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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속 대공을 구출하겠습니다 (84)화 (84/120)

84화

“어디 가기라도 하려는 겁니까?”

내가 1층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계단을 내려온 란이 나를 향해 물었다.

그러고 보니 란이라면 무슨 얘기라도 들어서 알고 있지 않을까.

나는 천천히 란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란이 고개를 갸웃대면서 나를 바라봤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혹시 동료들로부터 다른 연락은 없었나요?”

그 말을 들은 란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란도 사신으로부터 특별한 연락은 받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정보를 얻을 곳은 별로 없었다.

그 말은 즉, 플로라와 관련한 일은 내가 더는 손을 댈 수 없단 소리와도 같았다.

‘다른 곳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더는 안 되는 걸 붙잡고 있을 바엔 그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때, 갑자기 식당 문이 열리고 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체 왜 저기서 나오는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지금 이 시간대에 집사는 방을 돌면서 사용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식당에서 나오다니.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집사를 향해 다가가려던 그때, 이번에는 입구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습니까.”

집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입구로 막 들어온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어, 그런데 저 남자…….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데.’

내가 계속해서 그쪽을 바라보고 있을 찰나, 남자의 뒤로 엄청나게 큰 짐들이 하나씩 내려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저희 상단의 물건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항상 좋은 품질을 유지하니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두 사람이 말하는 걸 듣고서야 남자가 누구인지 떠올랐다.

분명 저 남자는 두 번째로 황태자를 만났을 때 내게 어떤 정보도 주지 않으려 했던 그 남자였다.

아울러 황태자에게 비밀 장소를 제공해주는 사람이기도 했지.

그걸 떠올리기가 무섭게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황태자가 조사하고 있던 건 분명 황제와 관련된 일이겠지.’

무엇보다 황제를 의심하고 있었던 카룬이라면 더욱이 그 부분을 조사했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 당장 카룬은 행방이 묘연해진 상황이다.

그 말은 즉,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다고 한들 카룬이 그걸 알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카룬을 통해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면 그건 적은 양의 정보라도 필요한 우리에게 있어서 치명타를 입힐 수 있었다.

‘정보를 어떻게든 얻어야 해.’

무엇보다 카룬이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지금을 대비해서 내게 손을 내밀지 않았던가!

나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집사와 상단 주인을 향해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상단 주인은 내 얼굴을 알아보고서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만났네요.”

“잘 지내고 계신 듯하니 다행입니다.”

상단 주인은 별다른 말 없이 평범한 인사만을 건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인사를 나누고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신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거라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예상치도 못한 말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자 상단 주인이 주변을 살피다가 조심스레 속삭였다.

“오늘 오후에 저희 상단에 찾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갑작스럽긴 했지만, 그건 나도 바라던 일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단 주인이 안도의 숨을 내뱉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상단 주인은 그렇게 얘기하고 짐칸으로 이동해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마 이곳에서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더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오후에 상단에 찾아가면 좀 더 자세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테지.

조바심이 나긴 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무엇보다 대공 성 안에 있는 사람 중 누구를 믿어야 할지 정확히 판가름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겠지.

“그럼 저는 먼저 올라가볼게요.”

그 말을 들은 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후드를 뒤집어썼다.

나는 빠르게 계단을 오르면서 방향을 정했다.

‘황태자가 어떤 걸 조사하고 다녔는지 그 뒤를 밝혀보자.’

그렇다면 지금 알 수 없는 일들이 하나씩 풀어지지 않을까.

“역시 가장 처음에 할 일은…….”

카룬은 자신의 비밀스러운 정보 수집을 위해 상단에 자주 들렀다.

내가 처음 상단에 찾아갔을 때도 너무나 익숙하다는 듯이 거기에 앉아 있었으니 확실했다.

직접 찾아가 보는 게 역시 가장 좋겠지. 무엇보다 상단 주인도 내게 그걸 권하지 않았나.

나는 마음을 다잡으면서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어찌 되었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게 최선이었다.

* * *

“오셨습니까.”

일전에 나를 경계하던 태도는 완전히 사라진 상단 주인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나는 상단 안을 이리저리 살폈다. 상단 안은 평일 낮임에도 텅 비어 있었다.

아마 나와의 시간을 위해서 이렇게 비워둔 거겠지.

무슨 얘기가 오갈지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일이 심상치 않다는 건 느낌이 오는데.

나는 의자를 당겨 앉으면서 상단 주인을 바라봤다.

그러자 상단 주인이 내 앞에 물을 한 잔 따라주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조사에 관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만나자는 얘기를 하게 됐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상했다.

나는 상단 주인과 비밀 정보를 나눌 만큼 친밀한 관계를 쌓은 기억 따위 없었다.

단지 카룬의 손에 이끌려 우연히 이곳의 비밀 장소에 들어가 보기만 했을 뿐이었지.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반갑게 맞이하는 것도 모자라 공짜로 정보를 주겠다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혼란스럽던 그때였다.

“전하의 명이셨습니다. 자신이 혹여 사흘 동안 이곳에 연락을 넣지 않으면 그때는 당신에게 협력하라고 하셨지요.”

“카룬, 아니 전하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

“네, 단지 저도 그 일이 현실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만 말입니다.”

상단 주인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전하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저도 잘 몰라요. 그래서 당신을 찾아온 거예요.”

“죄송하지만 저도 이렇게 연락이 닿지 않은 적이 처음이라서 그것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단 주인이 당황스러워하면서 대꾸했다.

고작 한번 본 내게 이런 것까지 얘기할 정도면 상단 주인도 이 상황이 당황스럽긴 매한가지인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컵에 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래서 전하께서 조사하시던 게 대체 뭔가요?”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플로라의 양이 증가한 것에 대한 추가 조사를 명하셨지요.”

그게 뭐가 이상한 건가?

나도 모르게 고개가 기울어졌다.

황제는 연구비 명목으로 플로라를 빼돌리고 있었다는 건 이미 증명된 것이다. 그걸 판매하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대체 뭘 조사하려고 한 거야?’

카룬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어 가만히 있던 그때, 상단 주인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붙였다.

“전하께서는 다른 루트를 통해 플로라를 들인 게 아닌지를 의심하셨습니다.”

“네?”

“연구비로 빠지는 플로라의 양은 놀랍게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암시장에 유출된 플로라의 양은 증가했다고 하셨지요.”

그게 가능하기나 한 거야?

어찌 되었든 플로라는 란의 나라에서 엄격하게 수출을 금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폐쇄적이기까지 한 공화국에서 플로라를 쉽게 외부로 내보냈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설마.’

머릿속에 엄청난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어디선가 익숙한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탐정 수첩」 기록 완료!: 암시장에 유입되는 플로라의 양 증가, 연구비 명목으로 빠지는 플로라의 양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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