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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네 빵집은 언제 오픈하나요-61화 (61/120)

61화

래희는 곰순이와 함께 가게로 출근해 불을 켜고 만들어 둔 빵을 가게 주방에서 꺼내 와 세팅하기 시작했다.

희우로 변한 곰순이가 바쁘게 가게 안을 오가는 동안 래희는 도무지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 첫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을 때, 가게는 희우에게 맡기고 주방으로 도망쳤다.

내가 어쩌다가 류정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지?

분명 처음 동거를 시작할 때는 어색함과 민망함, 후회와 같은 온갖 감정이 섞여 있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언젠가부터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릴 적, 언젠가……. 이런 상황을 꿈꾸며 망상을 했던 것도 같은데.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출근하자마자 할 일이 있었지.’

주방 안에서 고민에 잠기다 말고 오븐을 보자 갑작스럽게 헌터 마켓에 등록할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떠올랐다.

래희는 급하게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아까까지 했던 생각을 머릿속에서 모두 지워 버렸다.

오븐 안에 만들어 둔 빵 반죽을 넣고 온도와 시간을 맞추고 오븐 작동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래희는 휴대전화를 들어 올리며 문스타에 접속했다.

헌터 마켓 관련 공지도 올려야지…….

그리고 그날 , 래희의 예상대로 앤드류 발렌타인의 행보에 관심을 가진 이들로 인해 인터넷은 온통 그의 손에 들린 분홍색 종이 가방에 관해 언급하고 있었다.

[헌터 이슈] 이름마저 달콤한 남자 앤드류 발렌타인. 환하게 웃어 보이는 귀국길…….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라 밝힌 곰순이빵과 함께 인증샷…….

(사진)

- 미친, 개잘생겼네.

└근데 한국에 왜 왔데? S급 헌터가 자기 나라를 벗어나 타지에 올 만한 사건 같은 건 없는데?

- 손에 든 저 분홍색 종이 가방 그거 아님? 청해 길드 소속 헌터가 운영한다던.

└ㅇㅇ 맞음. 근데 지금 거기 영업 안 하는데?

└앤드류 발렌타인 정도면 영업 같은 게 중요하겠음?

└바이럴이겠지. 너무 대놓고 보여 주는데?

- 앤드류 발렌타인이랑 류정우 중에 누가 더 강함?

└ㅅㅂ 당연히 둘이서 S급 클리어한 류정우지 누굴 갖다 비빔.

└국뽕 오지네. 앤드류 발렌타인이 저번 대던전 때 탐색 영역 넓힌 건 비교가 안 되는 거 모름? 미국은 한국보다 대던전 규모가 열 배는 더 크니까.

└다들 알아서 병먹금 부탁. 어그로 끌리지 말고.

└근데 류정우 요즘 뭐 함? 같이 게이트 클리어했던 윤해주도 나름 목격담이 뜨는데 류정우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함.

└삭제된 댓글입니다.

└?????

* * *

일주일 만에 오픈한 가게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장사가 잘되었고, 헌터 마켓 사건과 앤드류 발렌타인 일 때문인지 래희는 생각보다도 더 유명해져 있었다.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이 희우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래희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듯이 틈만 나면 그녀를 흘끗대기 바빴다.

갑작스러운 관심에 부담스러웠던 래희는 그날 하루를 거의 주방에서 지내고 말았다.

[‘쪽파 크림치즈 베이글’의 판매 수가 1,000개를 달성하였습니다.]

[퀘스트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자’가 완료되었습니다!]

[완료 보상이 인벤토리에 보관됩니다.]

[완료 보상으로 가게 경험치 5,000P가 주어집니다.]

[경험치 상승으로 가게 레벨이 상승합니다. (Lv.41→Lv.43)]

앤드류 덕분에 입소문이 난 탓인지 래희가 준비한 빵들은 헌터 마켓에 등록하자마자 순식간에 전부 팔려 나갔다.

덕분에 생각보다 간단하게 퀘스트를 완료한 래희는 이제는 이전보다는 훨씬 덤덤하게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그럼 일단 완료 보상부터 확인해 볼까?’

그리고 래희가 인벤토리를 열어 확인하려던 그때, 가게 문 쪽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딸랑.

조금 전 영업이 끝났다는 팻말을 돌렸는데도, 누군가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허공을 올려다보며 시스템 창을 확인하고 있던 래희와 가게를 정리하던 희우가 동시에 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까만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채 가게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손님, 오늘 가게 영업은 끝났습니다.”

“압니다. 사장님께 용건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만…….”

그의 말에 래희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야미베어 베이커리는 공식적으로 청해 길드 소속이라 가게 관련 문제는 그쪽으로 제안 주셔야 합니다.”

래희의 설명에 남자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개를 돌린 남자는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한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남자의 이상한 태도에 래희는 당황하며 희우를 바라봤다. 그에 희우가 남자를 저지하기 위해 그에게 다가갔다.

그제야 남자가 용건이 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희 회사와의 계약을 제시하기 위해서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직접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네?”

굳이?

이미 청해 길드 소속인 데다가 스킬로 손쉽게 빵을 만들어 파는 래희로서는 다른 회사와의 계약으로 얻을 만한 메리트가 없었다.

“아, 저는 유성식품에서 파견된 직원 조지호입니다. 조사를 해 보니 하루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서 많은 제품을 판매하시지 못하는 것 같은데, 저희와 계약을 하시면 대량 생산으로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야미베어 베이커리의 제품을 판매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어떻습니까?

래희가 황당한 기분이 들어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그녀의 태도를 오해했는지, 그녀가 그의 제안에 혹한 게 분명하다는 자신감으로 당당한 목소리로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얼마 전 기사에 알려진 것처럼, 전 세계적인 식량난 문제에 대한 경고를…….”

남자의 태도를 보니 여기서 설명이 더 길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독박 육아를 하고 있을 류정우를 생각해서라도 빠르게 가게를 정리하고 퇴근해야 하는 래희는 더 그의 설명을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아뇨, 계약은 거절하겠습니다. 돈이 더 필요한 건 아니라서요.”

식량난 어쩌고 하는 걸 보아하니 농작물을 대량 생산하는 식량 회사와 단독 계약이라도 체결한 것 같았다. 하지만 래희는 자신이 키운 작물만으로 빵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떤 제안이건 그녀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래희는 남자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에 남자가 당황한 듯, 자리에서 일어난 래희를 멍하니 올려다봤다. 그러나 래희는 그를 이해시켜 줄 시간도 없다는 듯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만, 나가 주시겠어요? 제가 좀 바빠서요.”

그리고 앞으로는 제가 소속된 청해 길드를 통해 미리 약속을 잡고 찾아와 주세요.

물론 길드 선에서 대부분의 제안은 거절당하겠지만, 래희는 그게 당연한 절차라는 듯이 남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비즈니스에도 예의란 게 있다. 이렇게 매너 없이 약속도 잡지 않고 무턱대고 찾아온 건 저쪽이니 래희도 굳이 남자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었다.

래희는 그렇게 생각하며 얼른 나가지 않고 뭐하냐는 듯이 눈짓하며 남자를 재촉했다.

그제야 남자가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 그녀를 조용히 응시했다.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조금은 긴듯한 침묵을 깨고 굳은 목소리로 남자가 그녀에게 말했다.

‘무엇을?’

그러나 래희는 남자의 의도를 알 수 없어 그저 상관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무엇을 후회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물어본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나가 주시겠어요?”

그래서 래희는 단호하게 남자에게 나갈 것을 종용하며 거절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사장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남자는 래희가 당연히 후회할 거라는 듯이 마지막으로 가게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그녀를 향해 비웃어 보였다. 그리고 래희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뒤돌아서서 가게를 나가 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든다고 중얼거립니다.]

래희는 오랜만에 성좌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런데 뭐…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 어쩌겠는가.

그녀는 남자가 두고 간 명함을 들어 올리고서는 카운터 아무 데다 던져 두고 작은 곰 인형으로 돌아온 곰순이와 함께 가게 밖으로 나섰다.

* * *

래희가 류정우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지친 표정으로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류정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아 있는 리프가 소파 앞에 놓여 있는 텔레비전에 흠뻑 빠지기라도 했는지 방 안으로 들어온 래희를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리프!”

평소 정적인 류정우의 사무실은 어린이 만화 영화 주제가로 시끄럽게 울려 대고 있었다. 래희는 이러다간 리프가 버릇없는 청소년 세계수로 자랄까 싶어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렸다.

“으에!”

갑자기 뭐 하는 짓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래희를 향해 리프가 반항하자, 류정우가 리프의 얼굴을 거칠게 한번 쓸어내리며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으잉…….”

소리가 나지 않는 걸 보니 아프게 때린 것도 아닐 텐데 리프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류정우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그를 들어 올려 사탕을 쥐여 주었다.

류정우가 준 건 래희의 사탕수수로 만든 특제 레시피 사탕이었다.

그리고 그 사탕을 받아 들자마자 영악하게도 처음부터 그게 목표였다는 듯이, 리프는 언제 울었냐는 듯 방실방실 웃으며 그의 어깨 위로 기어 올라갔다.

래희는 어이가 없어 잠시 멍하니 둘을 바라보다 채널을 돌린 화면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뉴스 속보에 귀를 기울였다.

- 속보입니다. 오늘 오전 8시, 안전지대 9-11 구역에서 발생한 C급 게이트가 클리어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실종자 29명 중, 사망자는 1명으로…….

뉴스 화면 속에는 막 게이트에서 걸어 나오는 윤재언을 비추고 있었다. 사망자가 1명이 발생해서 그런지 게이트를 단 몇 시간 만에 클리어했음에도 그의 얼굴에는 홀가분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가 윤재언을 비추다 구출되어 나온 사람들을 비추기 시작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앳된 얼굴들을 보니, 학생들이 게이트에 휘말렸었던 것처럼 보였다.

- 제가 봤어요! 어떤 이상한 사람이 게이트 발생 전에 저희를 보고 웃었다구요!

얼굴에 재가 묻은 한 아이가 이성을 잃은 듯 흥분하며 자신을 향해 비추는 카메라를 향해서 외쳤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오히려 그런 학생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듯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었고, 뉴스 화면도 아이를 더 비추지 않고 다른 화면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위화감을 느낀 래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방금 들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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