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가 있어.”사랑 없이 시작된 결혼생활.언제나 그 남자와 나 사이에 존재했던 거리감.그는 피치 못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습관처럼 지안을 안았다. 감정을 살피는 말 따윈 못하는, 과묵한 남자 나름의 위로의 방식인지도 모른다.“버텨.”“…….”“지금까지 잘해왔잖아. 변하는 건 없어.”이 집에서 유일하게 기대고 싶었던 존재는점점 절망의 이유가 되어가고 있었다.“…이혼해요, 우리.”서정후에게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통보.“정후 씨를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결혼하기 전부터.”때늦은 고백에도 그는 말이 없었다. 같은 공간,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살고 있었다.이미 커져버린 두 사람 사이의 시차.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