 볼 수 있을 거예요.”
다른 시녀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어떻게든 짐은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네, 꼭 그렇게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황제에게 얘기해서라도 어떻게든 돌려받아야 할 테니까.
‘일단 저 주변이라도 수색해보자.’
마력을 사용할 수 없어서 능력이 발휘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나도 눈이 달려 있으니 특별한 걸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손님방 문을 열기 위해 그쪽으로 다가간 순간이었다.
“아스텔라.”
문이 벌컥 열리더니 루베르가 안으로 들어섰다.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얼굴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루베르!”
“대공 저하를 뵙습니다.”
뒤에 있던 두 시녀가 인사하고 나서 뒤로 물러섰다.
곧이어 루베르가 손을 들어 올리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시녀들이 밖으로 나갔다.
“얘기를 듣자마자 왔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말하자고 하면 좀 긴데요.”
나는 황제가 나에게 편지를 보냈던 것과 방금 황제를 만나면서 얘기했던 모든 걸 털어놓았다.
루베르는 곧이어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펜과 종이었다.
“루베르?”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는 오해를 푸셨습니까?”
루베르는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책상 위에 올려 뒀던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갔다.
곧이어 종이 위에 「이걸로 대화를 나눕시다.」라는 글씨가 적혔다.
“아, 뭐. 대충은 그런 것 같아요.”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종이를 받아 들었다.
도청의 위험이 있어서 이게 나을 듯합니다. 그러면 황제의 조사를 돕기로 한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