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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속 대공을 구출하겠습니다 (41)화 (41/120)

41화

“왜, 저 아이가 걱정이라도 되니?”

“…….”

“걱정하지 말렴. 이곳에 있다 보면 루베르도 분명 행복해질 테니까.”

“웃기고 있네.”

“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할 수가 있나.

나는 절로 나오는 헛웃음을 내뱉으면서 안나를 내려다봤다.

“역시 내 생각이 맞네. 당신은 피해자는커녕 살인자일 뿐이야.”

“네가 뭘 알아!”

“지금 이러는 걸 보면 딱 답이 나온다고.”

안나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지더니 나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명치가 아릿하게 아팠지만, 그래도 할 말은 꼭 해야겠는걸.

나는 나를 붙잡고 있는 안나의 팔목을 세게 쥐고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스스로 그 행동을 멈출 수 있음에도 자신의 욕심 때문에 모두를 죽게 만든 거야.”

“아니야, 나는 그럴 줄 몰랐어.”

“아니, 당신은 알고 있었어. 그 일이 일어나면 모두가 얼마나 힘들지 다 알면서도 그렇게 한 거야. 그건 당신의 선택이었어!”

“아니야!”

안나가 비명을 지르면서 나를 올려다봤다. 안나의 두 눈에 맺힌 눈물은 곧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넌 아무것도 몰라. 그에게까지 그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면 나는 절대로 이러지 않았어!”

“뭐? 큭!”

무슨 말인지를 물어보기도 전에 아까와는 전혀 다른 강도로 숨통이 조여왔다.

안나는 이제 내 목을 붙잡은 채로 나를 그대로 들어 올렸다. 허공에 떠오른 발은 아무리 흔들어봐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나를 죽일 생각이었다.

‘이대로 내가 죽으면 루베르는 분명 납치되고 말 거야.’

어떻게든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제발, 뭐라도 어떤 거라도 좋으니까.

‘아.’

그 순간, 아까 보았던 그 능력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스텔라!”

저 멀리서 루베르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곧이어 뜬 빨간 창이 내 목숨이 위험한 걸 알려주듯이 눈앞에서 깜빡거렸다. 이제 한계였다.

‘이럴 걸 예상이라도 한 걸까.’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나는 허공에 떠오른 아이템 창을 간신히 클릭했다. 그곳엔 아까는 보이지 않던 불꽃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저거구나. 처음 보는 것임에도 이미 설명을 들었던 게 있어서 예상이 갔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간신히 고른 나는 안나의 팔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

“네년만 없으면 저 아이도 분명 나를 따라가겠지.”

“당신, 사람 제대로 잘못 봤어.”

“뭐?”

“당신이 절대로 나에게 이길 수 없는 게 하나 있거든.”

“그게 무슨……!”

최강의 깍두기인 나를 무시한 결과는 혹독하게 치르게 될 테니까.

“아스텔라!”

검을 거머쥔 루베르와 눈이 마주치니 마음이 약해졌다.

이곳에서 누군가를 잃는 것에 신물이 난 루베르가 과연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에게는 적어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루베르.”

나는 루베르를 향해 큰소리로 외치며 아이템 창으로 손을 뻗었다.

“저,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거 알죠!?”

“그게 무슨 소리……!”

삑.

불꽃 아이템을 누르자마자 홧홧한 열기에 온몸에 퍼졌다.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엄청난 고통에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나는 안나를 붙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줬다. 이 손만큼은 절대로 놓을 수가 없었다.

“이거 놔!”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불이 팔을 타고 그대로 안나의 옷소매에 옮겨붙었다.

사람이 죽을 위기에 처하면 엄청난 힘이 발휘된다는 말이 진짜이긴 하구나.

안나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결국 나를 떨쳐내지는 못했다.

“악!”

몇 번의 시도 끝에 나를 내던져버리듯이 내팽개친 안나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우둑, 우드득.

온몸을 비틀며 어떻게든 고통을 피해보려는 안나의 노력이 무색하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재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성공했어.’

이젠 정말 끝인 거겠지.

“아스텔라!”

비명에 가까운 울부짖음과 동시에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다.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엄청난 통증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이어지겠지.

차라리 지금 죽게 해달라고 빌고 싶을 정도로 엄청난 고통이었다.

띠링!

갑자기 울리는 알림음에 마지막 힘을 짜내서 눈을 떴다.

미션 완료! 안나를 처리했습니다! 보상으로 탈출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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