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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속 대공을 구출하겠습니다 (56)화 (56/120)

56화

“바보들, 나는 까맣게 잊어버린 게 분명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정신을 차리고 나서 바쁜 나머지 까맣게 잊고 지낸 건 사실이었다.

루베르와 함께 사라졌던 포피의 존재를 이제야 떠올리다니.

낑낑.

포피의 흐느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미안한 마음은 점점 더 커졌다. 더욱 서둘러서 포피를 찾아야 했다.

나는 어두컴컴한 방 안을 촛불로 조심스럽게 살폈다.

케케묵은 먼지가 뿌옇게 쌓인 상자가 여러 개 겹쳐서 놓인 복층 구조의 방은 뭔가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모두 무너질 만큼 위태로웠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눈에 띄는 건 그게 아니었다.

‘대체 어디서 들리는 거지?’

포피가 있는 위치만 정확하게 안다면 다음으로 할 행동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포피!”

내가 이리저리 걸음을 옮기면서 말을 검과 동시에 울음소리가 뚝 끊겼다.

“……아스텔라?”

“응, 나야. 너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정말 너야?”

포피가 눈물이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렇게 들으니 더욱 마음이 미어졌다. 진작에 포피를 찾아 나섰어야 했는데.

“미안해, 포피. 많이 늦었지만 데리러 왔어.”

“날 잊지 않고 찾아와줬구나.”

포피가 다시금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왜 진작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았냐는 분노도, 너무 늦었다는 원망도 담겨 있지 않았다.

포피는 정말로 우리가 지금 찾아와준 것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여기 있어, 여기야!”

포피의 목소리를 따라 우리의 시선이 빠르게 움직였다.

소리가 들리는 곳은 다름 아닌 복층의 가장 구석진 상자 안이었다.

“여기 너무 답답해. 꺼내줘.”

“금방 도와줄게. 조금만 기다려.”

나는 천천히 앞에 놓인 사다리를 붙잡고 위로 올라갔다.

끽, 끽.

낡은 사다리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운 소리를 내며 좌우로 흔들렸다.

“아스텔라, 너무 위험합니다. 내가 올라가겠습니다.”

루베르가 한 발짝 더 위로 향하려던 내 팔을 붙잡으며 나를 만류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루베르는 절대로 이 사다리에 오를 수가 없었다.

지금 아스텔라의 몸무게도 간신히 견디는 사다리가 루베르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건 내가 해야 하는 게 맞아.’

무엇보다 미션도 나보고 동료를 구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남의 손을 빌려 미션을 해결했다가 또 다른 불이익이 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나는 루베르의 손을 밀어내면서 한 발짝 더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얼마나 더 걸어 올라갔을까. 가파른 사다리를 등반하는 건 꽤 고된 일이었다.

“휴.”

겨우 정상에 도착한 나는 땀을 닦은 후에 상자들 틈으로 기어갔다.

포피의 목소리는 가장 안에 있는 상자에서 들렸다. 적어도 그건 기억하고 있었다.

“포피! 여기 있어?”

“응, 여기야!”

상자 앞에 도착해 묻자마자 포피가 환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나는 천천히 위에 있는 상자들을 하나씩 아래로 내렸다.

끽, 끽.

상자를 내려놓을 때마다 마루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흔들렸다.

위태로운 쌓기 놀이는 포피가 든 상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곧이어 포피가 든 상자의 윗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빠르게 상자를 열어젖혔다. 그러자 안에서 익숙한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아스텔라!”

포피가 펄쩍 뛰어올라 그대로 내 품에 안겼다.

꼬리는 하늘을 향해 승천이라도 할 듯이 붕붕 흔들렸고, 귀는 펄럭거렸다.

그건 우리가 알고 있던 포피의 모습이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해.”

“아니야. 이렇게 다시 날 찾아줘서 고마워.”

띠링!

포피를 받아 들기가 무섭게 익숙한 푸른 창이 내 시야를 가렸다.

잊고 있던 동료 「포피」를 찾아냈습니다. 성공률에 따라 능력의 절반이 복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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