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야, 백인서. 그거 보지 마.”
“어?”
“보지 말라고.”
이설은 다리를 버둥거리다시피 해서 팬티를 벗어버린 다음 백인서가 제대로 보지 못하게 얼른 손안에 움켜쥐었다. 작은 천 조각이 오므린 손바닥 안에서 이리저리 뭉쳐졌다. 축축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너는 언제 벗을 거야? 나만 다 벗고 있잖아.”
민망한 나머지 재촉하는 말투가 돼버렸다. 처음 옷을 벗을 때만 해도 어른스럽게 굴자고 다짐했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연두색 팬티를 흠뻑 적시고 있는 투명한 액체를 보는 순간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의연함이 아니라 부끄러움이 먼저였다.
“나도…… 벗어야지.”
덩치만 커다랗지 미숙하기는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백인서가 제 손을 운동복 하의로 가져갔다.
“근데…….”
무언가 말하려는 듯 백인서가 동작을 잠시 멈췄다. 얼굴이 벌건 채로.
“나도 너랑 비슷할 텐데.”
“……뭐가?”
“나도 다 젖었다고. 속옷이.”
“……진짜?”
“아까 너랑 키스할 때, 그때 다 젖었어. 볼래?”
고해성사라도 하듯 제 속사정을 털어놓고 백인서는 미련 없이 바지를 끌어 내렸다.
헉! 이설은 숨을 들이켰다. 드로어즈를 벗지 않아도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른 아랫도리의 윤곽이 적나라했다.
저 정도면 대체 얼마나 큰 거지? 다들 저런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벗은 남자를 본 기억이 없으니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보이지? 나도 다 젖었잖아.”
백인서의 말에 이설은 문제의 부분을 쳐다보았다. 운동복 하의와 색이 똑같은 회색 드로어즈 앞부분이 그의 말대로 축축하게 젖어 검은색에 가까운 진회색이 돼 있었다.
“그러니까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고.”
“……응.”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낮게 울리는 백인서의 목소리에, 다정함이란 다정함은 죄다 끌어다가 그녀에게 흩뿌리고 있는 깊은 눈빛에 의해.
하지만.
“어어…….”
이설은 입술을 뻐끔거렸다. 백인서의 손에 의해 드로어즈가 내려지자 드러나는 성기의 실체는 실로 엄청났다. 방금 전에 본 윤곽은 완벽한 속임수였다. 그건 진짜 모습의 반의반도 보여주지 못한 거였다.
저런 게 속옷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가능해?
백인서의 그곳은 언젠가 성교육 시간에 봤던 모형 성기가 참으로 비루해질 정도의 굵기와 길이였다. 게다가 드로어즈가 젖은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듯 투명한 액을 줄줄 흘리고 있어 위아래가 공격적인 물기로 번들번들했다.
“표정이 왜 그래?”
“내, 내가 뭘.”
이설은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치켜들었다.
“겁먹은 거 같은데?”
“그런 거 아니거든?”
도전적인 대답에 백인서가 낮게 웃었다.
“그럼 다행이고.”
“못 믿나 본데 진짜거든?”
“누가 뭐라고 했어?”
백인서가 또 입꼬리를 올렸다. 귓전에서 작게 진동하는 웃음소리가 굉장히 섹시하게 느껴졌다.
“야, 백인서.”
“어?”
“너 어디 가서 그렇게 웃지 마.”
“내가 어떻게 웃었는데?”
“아무튼, 다른 데 가선 그렇게 웃지 말라고.”
“왜? 이유를 말해줘야 조심하지.”
백인서는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제 미소가 보는 사람 마음을 얼마나 뒤흔들어 놓는지. 그러니까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웃어댈 테지.
“몰라, 그냥 내 앞에서만 그렇게 웃으라고.”
“진심이야?”
“어, 완전 진심이야.”
“네가 그러라면 그렇게 하지 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백인서가 그녀의 몸 위로 체중을 실었다. 가슴과 하체가 동시에 짓눌렸다. 그 상태로 백인서가 허리를 뭉근하게 움직였다. 뻣뻣한 성기가 아랫배 주변을 무섭게 찔러댔다.
이설은 숨이 꼴딱 넘어가는 바람에 입을 벌린 채 몸을 바르작거렸다. 터질 듯이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이곳저곳을 마구 찔러대는 데다 건장한 몸에 사정없이 짓눌리기까지 하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다. 붕 뜬 호흡을 연신 뱉어내는 와중에도 눈앞에서 직시한 성기의 모습이 또렷하게 떠올라 숨이 더욱 가빠졌다.
모든 사물들이 흐릿하게 뭉개지는 가운데, 백인서가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만큼은 선명하게 보였다. 아랫배 주변을 쿡쿡 찔러대던 성기가 허벅지 언저리를 지그시 누른다고 생각한 순간,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가슴을 베어 물었다.
흣! 이설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냥 하는 거 아니었나? 이런 건 계획에 없었잖아.
그녀의 생각이야 어떻든 백인서는 이설의 가슴에 집착했다. 진작에 바짝 솟아올라 있던 유두가 그대로 백인서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실은, 먹혔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백인서는 그녀의 동그란 유두를 입안에 넣고 사탕 빨듯 맛있게 먹어치웠으니까.
느낌은 어땠는가 하면, 혀로 굴릴 때는 마냥 간지럽다가 입술로 츕 소리가 나도록 빨아들일 때면 정신이 아찔해지기도 했다.
이설은 야릇한 기분에 휩싸여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 숨 막혀.
낮게 중얼거리다가 뜨거운 혀가 비쭉 솟은 유두를 슬쩍 감아올릴 때는 참지 못하고 무릎을 들썩이기도 했다. 주르륵, 비좁은 아래로 무언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선연했다. 어쩌면 침대 시트가 흥건히 젖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흘리고도 부족한가? 왜 자꾸 나오는 거지? 원래 이런 거야?
백인서는 그녀의 셔츠를 벗길 적만 해도 관자놀이를 벌겋게 물들이며 부끄러워했으면서 이제는 뻣뻣한 성기를 드러내고도 민망한 짓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몽글몽글한 가슴을 입안 가득 물고 질척하게 빨아대는 걸 대체 언제까지 할 작정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이설은 그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움찔거리는 게 다였다.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근데, 너 냄새 되게 좋다.”
한참 만에 입술을 뗀 백인서가 그녀에게 건넨 말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웃을 정신도 없었다. 백인서는 잠깐 얼이 나간 얼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무방비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로 그의 시선이 꽂혔다. 이설은 불현듯 그 사실을 깨닫고 허벅지를 오므렸다. 아니, 오므리려고 했다. 백인서의 손에 의해 처음보다 훨씬 더 벌어져서 그렇지.
서늘한 방 안 공기가 축축하게 젖은 곳을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갔다.
“……정이설은 이렇게 생겼구나.”
백인서가 중얼거렸다. 감탄이 뒤섞인 말이었다.
“내 건 되게 무지막지하게 생겼는데, 정이설 너는 아래도 진짜 예뻐.”
다정한 숨결이 아랫배를 간지럽혔다. 곧이어 조심스러운 손길이 음핵 주변을 속삭이듯 가만가만 문질렀다. 기분이 묘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동공이 흐트러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빨아봐도 돼?”
백인서가 낮게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처음엔 잘 이해가 안 돼서 눈만 동그랗게 떴다.
“여기, 빨고 싶다고.”
백인서가 손가락을 덧그리듯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러고는 정확히 질구 바로 위에서 멈췄다.
“그러고 싶어 미치겠는데.”
“하고 싶으면…… 해. 난 괜찮으니까.”
이설은 발그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다지도 너그러워지는 건 상대가 백인서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슬쩍 얼굴을 내려뜨리는 백인서의 숨결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 동시에 다리 사이를 뒤덮는 호흡이 느껴졌다.
“으음…….”
아랫배 근처에서 새카만 머리카락이 배회하자 이설은 낮게 신음을 토해냈다. 그것만으로도 다리 사이가 움찔거려 죽겠는데 백인서가 매끈한 콧날로 균열이 시작되는 지점을 꾹 눌렀다. 동작이 거기에서 멈출 거라고 기대하는 건 참으로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었다. 백인서는 얼굴을 비스듬히 더 내려 아랫배와 허벅지가 맞닿은 지점에 고개를 깊숙이 묻었다. 높이 솟은 콧날이 하얀 허벅지 안쪽을 쓱쓱 문지르고 더운 혀가 피부 위를 할짝였다. 기대감으로 맑은 액을 줄줄 토해내는 입구는 마지막 먹잇감처럼 남겨두고서.
이설은 밭은 숨을 쏟아내며 시선을 내렸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짧게 잘린 머리카락이, 넓은 어깨가, 그리고 그녀와는 전혀 다른 피부색을 자랑하는 백인서가 보란 듯 움직이고 있었다. 허벅지 안쪽이 점점 조여왔다.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이설은 저릿한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백인서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척척하게 젖은 구멍 위로 백인서의 입술이 닿은 건. 망설임이나 머뭇거림은 전혀 없었다. 소음순 사이로 자리 잡은 조붓한 구멍이 단번에 뜨거운 혀에 문대졌다.
“흣!”
이설을 몸을 파르르 떨었다. 예민한 부위가 쉼 없이 핥아졌다. 때론 무언가를 빨아먹는 소리마저 들렸다.
지금 뭘 먹는 거지?
무심코 생각하다 이내 깨달았다. 백인서가 그녀의 아래에서 흘러나온 질액을 모조리 빨아먹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맛있게.
쯉, 할짝, 츄릅.
온갖 이상야릇한 소리들이 그녀의 아래에서 들렸다. 백인서는 그저 구멍만 핥고 빨아대는 게 아니었다. 양 엄지손가락으로 아래를 활짝 벌린 다음, 그곳을 덮고 있던 날개 모양의 소음순과 그 위로 비쭉 솟아 올라 있는 클리토리스는 물론이고, 그 아래 회음까지 샅샅이 혀로 핥고 문댔다. 전부 그녀는 직접 본 적조차 없는 곳들이었다.
하, 어쩜 이래?
이설은 감은 눈 사이로 생각했다. 머릿속이 빙빙 돌고 횡격막이 무섭게 팽창했다. 들숨, 날숨이 함부로 뒤섞여 이러다가는 과호흡으로 죽을 것만 같았다. 특히 백인서의 혀가 회음을 따라 죽 이동해 주름진 곳을 핥아댔을 때는 너무 놀라 허리가 튕겨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