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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속 대공을 구출하겠습니다 (59)화 (59/120)

59화

“부탁하고 싶은 일이라니요?”

카룬이 아까와는 다르게 웃음을 멈추고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도 배후를 찾고 있지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룬이 다음 말을 이어갔다.

“당신을 만나기 이전부터 많은 곳을 조사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그런 끝에 드디어 하나의 가능성을 찾아냈죠.”

“어떤 가능성이요?”

“선대 대공 부부는 어쩌면 같은 약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한 걸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죠.”

“선대 대공 저하도요?”

그러고 보니 선대 대공이자 루베르의 아버지였던 루크가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는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체 어떤 상황이었길래 그런 결과에 도달한 걸까.

내 얼굴에 그런 마음이 드러나기라도 했는지 카룬이 곧바로 설명했다.

“대공의 건강은 점차 나빠졌습니다. 어느 순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깨어나지 못했죠.”

“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였다. 그건 루베르가 겪었던 것과 똑같았으니까.

‘그럼 루베르도 지금 깨어나지 않았다면 죽었을 수도 있단 거잖아.’

그걸 깨닫자마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래서 루베르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무사히 정신을 차렸지만.”

“그렇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의 생각이 이해가 갔다.

‘무리도 아니야.’

두 사람 다 비슷한 상태로 목숨을 잃었으니 나였어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아니. 정확하게는 나도 처음에 그 약물을 사용한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으니까.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가만히 있자 카룬이 품에서 흰 가루가 든 유리병을 꺼냈다.

“내가 눈을 두고 있는 건 당신이 가장 처음 약방에 들고 찾아왔던 약입니다.”

“……역시 이곳에 뭔가가 있긴 했군요.”

“당신도 들었다시피 그 약은 마력과 부딪혀 상황을 나쁘게 만들죠. 즉, 마법사에게 있어서는 독극물과도 같은 존재라는 겁니다.”

카룬의 푸른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다. 그는 대체 무얼 어디까지 알고 있던 걸까.

내가 카룬의 의중을 살피던 그때, 카룬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나는 루베르의 아버지였던 루크 대공에게도 누군가 손을 썼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그것도 이와 유사하거나 같은 약물을 통해서 말입니다.”

증상도 비슷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그걸 확신할 수 있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이어갈 무렵 카룬이 설명을 이어갔다.

“당신이 수면 향을 수상하게 여겨서 일전에 당신이 들고 왔던 수면 향에 들어 있던 재료의 성분을 조사해봤습니다.”

“그걸 대체 언제……!”

“당연히 루베르가 쓰던 수면 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의를 제기할 틈도 없이 카룬이 빠르게 말했다.

“그 수면 향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가 제가 알던 것과는 좀 다르더군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일전에 선대 대공이 피웠던 수면 향과는 묘하게 다른 향이 났습니다.”

역시 힌트가 괜히 나타난 게 아니었어!

나도 모르게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정말로 저 남자가 이런 걸 모르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걸 알고 있다가 내가 조사하면 드러날 걸 알고 미리 얘기하는 건 아닐까.’

물론 물증은 없었다. 심증만 가득한 지금 그를 추궁하기엔 한참 모자랐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다음 말이나 해보라는 뜻이었다.

“나와 대공의 눈을 피해 어떻게 루베르의 수면 향에 그런 짓을 한 건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아니, 어쩌면 수입할 때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자세히 조사하고 수입한 게 아니었어요?”

카룬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걸 수입한 국가는 아멜 공화국이라는 곳입니다. 다른 국가와 교역을 하는 것에 무척 폐쇄적인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요.”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이곳에서 신경증과 불면증 완화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재료를 찾아낸 게 시작이었죠. 황제 폐하의 신경증은 꽤 심각했으니 말입니다.”

황제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럼 이 약물을 수입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저희는 이걸 수입했고 황제 폐하는 직접 이걸 사용해 상용화할 계획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어지는 카룬의 말은 생각보다도 엄청났다.

황제는 상용화를 위해서 더 많은 원재료를 수입하길 원했고, 아멜 공화국은 이에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두 국가 간의 신경전은 한참을 이어지다가 선대 대공이었던 루크가 직접 아멜 공화국에 찾아가 교섭을 진행하면서 일이 순탄해졌다.

이후, 두 국가 사이엔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었다.

서로가 원하고 있던 재료를 주고받는 무역을 진행하는 것으로 말이다.

“무역을 진행했다면서요? 그럼 그 재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직접 무역을 진행했던 건 황제 폐하와 선대 대공이었지요. 지금에 와서는 자세한 내용은 황제 폐하만 알고 계십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위험할 수도 있는 걸 알지도 못하고 수입했다고요?”

“황제 폐하는 실제로도 지금 그 수면 향과 진통제를 사용하고 계십니다. 의원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고요.”

보통은 제국의 가장 높은 황제가 이런 실험에 제 몸을 내어놓는 경우는 드문 게 당연한데.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니, 왜?’

궁금한 건 많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이 재료의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는 게 중요했다.

“어찌 되었든 아멜 공화국은 폐쇄적이기로 유명해 그곳에 협조를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렵겠지요.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설마…….”

“네, 당신이 생각하는 게 제 생각과 같겠지요.”

카룬의 눈동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오롯이 내 모습만을 담았다.

내 마음으로는 지금 정신이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가 무슨 얘기를 꺼낼지가 뻔히 예상이 갔기 때문이었다.

“공화국과의 교역 내용은 극비리에 보관되고 있습니다. 저조차 손에 넣을 수 없는 비밀 서고에 마련되어 있지요.”

“…….”

“그 장소가 어디인지 찾아내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얼마 전에 그 루트를 발견했습니다. 이젠 들어가서 확인하면 그만이지요.”

황궁에 있는 기밀 정보. 카룬은 그걸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가장 황궁이 번잡하고 바쁠 때를 노려 예상치 못한 자가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 설마…….”

황궁 내부의 누군가가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거야?

차마 그걸 물어볼 순 없어서 입을 떼지 못하고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자, 카룬이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걸 위해서 당신이 필요합니다.”

단서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그곳.

카룬은 황궁의 비밀 서고로 들어갈 사람으로 나를 정해둔 상태였다.

* * *

그 뒤에도 얘기는 길게 이어졌다.

그곳은 황제만 갈 수 있도록 특수한 열쇠를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

자신뿐만이 아니라 황궁에서 오롯이 황제 자신만 드나들 수 있는 비밀 장소라는 얘기.

그야말로 엄격하게 감시가 이어지는 곳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 곳을 나보고 어떻게 들어가라는 거야?’

아스텔라는 다양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탐정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한들 능력자의 몸을 가진 건 아니었다.

목숨이 위험한 곳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냐고!

지금 눈앞에서 나를 뻔히 바라만 보고 있는 카룬의 멱살을 붙잡고 위아래로 잔뜩 흔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체 또 어떤 새로운 개소리로 나를 놀라게 할지 이제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단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힘든 곳에 집어넣을 정도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그때 카룬이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고민이 되는 일임은 확실하겠지요. 생일 연회는 모레입니다. 오늘내일 중으로 충분히 고민해보고 답을 주십시오.”

고작 이틀 사이에 결정을 내라고 하다니, 참 이 사람도 웃긴 사람이다 싶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던 헛웃음을 간신히 막은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던 찰나였다.

“어? 저 인형은…….”

“네?”

“당신의 인형입니까?”

포피를 쳐다보고 있던 카룬이 반가운 기색을 보이며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움찔.

“지금 약간 움직인 것 같지 않습니까?”

“인형이 스스로 어떻게 움직일 수가 있겠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렇습니까?”

안 그래도 노란 얼굴이 더욱 노랗게 질린 것 같다면 착각일까.

“분명히 이 인형은 루베르의 것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포피를 알고 계세요?”

“그럼요.”

카룬이 베개를 베고 누워 있던 포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가 부쉈던 네 목걸이를 고쳐서 돌려준다고 말해놓고서 돌려주질 못했구나.”

“목걸이라니 그건 또 무슨…….”

띠링!

반가운 소리와 함께 푸른 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포피가 아끼던 목걸이를 돌려받아라. 성공 시, 아스텔라의 능력이 100% 회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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