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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속 대공을 구출하겠습니다 (12)화 (12/120)

12화

아름다운 미소에 잠깐 넋이 나가긴 했지만, 그건 아주 찰나였다.

“그럼 이제 가볼까요.”

“네, 네? 정말 이러고 가신다고요? 전 정말 괜찮아요!”

“아니요. 제가 괜찮지 않네요.”

루베르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아무리 부탁한다고 한들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이렇게 가다가 귀신을 마주치면 어쩌려고요!”

“그 정도는 가뿐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게도 이젠 그럴 힘이 있어서요. 아, 그 촛대도 내게 주세요.”

“네?”

어느샌가 내 허리를 받친 루베르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아까만 해도 텅 비어 있던 허공에 내가 들고 있던 촛대가 떠올랐다.

“이렇게 하면 힘들게 촛대를 들고 있을 필요도 없지 않겠어요.”

언제 이런 능력을 전부 제 것처럼 막 쓸 수 있게 된 건지.

내가 루베르를 올려다보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그럼 나는 누가 안아줘?”

신나게 좌우로 흔들리던 꼬리는 이제 아래로 축 처져 있었다.

“나 지금 버림받은 거야? 루?”

포피는 온몸으로 서운함을 표현하면서 뒤로 휙 돌아섰다. 불만스러움을 표현하듯이 바닥을 탁탁 내려치는 꼬리가 묘하게 거슬렸다.

“그래, 나는 이런 존재였다는 거지? 쟤가 있는 위치를 알려준 건 나였는데.”

“뭐? 잠깐만.”

내 위치를 알려줬다고? 대체 어떻게?

대체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어보려던 내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지도의 모습이 스쳐 갔다.

설마, 포피도 그걸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갈 문제였다.

“대공 저하, 이 손 좀 잠깐…….”

“루베르.”

“네?”

대뜸 자신의 이름을 말한 루베르가 가볍게 나를 고쳐 잡았다.

“생각해보니 나만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무려 대공 저하신데…….”

“여기서 명예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아니, 나는 상관이 있는데.

무엇보다 게임 속에 있던 그 날카로운 눈매의 주인공이 당신인 걸 안 지금은 더욱.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자 루베르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격식을 차리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당신과는 더욱 그러고 싶지 않아요.”

“네?”

“저를 친구처럼 생각해줄 순 없겠습니까?”

진심으로 서운한 티를 팍팍 내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 뭐 본인이 괜찮다는데!

“네, 루베르. 그러니 잠깐 놔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아스텔라.”

루베르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허리를 감싸고 있던 단단한 팔이 빠르게 멀어졌다.

“너무 무리해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네?”

“혹시 뭔가 필요한 게 있다면 제게 말해주세요.”

당장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으면 안아 들 것 같았다. 나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꾸했다.

“당연하죠. 저도 제 몸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건 좋군요.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루베르가 미소를 지으면서 복도 저편으로 걸어갔다.

아마 그곳에 떨어져 있는 검을 주우려는 거겠지. 그 말은 즉…….

‘지금이 기회야!’

나는 아직도 등을 돌리고서 이쪽을 힐끔대고 있는 포피를 주워 들었다.

“뭐, 뭐야! 이제 와 사과해봤자 늦었다고!”

“헛소리는 그만하고 그 얘기 좀 더 해봐.”

“무슨 얘기?”

포피가 못 이기겠다는 듯이 몸을 휙 돌렸다.

착각인가. 눈꼬리가 조금 위로 올라간 것 같기도 하고.

“내 위치를 알고 여기로 왔다면서. 너도 이곳의 지도를 볼 수 있는 거야?”

“뭐, 자세히는 모르지만…… 네 기운을 느낄 수는 있어.”

“내 기운?”

위치 추적기도 아니고 기운을 느껴서 여기까지 왔다니.

차라리 움직일 수도 없는 인형 코로 냄새를 맡고 찾아왔다는 게 더 믿음직했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게임 속에서 안 되는 게 있기는 할까.’

인간의 적응력은 무서웠다.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다 못해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필 공포 게임 속에 적응한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뭐?”

“내가 죽게 될 경우가 생기면 나를 찾아달라고.”

어이없긴 했지만, 사용할 수 있는 거라면 뭔들 어떠리.

나는 포피를 받치지 않은 손으로 포피의 말랑한 주둥이를 부여잡고 녀석의 까만 눈동자를 응시했다.

“너만 믿는다, 알겠지?”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주둥이는 포피의 자존심이란 말이야! 어서 내려놔!”

퍽, 퍽.

듣는 사람마저도 맥 빠지게 만드는 하찮은 주먹이었다.

‘좀 귀엽기도 하네.’

주둥이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포피의 코를 쥐려던 바로 그때였다.

“아스텔라.”

“악!”

뒤에서 훅 느껴지는 숨결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미안해요. 많이 놀랐어요?”

루베르가 화들짝 놀라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그의 한 손에는 아까 봤던 커다란 검이 들려 있었다.

‘저 검이 그 검인가?’

슬그머니 검을 살피는 걸 알아챈 걸까. 루베르가 아무렇지 않게 검 손잡이를 내 쪽으로 쑥 내밀었다.

“검을 찾았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안에 들어가니 있더라고요.”

“정말 다행이에요. 혹시나 거기 없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게 전부입니까?”

“네?”

루베르의 눈썹이 아래로 축 처졌다. 뭔가 잔뜩 실망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눈치껏 상황을 파악해보려고 노력하던 바로 그때였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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