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갑자기 들리는 루베르의 목소리에 당황한 우리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잘못 들은 건 절대 아니었다. 차라리 그러길 바라긴 했지만.
“아스텔라,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아, 그게요…….”
이를 악문 루베르의 턱에 힘이 가득 실렸다. 그는 지금 누가 봐도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아니, 다시 묻지요. 내가 지금 들은 말은 뭡니까.”
루베르의 적안이 가만히 서 있는 카룬을 바라봤다.
“거래니, 비밀 서재니. 그런 얘기가 왜 두 사람 사이에서 오가고 있느냔 말입니다.”
루베르는 금방이라도 카룬을 향해 주먹을 내지를 기세였다.
‘큰일 났다.’
거래 얘기가 나오는 걸 들었다면 이전부터 하던 얘기를 대부분 들었다는 건데.
여기서 거짓말로 얼버무리는 게 더 이상하겠지.
내가 먼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려던 그때, 앞에 서 있던 루베르가 날이 선 어조로 말했다.
“내 주변 사람을 건드리는 건 이미 충분히 하지 않았나?”
루베르의 시선 끝엔 다름 아닌 카룬이 서 있었다.
카룬은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이 상황이 그가 노린 것은 아니라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네가 뭘 생각하던 그건 다 오해야.”
“아스텔라를 황제의 비밀 서고로 보내려고 했던 게 오해라는 말인가?”
아니, 그건 오해가 아니긴 하지.
루베르의 적안이 매섭게 번뜩였다. 카룬도 그걸 눈치챘는지 이전보다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 본인이 안 가겠다고 하면 굳이 시킬 생각도 없었고.”
“결국 그런 일을 또 남에게 전가하려고 했다는 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군.”
루베르가 조소를 지으면서 나와 카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어. 위험한 일이 생기면 언제고 주변에 있는 사람을 이용하려 들지.”
“…….”
“그때 네가 했던 사과는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빈말이었다고 보면 되겠어.”
루베르는 평소에 카룬과 친했던 과거를 잊고 싶어서였는지, 거리를 두고 싶어서였는지 언제나 존댓말을 사용했다.
철두철미하게 그걸 지켰던 루베르가 지금 이렇게 반말로 쏘아붙이는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분노했는지가 느껴졌다.
“더는 내 사람에게 손대지 마.”
“…….”
“네가 더 하겠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니까.”
루베르와 카룬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다.
적어도 오늘은 그 비밀 서고에 갈 수가 없겠구나.
‘아니, 다음 기회가 오기는 할까.’
절로 나오는 한숨을 참으면서 두 사람의 눈치만 보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띠링!
황제의 비밀 서고를 조사하라! 성공 시, 새로운 정보와 조력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