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뭘 이런 일로.”
황금처럼 빛나는 금발을 가진 남자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이름은 카룬 가르디온 드 메르헨디아, 바로 이 제국을 다스리고 있는 메르헨디아의 피를 이어받은 제국의 황태자였다.
“그나저나 그 약을 조금 볼 수 있겠나.”
“네, 네?”
카룬이 턱으로 아스텔라가 건네줬던 약 봉투를 가리켰다.
그래, 카룬은 지금 저 여자의 정체가 신경이 쓰여 미칠 지경이었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루베르가 조사를 맡기진 않았겠지.’
약방에 미리 얘기를 할 정도라면 대공 성에서 온 건 거짓말이 아닐 터였다.
그래서 더욱 저 여자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것도 마력을 가진 자에게 독이 될 수 있는 이 약물을 가지고서.
“내 친구에게 이 약물을 먹였다고 하기엔 너무 당당했는데.”
“아유, 그럴 리는 없습니다. 저분이 지금 대공 성에 머물고 계신 귀한 손님이라고 얼마나 당부하셨는데요.”
“그래?”
이곳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집사인 알베르토겠지.
그가 의심도 하지 않고서 약방에 직접 연락한 거라면 확실했다.
무엇보다 카룬은 루베르가 약물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황궁에서 데려온 우수한 의원들을 시켜 진료를 받게 했던 건 자신이 아니었던가.
“신경이 쓰이는군.”
카룬은 저 멀리 사라져가는 아스텔라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 * *
별다른 소득도 없이 돌아온 나를 반긴 건 집사였다.
그곳에서 들은 걸 대충 설명해주자 집사는 망설임도 없이 제 의견을 피력했다.
―그거라면 제가 사람들을 시켜 직접 조사하게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그쪽 세계는 위험하니까 말입니다.
대체 어떤 세계에서 지내고 있으시냐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물어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내려온 김에 식사라도 하라는 말에 이끌리듯 끌려간 나는 오랜만에 진수성찬을 맛봤다.
‘아, 배불러.’
그래,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식사는 다 하셨으면 목욕을 준비할까요?”
방에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루시가 다가왔다.
루시가 당신에게 호감을 표현합니다. 친밀도가 상승하여 더 오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