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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속 대공을 구출하겠습니다 (11)화 (11/120)

11화

여기서 실패하면 죽는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거든?!

“쿨럭!”

갑자기 허리를 세게 쥐는 머리카락 때문에 기침이 나왔다.

당장이라도 장기가 다 뜯어나갈 것 같은 고통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한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고통이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니까.

내가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때리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던 바로 그때였다.

띵.

“뭐, 뭐야!”

뭘 잘못 누르기라도 한 걸까. 갑자기 나타난 도구 창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아니, 잠깐만. 도구? 그러고 보니 머리카락은…….

생존 욕구 덕분에 내 머리는 평소보다도 더 빠르게 돌아갔다.

그걸 이용한다면 이 순간을 잠깐이나마 모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있다!’

드디어 찾던 것을 발견한 나는 어렵게 손을 뻗어 간신히 그것을 건드렸다.

쓸데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때에 도움이 될 줄이야!

내 반대편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제발 먹혀라.’

이전 생에서 배운 생활의 지혜가 여기서도 통하길 바라는 수밖에.

“먹어라!”

나는 빠르게 촛대를 들고 있던 손을 휘둘러 머리카락에 불을 붙였다.

“아, 악!”

빠르게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던 귀신의 머리카락이 느슨해졌다.

어디선가 봤던 동영상에서 머리카락이 그렇게 불에 잘 탄다고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작전은 기가 막히게 먹혀 들어갔으니까.

“아야.”

꽤 높은 곳에서 떨어진 터라 발목이 접질리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내 머리카락! 내 머리가!”

귀신이 활활 타오르는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어떻게든 불을 꺼보려는 듯이 용을 쓰고는 있었지만, 불길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커져 가고만 있었다.

쨍그랑! 쾅!

여기저기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난무했다. 귀신은 이제 나에게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어 보였다.

지금이 바로 여기서 벗어날 기회였다.

나는 발목에서 올라오는 시큰한 통증을 무시한 채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복도로 나가 바로 위층으로 간다. 내 계획은 오로지 그것 하나뿐이었다.

내가 간신히 부서진 문을 넘어서 복도로 들어선 그때였다.

“악!”

갑자기 발목을 붙잡는 머리카락 때문에 나는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머리카락의 시작이 어디부터였는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뻔했다.

“어딜 도망가!”

귀신의 두 눈에서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아니, 나를 보면서 피눈물을 흘리지 말란 말이야.

으득, 으득.

머리카락이 짧아진 귀신이 이윽고 몸을 마구 뒤틀면서 다시금 아까와 같은 자세를 잡았다.

“저 미친 생존력은 뭐야, 대체!”

발목에서 아까보다 더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귀신이 붙잡은 탓에 상태가 더 나빠진 모양이었다.

이 상태로는 더 달리는 것도 무리였다.

‘이렇게 죽는 수밖에 없다고?’

다시 시작할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지던 바로 그때였다.

“아스텔라, 머리 숙여요!”

어디선가 들리는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샤악!

곧이어 무언가가 빠르게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대체 그 정체가 뭐였는지 미처 확인할 새도 없었다.

“그악!”

뒤에서 들리는 귀신의 비명은 아까와는 사뭇 달랐다.

‘이제 고개를 들어도 되겠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귀신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저, 저게 뭐야?”

귀신의 가슴에 꽂힌 칼 주변으로 붉은빛이 일렁이더니 곧이어 귀신이 재가 되어 하늘로 사라졌다.

그건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귀신을 퇴치하는 방법은 게임 속에 적혀 있지도 않았다.

이 게임의 진행은 귀신을 피해서 이곳을 벗어나는 것에 국한되어 있었으니까.

땡그랑.

귀신이 사라지자 그녀의 가슴팍에 꽂혀 있던 커다란 칼 한 자루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 정도면 칼이 아니라 대검이잖아?’

멀리서만 봐도 크기가 엄청났다. 저 검을 던져서 정확하게 귀신을 맞힌다고?

누군지는 몰라도 능력이 특출 난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아니, 잠깐만. 검?”

귀신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강력한 검. 내가 알고 있는 검이라곤 단 하나밖에 없었다.

“아스텔라.”

내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내가 몸을 틀었다.

“괜찮아요?”

나보다 10센티미터는 커 보이는 키에 누가 보더라도 장성한 소년 한 명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정말, 너는 어디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우리가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포피?”

남자의 옆으로 빼꼼 얼굴을 내민 하찮은 솜뭉치는 분명 내가 아는 포피였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나는 고개를 들어 나를 이리저리 살피는 남자를 응시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잘 보이는 결 좋은 은발에 붉은색의 눈동자.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똑같긴 했지만…….

“대공 저하?”

“응. 아스텔라. 다친 곳은 없어요?”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루베르는 이렇게 크지 않았다.

상황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그를 이리저리 살피던 그때, 또다시 익숙한 파란 창이 나타났다.

띠링.

사냥에 성공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아스텔라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 5 → 레벨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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