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그래도 그렇지.”
이설은 시선을 한껏 내려 두 사람의 성기가 맞붙어있는 지점을 쳐다보았다. 정말이었다. 내부를 인정사정없이 채우고도 백인서의 성기는 아직 다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의 질구 속으로 귀두부터 3분의 2지점까지를 깊숙이 박아넣은 채 보무도 당당히 드러나 있는 기둥 윗부분이 눈에 들어오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쩜 이래? 양심도 없어?”
“그래서 도로 빼야 하냐고 물어봤잖아.”
백인서는 숫제 죄인 행세였다. 아래는 불끈거리다 못해 터져나갈 지경이면서.
“맘대로 빼기만 해. 그럼 용서 안 할 거야.”
“아프다며.”
“그러니까 더 빼면 안 되지.”
“무슨 논리가 그래?”
“아플 것 다 아프고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면 너무 억울하잖아.”
“진심이야?”
“확실히 알려주는 건데, 난 첫 번째 섹스를 대함에 있어 한 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어.”
“그렇다면 뭐.”
백인서가 입꼬리를 올리며 불길하게 웃었다. 그리고 당연한 결말이겠지만, 두 사람의 정상적인 대화는 거기에서 끝이 났다. 백인서가 제 성기를 천천히 빼내더니 다시 푹 찔러 들어왔으므로.
이설은 저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굵직한 성기가 제 아래를 파고드는 감각이 모든 말초신경을 깨울 만큼 생생했다. 너무 엄청나서 입술만 빠끔거리고 있는데, 백인서가 다시 허리를 뒤로 물렸다. 그러고는 힘을 실어 퍽 쳐올렸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잇달아. 걱정이 드는 건 당연했다. 혹시라도 아래가 찢어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
눈동자가 불안함을 담고 이리저리 흔들리자 백인서가 우뚝 동작을 멈췄다.
“이러면 좀 어때? 참을 수 있겠어?”
퍽퍽 쳐올리던 허리를 느긋하게 움직이며 백인서가 물었다.
“그렇긴 한데…….”
이설은 말끝을 흐렸다. 백인서의 말처럼 속도가 느려지고 동작이 부드러워지자 그나마 좀 참을 만했다. 문제는 소리였다. 찔꺽, 찔꺽, 난잡한 마찰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민망하고 또 민망했다.
더 못 견디겠는 건 제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상야릇한 소리들이었다. 백인서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아…… 흣, 으으응, 아앙’ 따위의 신음도 비음도 아닌 것이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입술 밖으로 마구 비어져 나왔다.
대체 뭣 때문에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거지? 민망해서 견딜 수가 없잖아. 찔꺽 소리는 왜 또 요란한데, 응?
이설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있잖아. 너 지금 되게 예뻐. 그거 모르지?”
백인서가 눈을 맞추며 중얼거렸다.
“하으으, 농담하지…… 마. 위아래로 ……으응, 이상한 소리나 내고 있는데 예쁘기는 무슨.”
“정말이야. 예뻐서 미치겠어.”
무슨 이유에서인지 얼굴이 확 붉어졌다. 다른 사람이 하는 외모 칭찬엔 고마운 마음보다는 거부감이 먼저 들기 마련이었는데 백인서가 하는 외모 칭찬은 달랐다. 싫은 마음이 들기는커녕 달콤하기만 했다. 계속 듣고 싶었다.
“……그래?”
이설은 붉어진 얼굴로 간신히 되물었다. 삽입의 버거움으로 존재감을 잃어버렸던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백인서가 못내 귀엽다는 듯 코끝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었다. 그다음엔 뺨이며 턱으로 키스 세례가 이어졌다.
“……으응.”
이설은 앓는 소리를 냈다. 백인서는 키스를 하는 와중에도 쉼 없이 아래를 움직였다. 비현실적으로 굵고 기다란 성기가 좁은 내벽 안에서 살아 숨 쉬듯 맥동했다. 버겁기만 하던 아래가 점점 묘한 반응을 보였다.
“하아, 으음.”
뜨거운 기둥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질벽이 쭉쭉 달라붙어서는 허기진 생물처럼 오물오물 씹어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간 어느 순간에 와락 수축했다가 스르르 풀어지기도 했으며, 때론 저릿한 기운에 질척한 액을 회음 아래까지 주르르 쏟아내기도 했다.
이게 뭐지? 어지러워.
이설은 잔뜩 녹아내린 낯을 하고서 백인서가 움직이는 대로 몸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질꺽, 찌걱, 질꺽, 도드라지는 마찰 소리에 얼굴로 열이 확 피어올랐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건 백인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설이 미처 삼키지 못하고 신음을 토해내자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는 연신 탁한 신음을 흘렸다. 3분의 2쯤 진입하다가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고 멈췄던 성기가 더 깊숙이 들어온 것도 이때였다.
이설은 그대로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너무 버거워서 눈물도 찔끔 났다. 그래도 백인서는 봐주지 않았다. 무지막지한 성기가 또 한 번 세차게 들이쳤다. 더럽게 아팠다. 그렇지만 동시에 저릿했다. 허리 아래가 부르르 떨리고 질벽이 절로 오므라질 만큼.
“하아, 읏, ……으으응.”
이렇게 아찔한 느낌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학교에선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저 비루하게 생겨 먹은 모형 성기에, 그보다 더 비루한 길이의 콘돔을 끼워대며 임신이 안 되게 조심하라고만 가르쳐주었을 뿐.
또다시 백인서가 들이쳤다. 움찔거리는 부분을 기가 막히게 퍽퍽 쑤셔주자 울음 비슷한 신음이 연거푸 나왔다. 이설은 허공을 휘젓던 손으로 백인서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그러지 않고는 견딜 재간이 없었기에.
손끝에 닿는 어깨 근육이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매끈했다. 그마저도 땀이 배어 있어서 오래 잡는 건 불가능했다.
주르르 미끄러진 손이 허리께에서 멎었다. 눈으로만 보던 허리와 그녀에게 박아 대느라 쉼 없이 움직이는 허리는 그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더 노골적이면서 더 근사했다.
“만져볼래?”
백인서가 물었다.
“……어딜?”
“여기.”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 허벅지 사이 깊은 안쪽으로 이끌었다. 두 사람의 성기가 맞물려있는 부위였다.
겹쳐 잡은 손을 그대로 둔 채 백인서가 허리를 움직였다. 속도를 늦춰 느긋하게 딸려 나오는 성기가 두 사람의 손가락에 닿았다가 도로 쑥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찔꺽대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금방 흥건하게 젖었다. 전부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물기 때문이었다. 볼이 화끈거렸다.
“하, 미치겠네. 자지가 터질 것 같아.”
낯부끄러운 단어를 입 밖으로 내며 백인서가 허리에 힘을 주었다.
“윽! 대체 어디까지 들어오려는 거야?”
아래가 꿰뚫리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어깨를 밀어냈으나 백인서는 꿈쩍도 안 했다. 그가 힘을 실어 치골을 비빌 때마다 이설의 골반에도 그 힘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미끌미끌한 회음에 음낭이 달라붙고 단단한 성기가 끝을 모르고 파고들었다.
이설은 척척한 소리를 내며 내부 깊숙이 박혀 드는 욕망 덩어리와 그 욕망을 드러냄에 있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백인서의 날것 같은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해 가쁜 숨만 토해냈다.
“……아, 으응.”
흥분한 숨결이 아무렇게나 방 안을 휘저었다.
처음 백인서가 제 안으로 들어왔을 땐 버거움과 통증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다른 의미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할딱대며 도리질을 하는데도 백인서는 어깨를 떡 버티고 물러나지 않았다.
이설은 본능적으로 저에게 자맥질하는 성기를 꽉 문 채로 구멍을 조였다가 푸는 게 전부였다. 찢어질 듯 빠듯하게 벌어진 내벽이 오물오물 기둥을 씹어 삼키는 감촉에 백인서의 미간이 급격히 좁아졌다. 함부로 쏟아져 나오는 호흡이 그녀의 호흡 못지않게 가파르고 뜨거웠다. 눈에 보이는 넓은 어깨며 탄탄한 가슴, 허리 역시 전부 땀으로 번들거렸다. 게다가 백인서는 언젠가 19금 영화에서 본 남자배우처럼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래도 눈살이 찌푸려지기보다는 야하기만 했다.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이다. 눈동자가 풀리고 아래로는 자꾸만 무언가를 줄줄 쏟아내는 걸 보면.
처음 경험하는 쾌락은 경이에 가까웠다. 허리를 비틀어대고 허벅지를 파르르 떨었지만, 질벽은 더욱 축축해지고 쫀쫀해졌다. 끝내는 목을 쥐어짜며 앓는 소리를 낼 정도로.
“으응, 읏, 하아, 으읏, 앗, 아앙.”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큼 지독한 쾌감이 등허리를 타고 휘몰아쳤다. 더는 참지 못하고 질벽 속의 성기를 와락 쥐어짜며 애액을 주르륵 쏟아냈다.
절정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백인서는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은 채 길게 사정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무섭게 쳐올리던 허리를 잘게 떨면서.
이설은 몽롱한 기분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빙글빙글 빠르게 돌던 천장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움직임을 멈춘 천장엔 불이 꺼진 LED 전등 하나만 달랑 매달려 있다. 백인서에게 박히고 있던 순간엔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였다.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숨을 골랐다. 백인서는 여전히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연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커다란 몸에 짓눌리는 바람에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어 몸을 살짝 바르작거렸더니 사정을 마친 성기가 도로 뻣뻣하게 일어섰다. 질벽이 흉흉한 부피감을 감당 못 하고 이내 뻑뻑해졌다.
뭐지, 정말 짐승인가?
이설은 몽롱한 머리를 하고서도 입이 딱 벌어졌다. 힘겹게 숨 고르기를 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그 와중에도 백인서의 성기는 착실히 부피를 키워나갔다. 버거운 걸 넘어 아래가 찢어질 듯했으나, 더운 피가 혈관을 타고 구석구석 흐르는 느낌이 과히 싫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몰두한 적이 있었던가. 현실 감각 따윈 저만치 날아간 상태에서 다른 이성과 은밀한 부위를 박고 박히며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경험을 아무 때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백인서와의 섹스는 너무나 훌륭했다. 아니, 그 정도 표현으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기절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엄청났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