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이제 더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저녁이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알아내야 했다.
“혹시 선대 대공 저하께서 복용하던 약이나 특별히 챙겨 드시던 음식은 따로 없으셨나요?”
“루크님 말씀입니까?”
집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 집사가 흠, 하는 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겼다.
“아니요. 특별히 그런 건 없으셨습니다.”
“아, 정말요?”
“네, 누구보다 약물이나 음식에 예민하셨던 분이니까요. 특히, 선대 대공 부인이셨던 스텔라님이 돌아가시고부터는 더욱 주의를 기울이셨습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그렇게나 사랑하던 여자가 약을 먹고 자살한 거라 믿었으니까.
“그래서 아무리 편찮으시다고 한들 그 어떤 약물도 입에 대지 않으셨지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면 선대 대공이 죽은 이유는 대체 뭐란 말이야.
‘설마 루베르처럼 마법에 홀리기라도 한 거야, 뭐야.’
도무지 예측이 가질 않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문제는 선대 대공뿐만이 아니었다. 마력을 그렇게 잘 운용하는 루베르마저 저런 상태가 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아무래도 마력을 운용할 수 있는 마법사라는 게 가장 두드러진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 점을 파고들었을 거라 확신한 건데.’
내 가설이 빗나간 걸 확인하고 나자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숨만 푹 내쉬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집사님. 두 분께서 약물은 사용하지 않으셨지만, 다른 건 사용하셨잖아요.”
루시가 대뜸 앞으로 나서면서 집사의 말에 반박하고 나섰다.
“어떤 걸 사용하고 계셨는데요?”
“타국에서 들여온 수면 향이라고 들었어요. 두 분 다 불면증을 무척 심하게 앓으셨거든요.”
“수면 향?”
어쩌면 거기에 뭔가가 있진 않을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지금에 와서는 그거라도 조사해야 했다.
“그 수면 향이란 걸 좀 볼 수 있을까요?”
“특별할 게 없는 향이긴 하지만, 원하신다면 바로 들고 오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밖으로 나갔던 집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쁜 향로를 들고 왔다.
그걸 확인한 순간,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겁니다. 여기에 불을 붙이면 되지요.”
항아리 주변으로 맴도는 파란빛은 그게 단서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역시 여기에 뭔가 있긴 하구나!
답답했던 상황이 조금은 나아진 기분이었다. 나는 집사에게서 향로를 받아 들었다.
마치 항아리처럼 생긴 신비한 향로는 오묘한 빛깔을 내고 있었다.
“이건 어디서 얻어 온 건가요?”
“루크님의 아버지셨던 라비님 때부터 직접 방문해 거래를 진행하던 상단에서 일정 시기마다 전달하고 있습니다.”
집사가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이었다.
“워낙 오래전부터 거래를 진행하고 있던 곳이라 믿고 거래하는 곳이죠.”
그렇게나 오래 거래하던 곳에 발등이 찍힌 거란 말이지?
나는 향로를 이리저리 돌렸다. 겉으로 봤을 땐 일반적인 향로가 맞았지만, 속은 뜯어봐야 알겠지.
“그 상단은 어디 있나요? 혹시 거기에 있는 상인을 직접 만나볼 수는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하실 바에는 이곳으로 오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띠링!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전에 또다시 익숙한 알림이 울렸다.
메인 미션: 향로에 숨겨진 비밀을 직접 찾아내라. 성공 시, 새로운 용의자를 추려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